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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깨기: 야만과 광신의 시대 | 인문/사회/역사 2010-07-2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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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국사 산책 1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 201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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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으로 계획된 시리즈의 1권인 이책은 컬럼버스의 항해부터 미국의 독립까지 다루고 있다.

미국사를 다루는 책인데도 1권의 범위는 대항해시대 유럽의 역사를 모두 포함한다. 1권에 포함된 유럽사의 범위는 스페인 제국이 시작한 대항해 시대, 종교개혁, 계몽주의로 나눌 수 있다. 이 3가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는 미국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가지 주제를 한 사람의 저자가 얇은 한권에 다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다룰 수야 있겠지만 그 주제들을 의미있게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지금의 학계의 수준에서 불가능할 뿐더러 필요한지도 의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책에서 한가지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선민의식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이다. 20세기의 패권국으로서 미국은 이전의 패권국들과는 달랐다. 자신들은 인류 보편의 원칙을 세계에 실현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원칙은 그들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원칙, 자유와 평등의 원칙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역사를 그 원칙의 실천이었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원칙을 인류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리로 생각했다.

특이한 생각이다. 미국은 패권국으로서 그 원리를 종교의 복음을 전파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더욱 특이하다.

저자는 시리즈의 첫권을 그런 특이한 사고방식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춘다.

저자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종교개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알다시피 미국역사의 처음에는 청교도들의 이민이 있었다. 미국의 선민의식은 그 청교도들의 선민의식이다.

유럽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었던 낙오자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 정착하고 주도권을 쥔 땅이 미국이고 이후 미국사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그들이기에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 청교도들, 또는 장로교, 감리교, 회중파들의 의식은 한마디로 편협함으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유럽의 종교개혁은 카톨릭의 야만과 광신에 대한 반란이었다. 물론 종교개혁은 종교적인 사건만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교개혁은 당시 등장 절대왕정이 성립되던 시기에 후의 국민국가 단위로 역사의 단위가 만들어지던 시기에 중세의 보편주의 원리를 대표하던 카톨릭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던 사건이었다고 저자는 본다.

그러나 사정이야 어땠든 종교개혁은 종교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종교적 사건의 특징은 광신에 대해 더 큰 광신의 싸움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그 예로 칼뱅이 지배한 제네바의 신정정치를 예로 든다. 칼뱅은 예정설로 유명하다. 기든스는 예정설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었다. '그런 설을 주장한 사람은 분명 자신은 선택되어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칼뱅은 인간은 그 존재 자체가 악이라 믿었다. 그러나 자신은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의 개신교도들을 규정한 것은 바로 그런 왜곡된 오만함이었다. 그리고 그런 오만한 자들이 오만한 자들과 싸운 것이 종교전쟁이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주류가 된 개신교도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도권을 쥔 식민지에서 자신들 이외의 교파는 이단으로 배척했다. 독립 이전 수만명이 죽어간 마녀재판은 그런 사고방식의 결과였다. 그리고 인디언을 인간이 아니라 여긴 것 역시 별 다를 것이 없는 비슷한 사고방식이었다.

청교도들이 지배한 식민지는 칼뱅이 지배했던 제네바처럼 숨막히는 곳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편협함 때문에 미국독립의 아버지들은 기를 쓰고 종교국가가 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저자는 청교도의 역사에 대한 신화 깨기에 나선 다음 독립전쟁에 대해서도 신화 깨기에 나선다.

미국독립전쟁이 일어나기 까지 과정의 저류에 깔려 있었던 것은 식민지인들의 이해관계와 본국정부의 정책이 충돌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신민지인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한 작은 정책들이 쌓이고 쌓여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대표 없이 세금도 없다'는 독립전쟁의 구호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독립전쟁은 혁명이라 부를 수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독립전쟁의 리더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힘의 균형을 원한 것뿐이다. 당시 투쟁파는 인구의 1/3이었고 1/3은 왕당파였다.

