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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김용섭] 우린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 Memento 2020-12-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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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언컨택트

김용섭 저
퍼블리온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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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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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은 중세를 뒤흔들었다. 근대 이전의 세계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전 지구적이었다. 무역을 통해 모두가 연결되었고, 그 경로를 따라 흑사병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쥐가 시작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사람이 병을 퍼뜨렸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급격한 빈자리로 사회는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력이 줄었다. 사람이 귀해졌다. 기독교는 더 이상 절대적일 수 없었다. 믿음은 내세는 몰라도 현세에 나를 구원하지 못했다. 중세시대의 종말은 그렇게 다가왔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마녀사냥의 혼란을 거쳐 새로운 시대로 움직였다. 흑사병의 충격은 역사를 과거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했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

코로나19 역시 우리에게 같은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전망들이 쏟아져 나온다. 현대사회는 불확실성이 큰 시대다. 미래에 대해 탐구하고 대비해야 했음에도, 늘 그렇듯 위기는 강도와 같이 급작스레 다가왔다.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변화가 바로 책의 제목이자 이 시대의 키워드가 된 <언컨택트>. 언컨택트는 2020년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노동은 재택근무로, 종교는 온라인으로, 물류는 비대면 새벽배송으로, 식음료는 배달로 주문하는 일상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언컨택트는 전염병이 만든 트렌드가 아니라, 이미 확장되려는 트렌드(p.15)”.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다. 비대면 문화는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거부감도 많았다. 실물을 보고, 사람과 접촉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어쩌면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기제였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은 불가피하게 아날로그 문화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가 이를 강제했다. “합리성보다 불안감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때가 있다. (p.214)” 언컨택트가 딱 그렇다. 언컨택트는 불안하고 편리한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메가 트렌드다. (p.5~6)”

언컨택트는 변화를 상징하지만, 반면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중요성 역시 부각한다. 언컨택트의 욕망은 컨택트의 본능이자 문화를 지속하려는 관성에서 비롯된다.(p.44)” 전쟁과 같은 고통의 시기에도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사항은 변할 수 없다. 결국 접촉은 불가피하고, 접촉의 방법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따라 접촉의 흔적 역시 변한다. 바로 데이터다. 언컨택트 시대는 데이터의 중요성 부각된다. 사람 간 직접적인 접촉은 줄어들지만, 그만큼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다. 언컨택트 사회에서는 데이터의 실시간 연결은 크게 늘어(p.475)”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은 이를 가속화한다. 이는 다시 변화를 촉진하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비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노동력의 급감이 사람의 중요성을 강화했다. 언컨택트 시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변화는 필연적으로 격차를 낳는다. 언컨택트는 이를 가속화 할 것이다. 기존의 취약계층에서 디지털, 정보 취약계층(‘디지털 디바이드’)이라는 새로운 사각지대가 탄생했다. 잊지 말아야 한다. 언컨택트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p.179)”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기존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새로운 고민이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p.214)”는다. 흑사병과 중세의 종말이 그러했듯,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언컨택트>는 여기에 작은 실마리를 준다. 우리 사회가 현재 어디쯤 와있고,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개략해 준다. 새로운 변화 앞에 우리는 겸손해져야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물어야 한다.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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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택트는 불안하고 편리한시대에 우리가 가진 욕망이자, 미래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p.5) 메가 트렌드다. 언컨택트는 우리의 소비 방식만 바꾸는 게 아니라 유통 산업을 비롯,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종교와 정치, 연애도,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다. 우린 지금 언컨택트의 시대를 맞이했다. p.6

언컨택트는 전염병이 만든 트렌드가 아니라, 이미 확장되려는 트렌드였다는 것이다. p.15

언컨택트가 가장 어려운 것이 남녀 간의 애정 관계다. 사랑과 결혼은 스킨십과 키스 등 긴밀한 컨택트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것 자체가 변화다. 본능적 욕구나 인류가 쌓아온 남녀 간 애정 표현과 교감의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음으로써 본능(p.27)과 문화를 계속 지키려는 것이다. 컨택트의 욕망을 위해 언컨택트의 방법을 구사하는 셈이다. p.28

언컨택트의 욕망은 컨택트의 본능이자 문화를 지속하려는 관성에서 비롯된다. 전면적 언컨택트가 아닌, 컨택트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의 부분적 언컨택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다. p.44

욕망은 결국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도 바꾼다. p.64

우린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 시대에 단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연결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다. p.132

무조건적인 단절이 아니라, 피하고 줄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언컨택트 기술이자 서비스의 방향이다. p.140

기술적 진화의 목적은 위험 회피와 안전 지향과도 연관이 있다. ...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p.140

