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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한스 라트] 한 명의 의인 | Memento 2021-08-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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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한스 라트 저/박종대 역
열린책들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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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은 악마가 차지했다. 소돔과 고모라는 현실에 임했다. 우리에게 남은 한 명의 의인은 악마와 계약을 맺을까? 영혼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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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의 후속작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전작이 심리치료사 야콥 야코비 앞에 나타난 신과의 상담이라면, 이번에는 악마가 나타나 계약을 맺자고 조른다. 야콥 야코비의 영혼 매매 계약이다. 영혼을 판다면 인간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한다. 신이 왔으니, 이번에는 악마의 방문. 그저 그런 속편이라 예상한다면 큰 실수다. 한스 라트는 본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속설을 확실하게 부숴준다.

야콥 야코비는 철저히 이성적인 사람이다. 눈 앞에서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지고, 악마의 위력을 체감하더라도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그 어떤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지킨다. 영혼을 판다고해서 그 어떤 제약이 생기지 않더라도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고자 애쓴다. 그렇다고 딱히 신을 믿는 건 아니다. 어렴풋이 신과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끝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한다. 주변 사람들이 욕망에 무너지고, 위기에 처해도 꿋꿋하게 버텨낸다. 물론 신의 도움이 있지만.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의 존재는 얼마나 힘겨운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스스로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끊임없이 번뇌하고 고민해야 한다. 신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을 세우지 못하면 그 순간 인간은 무너진다. 악마의 유혹은 그 순간 우리에게 다가온다. 악마는 간교하다. 치밀하다. 때로는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방심하는 순간 영혼을 잃고 추락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자신의 존재를 지키는 일은 그 어떤 이익을 주지도 않는다. 영혼을 판단고해서 당장에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수많은 이익이 생긴다.

신의 공백은 악마가 차지했다. 지옥은 더 이상 지하에 있지 않다. 지옥의 불구덩이는 현실에 임한다. 스스로의 영혼을 지키지 못한 자들로 인해 지옥은 현실에서 불야성을 이룬다. 모두가 행복하다. 다만, 고통받는 사람은 스스로의 영혼을 지킨 사람 뿐이다. 이 세상은 소돔과 고모라다. 영혼을 지킨 의인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과연 야콥은 어떻게 자신의 영혼을 지켜내는지 궁금하다면 당장 책을 집어들어라. 그리고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를 통해 한 명의 의인이 어떻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를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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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화살을 쏘려면 먼저 화살촉에 꿀부터 바르라는 말이 있죠다카하시가 말한다. “, 멋진 말이네요.” 내가 즉시 화제를 바꾼다. “공자 말씀인가요?” “아뇨, 마라케시의 한 벨리 댄서한테서 들은 얘기입니다.” p.131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말라고.” “훌륭한 말이네요.” 내가 말한다. “이건 설마 공자님 말씀이겠죠?” 다카하시는 고개를 흔든다. “아뇨. 엘비스 프레슬리의 말입니다.” p.137

양봉업자라고 벌침에 면역이 되는 건 아니듯 심리학자도 노이로제에 면역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p.138

도미누스 보비스쿰 Dominus Vobiscum. 미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경구인데, 보잘것없는 내 라틴어 실력과 아득한 종교수업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이 말은 충분히 번역할 수 있다. 주님께서 너희와 함께하시니. p.207

인간은 모두 똑같아요. 사랑, 증오, 질투, 복수, 탐욕, 허영, 향락, 이런 문제들 앞에서는 교황도 다른 평범한 인간들과 차이가 없어요. 그저 약한 존재죠. 그래서 하늘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간은 기도하려고 두 손을 모은 동안에만 죄를 지을 수 없을 거라고. 나는 거기다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요. 하지만 어쩌랴, 인간은 점점 기도를 하지 않는걸!” p.298

마음속에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절대 완전히 나쁠 수는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해.” 내가 잠시 후 덧붙인다. “설사 그가 악마라고 하더라도.”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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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재팬-브래드 글로서먼] 피크 재팬에서 피크 코리아를 보다 | Memento 2021-08-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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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피크 재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

브래드 글로서먼 저/김성훈 역
김영사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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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의 미래다. 그들이 가진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일본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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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웃나라일본은 우리의 미래다. ‘일본에서 일어난 일은 10년 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배틀로얄에서 그려진 왕따와 따돌림 이야기가 그렇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발생할거라고 충분히 예견 가능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문제가 심각해진 지금은 강력한 처벌만을 외치고 있다. 강력한 처벌만으로 해결된 문제였다면 먼저 겪은 일본에서 왕따를 어느 정도 해결했을 테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그 결과 자국 내 문화 작품으로 표출되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일본의 모습에 따라 근대화를 이루었고, 그 뒤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피크 재팬과 마찬가지로 피크 코리아역시 머지않은 미래가 될지 모른다.

<피크 재팬>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저자는 한국의 가장 큰 실패는 일본의 실패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p.15)”한다고.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의 현재만을 나타내지 않고, 우리의 미래까지 보여줄 수 있다. 일본을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이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이 정점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향후 한국의 대전략에서 일본은 배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p.575)” 좋으나 싫으나 일본과는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 그들이 가진 힘과 규모는 여전히 강하다. 역자 역시 강조한다. 당장 인구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이며, 아시아식 근대화의 원형인 셈인데, 이를 토대로 수많은 변형된아시아식 근대화가 이뤄져 왔(p.580)”기에 일본의 변화는 살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일본의 위상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결된다. 이를 놓쳤을 때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이미 충분히 겪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했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식민지 경영을 하는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패전 후 위기 속에서 한국전쟁을 통해 기사회생했고, 1980년대의 경제 부흥을 통해 강대국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대국이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이 일본의 정점이라고 본다. 현재까지 일본은 메이지유신 영향력 아래 있다. 지금의 일본 극우세력은 과거의 가치관으로부터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찾(p.454)”고 있으며, 그 과거의 가치관이 바로 메이지 유신이다. “아베 정부 시기는 일종의 막간에 해당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는 순간(p.538)”이라 평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근대화 성공비결을 지방 분권으로 인한 다양성의 힘으로 생각한다. 다른 아시아 국가는 왕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체제였다. 왕만 포섭된다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일본은 지방의 권력들이 막부 정권에 저항하면서 자신들만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천황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었다. 약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셈인데, 지금은 오히려 그 강점, 과거의 성공의 경험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한다.

역자의 요약을 살펴보면 일본의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복고주의적 관점)’생활보수주의적 성향(공동체 강조 관점)’이 맞물리면서 개혁의 흐름을 막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는 우리가 매번 경험한다. 이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역사인식 문제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생활보수주의적 성향은 내향적 자기보호 성향으로 사토리 세대의 인식과 유사하다. 큰 변화에서 오는 불확실성보다는 오늘날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선호(p537~538)”한다. 거대한 담론이나 사회보다는 자신의 생활과 안정을 추구하는 내향적인 성향이 강화될수록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외교적 소란을 반기지 않(p.574)”게 되고, 편협한 민족주의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동력이 상실한다.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하는 주변국과의 분쟁은 정책결정자와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우선순위(p.194)”를 바꿔버린다. 한국과의 역사 분쟁,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일본이 떠들썩한 것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바다.