그러나 영국정부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분위기는 극단으로 바뀌어갔다.

독립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은 독립 이후 통치체제가 엉망으로 준비부족이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그후의 정치 시스템은 전쟁에서 총을 잡고 싸웠던 가지지 못한 자들이 아니라 가진 자를 위한 정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독립 직후 미국의 정치는 프랑스혁명처럼 공포정치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1/3에 달하던 왕당파는 영국군과 함께 떠나거나 캐나다로 도피해 캐나다가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남은 사람들은 재산이 몰수당하고 폭행을 당해 린치란 말이 이때 생기게 되었다.

이상이 1권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이책에 대한 평을 하자면 쉽고 가볍게 읽을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알다시피 미국사 전공이 아니다. 전공이 아닌 사람이 이런 기획의 통사를 깊이있게 쓸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책에서 미국사에 대한 권위있는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이책은 가볍게 미국사의 전체 흐름을 읽는 목적이라면 충분한 책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이 미국사에 대한 각론은 많지만 총론은 없는 상황에서 좌우파에 얽매이지 않고 균형을 맞춘 책은 더더군다나 없기 때문에 미국사를 개괄해 보려는 목적으로는 알맞은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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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를 제어하는 법 | 수신/심리 2010-07-2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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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체크! 체크리스트

아툴 가완디 저/박산호 역/김재진 감수
21세기북스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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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얻은 것은 도이며
기술보다는 우월한 경지입니다.
처음 소를 해체할 때는
보이는 것이 모두 소뿐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나자 이제 소 전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금 저는 소를 정신으로 대했을 뿐
눈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
기술자는 힘줄을 다치지 않고
더구나 뼈는 닿지 않습니다.
우수한 백정도 해마다 칼을 바꾸는데
힘줄을 자르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백정은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뼈를 다치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 칼은 십구 년이 되었습니다.
소를 수천 마리 잡았으나
칼날은 숫돌에서 새로 나온 것과 같습니다.”

장자, 양생주 편에 나오는 백정에 도에 관한 우화이다. 그러면 누구나 우화의 백정처럼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그러면 그 백정은 가르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길을 가리켜줄 수는 없지만 그가 칼을 대신 잡아주지 않는 한 배우는 사람 스스로 알아서 깨우쳐야 하는 ‘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감’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 부르며 전문가의 ‘직관’이라 한다.

어느 일이건 그 일을 하는 사람만 알고 있는, 말로 할 수 없지만 몸으로 알고 있는 요령들이 있다. 그것은 오랜 경험에서 몸으로 익힌 ‘감’이다.

펜타곤의 의뢰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를 연구한 개리 클레인은 ‘의사결정의 가이드맵’에서 우리는 판단을 할때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으로 한다고 말한다.

개리 클래인은 소방관들이 실제 어떻게 진화작업을 하는가 참여관찰을 했다. 1초를 다투는 화재현장에서 논리적으로 진화방법을 따지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래도 진화작업의 성공률은 높은 편이다. 그 이유를 추적한 저자는 소방관들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감’에 따라 순간적으로 결정을 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랜 교육을 받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부딪히는 환자들은 모두가 개별적인 사건들이다. 의대에서 배운 교과서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사람의 의사가 배출되는 과정은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제각각인 임상사례들에 맞춰가면서 스스로의 암묵지를 만들고 ‘감’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책의 저자는 지금의 의료환경이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졌다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매년 한 분야에 쏟아지는 의학지의 논문만 수만편이다. 깔려죽기 좋은 양이다.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지식의 총량이 폭증하면서 의학도 전문화의 길을 걸어야만 했고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영웅 의사의 시대는 예전에 가버렸다. 의료환경 자체가 하나의 복잡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의료환경이 복잡계가 되면서 일어난 문제는 의료상의 실수, 그리고 사고이다. 저자는 인간이 통제하기에 의료환경의 복잡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 본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마찬가지로 복잡계가 되어버린 건설업에서 해답을 찾는다. 예전의 건설업은 건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건축청부업자가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건축업이 기술적으로 복잡해지면서 건설의 모든 분야를 한 사람이 이해할 수 없게 되면서 건설작업 자체가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 시스템의 중심에서 전체 공정을 조율하는 것은 체크리스트이다.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때 모든 관계자가 협의를 하고 그 리스트에 따라 전체 프로세스가 체크된다. 그리고 공기 중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관계자들이 모여 체크리스트를 수정해나간다.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으로 모여 규율을 가지고 하나의 작업에 매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업을 하는 수술실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저자는 WHO의 프라젝트를 맡아 안전한 수술을 위한 프로토콜로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책은 어떻게 의료현장에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WHO의 프라젝트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작업을 해나가면서 건설현장과 수술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설을 적어도 몇 달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수술실은 분초를 다툰다. 수술실에 필요한 것 역시 팀 워크을 위한 규율을 세우기 위한 체크리스트이지만 건설업과는 다른 형태의 체크리스트가 필요했다.