코로나19는 누굴 만나고, 어떤 모임에 나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 평판 관리와 투명성에 대한 자각에 좀 더 눈뜨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 접대 없이는 비즈니스가 안 된다는(p.142) 한국적 마인드를 깨는 데 사회적 투명성과 함께 언컨택트 트렌드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직접 대면하면서 몰래 하던 것과 달리, 언컨택트의 방식으로 하게 되면 근거가 다 남는다. p.143

언컨택트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p.179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단지 사무실에서 하느냐, 집에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것인지가 핵심이지 공간이 핵심은 아니다. p.181

원격근무는 성과를 가지고 평가를 받고, 직원에게 주어진 자율만큼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회사에서 대면하며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과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원격근무가 통제하지 않고 자율로 하다 보니 느슨해져서 일을 더 못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반대인데, 이 또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p.186

합리성보다 불안감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 될 때가 있다. 한 번 바뀐 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p.214

대비된 위기는 결코 위기가 아니다. 처음 겪는 위기에는 속수무책이어도 변명이 된다. 하지만 한 번 겪은 위기가 반복되었을 때도 위기를 맞는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 변화에 대한 대응은 늘 극단적 상황까지도 대비될 필요가 있다. p.222

일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에서의 갈등이자 변화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데, 여기에 산업적 진화 말고도 언컨택트가 가지는 새로운 명분도 추가된 셈이다. p.324

언컨택트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방식이 과거 세대와 요즘 세대의 차이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엄밀히 세대 차이보단 변화한 시대에 적응한 사람들과 익숙한 과거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 간의 차이가 더 맞겠지만 말이다. p.425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이자 디지털 시대의 격차라는 의미의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말은 <뉴욕타임즈>의 개리 앤드루 풀이 1995년 처음 썼다고 알려져 있다.(<LA타임즈>의 기사가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 용어가 공식화된 건 1999년부터이고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p.432

정치권이 가장 우려하는 건 전자투표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한 정치 방식의 변화일 수 있. 기존 정치권이 가진 기득권이 사라질 수 있고, 정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다. p.472

언컨택트 사회에선 사람 간의 직접적 접촉은 줄어도 데이터의 실시간 연결은 크게 늘어난다. 오프라인의 접촉과 대면이 줄어든 것이지, 온라인의 연결, 교류, 데이터의 연결은 훨씬 많아지는 것이 언컨택트 사회다. p.475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미래 산업의 근간이라고 얘기하는 말 속엔 사생활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야 함을 담고 있다. 언컨택트는 사람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도 사람이 직접 대면했을 때만큼, 때론 그보다 더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편의를 누리는 게 핵심이다. 비대면인데 대면보다 불안하고 불편하다면 그걸 해야 할 이유는 없다. p.486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 p.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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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노승대] 종교의 절대성 | Memento 2020-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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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노승대 저
불광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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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절대적이겠지만, 종교는 절대적이지 않다. 사람의 일, 사람이 하는일이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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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모든 부산물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자연발생 하더라도 그 시발점은 무언가로부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종교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저마다의 신이 실존하더라도 종교는 결국 사람의 일이고,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필연적으로 상호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학(천도교)이나 대종교 역시 우리의 토착 종교지만 결국 서학(천주교)이나 다른 외국의 종교에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종교의 토착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종교가 아무리 절대적이라 할지라도, 전도가 이뤄지고 전파가 되려면 상대를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언어로, 문화로 설득해야 하는데 종교의 토착화는 불가피하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순수한’ ‘고유의 종교는 존재하기 어렵다. 인간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익숙함으로부터 고유함을 뽑아낼 수밖에 없다. 얼마나 토착화를 잘 하는가가 외래 종교의 성패를 가늠한다. 특정 종교의 기원을 따지고 가다보면 필연적으로 원종교와는 상이한 이교의 문화가 포함되는 일은 불가피하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머니도 산다>는 불교가 토착화를 하면서 어떤 모습을 띄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불교는 삼국시대에 전래되어 고려시대 국교로서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온 종교다.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띌 수밖에 없다. 불교의 도입은 전제왕권 강화와 관련해서 상당히 반발을 샀다. 이차돈의 순교 등의 전설이 이를 대변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식 종교로 채택이 되었지만, 분명히 대중적이기 위해서는 이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방법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과 융합하는 게 가장 좋았을 테다. 이 과정에서 도깨비도, 삼신할머니도, 산신령도 기타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연스레 불교와 융합했을 테다. 그리고 그 결과들이 전국 각지에 남아서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그때의 불교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불교를 넘어 무엇을 욕망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흔히들 종교는 절대적이라고 믿고 이를 신봉한다. 인간은 토론과 이성으로 많은 것을 해결 할 수 있지만, 종교 분야는 유독 어렵다. 믿음의 영역은 이성이나 감성을 뛰어넘어서야 하는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절대적이고 초월적인(혹은 그렇다고 믿는) 종교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변화의 폭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까. 종교라는 게 결국은 사람의 일인 만큼, 절대적이고 목숨 걸 일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불교의 토착화를 바라보며, 종교보다는 오히려 사람의 근본적인 욕망이 변하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욕망을 어떻게 담아내느냐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화할 것이고, 그게 종교의 대중화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종교는 사라질 테고, 그 신은 잊혀 지거나 숭배자를 잃을 테다. 벼락 맞을 소린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 모든 게 급변하고 있다. 일상에서 당연했던, 차 마시는 모임조차도 두려워하게 되었다. 종교도 다르지 않다. 당연했던 모임(예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모임을 강행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신의 뜻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펼치는 악마가 되기도 했다. 종교는 만남과 모임에서 근원적인 힘이 창출된다. 서로의 의지를 다지고, 공동의 행위를 통해 내부의 결속을 다진다. 이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닿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적인 종교 행위가 불가능해졌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온라인을 통해서 간신히 유지하지만 대면보다는 아무래도 약할 수밖에 없다. 종교를 믿는 세대의 고령층은 특히나 대면 문화에 익숙하다.