여기에 정치인의 리더십 부재(관료들이 배를 물에 띄워놓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백이야말로 지정학적 불안정이 요동치는 순간에 일본의 안보와 번영에 갈수록 위협이 되었다(p.92)”), 공고한 시스템의 역설(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되었건 간에 ...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이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솎아내도록 되어 있다. ...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면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억제하거나 사고를 바꾸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p.215)”-다마모토 마사루)은 일본의 변화를 더욱 더디게 한다. 그 결과 대재앙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사회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메이지시대의 영광을 바라지만, 그때의 정신은 현 세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일본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에서 독립해야 한다. 일본은 탈아하기로 결정했던 메이지 시대의 결정적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당시에는 타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의 선택을 가로막았다(p.543)” 게다가 “2020년 도쿄올림픽은 ... 일본의 재부활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정점을 찍은 일본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계기(p.558)”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올림픽은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여로 모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과 일본은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미국과의 동맹최선의 전략적 선택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끼여 있다는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점(p.14)”을 숙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넌지시 강요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아남는 일에 일본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변화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 그 옛날의 아픔이 역사가 아닌 현실로 되살아 날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일본의 일은 우리 사회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은 모든 선진 민주주의국가가 궁극적으로 직면할 문제들과 이미 당면해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요하고도 잠재적인 실험실(p.34)”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것으로만 생각했던 왕따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심각한 현안으로 다가왔다. <피크재팬>은 우리에게 말한다. 일본의 정점과 하강은 우리의 미래라고, 우리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우리의 하강이 시작되는 지점일 수 있다고. 그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읽고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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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유사성과 한일 양국 정부가 내린 결정에 따른 잠재적인 전략적 후과도 마찬가지로 우려스럽다. 한국은 스스로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능동적인 힘이 있다.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끼여 있는 새우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처럼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다. 나는 미국과의 동맹이 한일 양국으로서 최선의 전략적 선택이라고 믿지만,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며 이 선택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것이다. 끼여 있다는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p.14

한국의 가장 큰 실패는 일본의 실패를 마치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웃 국가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불안한 한일 관계는 양국을 둘(p.14)다 전략적 차원에서 취약하게 만든다. 동북아시아는 군사 역량을 현대화하고 강화하는 적들이 있는 불안한 지역이다. p.15

한일 양국은 새로운 가능성을 움켜쥐어야 하며 또한 동시에 새로운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두 나라는 이런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에 상당히 적합하지만, 성공 여부는 두 나라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철히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p.16

일본은 모든 선진 민주주의국가가 궁극적으로 직면할 문제들과 이미 당면해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중요하고도 잠재적인 실험실이 될 수도 있다. p.34

역사학이란 많은 경우에 상승했다가 궁극적으로 주저앉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국가의 궤적을 그려가는 작업이다. p.37

관료들이 배를 물에 띄워놓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공백이야말로 지정학적 불안정이 요동치는 순간에 일본의 안보와 번영에 갈수록 위협이 되었다. p.92

일본의 우울한 성과는 일본 지도자들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다루지 못했던 구조적 문제의 산물이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인 치코 할런은 201210월에 일본을 짓누르고 있던 우울한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한때 번영과 권(p.123)력을 어떻게 거머쥐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던 세계적인 모델이 이제는 장기적 슬럼프에 빠졌을 뿐 아니라 달아날 수 없는 쇠퇴에 접어들었다.” p.124

희망과 자부심을 다시 불어넣으려면 극단적 조치가 필요(p.138)하다고 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강한 위기의식절대적으로 필요하며국민은 우선 사안과 관련하여 극단적 조치를 각오해야 한다. 이러한 표현은 상당히 충격적이면서 국가 전략실과 전략가들이 오늘날 일본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용기와 통찰력, 결의가 요구되는 메이지 시대와 같다는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p.139

이런 정책적 수렴은 양대 정당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일본 정치는 유혈 스포츠가 되었고,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하거나 좌절시키려는 두 정당의 의지도 확고해졌다. ... 전술이 정치적 계산을 지배해왔으며, 더 큰 국가 이익에는 관심이 없거나 아주 작은 관심만 두었다. p.189

민주당 집권 시절에 우울한 경험을 하고 나서 일본 국민은 일본 정치 시스템(과 일본)을 괴롭히던 문제가 일당 지내나 자민당 지배 또는 뒤베르제의 법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일본은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졸렬하게 고안하고 실행한 정책, 놀라울 정도로 변화를 거부하고 쉽게 원상회복하는 정치, 경제구조, 개혁시도를 효과적으로 침묵시키는 보수적 문화와 국민 정서 그리고 불행 등이 결합하여 절뚝거리고 있었다. 또한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건이 계속 끼어들면서 정책결정자와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우선순위(p.194)도 바꿔버렸으며 정책 결정을 만들고 집행하는 환경을 변화시켰다. p.195

료마는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그는 당시 일본이 직면했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대응 방안을 강구했다.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일본의 위치는 어디인지, 편안한 질서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 등 그 당시와 똑같은 질문이 오늘날 일본 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 즉 그에 대한 답을 주었다는 점에서 료마는 글자 그대로 진정한 영웅이 되었다. 료마가 표상했던 가치관이 오늘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중이 믿을수록 그만큼 일본에서 료마를 영웅시하는 현상도 심해진다. 오늘날 그러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료마가 현대 일본에서 중요해지는 것이다. 2008년 정계에서 은퇴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p.202)리의 아들은 료마와 그의 동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합하다고 본다. ... 그 또한 영감을 받기 위해 마찬가지로 메이지 시대를 되돌아보았다. p.203

이런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다마모토 마사루가 설명한 바와 같이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누가 되었건 간에 ... 시스템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이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솎아내도록 되어 있다. ...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면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억제하거나 사고를 바꾸는 방법을 배운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p.215

현상 유지를 고수하는 경직성은 문화적으로 편견이 아주 강하면서도 극도로 위험을 기피하려는 일본인 대다수의 성(p.215)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마모토는 만일 위험을 감수한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하고 있는 셈이다. ...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 때만 당신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살마이 다 같이 실패하거나 성공한다. <7인의 사무라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사무라이가 아니라 소작농에 관한 영화다. 일본에는 귀족이 없다. 일본은 자기 자신을 관료라고 부르는 소작농이 관리하는 소작농 사회다.” p.216

정치인의 자식은 값진 통찰력이나 정치의 속사정에 노출될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습관이나 가정, 절차 등도 물려받는다. 특히 정치적 출세에 매우 중요하면서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인간관계또 물려받는다. 이는 정치가 원활히 진행하도록 해주고 인간관계를 결속시키기 때문에 일본 정치의 기본이 되는 후원회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쉬운 일은 기다리는 법이라고 인정했던 하야시 의원의 경우 4대째 세습 정치인이라는 점에 주목하라. p.217

일본 국민은 현재의 도전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모습에 갈수록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일본인은 어떤 면에서 시스템의 실패라면서 유권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p.218

투표율 하락은 국민이 체념했다는 신호로 보일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점령했던 미(p.219) 군정 당국이 일본인에게 민주주의를 부여했기때문에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본인은 민주주의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의 의무 사항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p.220