저자는 항공업에서 모델을 얻는다. 항공업에서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은 1935년 보잉사가 제작한 모델 299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기종은 항속거리, 속도, 폭탄탑재량 등에서 그때까지의 모든 기종보다 우월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조종하기가 너무 복잡했다. 시험비행에서 조종사는 방향타와 승강타를 해제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륙하다 추락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공군은 복잡한 비행조종을 안전하게 표준화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이후 항공업계의 표준 시스템이 된다.

저자는 항공업계를 모델로 수술실에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2009년 발표된 체크리스트는 보급 중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이러한 체크리스트가 마찬가지로 복잡계와 씨름하고 있는 금융분야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되는 예를 보여준다. 3명의 노회한 헤지펀드 매니저와 만난 저자는 그들이 투자결정에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을 소개한다. 가치투자방법론을 사용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코카인 브레인에 걸리지 않도록 체크리스트를 사용한다.

대박의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우리 뇌는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런 상태에선 투자후보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쉽다. 그런 상태를 제어하기 위해 그들은 투자대상을 검토하는 둘째날에 제무제표의 각주를 읽는다. 셋째날에 10년간의 재무제표를 읽는다와 같은 식의 강제적인 절차를 지정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고 예를 든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을 풀어본 것이다. 저자가 체크리스트를 제안하는 것은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은 그다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환경이 갈수록 복잡계가 되어갈 때 그런 인간의 취약성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의료 실수와 사고가 나는 것은 결코 몰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취약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취약한 것이 당연히 의료계뿐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책은 생각해볼 가치가 충분한 문제를 던지고 잇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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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죽음에 이르는 병 | 경제경영 2010-07-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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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짐 콜린스 저/김명철 역
김영사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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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미국의 리콜 사태로 몰락의 단계에 들어선 도요타를 구하는 임무를 맡은 신임 CEO의 취임연설에서였다.
 
신임 CEO는 솔직하게 도요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도요타가 이책에서 언급한 몰락의 4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무너질 회사라고 보지는 않지만) 도요타가 회생할지 이대로 몰락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요타의 역사를 보면 신임 CEO의 말이 타당하게 보인다.
 
이책이 말하는 몰락의 단계는 단순하다. 몰락은 오만과 함께 시작된다.
 
저자는 이전 저서인 Built to Last와 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자세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두책에서 위대한 기업들은 겸손하다고 지적한다.
 
노자의 寵辱若驚라는 말처럼 겸손한 사람은 일이 잘 풀릴 때는 자신을 뺀 창문 너머의 다른 사람에게 공을 돌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거울 속의 자신을 가리키며 ‘제 책임입니다’라고 말한다.
 