신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종교는 사람의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변한다. 종교도 변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는다면 종교 역시 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흑사병이 기독교의 쇠퇴와 중세 시대의 몰락에 기폭제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는 우리 시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종교는 또 한 번 큰 기로에 섰다. 어떤 길을 찾아갈지, 어떤 기록을 남길지. 코로나 시대의 종교는 또 다른 토착화가 필요하다. 옛날의 불교가 도깨비와 삼신할머니를 포용했듯.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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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이르러서는 사찰 불사를 전담하던 스님들의 맥이 많이 끊어지고 건축부터 불상 조성, 불화 작업 등이 거의 다 민간의 전문가에게 넘어갔다. 그래도 절집에서 민화를 자구책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서민들의 소망이 담긴 벽(p.198)화들이 고찰마다 남아 있어 우리로 하여금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p.199

연을 표시하는 간지를 세차, 월을 표시하는 간지를 월건, 일을 표시하는 것을 일진, 시간을 표시하는 것을 시진이라 한다. 곧 간지로 연월일시를(p.215) 다 표시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간지를 사주라 하고 모두 합치면 여덟 자이기 때문에 팔자라고 한다. p.216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은 아주 아득한 옛날 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담배는 임진왜란 무렵에 처음 일본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그리 먼 시절도 아니다. p.231

불행하게도 1980년 이후 사찰에서 비불교적 요소의 그림들을 지워 버리는 운동이 전개되는 바람에 대다수 대중들의 정서를 담았던 벽화들이 사라지는 아픔이 있었다. 순수불교를 주장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포용했던 불교(p.233)의 융통성이 없어진 것이기도 하다. p.234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행원은 승속을 떠나 모든 불자들이 반드시 행해야 할 구도의 지침이며 목적이다. p.295

불교에서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고 보현보살은 행원을 상징하고 있듯이 사자는 백수의 왕으로서의 지혜와 용맹을, 코끼리는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정진과 원력을 상징한다. p.314

어느 나라가 되었든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들의 민간신앙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어느 민족이나 고대로 올라 갈수록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있다. p.333

원래 귀신이란 글자에서 귀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초인적 존재이고, 신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초인적 존재였다. ... 유일신 신앙이 들어오면서 귀신이라 하면 모두 미신의 대상이 되어 싸잡아 나쁜 의미로 변하게 되었다. p.333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오욕에 물든 세상이지만 중생의 마음이 청정해지면 이 세상이 바로 정토요 극락세계라는 것이다. 곧 번뇌와 망상이 다 떨어진 자리,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가 마음을 어(p.397)떻게 쓰느냐에 따라 행복도 만들어 내고 불행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p.398

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명을 함께하는 새이기 때문에 머리는 둘이지만 몸은 하나로 되어 있다. (p.488) ... 모든 중생은 공명조의 운명과 같다. 이것이 생하면 저것이 생하고, 저것이 멸하면 이것이 멸하는 법이다. 지구 환경이 나빠지면 모든 중생이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마음만 비우면 고생의 삶을 살 수 있다. p.494

