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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에 그려진 세계사-김유석]좋은 안내서이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안내서 | Memento 2017-08-0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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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국기에 그려진 세계사

김유석 저
틈새책방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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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안내서이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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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국기를 읽는대상이라기보다는 눈으로 외우는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p.5)”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국기는 그 나라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역사의 산물이자, “그 나라의 근간을 이해할 수 있는 창으로, “다른 나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p.4~5)”.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외우는대상일 뿐이다. 국기, 수도, 그리고 역사 분야만 그럴까. 사실은 (모든 학문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맥락을 읽어야 하는 학문인 인문학도 암기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진단 속에서 오히려 인문학이 (돈벌이로) 뜨는 시대다. 그럼에도 정작 인문학의 의미는 퇴색하는 상황들은 "외우는" 교육구조 속에서는 바뀌기 어렵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와 관련하여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관련 일화는 흥미롭다. 그 나라의 국기를 잘 "읽지" 못한 상태에서는 원하는 방향이 아닌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전문적인 책이기 보다는 국기라는 매개를 통해 세계의 국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흥미를 느껴서 샀다. 그림들 역시 정성스러웠기에 더욱 좋았다. 세계에 대해 읽기를 원하는 남녀노소에게 흥미를 가지기 위한 좋은 안내서가 아닐까 한다. 그 이상은 독자의 몫이겠지만 좀 더 상세한 안내, 이를테면 흥미를 가진 독자가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관련 도서, 사이트 등을 안내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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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들어낸 상징은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나름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특히 국기는 그 나라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긴 역사의 산물입니다따라서 국기에 숨겨진 이야기를 안다는 것은 그 나라의 근간을 이해할 수 있(p.4)는 창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알게 되면 그만큼 이해의 폭과 공감의 깊이가 달라집니다국기는 우리가 처음으로 접하는 다른 나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구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하지만 우리는 국기를 읽는’ 대상이라기보다는 눈으로 외우는’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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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기지 마라-윌리엄 유리]협상은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p.9) | Memento 2017-08-08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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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혼자 이기지 마라

윌리엄 유리 저/이수정 역
스몰빅라이프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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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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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B(rith)와 D(eath)사이의 C(choice).”는 말이 있다물론 선택(choice)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C발 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C발 같을 지라도 선택(Choice)을 해야만 한다우리 삶은 매 순간 이러한 선택들로 만들어지듯이우리 사회는 이러한 선택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다여기서 더 C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너와 나집단과 우리의 선택은 각각 차이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너와 나집단과 우리의 이해가 다르고각각의 선택이 난무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선택들을 조율해야 한다차이에 대해 이해를 하고이해를 조정하여 최상의 선택을 만들기 위한 지루한 이 과정은 정말이지 C발 같을지도 모르겠다그럼에도 이 과정은 우리 삶 속에 늘 존재한다작게는 집에서 부모 자식 간 통금시간 문제에서회사에서 영업을 하거나 연봉을 책정하는 먹고사는 문제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한 최후의 만남에도 이 과정은 항상 존재한다이 책은 협상으로 명명되는 이 조율의 과정을 원활하게성공적으로 하는 지침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협상이라 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와 같은 영화에서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장면들이다꼭 이 영화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다른 드라마영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면들을 떠올려도 좋다이러한 상황은 보통 한 쪽은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은 없다.”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다른 쪽이 원하는 것은 사과일 수 있고돈 일 수 있고그저 파괴일 수 있지만 어차피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결국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결과는 비극으로 끝난다그러나 이것이 가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일까물러서면 죽음뿐이라는 마음으로 전쟁과 같은 삶을 통과하고 있지는 않은가매일 보는 동료에게함께 사는 가족에게까지도이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그러나 한국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협상의 부재가 아닐까 한다그리고 이것이 갑질 문화와도 연결되어 서로서로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지 않을까.