일본으로서는 메이지 시대 세계관에 있는 아시아와 서구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시급성이 더욱 커졌다. p.298

결국 311일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많은 일본인은 근대화의 도전을 직시해야만 했다. 후쿠시마원전의 실패는 21세기 일본 사회의 더 큰 실패를 상징했으며, 강대국이 되겠다는 야망 때문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었던 소비와 지칠 줄 모르는 성장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경제모델에 휘말려 일본의 근본적 성격과 본질에서부터 소원해진 게 아닌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p.303

결론적으로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사건은 단순히 재난으로 발생한 혼란의 결과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절망적인 수준으로 훼손된 것처럼 보였던 정치와 규제 차원을 넘어, 기획조차도 불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속성의 산물로서 총체적 실패였다.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는 311일 사건이 왜 중요한지 더욱 강조해준다. 사후 조사 결과 일본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똑같은 믿음과 똑같은 제도가 그날 있었던(p.317)던 사고의 근원이었다고 판명되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311일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을 들여다볼수록 일본인에게 자신들을 성공하게 해주었던 요인이 이날의 실패를 초래했던 것이 아닌가라고 되묻게 한다. p.318

일본 정치에 대한 미국 내 손꼽히는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문제의 책임이 문화라고 딱 집어서 말하는 것은 극단적인 변명이다. 만약 문화가 행동을 설명한다면, 누구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p.322

자연과 정치는 진공을 싫어하며, 민주당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아베와 자민당은 궁극적으로 다시 권좌로 빨려들어 갔다. 민주당은 통치 역량이 없다고 판명되었으며, 실질적인 위협(311일의 재난)과 잠재적인 위협(험악한 이웃(p.424) 국가들)으로 말미암아 역량 부족의 대가가 크다는 사실도 부각되었다. 2012년 선거 후 한 평론가는 만약 일본이 목적의식이 있는 지도자를 발견한다면 중국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p.425

적극적인 일본의 방위 태세는 일본의 무임승차 또는 저임승차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이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p.430

자신감을 고취하려면 일본 국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창 잘나가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성공과 겉으로 보기에 멈출 수 없었던 일본의 부상이 일본인의 사고를 옥죄었다. 잃어버린 10년이 반복되면서 일본인은 행복감과 목표의식을 상실하고 제2장에서 제5장까지 설명했던 충격, 특히 311일의 사건으로 삶의(p.453) 균형이 깨지고 불안해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공허함을 메우려면 극단적 조치와 미지의 미래에 대한 담대한 접근이 필요했다. 이 같은 시도에는 일본재생전략이나 일본판 뉴딜 추진 촉구등의 이름이 있다. / 하지만 몇몇 다른 사람은 과거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 이들은 과거의 가치관으로부터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찾는다. p.454

냉전이 끝나자 거품이 붕괴했고, 이후 일본 정부는 경제적 역동성과 정치적 안정을 회복하려고 분투했다. 어떻게 보더라도 이 둘은 상호 연계되어 있고 어느 한쪽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른 한쪽의 목표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이 과거에 성공을 거두었고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기울였던 관심이 크며 문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p.475)할 때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p.476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믿음직하고 갈수록 매서워지는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진전이 없다는 사실이 현대 일본의 가장 큰 수수께끼다. 국가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중을 엄청나게 동원했고 크게 성공을 거둔 전력이 있는 나라가 도대체 왜 외부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국내적 침체를 해소하지 못하는가? 이런 무기력은 정책결정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을 동원할 수 있었던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대내외적 충격을 감안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p.481

일본 문화와 전통에 대한 거의 모든 언급에서 다양성과 관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인(p.498)이 개혁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과거 그 자체와 과거라는 틀이 형성하는 관념이 그들의 사고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강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또한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도 추가적으로 일본을 바꾸는 데 강력한 걸림돌이 된다.(p.499) ... 단체를 강조하는 사고방식은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둔감하게 하고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도록 해서 불행이나 좋지 않느 결과를 수용하는 성향을 강화한다. 개인의 경험이 폄하된다면 변(p.500)화를 촉구하거나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국가의 통제 완화와 개인의 자율권 부여에 기반을 둔 자유화는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극도로 이질적이다. ... ‘를 요구하는 문화는 전체적으로 사회에 집중하는 풍조를 한층 심화시킨다. p.501

일본인의 관념과 전통, 문화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정체성은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는 태도를 점진적으로 만들어냈다. p.515

일본인의 시야가 좁아졌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일본인이 성장과 발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을 다시 생각해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롭고 발전적인 사고방식은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실용적이면서 철학적인 고려, 일본의 미래와 잠재 능려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편가, 새롭고 큰 것이 반드시 항상 더 좋은 건 아니라는 이롭ㄴ의 근대화에 대한 생각의 변화 등을 내포하고 있다. p.530

한계를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은 거의 체념하는 듯한 위험한 정서이며 21세기 일본의 기반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서는 일본에 널리 만연한 것처럼 보이는 불만과 그럼에도 현상 유지를 지속하겠다는 정서를 조화시킨다. 일본의 미래가 과거만큼 밝진 않지만 그래도 현재의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일본인은 잃을 것이 너무 많으며, 자신들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는 생각에 점차 물들어가면서도 큰 변화에서 오는 불확실성보다는 오(p.537)늘날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선호한다. / 이러한 해석이 옳다면 일본이 정점을 찍은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아베 정부 시기는 일종의 막간에 해당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하려는 전통적인 강대국주의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쓰는 순간이다. p.538

현재 일본 지도자들이 보이는 보수주의는 불신 받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되살리려는 시도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이 위험해 질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안보정책 개혁을 추진하면서 보여주었던 실용주의와 신중한 태도는 그도 이런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일본 국민과 아시아 지역에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 대체로 성공을 거두었다 아베가 과거사를 잘 활용한다면 일본을 아시아에 다시 통합시키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 문화와 전통이 아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좀(p.542) 더 예리하게 이해하고 평가한다면 아시아로의 복귀를 촉진할 것이다. / 그래서 일본은 탈아하기로 결정했던 메이지 시대의 결정적 요소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 선택은 당시에는 타당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본의 선택을 가로막았다. 일본은 아시아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 더는 아시아에 남아 있을 형편이 못 된다. 어떤 새로운 관계라도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새로운 사고방식에 달려 있다. 아시아 지역은 이제 단순히 일본의 관심 대상으로만 남거나 일본이 이끌어가야 하는 국가들의 집합체로만 여길 수 없다. 일본은 덜 계층적이고 더욱 평등한 질서를 추구하며, 진정한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한국 및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 나라 모두가 이런 비전을 실현하려 협력해야 한다. p.543

만약 모든 것이 잘된다면 그리고 만약 올림픽경기 이전에 놀랄 만한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을 축하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재부활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오히려 정점을 찍은 일본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p.558