조선은 국가 운영 이념으로 유교를 선택하였지만 도덕과 윤리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곧 중생들의 원초적 희망인 무병장수와 질병퇴치, 사후명복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불교라고 해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기도할 수 있는 공간과 의식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조선 시대에도 불교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대 사회부터 인류는 하늘에 빌든, 산천에 빌든, 바위에 빌든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빌어 왔다. 그렇게 비는 문화는 인지가 발달하면서 고등종교인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로 옮겨갔지만 인간의 소망을 비는 풍습은 없어지지 않았다. 조선 시대 들어와서도 국가의 이념은 유교였지만 안녕과 장수, 선왕의 명복을 비는 것은 절집에 의존했고, 그렇게 해서 생긴 원당사찰이 도처에 있다. p.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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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사상-김호기] 고전을 읽는 법 그리고 쓰는 법 | Memento 2020-1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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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상을 뒤흔든 사상

김호기 저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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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한든 사상, 고전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고전을 읽는법과 쓰는법을 배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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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전에 대한 욕망은 가득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전에 대한 이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껴진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 서적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기본, 원전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중요한 고전인 경우에는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들이 워낙 많다.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감히! 엑기스는 이미 충분히 먹었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원전에 접근하기 어렵다. 고전의 내용과 의미는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지만, 문체나 단어는 시간의 흐름이 절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용도 어렵지만, 문체나 번역투나 고루한 문체는 고전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또 한 번 용기를 내 본다. 김호기 교수의 <세상을 뒤흔든 사상>을 읽고서다. 이 책은 현대 고전에 접근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를 만들어온 40권의 책을 소개한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절절한 서론들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신경 들여 썼는지 짐작케 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원전을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우선 저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또한 저자를 있게 한 시대적 배경 역시 중요하다. 나아가 해당 책과 연관된 저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원전에 직접 도전하기 어렵다면, 저자가 추천해준 개설서 역시 사전에 읽어보면 좋겠다. 이렇게 저자의 설명을 따라 가다보면 고전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고전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서평을 배울 수 있다. 저자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저자가 써나간 방식은 고전에 대한 서평 중 가장 좋은 교본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관통하는 사상을 읽을 수 있는 책 소개부터, 저자와 시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군더더기 없다. 더군다나 어렵고 어려운 원전을 깔끔하게 요약해내고, 저자의 다른 저작들과의 비교하고, 우리 사회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은 하루 이틀의 내공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을 모방한다면, 고전을 이해하고 글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기술도 터득할 법하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원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서평을 쓰는 법을 한 번에 터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주제인 사상은 부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저자의 글들을 편하게 읽었다.

얼마 전 이사로 부득이 책을 버려야 했다. 십여년 간 모아왔던 책들을 뒤로하며 살려야할 책과 죽여야 할 책을 골라야만 했다. 그때 선정 기준이 바로 고전 여부였다. 물론 완독한 적은 없다. 성문기본영어가 그렇고, 수학의 정석이 그렇다. 시작이 반이지만, 언제나 반에만 멈췄다. 결국 집에는 무수히 시도했지만 좌절케 했던 책들만 남았다. 분명 또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세상을 뒤흔든 사상>은 고전에 대한 욕구를 다시 일깨워줬고, 읽는 방법을, 그리고 다시 써야할 길을 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길을 따라서 이뤄내는 건 별개의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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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정치학은 물론 사회학, 행정학, 복지학 그리고 철학과 역사학에까지 매우 중요하다. 권력 투쟁인 동시에 갈등 조정의 주체인 정치에 대해선 근(p.147)대 이후 사회과학이 체계화되면서 숱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러한 정치의 본질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정치가 불가피하다면, ‘정치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적 물음이다. p.148

지식인에게 최고의 영예는 자신의 이론을 청소년들이 배우는 것이다. p.148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제도의 두 차원은 정치와 경제다. 경제가 물질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목표라면, 정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롤즈의 <정의론> 1장 제1절을 시작하는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이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p.152

사상의 유행 속에는 유행과 알맹이가 뒤섞여 있다. 소멸하는 유행의 거품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그 해(p.174)답을 찾아내는 것은 인문, 사회과학자들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p.175

사상은 논쟁을 통해 성숙하고 풍요로워진다. 논쟁은 메마른 사상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해 설득력과 공감을 높인다. p.178

최근 주목할 현상은 이데올로기의 통섭이다. 보수가 진보 정책을 차용하고 진보가 보수 정책을 활용하는 탈이념의 경향이 21세기 현재 정치사회의 풍경을 이룬다. 정치 본래의 특징 중 하나가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라면, 이념의 시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서로 다른 대안들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라면, 기성 이념의 쇠퇴 역시 계속될 것이다. p.200