 “협상은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p.9)”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혼자 이기지 마라>는 책 제목은 저자의 대원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내가 저 사람을 이기면 혼자” 이기는 것이 된다하지만 공동의 문제를 가지고 싸워서 문제를 해결한다면모두가 승자가 된다치킨게임이 아닌 윈-윈 게임으로 발상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사람에 대해서는 유연하게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p.20)” “입장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p.21)”으로 역시 같은 맥락이다이를 바탕으로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2. 논쟁하지 않고 상대의 입장에 선다. 3. 거부하지 않고 게임의 틀을 바꾼다. 4. 몰아붙이지 않고 다리를 놓아 준다. 5. 내 힘을 상대에게 실어준다.”인데 들여다보면 결국 사회적 관계’, 즉 나와 협상하는 사람에 대한 원칙들이다.(1원칙은 나에 대한 이야기지만왜냐하면 협상은 사회적 관계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일어나지(p.256)” 않기 때문이다. 개별의 원칙이나 사례들이 절대적이지 않는 것은 기본으로 깔되 내가 하고 있는 협상에서 되새김질 해볼만하다.

 우리는 매 순간매 관계마다 협상을 거친다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협상이란 말은 어쩌면 다소 부정적인지도 모르겠다내가 양보하거나패한다고 생각하거나물러서면 끝이라고 믿는지 모르겠다아니면 재량권이 없으니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일지도 모르겠다서로 C발이라 외치면서다만 우리가 사람을 잊고,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협상은 전쟁이 된다저자가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빌어 말한 것처럼 "눈에는 눈으로 맞서다가 모두 장님이 (p.282)“ 될 뿐이다아니면 이미 장님이 된 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이 책이 다소간 눈을 뜨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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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가는 방법의 핵심은 '나를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 서는 것'이다. p.6

협상은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p.9

협상이란 각자였던 두 사람이 만나 힘을 합쳐 문제와 싸워 이기는 것이다. p.11

넓은 의미에서 협상이란 쌍방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때 그에 대한 합의를 이룰 목적으로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p.18

공동 문제 해결 ...... '사람에 대해서는 유연하게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p.20) ...... 입장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협상을 이끌어 간다. (p.21)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원칙의 핵심은 목표를 우회하는 행동에 있다협상이 난관에 부딪히면 당신의 본능적 감정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p.28

협상가로서 당신의 목적은 쌍방이 만족하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상대의 '' '예스사이에 놓여 있는 그 장벽을 돌파하는 것이다. p.30

성공적인 협상의 비결은 지극히 간단하다준비하고준비하고또 준비하는 것이다. p.39

"하버드 법대에서는 우리 삶에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하는 '사실'만 중요하다고 배웠다하지만 나는 사실 못지않게 그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다는 걸 25년 만에야 깨달았단다너 역시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상이든 분쟁 조정이든 효과적으로 해결 할 수가 없을 거다." p.43~44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를 제공하는 것이다무릇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혼자서는 절대로 싸움을 일으킬 수 없다. p.75

사람과 그 사람의 행동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p.140

장벽 돌파 전략에서 전환점은게임을 각자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거래에서 공동 문제 해결의 틀로 바꾸는 순간이다. p.220

상대를 합의라는 목적지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있는 곳이 아니라 상대가 있는 곳이 출발지점이 되어야 한다. p.235

당신의 협상 상대 역시 합의안이 만들어지는 데 자기가 기여한 역할이 없다면 제안을 거부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협상은 단순히 기술적인 해결의 장이 아니다입장이 다른 쌍방이 만나 서로 협력해서 합의를 만들어가는 정치적 과정이다따라서 결과 못지않게 과정 역시 중요하다물론 협상이 끝도 없이 늘어지면 초초해진다하지만 협상은 하나의 의식특히 참여의 의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사람들은 자기가 동참하면 상황을 달리 본다. p.237

협상에서는 말하기보다 질문하기가 더 중요하다. p.238

"내게 말하라내가 들어줄 지도 모르니나에게 가르쳐 주어라내가 기억해 줄지도 모르니나를 동참시켜라내가 그 일을 반드시 해낼 테니." 중국 속담 p.244