겸손한 사람은 일이 잘 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며 운을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연승팀과 연패팀을 연구한 로자베스 켄터는 ‘자신감’이란 책에서 연승팀의 특징을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한다
 
1.     자신에 대한 확신
2.     동료에 대한 믿음
3.     시스템에 대한 신뢰
4.     대외적 자신감
 
이 4가지는 자신감과 신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은 겸손하다는 것은 켄터가 말하는 신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켄터는 연승팀도 어느 순간 연패팀으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그 순간은 자신감이 과신이 되고 오만으로 바뀌었을 때 신뢰가 과신이 될 때라고 말한다. 오만과 과신은 연승의 기초가 되고 신뢰와 자신감의 근거였던 기본을 무너트린다.
 
예를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바하의 무반주 첼로곡 앨범으로 6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주 듣는 것은 반세기도 전 LP도 스테레오 녹음도 없던 시절에 녹음된 파블로 카잘스의 앨범이다. 첼로의 대가로 유명했던 카잘스의 앨범이 명반 중의 명반으로 대접받는 것은 단순한 이유때문이다. 그는 죽기 전까지도 아침에 일어나면 무반주 첼로곡을 연습했다. 그런 연습량을 당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연승팀의 연승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다. 연습이 쌓여 자신감이 붙고 동료를 신뢰하게 되고 코치의 운영방식에 신뢰가 쌓이고 그 결과 우승이 이어지면서 연승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승리가 당연하게 생각될 때 하루 이틀 사흘 연습이 부실해지면 연패의 첫단추가 끼워진다. 오만과 함께 연패의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책의 저자는 성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오만이 시작될 때 몰락의 1단계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데 하면서 우리가 하면 뭐든 된다 뭐 이까짓 쯤이야 하면서 무원칙하게 확장을 하면서 몸집을 불릴 때 2단계로 들어선다고 말한다. 핵심역량과 맞지 않는 잘 모르는 분야에 들어갔을 때 성공확률은 매우 낮다. 1%가 되지 않는다(이 부분에 대해선 ‘성장과 도박’이란 책을 보면 잘 분석되어 잇다). 결국 회사는 피를 흘리면서 재정적으로 약화되기 시작한다. 3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본업이 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위기의 신호가 여기저기서 잡히지만 오만한 자는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마련이다. 결국 회사는 재정적으로 엉망이 된다.
 
겉으로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현실이 위기가 본격화되면 가파른 추락이 시작된다. 당하는 입장에선 위기가 경고없이 갑자기 시작된 것처럼 보이고 우왕좌왕 혼란이 시작된다. 갖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그래도 안된다. 돈은 자꾸 사라져 간다. 한방의 묘안을 찾게 된다. 방황은 더 이상 흘릴 돈이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
 
저자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언제든 오만에서 깨어나 위대해질 수 있었던 초심의 원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몰락은 멈춘다고 말한다. 부록에서 저자는 루 거스너의 IBM(‘코끼리를 춤추게 하라’에 자세히 서술된다. 추천하는 책), 뉴코, 노드스트럼의 3 기업이 어떻게 몰락에서 탈출하고 다시 위대한 기업이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때 위대했던 기업이 몰락으로 돌아설 때 그렇게 회복된 경우는 극히 소수였다고 말한다.
 
5단계는 죽음의 단계이다. 두가지 밖에없다. 매각되거나 파산해 청산되거나.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짐 콜린스의 책답게 이해하기 쉬우면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도요타 사태 기사에서 읽었을 때 기대한 것만큼은, 과거 그의 두 저서만큼의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대 금융사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왜 그 회사들이 무너졌는가 설명하기 위해 다음 책을 위해 준비했던 작업의 일부를 책으로 먼저 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은 분량도 소책자에 불과하고 이전의 저서처럼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설득력이 넘치는 책이 되고 있지는 않다. 위에서 다른 책들의 예를 들고 다른 사례를 같이 든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이다.
 