정부란 다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저 단순히 정치적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p.227

서구 현대성의 양축을 이뤄온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였다. 자본주의가 경제적 생활을 생산, 재생산하는 양식이라면,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적 생활을 규율하고 향상시키는 원리다. 민주주의란 본디 인민의 지배를 뜻한다. 이 인민의 지배를 제도화한 게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다. 의회가 대의민주주의의 조직적 거점이라면, 사회운동은 참여민주주의의 실천적 현장이다. 이러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협력 및 견제를 이뤄온 게 현대성의 역사였다. p.237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 - 헌팅턴 <문명의 충돌> p.251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부여된 혁신의 과제가 이중적이라는 점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혁신은 물론(p.256) 지역주의 정치와 이기주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 혁신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 이중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우리 사회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p.256

우파대 좌파가 주도하는 양당 정치에 익숙한 서구사회에서 제3의 길이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정치의 본질이 대립과 갈등에 잇는 한, 3의 길은 절충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게 정치에 부여된 과제인 한, 3의 길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은 앞으로도 계속 추구될 것이다. p.264

21세기 오늘날 불평등은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시련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은 문화적 통합을 훼손시킴으로써 우리 시대를 불안과 분노의 시대로 바꾸어 놓고 있다. p.271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1789, 프랑스대혁명) p.274

인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인간에게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항상 기억하면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p.279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잇지 않을 뿐이다.” -윌리엄 깁슨 p.280

개인들은 곧 사라질 것들로 이루어진 이 정글에서 스스로 명확한 전망을 세움으로써 자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 p.331

벡은 이러한 위험사회의 도래에 대한 두 가지 대응을 주목한다. 하나는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적 반성의 강화다. 이 성찰적 반성은 현대성과 탈현대성과 구별되는, 위험으로 인해 비판적 공론장이 형성되는 2의 현대로서의 성찰적 현대화의 특징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환경, 반핵, 평화운동 등으로 나타나는 하위정치의 부상이다. 위험에 대한(p.335) 대처는 정치가나 과학자에게만 맡겨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p.336

위험사회론의 유용성이 크게 주목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였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벡이 말하는 생태 위기의 새로운 위험은 물론 재난 대처 시스템 부재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오래된 위험이 공존하는 이중적 위험사회임을 증거했다. p.338

벡이 강조하듯 제2의 현대에서 위험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을 안겨주지만, 그 과학기술에 내재된 위험을 모두 측정하고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위험의 안전한 제거가 아니라 위험의 가능한 한 최소화가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p.339

그 결과 우리 시대는 개인화되고 사적으로 변한 근대, 유형을 짜야 하는 부담과 실패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개인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p.353

경쟁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파편화하고 결국 부정해 버리는 경쟁체제로는 인간적인 사회를 열어갈 수 없다. p.361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합한 대중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도덕적 과제다.”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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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김영준] 우리의 일상은 전쟁속에서 피어난다 | Memento 2020-11-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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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골목의 전쟁

김영준 저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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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전쟁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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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집까지 가는 길의 마지막 경로다. 이 골목에서 밥도 먹고, 안주도 사고, 친구도 만난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삶이 이뤄지는 배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목숨을 건 사생결단의 장소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골목이다. 김영준의 <골목의 전쟁>은 이 사생결단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생산자, 즉 자영업자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얘기한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직장에 소속된 임금 노동자다. 퇴사가 꿈인 임금 노동자는 사장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영업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골목의 전쟁>은 거기에 대해 데이터와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분석해 준다.

사실 자영업은 어느 직종보다 노오오력이 필요하다. 영업시간은 기본이고, 영업을 위한 준비시간 역시 필요하다.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개발하고 구상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들이는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꼭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무수한 노력이 빛을 보기까지 건물 임대료, 돌발사태(질병이나 부정적 매스컴 등)를 버텨내는 것도 기적이다. 사실 자영업 만큼 그 노오오력을 보답받기 힘든 직종도 없다. 치고 빠지는 형식으로 권리금 장사도 방법이겠지만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역시 부단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할테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만, 자영업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도 어려운 현실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끔은 뛰어난 퀄리티를 가졌음에도 영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저렇게 영업을 하면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고? 저정도면 나도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부각된 측면이 많겠지만 이런 사례들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골목에서 일어나고 매일 겪는 일이다. 프렌차이즈들이 골목에 진격해서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옥석을 가려낼 여유가 없다. 맛집은 아니라도 평타는 하는 곳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자영업은 생존에 그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반드시 노력이나 질에 달려 있지 않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