협상이란 사회적 관계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p.256

체면 살리기는 협상 과정의 핵심이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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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거짓말-김형희]거짓말 이후에 대한 고민 | Memento 2017-08-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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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 저
추수밭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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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녕 거짓말 공화국일까? 거짓말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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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녕 거짓말 공화국일까?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중 하나라면 적당한 거짓말에 속아주고, 웃어주는 것으로 정(?)의 문화가 있다. 너무 지나치게 정직하려고 한다면 사회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적당한 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눈치의 문화다. 그러나 산업화, 근대화, 식민지시대를 거치며 이런 미덕(?)이 왜곡되었다. 결국은 최소한의 공동체인 가족끼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거짓말 공화국의 오명은 기존의 전통적인 문화와 앞으로 다가올, 혹은 다가온 문화와의 충돌의 한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런 왜곡은 먹고사니즘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먹고 살기 위한 잘못에 비교적 관대한 우리 모습의 단면이다.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밥 한 끼 제대로 먹기 힘들었던 대중들 사이에서 먹고 살기 위한 분투는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고, 이것이 작은 거짓말의 묵인 속에서 자라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우리 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는 정 없음을 토로할지 모르겠지만 공동체 기반이 붕괴된 현 상황에서 각자도생하기 위해서, 거짓말은 하나의 전략이 되었다. "한국인만의 특성은 그 거짓말 이후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에 너무 관대하다. (p.225)"

먹고사니즘으로 거짓말과 사기는 합리화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파괴된 사회적 자본, 혹은 사라진 신뢰는 우리 자본주의 사회를 멍들게 한 주범인지 모른다. 당한 놈만 바보가 된다. 어쩌면 작가의 말대로 우리 스스로가 적폐를 쌓아왔고, 우리가 적폐 자체인지 모른다. 모두 속이고 사는데 나만 지키면 손해라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결국 개인들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국가의 책무는 이런 사회적 자본의 토대를 지켜주는 것이고, 시민의 책무는 그것을 이룩하는 것이고, 우리의 책무는 나와 너를 알고 함께하는 것일지 모른다.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한 저자의 시도는 매우 흥미롭다. 기존의 많은 연구들이 서양의 문화, 혹은 서양의 정신에 기반 한 연구기에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조사,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라는 점에서 참신하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 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에 관용적인 문화적 측면이, 실제 우리 삶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부분에 대해 고민케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너무 무관심 (p.259)"해지고 있다. "우리가 거짓말을 많이 하거나 또는 쉽게 속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p.261)"는 것이 거짓말 공화국의 오명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해지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 봄직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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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강화, 억제, 가장, 중화라는 네 가지 방법으로 얼굴 표정을 통제한다. p. 113

거짓말의 단서는 얼굴에만 나타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단서, 목소리 단서, 얼굴 표정의 단서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표현된다. p.119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않되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 어찌 보면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거짓말쟁이들을 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태도다. p.146

거짓말을 했던 사람들에게서 나타는 단서들 수, 즉 거짓말을 간파할 때의 난이도는 거짓말을 할 때의 난이도와 대체적으로 반비례한다. 즉 쉽게 답변할 수 있는 거짓말일수록 거짓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p.150

거짓말은 인간의 도덕성이나 또는 지성과는 상관없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 p.151

한국인들의 거짓말이 특별한 이유는 이와 같은 일상적인 상황에 녹아 있다. p.177 '군대 문화', '비접촉 국가, '눈 맞춤'을 꺼리는 경향

자신의 진실을 표현하는 데 서투르면 타인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데에도 서투를 수밖에 없다. 타인의 거짓말을 알고 싶다면 먼저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p.182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타인이 표현하는 기쁨, 분노, 슬픔, 경멸, 무표정은 잘 읽는 데 반해, 놀람과 공포를 잘 구분하지 못했고, 혐오의 표정은 소수의 사람들만 간판했다. p.215~216