이 책의 핵심적인 분석 대상은 그 해법이 정책 변화에 속도감 있게 반영되지 않는 지체 현상이다. p.564

저자는 일본에서 발견되는 과제 해결 지체의 원인으로 일본 사회가 선호하는 국가 비전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논의되는 개혁론과 상이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개혁론에 대한 비판적인 일본적국가 비전을 두 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일본적 가치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동일하지만 일본회의로 대표되는 복고주의적 관점과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공동체 강조 관점을 구별하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복고주의적 관점은 저자도(p.573) 우려하고 있는 일본 내 편협한 민족주의를 말한다. 이는 일본이 주변국과의 역사인식 문제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공동체 강조 관점은 편협한 민족주의와 유기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공동체 강조 관점은 현재의 삶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변화에 대한 거부의 내향적 생활보수주의 성향이다. 생활보수주의적 성향은 기본적으로 안정 추구적이라는 측면에서 편협한 민족주의가 야기할 수 있는 외교적 소란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보수주의의 내향적 자기보호 성향은 거시적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생활 안전성을 확보해주겠다고 목소리를 내는 리더십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가지기 쉽다. 생활보수주의의 내향성이 강화될수록, 정치권이 편협한 민족주의로 향할 때 이를 제어하는 사회적 힘은 왜소화된다. p.574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듯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이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이 정점에서 내려온다고 해서 향후 한국의 대전략에서 일본은 배제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p.575

일본은 1980년대까지의 성공에 너무 도취되어서 변화를 거부하며 서서히 동력을 잃고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덩치가 있다. 당장 인구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을 합친 규모다. 그리고 일본은 가장 먼저 아시아식 근대화를 주도한 국가라는 상징성이 있다. , 아시아식 근대화의 원형인 셈인데, 이를 토대로 수많은 변형된아시아식 근대화가 이뤄져 왔다. 앞으로도 일본의 중요성이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p.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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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진중권] 새로운 서사가 필요할 때 | Memento 2021-08-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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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진중권 저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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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논리는 낡았고, 진보세력의 기득권화로 민주화 서사 마저 붕괴했다. 기존 것을 고쳐쓸 것인가, 제3의 길을 찾을 것인가. 전자를 위해서는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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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어떤 명분을 가져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신뢰하는 정치인을 다시 잃을 수 없다는 마음, 정당한 권력을 행사해 민생을 부양해 달라는 의사, 비리를 척결하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대의. 그 어느 명분도 이 명제에 예외를 부여할 수 없다. 비판 받지 않는 권력은 어긋날 수 밖에 없다. 마치 살찌는 것과 같다. 권력의 몸집이 커지는 만큼 자기통제가 어렵고, 공격 받는 면적이 커진다.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과연 이러한 사태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까. 비난의 강도는 점점 거세진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이다. 그렇기에 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정치성향을 떠나 행정의 신뢰성과 정책의 지속성에 관한 문제다. 역점으로 꼽았던 부동산 문제는 선거와 표를 의식해서 누더기가 되었다. 정책의 미비를 보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행보는 혼란과 분노만 가중할 뿐이다. 방역도 마찬가지다. 말 잔치속에서 희망보다는 고통이 부각된다. 통계와 숫자 속에서 K만이 난무할 뿐, 정작 국민들은 K를 체감하기 어렵다. 그들이 본받고자 했던 사람의 정신에는 실책을 겸허히 인정했던 사람이 있지 않았던가.

진중권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강하게 비판한다. 노선을 갈아탔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비교적 피아구분 없이 모두를 까는 사람이다. 관종이라면 할 말 없지만, 괜히 모두까기 인형이라 불리는게 아니다. 진중권은 말한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 서사와 함께 민주화 서사도 파탄(p.332)”났다. 수저를 잘못 문 대다수 젊은이들은 민주화의 위선을 경멸하며, 민주화한 사회의 현실에 절망한다.(p.333)” 변화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젊어지려면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살해당해야 한다.(p.334)”고 말한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비장하게 만들었을까.

현재의 상황은 진보세력의 보수화, 기득권화에 있다. 민주당이 진보세력, 민주화 세력을 대표한다면 국민의 힘당은 보수세력, 산업화 세력을 대변한다.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보수세력은 무너지고 진보세력이 3번째 정권을 쟁취한다 산업화 시대의 논리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파열음은 민주화 시대의 논리가 현재 사회와 괴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민주화 세력의 “‘존재는 오래전 기득권층으로 변했으면서, ‘의식으로는 자기가 진보라 믿(p.331)”을 따름이다. 몸과 생각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갇혀 현재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과거 민주화 운동시절 대중과 함께 했었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일했고, 대중과 함께 행진했다. 하지만 기득권 된 그들은 대중과 괴리되었다. 특히 청년 세대가 그렇다. 그들이 전쟁 이야기에 넌더리를 냈던 것처럼, 요즘 젊은이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늘어놓는 민주화 서사를 냉소한다. 그들이 외쳤던 기존의 도덕은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잘난 민주화가 이뤄진 사회에서 성공의 지름길은 상속과 세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p.333)”이다. 자신들은 최소한 일자리와 아파트 한 채라도 받았지만, 현 세대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그들만의 먹고사니즘과 내 자식을 위한 내로남불은 젊은 세대의 분노를 일으킨다. 낡아버린 그들만의 도덕은 청년세대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타도하고자 했던 괴물을 어느새 타도한 사람들이 닮어버린 셈이다. 아니 그들이 살해한 나쁜 아버지보다 더 나쁜 아버지가(p.332)”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촛불혁명에 따른 촛불정권은 본연의 서사를 상실하고, 코로나19 속에 휘청이고 있다. 하지만 꼭 코로나19 탓만은 아니다. 혁명은 성공하는 순간 반혁명이 된다.(p.261)” 이는 불가피하다. 또한, 우리가 접하는 수 많은 비리와 부패는 진보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은 바뀌어도 권력은 늘 그 자리에 있(p.56)”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결국 기득권이라면 부패한다. 결국 우리는 제3의 길을 모색하거나, 기존의 것을 고쳐써야 한다. 산업화도 민주화도 어느 정도 이룩한 새로운 시대에 화두는 무엇인가. 기존의 정치, 좌우가 쇄신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저 거수기로 남아있는 청년세대가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에는 거기에 대한 대안 제시가 없어 아쉽다. 다만, 우리가 기존의 것을 다시 써야 한다면, 진중권의 비판은 참고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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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의 어원은 라틴어 팍툼(factum)이다. 팍툼은 만들어진이라는 뜻이다. 결국 사실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p.16

기술적 상상력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야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서 바람직한 사회의 비전을 가져와 지금 여기에 실현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선동가들은 대중이 가진 이 기술적 상상의 욕망을 흘러간 과거로 데려가, 이미 벌어져서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은폐하고 변명하는 가망 없는 노력에 낭비하게 만든다. p.19

현대의 대중은 사실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비루한 일상에 충분히 지쳐 있다. 그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멋진 환상이다.” - 괴벨스 p.25

비리가 터질 때마다 도대체 청와대나 정권실세 이름이 빠질 때가 없지 않은가. 정권은 바뀌어도 권력은 늘 그 자리에 있다. p.56

이 이론은 그 어떤 유신론보다 더 원시적인 것으로 호메로스의 사회이론과 유사하다. 호메로스는 이 땅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올림푸스의 신들이 벌이는 공모의 결과라 믿었다. 사회의 음모론은 이 유신론, 즉 신의 변덕과 의지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믿음의 한 변종이다. 그것은 거기서 신을 떼어내고 대신 이렇게 물을 때 성립한다. ‘신이 아니면 누가?’ 신의 자리는 이제 여러 유력자 혹은 유력 집단들로 채워진다.” (칼 포퍼) p.57