여기 음식은 왜이렇게 고품질에 저렴하나요라는 질문에 사장이 여기 건물주 아들이에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진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자영업 역시 불평등의 현실에 놓여 있다. 생존기간이 짧은 사실은 그만큼 노동의 부가 어디론가 새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일 수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일 수 있고, 구조적인 문제와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오해 일 수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정부 정책은 이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할 테다. 한계 자영업은 폐업을 하고 다른 임금 시장으로 이동함이 마땅하다. 그게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유리할 테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출구전략을 짜내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골목길 역시 삶의 현장이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똑같이 뛰놀았다. 그럴 때마다 골목길은 늘 막다른 길들로 이어져 있다. 삶이 언제고 평등한 적이 있었냐만은 우리집으로 가는 마지막 구간마저도 숨막히는 현장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길로 빠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고민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테다. 100세 시대니 만큼, 평생직장이 없는 만큼, 미리미리 준비할 일이다. 골목이라는 전쟁터로 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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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생산자의 오해는 이런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로 인해 소비자는 시장을 불신할 뿐만 아니라 저거 참 쉬워 보이니 나도 하면 돈을 쉽게 벌겠네.’라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코다치기도 한다. 그 점에서 자영업 이야기는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야기도 하고, 더 넓게 보면 임대인까지 얽힌 이야기다. p.9

무지로 인한 불신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을 더 각박하고 괴롭게 만든다. 당장은 가격을 깎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행위가 나를 속이고 이용하려는 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성취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 행위는 소비자에 의한 생산자 착취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p.31

잘못된 분노야말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며,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냉정함을 찾고 현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싸구려 분노를 유도하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p.35

냉정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들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진술을 토대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그것도 성공에 도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신뢰도가 낮다. p.87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 아이템이 큰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자의 눈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통하지 않는다. 이것을 망각하고 아이템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 확률도 높지 않다. p.106

멋진 성공 비결이 아닌, 매우 어처구니없는 이유가 성공으로 이끄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p.120

성공 스토리에서 거론하는 비결이 진짜가 아닌 이유는 바로 소비시장이 이토록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p.124

직관과 예감은 이미 사실로 판명 난 것들을 위해 준비된 단어‘ -대니얼 카너먼(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심리학자) p.125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은 외면한 채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대기업에 의한 가격 후려치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원가 논란이 바로 그렇다. p.136

폭리가 절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낮다. 폭리 논쟁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가격에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p.159

요식/서비스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대량생산이라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표준화가 필수이다. p.163

프랜차이즈의 등장 덕분에 소비상품의 평균적인 질이 빠르게 높아졌으며 저변이 확대되었다. 덕분에 양질의 동네 가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p.168

역량이 부족한 생산자들이 뛰어나지 못한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나 사회 전체에 긍정적이지 않다. 프랜차이즈는 골목 상권의 평균적인 질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p.170

짜왕과 진짬뽐의 성공은 프리미엄 라면이라서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오리지널 상품과 질의 간극을 좁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팔린다고 놀라워할 것이 아니라, 불황이라 원래부터도 특별하지 않았던 오리지널 상품이 더 저렴한 대량생산품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이것은 기존 자영업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기술발전으로 대량생산된 상품들이 오리지널과의 간극을 좁혀간다면, 이런 현상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질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p.175)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자영업자 중에서 상당수는 이러한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해온 대로 하고, 만든 것만 계속 만든다. / 물론 이것은 다분히 관성적인 측면이 있지만, 환경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p.176

흔히 자영업자는 자본력에 밀려서 망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좀 다르다. 자본력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쫓기고 있다. p.178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작은 가게들이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대량생산품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제는 무의미한 포장지에 불과하며 생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p.184

프렌차이즈가 다양하고 수준 높은 가게들로 이뤄진 상권에 자본력을 투하하여 서비스를 획일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며, 기존 사업자들을 외곽으로 내쫓는(p.185) 경우가 많다. 또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임대인에게 건물 전체 임대, 또는 훨씬 비싼 임대료를 제안하여 기존의 경쟁력 있는 가게를 내보내게 유도한다. ... 어두운 부분은 바로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확장성에 있다. ... 시장 진입이 매우 쉽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원래라면 자영업을 해서는 안 도리 사람도 무분별하게 프랜차이즈를 통해 연명할 수 있고, 진입이 쉽기에 경쟁강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p.186

전통시장의 위기는 그것을 움직이는 상인들이 현대의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기존의 영업방식과 시스템을 지지해줄 장노년층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라고도 볼 수 있다. p.193