앞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한국인만의 특성은 아니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국인만의 특성은 그 거짓말 이후에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에 너무 관대하다. p.225

'선의'라는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 들어가는 이상 무엇을 선의의 거짓말로 판단해야 할지는 매우 모호하다. p.238

누군가는 아주 쉽게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한 다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다. 언제부터인가 '사이코패스'가 널리 퍼지면서 일상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현대판 괴물로 받아들여지며 대중에게 크게 각인된 사이코패스를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자면 어떤 병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바로 타인에게 혹독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될 때다. p.240

창의성과 거짓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규칙을 깨는 것이다. p.250

거짓말은 창의성이라는 동전의 뒷면이기도 하다. p.251

거짓말이란 의도적으로 사실을 전복시켜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는 말이다. 인류 역사는 물론 생명의 역사와 함께해온 '거짓말'자체에 대해 어떤 윤리적인 잣대를 쉽게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거짓말이 질서를 전복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인 것만은 분명하다. 만약 우리가 거짓말에 대해 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면, 우리 일상, 우리 역사와 밀접하게 관계에 있는 거짓말을 들여다보는 것이 우리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해 알아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p.259

한국인의 거짓말을 분석하면서 우려되는 점이 한가지 있다. 우리가 거짓말을 많이 하거나 또는 쉽게 속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거짓말을 지적받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모욕이다. 그리고 모욕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쟁이들은 거짓말을 시도할 때 사회에서의 신용과 관련된 모든 자격을 상실할 수 있음을 각오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속였다가 들키는 사람의 회복보다 속은 사람의 회복이 훨씬 어렵다. 한국인의 거짓말이 가진 고유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정하지 못한 게임에서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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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엄기호]그러나 뻔한 악당들을 물리친 것은 뻔한 영웅“들”이었음을. | Memento 2017-08-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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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저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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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뻔한 악당들을 물리친 것은 뻔한 영웅“들”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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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증후군은 컴퓨터를 리셋하는 것처럼 현실도 리셋이 가능할 것이라 착각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의미한다. (요즘 유행하는) 아톰과 비트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한다는 것. 아톰의 세계에서 행한 일임에도 비트의 세계와 같이 손쉽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 사회적 부적응 나아가 범죄행위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의 저자는 조금 다른 의미의 리셋(증후군)”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무기력, 분노, 좌절, 자기 착취에 의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노력을 통해 자신의 생애사를 기획하는 것도, 사회 안으로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사람들은 자기의 삶과 사회를 통제하는  게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엘리트들의 기득권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기득권과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시대와 세상에 화가나 있고, 한편으로는 현 상황을 바꿀 수 없음에 무기력하다. 원한과 복수. 따라서 유일한 길은 하나다. 깡그리 망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p.199~200)” 그렇다. 그래서 리셋을 해야 한다.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상상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p.19)” 그렇기에 기존에 우리가 생각했던 리셋의 원인과는 다른 결에서의 리셋을 말한다. 막다른 골목에서 쫓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분류 해 볼 수 있다.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한경비피 p.194). 탈출하거나, 불만을 표하거나, 인내하거나, 방관하는 것. 이 네 가지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전제가 하나 있다. 기존의 체제, 이를테면 일종의 판 자체에 대한 인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네 가지 행동에 속하지 않는 리셋은 다르다. 자체를 엎어버리자는 것이다. 화투판 자체를 엎고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것이다. (물론 실제 그랬다가는 손모가지가 날아가거나, 친구를 잃기 십상이다.) 아니면 게임을 접고 각자 집으로 가든지, 아니면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든지. 속된말로 깽판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것을 초기화()”로 돌리겠다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 온 모든 것을 엎어버리는 반역사적 태도다.