사회란 각 개인, 계층, 계급의 욕망을 필연적 법칙이나 우연적 계기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합력에 의해 움직인다. 하지만 고대에는 사회과학이 없었기에, 그 시절 사람들은 모든 사회 현상을 신화로, 즉 신들이 끼리끼리 속닥거려 세상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로 설명하곤 했다. / 음모론은 인간의 의식을 과학에서 신화의 시대로 되돌려 보낸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퇴행이 아니다. 현대의 음(p.60)모론은 과학 이후의 이야기라, 신화와 달리 나름 합리적 추론과 과학적 논증의 외양을 띠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절반은 사실, 나머지 절반은 상상이다. 절반의 거짓이 그냥 거짓이듯이 절반의 사실도 실은 허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 허구는 사실의 자격을 요구한다. 그 요구를 반박하는 것은 아주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다. p.61

음모론은 일견 합리적 추론의 외양을 띠나 그것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음모론은 대개 비경제적이다. 그것은 설명해주는 것보다 설명해야 할 것을 더 많이 남긴다. ... 둘째, 음모론은 편집증적이다. 그래서 고려해야 할 수 많은 요인 중 특정한 것에만 집착한다. ... 셋째, 음모론은 망상적이다. 그리하여 음모의 효과를 과대평가 한다. p.62

음모론은 과학 이후의 이야기라서 이처럼 과학(?)의 지원을 받곤 한다. 전문가들의 개입은 사실과 상상이 뒤섞인 이 허구에 과학의 외관을 입힌다. 그들의 권위에 기대어 시민들은 자기가 합리적으로 추론한다는 착각에 빠진 채 미신을 믿게 된다. 이렇게 음모론에 동원되는 순간 과학은 신화의 도구로 전락한다. p.65

팬덤은 상상의 공동체. 팬에게는 오직 팬 객체만이 중요하지만, 팬덤에게는 그 대상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동체에 속한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 집단정체성이야말로 팬 현상과 구별되는 팬덤의 본질이다. ‘정체성은 본디 배타적인 것. p.74

팬덤은 지지자가 아니라 구축자다. 그들은 팬 객체를 통해 자신들의 상상계를 실현하려 한다. 그들에게 정당이란 리비도적 나르시시즘의 수단일 뿐. ‘너희는 현실을 연구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한다. 그 현실을 너희들은 나중에 연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팬덤의 멘탈리티다. p.80

정치가 마케팅이 되면 정당은 기업이 된다. 기업의 목적은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정당이 기업이 되면 공공선은 더 이상 활동의 목적이 아니게 된다. p.88

유권자가 정치 서비스 시장의 소비자로 행세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등장할 수 없다.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수동적으로 대중의 니즈에 영합하는 무색무취의 정치인, 아니면 능동적으로 대중의 니즈를 조작할 줄 아는 포퓰리스트 선동가뿐이다. / 마케팅 정치는 공적 사안을 사적 용무로 바꾸어놓는다. 공적 활동으로서의 정치가 사적 소비행위로 사라질 때 위기에 처하는 것은 공화국의 이념이다. p.91

근대 이후 삶은 과도하게 진지해졌다. 놀이는 삶의 주변으로 밀려나 아이들의 것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도 안 되어 아이들도 놀지 못한다. p.94

구술사회는 항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구술사회는 늘 현재에 살기에, 이제는 필요 없게 된 기억을 지움으로써 평형 혹은 항상성을 유지한다.” (윌터 옹) 구술사회는 늘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편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금 필요 없는 기억을 지워버려도 되는 것(p.118)은 물론 말은 글과 달라서 발화되는 순간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리라. p.119

숨은 신은 하늘 저 높은 곳이 아니라 우리 안의 저 깊은 곳에 계신다. 그리고 거기서 역사하신다. p.136

전광훈 목사는 한국의 기독교가 아직 종교성의 현대적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개신교 일각의 이 중세적 광신이야말로 이 땅에 횡행하는 수많은 이단의 밑거름인지도 모른다. p.139

그러므로 두려워하자. 하지만 정확히 두려워하자. 그리고 연대하자.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것이 혐오 바이러스다. p.162

선교사들은 이 땅에 먼저 병원과 학교부터 세웠으나, 그 후예들은 구약으로 과학을 대신하고 기도로 병원을 대신하려 한다. p.174

진화론이 등장했다고 해서 기독교가 무너지지는 않았(p.174). 그것은 교회가 세심한 해석을 통해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말씀의 본질을 보존해왔기 때문이다. 해석학적 무능은 성서에서 미신과 편견만 읽어냄으로써 기독교를 시대에 뒤진 종교로 만들 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타인을 죄인이라 부르는 것은 외국에선 처벌받는 범죄이며, 무엇보다 성서에 위배된다. 예수는 타인을 함부로 정죄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p.175

민주주의의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고 반대편에는 꽤 견고한 견제세력도 존재한다. 고로 이 정권을 파시스트 정권으로 규정한다면, 그 역시 부당한 선동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커뮤니케이션이 강한 전체주의적 특성을 보인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p.207

정치가 피아 구별로 이해되고 민주주의가 다수결(p.231) 환원될 때, 1930년대 독일처럼 민주주의는 반대물로 진화한다. p.232

그들이 원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이 아니다. 그들의 손에서 두 대통령은 이미 마케팅에 필요한 상표로 전락했다. p.249

소련의 예가 보여주듯이 혁명은 성공하는 순간 반혁명이 된다. 권력을 잡은 혁명은 그 권력으로 먼저 혁명가들부터 제거하기 때문이다. p.261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이라 할 수 있다. 큰 원에서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이 법적 판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다. 바로 거기가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발휘되는 영역이며, 거기서 우리는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엿본다. 하지만 =윤리라는 야쿠자 등식은 그 영역을 증발시킨다. 설 곳을 잃은 통치 철학은 이제 지지율의 정치공학으로 대체된다. p.274

대통령 윤리는 그가 자기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정해주는 기준을 통해, 혹은 의회와 법원이 그들에게 정해주는 기준을 통해 가장 잘 알려진다.”(S.C. 길먼) 즉 대통령은 기준을 정해주는 행위로써 국가공동체의 성격을 결정한다. p.275

원래 공화국은 공무(re publica)’를 뜻한다. 그런데 마음에 빚이 있다라는 말은 사적 감정의 표현으로, 공화국의 대통령이 공식석(p.275)상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국가 공동체의 가치를 세워야 할 대통령이 윤리적 판단의 영역을 없애고, 그 공백을 내 식구철학으로 채워 넣은 것이다. p.276

그것은 그저 통계학상의 추상적 수치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할머니, 남편과 아내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개개의 생명과 개개의 인간의 존중받는 공동체입니다.” - 메르켈 p.287

팬덤 정치의 문제는 대의민주주의 절차를 건너뛰고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데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정당정치의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이다. p.291

권위주의 파괴의 연출이 필요한 것은 정권이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라는 얘기다. ... 연출은 그게 일상이 아닌 곳에서나 필요한 것이다. p.298