상권과 입지는 다르다. 입지가 가게가 위치하는 지리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상권은 상업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는 공간의 개념이다. 그래서 상권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과 점포의 특성에 의해 다른 모습과 특성을 띠기 마련이며, 같은 상권의 동일 업종이라도 입지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서로 다르다. 조금 단순하게 말하면, 상권은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할 것(p.199)인가라면, 입지는 어느 건물에서 사업을 할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p.200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인구의 수가 수익에만 영향을 주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임대료에도 영향을 주기에 비용과도 관련이 있다. 즉 사업자에게 유동인구란 수익의 원천이자 핵심적 비용의 원천이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다. p.202

상업적 측면에서 자동차는 활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p.204

상권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가로가 걷는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매력적인 상점과 다양성, 걷기 좋은 물리적 환경 등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는 그동안 상권지 자체에만 지나치게(p.206) 초점을 두었다. 이제는 초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상권의 환경이 보행자에게 얼마나 적합한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p.207

이런 식으로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단지는 새로운 상권을 키워낼 인큐베이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상권은 개개의 사업자들이 골목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상권, 그리고 정교한 기획을 통해 만든 기업형 대형 상권으로 양분되고 있다. p.212

일단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 또한 주변의 핵심 상권에서 멀지 않은 주택단지가 그 후보지를 차지하게 된다. ... 이는 기존의 중심 상권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피난의 성격이 있기에, 특별한 조건이 있지 않은 이상 비교적 인근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p.211

다양성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특정 지여그이 상권이 어느 정도 발달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도 이 기준은 매우 유용하며, 이것은 상권의 미래를 예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p.218

업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매출의 한계가 결정되고, 사실상 그에 맞춰 입점할 수 있는 곳이 정해진다. 그래서 임대료에 따라 도로 주변에 들어설 수 있는 가게들이 서로 달라지며,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도로의 풍경이 결정된다. p.223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성공하는 도시의 요건으로 소비의 즐거움이 가득한 것을 들었다. ... 그런점에서 보자면, 특색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들은 도시 성공의 상징이자 상권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길은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p.228

상권의 발달과 더불어 높아지는 권리금이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어 리스크 추구자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그로 인해 쇠퇴하는 상권이 반전되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 p.254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대인도 좋고 중개인도 좋다. 즉 서로 이익의 방향이 같다. 그래서 임대인은 임대료를 잘 조정해서 올려주는 중개업자를 선호하며, 중개업자도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올리라고 권하게 된다. 이것은 중개인이 사악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행 제도와 부동산 중개업의 치열한 경쟁이 불러온 것이다. p.260

 자영업자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일자리 문제의 해결밖에 없다. 사업체가 영세 규모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영세업체 보호가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본의, 혹은 타의로 준비 없이 자영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p.286

자영업자야말로 노력의 배신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보다 주당 평균(p.296) 4.7시간을 더 일한다. 특히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평균보다 14.9시간을 더 일한다. 그렇게 더 일하고도 소득은 임금 노동자에 비해 낮다. 더군다나 5년 내 폐업률도 매우 높다. 노력이 그토록 대단한 것이라면, 더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돈은 더 적게 벌고, 스스로 만든 일자리마저 잃어버리기 쉬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p.297

본업을 우지하면서 자영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실행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가 대리인 문제이다. ... 요약하자면, 기업의 소유자와 경영자가 분리되어 있을 때, 이들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p.304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투기다.”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돈은 있지만 안목과 취향이 빈곤한 사람들, 이들의 주변에는 업자들이 몰린다. 이런 업자들은 아주 훌륭한 세일즈맨이다. ...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붕어빵들이 쉽게 탄생하는 원인이다. p.318

규모가 작은 자영업은 오직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며 성실성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래서 시스템에 가려져 있던 갠인의 역량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스템의 일원이던 사람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에 뛰어들려면, 먼저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전히(p.319) 기업 시스템의 백업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면 승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관리다. p.320

2의 인생이란 것은 제1의 인생 속에서 다음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했을 때에나 잘 굴러간다. 1의 인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 행운아는 그다지 많지 않다. p.321

자영업은 노력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면 5년 내 생존율은 20%대가 아니라 최소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말로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자영업의 미래를 누리고 싶다면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이것만이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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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이정모] 무뎌진 장단점 | Memento 2020-10-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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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이정모 저
바틀비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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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여러 개의 손가락을 주셨듯이 과학의 방법도 여러개지 않을까. 장점이자 단점인 정치적 선명성이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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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권에서도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을 정치적 선명성이라 했다. 2권 역시 기존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칼날이 무뎌진 느낌은 있다. 정권의 변화에 따름일까. 다소 톤 다운은 확연하게 느껴진다. 전작들이 사회나 정치문제에 대한 극렬한 비판(혹은 비난)이었다면, 금번의 글들은 문제 해결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혹은 제안)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다. 이런 논조 변화(?)에 대해서 사람마다 판단 기준은 다르겠지만...