만화, 영화, 드라마에서 수많은 악당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가 있다. “리셋”. 세상의 리셋이다. 이 빌어먹고 망해버린 세상을 초기화하여 깨끗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악당들은 항상 영웅에게 패배한다. 리셋을 주장하는 악당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태도로서의 리셋이 과연 유의미한 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리셋이라는 것 역시 어떠한 이상향, 이를테면 세이브포인트(저장점)가 있다. 결국 리셋을 원하는 사람도 어떤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저장점이 모든 것이 무인 초기 상태가 아니라면, 리셋에서 나타나는 반역사적 태도만 아니라면 충분히 변혁을 위한 유의미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재미는 있지만, 난이도가 높고, 저장이 불가능한 게임은 반드시 저장에 대한 패치를 동반한다. 아니면 양자택일해야 한다. 게임 자체가 사라지거나, 대규모 패치로 변하거나. 책의 저자가 원한 것은 아마도 이러한 패치가 아닐까.

리셋 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패치가 불만족스러운 것이 원인이다. 운영진(기득권, 정치인 등)은 계속해서 패치의 버전을 높여가지만, 실상은 우리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저 버전의 숫자만 바뀔 뿐이다. 그러니 다 초기화해서 처음부터 하자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으로 보자면 백섭이라고 해야 할까. 백섭을 하면 과연 새로운 세상이 열릴까? 결국 같은 행태를 반복할지 모른다. 판을 엎더라도 운영자와 사용자는 바뀌지 않는 다는 것, 그렇기에 언제고 동일한 상황으로 복구가 가능하다. 몇 배의 고통을 반복해서 겪을지 모른다.

이생망” “N포세대” “달관세대” “욜로족을 넘어 세상을 바꿀 패치가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한 번 리셋하면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스스로의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울부짖고 슬퍼서 가슴을 치면서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p.225)” 소비의 능력이 협력의 능력을 대체(p.231)”한 세상에서 우리는 의도와 맥락을 집어내어 명시적으로 만들고 다른 말로 바꾸어 재진술(p.247)”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존엄에 있어서 평등삶의 기초(p.251)“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협력과 존엄. p.257

비교적 뻔한 결론이다. 그러나 뻔한 악당들을 물리친 것은 뻔한 영웅이었음을. 그 뻔한 영웅들은 혼자가 아니었음을. 서로 존중하고 협력했던 존재들이었음을 되새겨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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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는다는 역사와 내가 가진 '변화의 시간'에 대한 감각이 불일치하고 있으며, 그 불일치가 이 조울증의 원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불일치를 직시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그 어떤 대안이나 해법을 제시하더라도 돌아보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9) 우리 주변의 장치들과 그 장치들이 배치되는 방식이 변화에 대한 우리의 시간 감각을 통째로 바꾸고 있으며, 그것이 역사와 시간(p.10)의 변화를 대치시키며 역사에 대해 불신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p.11) ...... 끈질긴 해결을 통해 역사를 만들기보다는 망각을 통해 역사를 무력화시키는 길을 택한다. 망각이 역사를 대체한다. 현실의 역사를 외면하고 대신 멀리 있는 역사를 역사에 대한 알리바이로 불러온다. 변화에 대한 시간의 감각을 바꿈으로써 역사에 대해 절망하게 하고, 이를 통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듦으로써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싹 다 망해버려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 '리셋'만이 유일하게 상상 가능한 것이 되고 있다.(p.11) ...... 우리는 광장의 조증과 삶의 울증을 반복하고 있다. (p.12)

역사에서 후퇴는 없다고 확신하는 그 순간 역사가 후퇴한다는 것 p.12

역사를 믿는다는 것은 이 조울증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p.13

무기력이 깊어질수록 세상을 리셋하는 것이 차라리 유일한 길처럼 보인다. 그것이 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상상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p.19

삶이 잘 짜여진 이야기가 될 수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더 이상 나 자신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존재론적, 실존적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p.28

긍정의 세계는 사실상 무리하는 세계다. ...... 긍정은 '이 정도면 족하다'가 아니라 '너는 할 수 있다'를 넘어 '일이 되게 하라'는 명령이다. p.39