정체성이란 이렇게 현실적 자아를 이상적 자아로 착각하는 오인의 결과로 발생한다. p.317

한국 정치는 그동안 두 개의 큰 이야기로 움직여왔다. ‘산업화민주화서사. 이 두 서사는 동시에 두 세대를 대표한다. 산업화를 이끈 할아버지 세대와 민주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202021대 총선을 통해 사회의 주류는 전자에서 후자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산업화에 대한 민주화 서사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86세대가 주류로 등극함으로써 민주화 서사 역시 해당 서사로서 생명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p.324

존재는 오래전 기득권층으로 변했으면서, ‘의식으로는 자기가 진보라 믿는 것이다. p.331

그들은 이렇게 바꿀 것보다 지킬 것이 더 많은 보수층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해한 나쁜 아버지보다 더 나쁜 아버지가 되었다. 산업화 세대는 적어도 그들에게 일자리도 얻어주고 아파드도 한 채 갖게 해줬다. 하지만 586세대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일자리도 아파트도 주지 않는다. 그저 자기 자식들에게 재산과 학벌을 물려주느라 그 검은 커넥션을 활용해 다른 젊은이들에게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마저 빼앗아버린다. p.332

산업화 서사와 함께 민주화 서사도 파탄이 났다. 우리(p.332) 세대의 전쟁 이야기에 넌더리를 냈던 것처럼, 요즘 젊은이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늘어놓는 민주화 서사를 냉소한다. 그 잘난 민주화가 이뤄진 사회에서 성공의 지름길은 상속과 세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저를 잘 물고 태어난 소수를 제외하고, 수저를 잘못 문 대다수 젊은이들은 민주화의 위선을 경멸하며, 민주화한 사회의 현실에 절망한다. p.333

사회가 젊어지려면 이제 우리가 그들에게 살해당해야 한다.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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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 평전-김삼웅] 그게 바로 민주주의니까... | Memento 2021-08-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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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죽산 조봉암 평전

김삼웅 저
시대의창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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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선생은 씨만 뿌리고 떠났다. 뿌린 씨앗은 꾸준히 자랐고 우리가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이념에 갇혀 있다.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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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다룬 만화, <! 한강> 3권에 다음과 같이 대사가 나온다. “나는 대통령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통령과 싸울 사람조차 없다는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 (p.143)” 죽산 조봉암이 했던 말이다. 조봉암은 제2대 대통령선거(1952. 8. 5.)에서 80여만 표, 3대 대통령선거(1956. 5. 15.)에서 216여만 표라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지지의 결과는 참혹했다.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고, 재심청구 기각 다음날인 1959731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명백한 사법 살인이다. 20079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진보당 조봉암 사건에 대해 비인도적, 반인권적 인권유린이자 정치탄압 사건으로 결정했다. 재심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조봉암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했다. 2011120일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일치로 무죄가 선고되어 복권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유공자로 서훈 받지 못했다.

<죽산 조봉암 평전>은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항일운동가로서 그의 활동은 어떤 사람보다 치열했다.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p.29)”. 다만, 그 방법이 공산주의였음이,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이념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하물며 전후 시절에는 더욱더 어마어마했을 테다.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씻어낼 수 없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농지개혁을 이루고, 국회부의장으로 활동했더라도 반공주의 체제하에서 간첩이라는 딱지는 사형과 다름없는 효력을 발휘했다. 민주주의의 경험이 짧았던 당시에 대통령 각하의 명령은 헌법과 상식을 초월해서 작용했다. 문득문득 뉴스를 보면, 우리는 지금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설사 그가 간첩이었다 하더라도,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가 아니면 그 누구도 처벌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사법 살인임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 이건 가정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공유하는 우리들에게는 엄연한 사실이다. 조봉암은 사법살인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씨를 뿌린 자가 거둔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는 씨를 뿌려놓고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네.(p.587)”

2020519일 주간조선은 조봉암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만한 극비문서가 발견되었다고 단독 보도했다.(“52년 만에 공개된 김일성의 고백” 2020.5.17.) 이를 근거로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와 2011년 대법원의 무죄 선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문서 발견자인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박사는 김일성이 주장했듯이 조봉암이 북한의 승인을 받아 출마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히 그렇게 주장할 수 있도록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기사에서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댓글 분위기는 다르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정보가 나왔다고 다시 조봉암을 일방적으로 간첩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새로운 정보가 발굴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이렇게 또 정당한 평가를 위한 시간은 계속 유예된다. 그토록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국 수장의 말은 그다지도 신뢰를 하는지 의문은 접어두더라도.

청주 간첩단 사건으로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청주 간첩단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기에 결과는 알 수 없다. 간첩의 실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간첩은 조작된 경우도 많았다. 역사는 말한다. 국가나 조직의 붕괴는 외부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시작한다. 적은 내부에도 있다. 다만, 내부의 적은 외부의 지원이나 이념에 따라서만 생기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내부의 적은 부정부패나 민심이반, 생활고와 같은 내부모순에 기반 한다. 내부의 실책과 외부의 지원이 함께 작용해야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월남의 패망을 말할 때, 간첩의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첩이 생기된 이유, 국민들이 베트콩이 되어 목숨을 걸고 공산당을 더 지지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외면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외면한 채, 간첩이니 배신자니 현상적인 부분에만 주목한다면 미봉책만 계속될 뿐이다. 그리고 그 미봉책이 계속되는 와중에 누군가는 간첩이 되어 피해를 입고, 내부의 적은 계속해서 증가할 뿐이다.

조봉암에 대해서 주어진 사실은 부분 부분 조각난 파편들뿐이다. 그의 행적과 말,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 그리고 최근 밝혀진 극비문서 같은 조각난 사실들이다. 이 사실들을 조합한다고 온전히 조봉암의 삶을 재구성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농지개혁을 이뤄냈던 사실, 분명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당시 공산화를 막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전향(?)이 단순히 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목숨을 걸고 행동으로 나섰음을 생각해 본다. “단일화가 되건 안 되건 이번 선거는 이승만이 이기게끔 돼 있지만, ‘이승만 박사가 무서워서 대적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는 그의 진심에 조금 더 신뢰가 간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니까...(<!한강> 3,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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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시간을 따라 흘러오지만 역사의식은 시간을 거(p.23)슬러 간다.” p.24

권리는 스스로 지키는 힘이 없으면 빼앗기게 된다.’ p.24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 -조봉암, ‘어록에서 p.29

미래에는 선과 악이 끔찍한 공존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p.31

환경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인간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지리, 풍토, 역사의 영향을 받게 된다. 모든 사람은 유전적, 환경적 요소에 의해서 나고, 필연적으로 이 두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 생물학적 실체라고 하겠다. p.73

감옥이란 이상한 곳이어서 의지가 강한 사람은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고, 약한 사람은 허물어지게 만든다. 일본인 사이고 다카모리의 시구가 있다. (p.89) 옥 속에서 쓰고 신 맛 겪으니 뜻은 비로소 굳어진다. 사내가 옥 같이 부서질지언정 기왓장처럼 옹글기 바라겠나(함석헌 역) p.90

조봉암의 특징 중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주저앉거나 좌절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그는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 의지의 인물이었다. p.183