혹자는 이게 무슨 과학책이냐며 분개할지 모르겠다. 이런 일방적인 주장이 무슨 과학이냐고, 그저 정치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느냐고. 분명 저자는 1권에서부터 밝혔다. 이 책은 칼럼을 모은 책이다. 칼럼은 짧은 분량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논쟁을 일으키는 게 당연하다.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니까. 모두 같은 생각을 강요할 때 우리는 갈릴레이의 입을 막았고, 논문을 조작했음에도 국익 앞에 내부고발자는 죄인이 되었다. 논쟁은 분명히 시끄럽고 비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서로를 검증하는데 적합하다. 과학이 택한 방법 역시 논문과 데이터로 논쟁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는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만큼 객관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불평할지 모르겠다. 결국은 탈정치를 주장하는 것인데, 역설적이게 가장 정치적인 발언이다. 좌우나 기타 이념에 의해 과학이 왜곡되지 않도록 탈정치화 하자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지 말자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르자는 말인가?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검증절차를 폐기하자는 건가. 논쟁을 버리고 어떻게 기준을 세워가자는 말인가. 기존의 어떤 길을 따르자는 말인가? 그렇다면 패러다임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테다. 결국 무엇을 따를지는 탈정치를 외친 사람만이 정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다 정치질이니 닥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전작에서 저자는 과학을 생각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 말했다. 저자가 배운 과학과 다른 사람들이 배운 과학은 같다. 각자가 가진 방법과 태도가 다르기에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분명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결국 과학의 힘이다. ‘신이 여러 개의 손가락을 주신 것처럼 인류에게도 여러 가지 길을 주셨다’ “무조건적인 옹호와 비판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반박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자들에 대한 관용(p.344)”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는게 아닐까.



과학이라는 전문지식과 정치적 사안, 이를 연결하는 글 솜씨와 전개 과정에 넘치는 유머는 여전하다. 다만 가장 큰 장점이 다소 사라져서 아쉽다. 모두까기 인형을 바란 건 아니지만, 1권과 2권 사이에 있었던 상황의 변화가 절실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저자가 해야 할 말을 선명하게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문제가 없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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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과학을 알고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우주라든지 생명의 기원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덜 불안해하면서 조금 더 안전하게 살고 그리고 우리가 낸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죠. p.7

이해는 완전한 암기를 위한 준비과정이지.” p.10

창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p.12

아는 만큼 생각한다. 머리에 들어 있는 게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다. 창의라는 로켓은 암기라는 스프링의 힘으로 발사된다. 암기를 잘하면서도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암기를 못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없다. p.13

고생물학자 토머스 홀츠의 말마따나 때로 과학에서는 모른다가 제일 좋은 답이다. 과학에서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모른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을 믿는 게 가장 안전하다. 짐작은 얼마든지 하되 대답은 모른다고 하자. p.24

똘똘 뭉치는 게 운동이 아니다. 운동은 늘 자기편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p.92

자기가 얻은 점수를 얼른 납득하고 인정하는 것도 능력이다. p.149

공포와 혐오가 마구잡이로 퍼지면 우리는 그 공포와 혐오의 지배 속으로 들어간다. 쓸데없는 공포와 혐오의 혐의를 벗겨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전문가가 할 일이다. p.186

(마시멜로 심리학 실험) 연구팀은 인내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며 자기 통제력에는 이성이나 의지보다는 마치 거기에 마시멜로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지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p.199

명랑한 사회가 되려면 미래 보상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시민, 특히 젊은이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환경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모두 복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참을성을 시험하지 마시라. p.201

조용히 도와주면 된다. 며느리가 핀잔 좀 들었다고 불같이 일어서면 며느리만 외로워진다. ... 지지자들(p.343)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옹호와 비판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반박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자들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 p.344

p.349

땅 위의 영양분을 물속으로 운반하는 것이 하마의 생태적인 역할인 것처럼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역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 돈 먹는 하마에게는 돈을 아낌없이 주자. p.349

사서는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지식 큐레이터다. 근사한 현대식 도서관 건물에 수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다 읽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게 맞는 책을 권해 주고 내 독서 인생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이 바로 사서다. 사서야말로 도서관의 핵심역량이자 생명이다. p.358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p.359

어렵거나 실패를 많이 겪을지라도 우리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익혀두여야 할 방법과 태도가 과학이에요. 과학은 어려울 수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았을 때, 뭔가 알아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때 재미를 느끼는 거지요.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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