노오력이라는 초과에는 반드시 무리수가 따른다. 한국의 제도가 가진 반동성은 제도 내 행위자들의 무리수를 방지하는 게 아니라, 무리수를 방치하고 오히려 권장한다는 것이다. ...... 물론 그 무리수의 대가는 오롯이 행위자가 치른다. p.43

믿음의 붕괴는 전진이나 전환이 아니라 유지에 목숨을 걸게 한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시대에 가장 좋은 것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p.53~54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자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책이다. p.55

유능한 신은 벌하고 무능한 신은 후회한다. p.56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자기를 잃는 것이고, 가장 피곤한 일은 자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p.59

무지를 드러내는 용기는 그 용기를 부렸을 때 자신의 인격과 존엄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에나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용기는 개인의 덕성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의 문제다. 용기를 냈을 때 인격과 존엄을 존중해주는 '안전'한 관계에서만 사람은 용기를 낼 수 있다. p.61

누군가가 그것이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침묵하라고 한다면 거기에 설득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렇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침묵을 지키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오'는 침묵 후에 분명해졌을 때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니오'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분명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p.74

괴물로서의 자신을 발견하지 않고서 자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느 넋은 불가능하다. 내가 괴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을 넘어, 오로지 괴물로서의 자신과 대면할 때만이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p.75

인간의 복수성은 인간에게 저주가 아닌 축복이다. 그 복수성을 통해서만 인간은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자기를 만날 수 있고, 자기를 망각하거나 망가뜨리지 않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열을 배려하지 못하는 순간 그는 자신이 괴물임을 잊어버리고 괴물이 되어버린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면서도 그것을 괴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그 괴물됨을 강함으로 인식해 숭배하게 된다. p.78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자기를 잃어가고 있고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바깥의 소멸과 함께 벌어진, 사회학적이며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지나치게 병리학적이다. 나는 주체를 '병리학'화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주체의 붕괴를 병리학의 문제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사회의 병리학이라는 말이다. p.84

죽음이 너무 쉽게 도처에서 일어난다면 삶이 필연이 아니라 죽음이 필연이고 삶이 우연되 된다는 것이다. p.89

예방할 수 있는 것과 예방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예방할 수 없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p.91

윤리와 합리성이 정반대 방향으로 내달릴 때 "언제나 패배한 것은 인간"이었다. ......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인간이 될 수 없는 패배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선택의 상황, 여기서 ''이 작동한다. p.110

다른 사람의 희생이 정당화될 때 최종적으로 패배하는 것은 '인간'이다. p.114

각자도생의 국가는 사람들이 서로 결속하여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안전을 위해 서로 반목하게 하는 '불신'을 통해 통치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각자의 몫이며 국가의 역할은 '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살게 내버려두고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되어버렸다. p.118

명예가 법적으로 시민들에게 차등 배분된다는 것, 나는 이것이 경제적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세습되는 현상만큼이나 한국 사회과 새로운 형태의 '신분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신분이 경제적 부보다는 명예와 관련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p.130

무시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게 결론이다.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모욕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이'를 인정한다는 이름으로 ''하게 관심을 꺼버리는 것이다. 제국의 통치술로서의 '관용'이다. p.135

'아니오'라고 말하며 '존엄'을 지키는 대가는 '생존'의 박탈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p.139

근대는 부정의 부정, 두 번 부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긍정에 도달하도록 프로그램된 사회다. 그렇기에 '아니오'는 그저 부정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긍정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 ...... 그러나 긍정에 긍정을 보탠다고 긍정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럶 긍정에 긍정을 보탤수록 남는 것은 '노오력'하며 자신을 소진하는 것 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을 소진한 결과(p.143) 남는 것은  ...... 자신에 대한 '부정'이거나 혹은 세계 전체에 대한 참을 수 없는 ''. (p.144)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위와 아래가 아니라 안과 바깥이라는 신분제적인 위계가 다시 등장했다. 이를 가장 실체적이고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다. p.168