조봉암은 1932년 체포되어 1939년에 출옥하였을 때, 그 당시 대부분의 사상범처럼 전향서를 썼을 가능성이 있지만, ‘휴식을 했을지언정 변절되었다고 할 만한 자료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감옥생활을 성실히 보냈는데, ‘전향서쓰는 것을 아마도 요식행위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p.273

개혁은 조봉암다운 것이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승만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대통령은 농촌의 혁신과 개발이 급선무이며 그것이 성공해야 공산당을 이긴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농촌정책에서 어떤 때는 대통령이 더욱 반지주파였다. p.316

내각책임제를 지지하고 부산정치파동에 대해 이승만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그가 오히려 발췌개헌안 통과에 적극 나섰다는 것은 그의 정치활동에 또 하나의 오점이었다. (p.348)히 이 발췌개헌안이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준 최초의 사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발췌개헌안에 대한 조봉암의 적극 지지는 자신의 정치생명 뿐 아니라 육체적 생명까지 재촉하는 자살행위였다. p.349

이승만은 국회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없어지자 전쟁 중인 정국에서 발췌개헌을 통해 직선제로 헌법을 바꿨다. 헌법이 특정인의, 특정인을 위한 장식물이 된 시초이다. / 이승만은 제2대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나서고자 하는 후보가 없었다. ... 그러나 조봉암은 명색이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의 단일후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신익희 의장에게 출마를 권고했다.(p.353) ... 당선과는 상관없이 민주주의의 가치와 전통을 위해서 몸을 던지기로 한 것이다. p.354

내가 대통령 입후보를 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 입장은 간단하고 확실했습니다. 불법행위를 권력으로 눌렀으니까 법을 지키는 대통령을 선거해야 된다는 것이고, 우리의 울분을 국민 앞에 호소하고 국민의 억울하고 울분한 심정을 내 입을 빌어서 대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승부는 전연 고려에 넣지 않았습니다. p.354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이 총선에서 떨어지면 정치인이 아니다.” p.373

전세룡의 이 같은 뜻을 담은 서한은 전달되지 못하고 말았다. 조봉암이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때 조봉암의 행적은 비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제와 치열하게 싸우고 수년간의 감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무리 위급한 처지라고 해도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은신해버린 것은 떳떳한 행동이 아니었다. 독재자와 싸우는 정치지도자가 민주전선에 피를 뿌리는 각오를 하지 않고 국민이 흘린 핏덩이에 장미꽃이나 바칠 요량이라면, 지도자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도자의 지도자다움은 위기에 어(p.437)떻게 대처하고 처신하느냐가 가장 큰 덕목이다. ... 조봉암이 몸을 던져 부정선거를 고발하고 전국을 누비며 공세적인 선거전을 폈다면 상황은 어찌 됐을까 궁금해진다. p.438

역사에서 가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지도자가 용기를 잃고 결단을 회피할 때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조봉암이 그때 비겁하지 않았다면, 4년 뒤 그렇게 허망하게 단두대에 서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p.439

조선왕조 500년의 군주체제에서 곧바로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근대적인 정당정치의 훈련을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1950년대 한국의 정당, 특히 권력의 통제장치를 갖지 못한 야당의 경우는 여전히 사회적 위계와 연공서열이 중요시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념정당의 성격이 강한 혁신계 정당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p.453

모든 정치적 과제들은 인류의 새 이상을 한국 실정에 적용케 해서 실천하자는 것이니 이것을 가리켜 한국의 진보주의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 진보당 창당대회 개회사, 조봉암 p.475

죽산의 법정대리인인 김춘봉 변호사는 죽산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판결은 잘 되었다.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환갑이 다 된 사람이 징역을 살고 나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정치란 다 그런 것이다. 이념이 다른 사람이 서로 대립할 때에는 한쪽이 없어져야만 승리가 있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를 하자면 그만한 각오는 해야 한다.” p.568

독재자들이 향용 쓰는 말이 법대로또는 법치이다. 자신들은 초법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민들에게는 준법을 요구하고 법치를 강요한다. 위법,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권력의 장막 속으로 숨거나 어용 언론, 지식인, 법조인들을 내세워 합법을 논리화한다. p.583

19565.15 3대 정, 부통령 선거 투표를 며칠 앞두고 암살의 위기 앞에서 몸을 사렸던 조봉암이 이제 사법살인의 가면을 쓴 망나니의 칼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도 오히려 비루한 짓을 말라며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연유일까. / 사마천은 죽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죽느냐가 어려운 문제이다.”라고 말하면서, 남근이 잘리는 치욕을 딛고 살아남아 불후의 명저 <사기>를 집필하였(p.586). 그는 죽기보다 더 어려운 삶을 택하여 업적을 남겼지만, 조봉암은 비루한 삶보다 차라리 떳떳한 죽음을 택하고 평화통일론과 고루 잘사는 진보정치의 씨를 뿌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 “결국엔 어느 땐가 평화 통일을 할 날이 올 것이고, 바라고 바라던 밝은 정치와 온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네. 씨를 뿌린 자가 거둔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나는 씨를 뿌려놓고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네.” p.587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법령 때문에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보도는 물론이고 장례와 묘비조차 세울 수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보도조차 하지 못했던 당시 언론인들의 비굴함에, 한때 언론계에 몸담았던 필자는 참괴함을 느낀다. ‘시대(p.588)모순이라는 한마디 단어로 처리하기에는, 그 시대 언론인들과 지식인들의 몰상식과 반지성에 분노를 느낀다. 이로 인해 뒷날 박정희 정권에서 인혁당사건과 같은 유사한 사건이 날조되어 8명의 아까운 인재들이 사법살인을 당하게 되었다. p.589