그러나 역시 대가는 대가이다. 몰락의 단계를 실증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제시했다는 자체가 대가의 솜씨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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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주인인가? | 수신/심리 2010-07-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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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히든 브레인

샹커 베단텀 저/임종기 역
초록물고기 | 201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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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네가 기어가는 것을 보던 사람이 지네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 많은 다리를 움직여 기어갈 수 있니? 놀라운데?” 그말을 들은 지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동시에 그 많은 다리를 움직여 기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지네가 자신의 다리를 의식하면서 기어가기 시작하자 다리가 엉키면서 지네는 다시 기어갈 수 없게 되었다.

지네만이 아니다. 지네보다 훨씬 적은 수인 두 다리만 갖고 있는 사람도 자신이 평소에 어떻게 다리를 움직여 걷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두 다리가 꼬여 걸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수많은 행동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다리를 움직여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자동화된 행동이다. 심리학에선 그렇게 의식이 개입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을 behavior라 부르고 의도를 가지고 의식하면서 하는 행동을 action이라 구분한다.

이책의 저자는 과연 그렇게 우리의 행동을 이분법으로 분명하게 나눌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행동은 비행기를 조정하는 것과 같다. 비행기가 일상적인, 정상적인 상황에서 운항할 때는 기계가 조정하는 자동항법시스템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기계가 대처할 수 없는 돌발사태가 일어나면 조종사가 관여해 사태를 수습한다.

우리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의식은 우리 자신의 조종사와 마찬가지이다. 평소의 습관대로 ‘무심코’하는 행동으로 우리의 일상의 대부분은 별 문제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평소의 일상과 다른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대처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 우리의 의식은 깨어나 우리 자신의 통제권을 쥐고 상황에 대처한다.

저자는 그러한 무의식적인 자동화 시스템이 관여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이책을 썼다. 우선 저자는 이책의 시작에서 치매환자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대인관계 역시 그러한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조직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동화 시스템은 단지 걷는 것 같은 단순한 행동뿐 아니라 사람을 보고 반갑게 맞는 것, 애정을 표시하는 것, 상대의 의중을 읽는 것 등과 같은 고급의 행동까지 우리 행동 대부분을 관장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자신의 주인은 우리의 의식적인 생각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일상의 미시적 수준에만 자동화 시스템이 관여하고 우리 자신의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군중심리, 성차별, 인종차별, 테러와 같은 정치적인 거시적 현상을 구조화하는 것도 우리의 자동화 시스템이라 말한다.

저자가 그런 정치심리학의 예를 다양하게 들고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저자는 거시심리학을 시작한다.

취학연령 이전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아이들은 백인과 흑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사진에 긍정적/부정적 형용사를 연결하도록 했다. 대상 아동이 백인이든 흑인이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백인을 긍정적, 흑인을 부정적 형용사에 연결시켰다. 결과는 유치원생과 저학년 초등학생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다. 인종차별의 뿌리는 아동기에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연구자는 미디어의 영향을 들었다. 미디어에서 주인공은 백인이며 흑인은 악당으로 묘사하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힘있고 부자이며 잘나가는 사람들은 백인인 것을 보며 자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인식이 각인된다는 것이다.

이책의 저자는 인종차별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런 인종차별이 사법시스템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정치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보여준다. 평범한 미국인 누구도 자신을 성차별주의자라거나 인종차별주의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의식 아래에 그들의 무의식적인 자동화 시스템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바로 자동화 시스템이 그러한 차별의 뿌리라 저자는 말한다.