안으로의 유혹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을 경계에 배치하고 그 경계를 갈아먹는 것으로 움직인다. 이 체제에서 주변부에 선 사람들의 운명은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삶이 우연이며 이 우연한 삶이 필연이 된다. 그를 둘러싼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고 그의 죽음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p.170

삶이 곧 배움이고 배움이 곧 경험의 연속이라면, 경험을 통해 배우지 않는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이번 경험을 통한 배움이 다음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다음에도 다시 전적으로 우연이나 운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은 우연히 살아 있는 삶이다. p.181

가만히 있음을 통해 추구할 수 있는 안전은 딱 여기까지다. 국가 폭력에 의해 죽지 않는 안전만 보장된다. 그러나 이 '국가로부터의' 안전에는 '국가를 통해' 추구해야 할 안전은 없다. (p.187)  ...... 가만히 있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많이 앉아서 죽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죽음과 죽음 사이의 선택일 뿐이다. (p.188)

안전은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것이 되면서 개인의 관리 '능력'이 문제시된다. (p.191) ...... 문제가 '윤리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 안전에 대한 무능한 사회는 사라진다. (p.192)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만 보장되는 '안전'은 인간의 존재방식인 공동세계에 대한 파괴에 다름이 아니다, '사이'를 만들고, '사이'를 통해서, '사이' 안에서 추구하는 안전이 아니라 '사이'가 사라진 상태를 안전이라고 기만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p.196

인간의 존엄성은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의도적 노력에 의해서 '가까스로' 지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p.197

우리는 안전하기 위해 가만히 있는 삶이 아니라 활동과 의견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 안전하기 위해 시위를 피해 다니는 삶이 아니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는 게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시위 자체가 우리 삶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국가의 무능과 무관심, 그리고 무모함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p.197

말에는 말이 지향해야 하는 '공통적인 개념의 핵'이 있다. ...... 공통의 것이 없다면 소통은 고사하고 싸움도 일어나기 힘들다. 그저 너 죽고 나 죽는 전쟁만 있을 뿐이다. p.205

사람을 통치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법이 무력한 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러이러한 힘이 없기 때문에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에 빠지면 그 다음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진다. 한번 무기력에 빠지면 그 무기력한 상황을 단번에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무기력에 빠져 있는 한 '큰 힘'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p.208

바뀌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서 만들어지는 정치적 감정은 원한과 보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213

예외가 정상을 대체한다. 이것을 정당화하는 것이 바로 원한과 복수의 정념이다. p.216

우리가 스스로의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울부짖고 슬퍼서 가슴을 치면서도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안 된다. (p.225) ...... 세계를 대면하는 글을 읽고 쓰고 침묵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 불가능한 것을 대면함으로써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이 단지 덜 괴로운 것에 머무는 곳에서 우리 삶을 구원할 것이다. (p.227)

소비의 능력이 협력의 능력을 대체하게 되었다. 협력하며 애써 노력하는 대신에 돈으로 사서 빠르게 소비하는 게 가장 간단하고 깔끔하며 편리한 방식이다. p.231

협력이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과정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그에게 새로운 제안을 계속해서 그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협력의 기술이다. ...... 협력을 이끌어내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말한 사람의 "의도와 맥락을 집어내어 명시적으로 만들고" "다른 말로 바꾸어 재진술"해야 한다. p.247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 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똑똑한 소비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상대의 말을 새로운 제안으로 돌려 줄줄 아는 '협력의 기술자'. 그리고 이런 활동이 활성화되고 보호받고 안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을 위해 활동을 중지하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바로 활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에 우리 존재의 사활이 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251

우리가 평등하다면 바로 그 존엄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것이 새로운 삶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평등하게 존엄하기 때문에 삶의 전 공간에서 모두를 동료 시민으로 대하는 것, 이것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p.253

나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협력과 존엄.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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