해방 조국에서 총독부 판사 출신들이 독립운동가에게 애먼 누명을 씌우고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형한 것은 반문명, 반이성, 반민족의 극치다. ... 그런 전통이 지금까지 사법부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 참담하다. p.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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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중독-나카노 노부코] 인간은 본성에 지배받지만, 본성의 노예는 아니다 | Memento 2021-08-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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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성에 지배받지만, 본성의 노예는 아니다. 쉽지 않지만 자신을 객관하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의 중독을 벗어날 힌트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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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SNS나 인터넷 댓글을 쓰지 않는다. 썼다하더라도 바로 지운다. 온라인상에 흔적을 남긴다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편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버겁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댓글 논쟁에 참전해봤지만, 건전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대부분은 누가 먼저 지치냐의 싸움이었다. 서로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율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각자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그것은 바뀌지 않았다. 논리 정연한 글보다는 빠른 피드백과 모욕으로 상대를 단념 시키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각자의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의 정의는 너무나도 빈약했다. 버텨낼 재간이 없다.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의 중독>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싸움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카노 노부코는 뇌과학자, 의학박사, 인지과학자로 현재 동일본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은 정의 중독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읽기 쉽게 설명한다. 어려운 내용이나 개념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은 책의 분량만큼이나 간명하다. 인간이라면 나와 같은 정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응징은 당연하다.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해야만 우리 사회(혹은 인류)가 생존 할 수 있다. 정의 중독은 인간이라면 가지는 당연한 한계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욕구(p.23)”, ‘집단을 이루어 살아남는 편이 유리하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된(p.49) 환경적·역사적 경험, 집단주의(p.88)dhk 이로 비롯된 내집단 편향(p.110)은 인간의 생존전략에서 비롯된 본성이자, 기본조건이다. 결국 인간은 해결 방법도, 애초에 해결할 마음도 없는 싸움을 계속하게 하는 불행한 동물(p.29)”인 셈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의 본성을 강화 했다. 예전에는 본인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일만 으로도 버거워 공동체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생판 남의 일에도 간섭할 만큼 여유가 생(p.129~130)”겼다. SNS“‘용서하지 못하는인간의 감정을 사회화(p.23)”했고, 그것을 증폭 확산 시켰다. 인간의 뇌는 범법자나 배신자 등 누가 봐도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을 찾아 벌하는 데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p.9)” 이 조건은 인간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를 만들어야 했고, 배신자는 솎아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본능은 과학기술에 힘입어 악덕으로 변했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느껴질 것 같은 일들로 찰나의 통쾌함을 얻(p.167)”기 위해서 우리가 사는 무리의 근본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박살내고, 다양성을 메마르게 한다. 기술 발전의 아이러니다. 삶의 조건이 나아진 만큼, 삶의 여건들은 조악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뇌 과학자답게 뇌 과학적인 진단법을 제시한다. 뇌에 있는 전두전야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두전야는 분석적 사고와 객관적 사고를 담당 부분인데, 이를 통해 메타인지를 길러야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국어사전)”이다.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서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의를 주장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구속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p.163)”음을 깨달을 수 있고, 정의 중독에서 벗어나 적절한 거리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인간의 뇌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인간의 뇌는 대립이 자연스러우며 처음부터 대립하도록 만들어졌(p.79)”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진화와 달리 개개인의 성격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 총체인 집단의 행동, 나아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여론과 사회 상식 등은 세대를 거치지 않아도 바꿀 수 있다. 전두전야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다.(p.137)” 개인차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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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태의 중독은 악이다. 그것이 술이든, 몰핀이든, 이상주의든. - 칼 융 p.6

인간의 뇌는 범법자나 배신자 등 누가 봐도 비난받아 마땅한 대상을 찾아 벌하는 데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 p.9

SNS용서하지 못하는인간의 감정을 사회화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는 욕구, 이것의 또 다른 표현으로도 보인다. 나와 상반된 의견을 가진 대상을 어떻게든 찾아 싸움을 걸면 그만큼 자신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정의의 수호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정의 중독에 빠진 이들에게 SNS는 손쉽고 매력적인 도구다. p.23

서로 멍청하다고 매도하면서 해결 방법도, 애초에 해결할 마음도 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이라면, 아마도 인간만큼 불행한 동물은 없을 것이다. p.29

다양성을 없애는 집단은 단기적으로 보면 생산성과 출생률을 높여 성공한 듯 보이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멸망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 인간 종의 건전한 번영을 위해서는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어느 정도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것은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다. 현재의 환경과 조건이 급격히 변화해 그전까지 옳다고 여겼던 것의 중앙치가 크게 어긋나면, 지금껏 잘 적응하던 사람은 살기 힘들어지고 오히려 괴짜나 아웃사이더는 잘 적응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종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려면 어느 정도 다양성을 확보하는 편이 안전하다. p.32

대뇌 신피질이 인간의 번영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래도록 살아남아 종을 번영시키는 대가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생각해야 하는 골치 아픈 숙명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지성이 있기 때문에 어리석음이 존재하며 어리석음이 없는 지성이란 존재할 수 없는표리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p.34

동아시아에서 일반적 신뢰가 낮은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복잡한데, 주변 사람들한테 친절하긴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남 탓을 하는 경향(p.48)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일관계에서 보이는 양국 반응은 이러한 경향이 뚜렷이 드러난 전형적인 예다. ... 일본은 유전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살아남는 편이 유리하다라는 인식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의 전략으로 뿌리내리고 있어, 집단 내의 불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최선이다. 다만, 이질적인 것을 거부하고 집단에 어울리지 않으면 배제하는 현상, 혹은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이 쉽게 분출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p.49

인간의 뇌는 대립이 자연스러우며 처음부터 대립하도록 만들어졌다. p.79

집단주의는 내가 속한 집단이 계속 집단으로서 유지되는 것이 정의라고 보며, 그 밖의 윤리관은 전부 옵션으로 치부해 버릴 만큼 그 무엇보다 집단을 우선시한다. p.87

집단 내의 정의란 그 집단을 보호하고 존속시키는 데에 적합한 사항의 축척이라 할 수 있다. p.88

정의 중독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대립은 어느 집단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 인간이기 때문에 빠지는 것이다. p.97

모든 집단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내집단 편향을 이용한다. p.110

공격을 견딜 수 있는 정신력과 자원이 있다면이란 조건이 붙긴 하지만 외집단이 반발할만한 정의 구조를 만들 수만 있다면, 외집단의 공격을 이용해 내집단의 결속을 다지고 대항하기를 반복해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 p.111

뇌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성과 직감이 대립하면 대부분 이성이 지게 되어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진보가 보수를 이기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p.115

뇌는 너무 똑똑해지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p.118

요즘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은 전두전야로 쓸데없는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본인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일만(p.129) 으로도 버거워 공동체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판 남의 일에도 간섭할 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만큼 예전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p.130

만약 당신이 옛날이 참 좋았지라는 생각에 자주 잠긴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행위는 뇌의 전두전야가 노화되고 있다는 신호일지 모르고, 정의 중독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 인간의 뇌는 과거의 기억을 멋대로 재구성한다. 괴로웠던 경험이나 일상적인 요소는 싹 지우고 좋은 것만 골라 마음대로 조합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은 상당히 미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p.130

모든 생물의 유전적 성질의 진화는 몇 세대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개개인의 성격과 사고방식 그리고 그 총체인 집단의 행동, 나아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여론과 사회 상식 등은 세대를 거치지 않아도 바꿀 수 있다. / 이것은 전두전야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다. 타인과 주위의 영향을 받으면서 한 세대(한 인간의 일생)만에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p.136

당연히 이 기능에도 개인차가 존재하는데, 기능이 무조건 뛰어날수록 좋은 것이냐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하다. 이 기능이 너무 뛰어나다 보면 과도하게 조정해서 더 복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로 뛰어나야 적당한지는 답이 없다. 어떤 자질이라도 너무 과하면 인생이 고달파지는 듯하다. p.137

전두전야는 분석적 사고와 객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곳이 제대로 기능하면, 눈앞의 이해득실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사회경제적 지위도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약 자신이 충동을 억누르고 있거나 어쩔 수 없이 주변 상황에 맞추고 있는 상태란 생각이 든다면, 일단 전두전야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p.139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생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를 많이 경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소년기부터 30세 즈음까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영향을 받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p.163

정의 중독의 대상은 타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의를 주장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구속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p.163

비난받는 그 사건에 사회에 도움이 될 이슈가 들어 있다면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개인을 공격하여 찰나의 통쾌함을 얻는 것이 전부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 그 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느껴질 것 같으면 타인에게 일관성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적절한 거리감 아닐까? p.167

모든 대립축에서 벗어나 무슨일이든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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