그외에도 저자는 왜 사람들은 테러리스트가 되는가? 왜 태평양을 떠도는 한마리 강아지를 구하는데는 돈을 내면서 수백만이 죽어간 르완다나 수단의 학살에는 무관심할 수 있는가? 등의 다양한 주제에서 우리의 자동화 시스템이 어떻게 우리의 자신의 주인이 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상이 이책의 내용이다. 사실 이책의 주제는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심리학에선 보편적인 주제이며 앞에서 든 이솝우화의 예처럼 수천년전부터 사람들이 알고 잇던 주제이다. 그리고 ‘무심코’라는 말에서도 알고 잇듯이 심리학자나 철학자가 아니라도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은 우리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그러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이책의 가치는 그런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 물론 그런 주제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그런 주제로 수많은 책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치는 재미있다는 데, 재미있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만드는 설득력에 있다. 이책의 띠지에 인용된 것처럼 이책은 ‘그리샴의 소설만큼 재미있고’ “말콤 글래드웰의 책만큼 재치가 번뜩인다.’ 450페이지나 되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흡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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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에서 경영으로 | 인문/사회/역사 2010-07-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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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단의 리더 쿠빌라이 칸

김종래 저
꿈엔들 | 200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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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위에서 천하를 정복할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쿠빌라이 칸의 재상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쿠빌라이 칸이 대칸이 되던 때 몽골제국의 과제이기도 했다.

제국을 창업한 칭기스칸의 사후 몽골제국은 칭기스칸의 그림자에 갇혀 정체되어 무너져 가고 잇었다.

칭기스칸이 만든 제국을 물려받은 그의 후손들(황금씨족)은 칭기스칸의 흉내를 내며 거기서 한치도 벋어나지 않았고 형제와 사촌들이 칭기스칸이 물려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내전을 반복할 뿐이었다.

후계자들은 칭기스칸이 하던대로 흉내만 낼 뿐이고 물려받은 것에 만족할 뿐 물려받은 것을 어떻게 더 다듬을 것인가 어떻게 더 발전시킬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책의 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문제삼은 것은 바로 그런 정체상태였다고 말한다. 쿠빌라이 칸은 이대로 가면 몽골제국은 다른 유목제국들이 그러했듯이 안으로부터 썩어 무너질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쿠빌라이 칸은 제국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칭기스칸의 흉내에서 벗어나 칭기스칸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보았다. 칭기스칸의 정신을 저자는 유목정신이라 말한다.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은 유목제국의 약탈경제에서 벗어나 제국을 경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그러면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는가?

쿠빌라이 칸의 답은 대원제국의 건국으로 나타난다. 몽골초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칭기스칸 원리주의자들에 맞서 정권을 잡은 쿠빌라이 칸은 제국의 중심을 황량한 몽골초원에서 제국의 물류기지인 중국으로 옮기고 중국의 제국과 같은 행정시스템을 채택한다.

쿠빌라이 칸은 몽골인의 군사력만으로는 제국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제국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을 등용해 행정력을 얻어 제국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제국의 뼈가 군사력이라면 행정력은 살이다. 그러나 뼈와 살만으로 제국이 살아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는 색목인들(중앙아시아인, 이슬람인, 유럽인)을 활용해 상업 네트웍을 제국전역에 조직해 제국에 피가 돌게 했다.

쿠빌라이 칸이 세운 대원제국의 시스템은 군사력과 행정력, 상업력 3가지가 합쳐진 다원성을 가진 말그대로 세계제국이 되었고 아시아인이 만든 최초이자 최후의 세계제국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상이 이책의 요점을 간추려 본 것이다. 이책의 저자가 말하듯이 대원제국은 최초의 세계제국이었고 그 세계제국은 지구 최초의 세계화 위에 번영했다. 근래 몽골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세계화의 시대에 지구 최초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책의 저자는 쿠빌라이 칸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세계제국을 만들었는가를 설명하는데 책의 전반부를 할애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서는 그가 기획한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그러면 이책의 가치는 무엇인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이책은 그리 깊이가 있는 책은 아니다. 전문학자도 아닌 저자가 대원제국에 대해 깊이 있는 책을 쓰기는 힘들다. 당시 몽골제국의 진면목을 알려면 전문학자가 쓴 두꺼운 책을 보는 것이 낳다. 그러나 그런 책을 보기 전 쿠빌라이 칸과 대원제국에 대한 맛보기로서 가볍게 대략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이책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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