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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강이 숨트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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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의 전체보기
은서의 사랑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성이며 눈물지었다. 너무 아파서 울었고 너무 아름다워서 울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을 생의 중심축에 세워두고 그 사람에 의해 살고 싶고 죽고 싶어지는 여자의 내면에는 어떤 정열이 숨어 있는 것일까. 전화를 하겠다는 형식적인 말 한마디에 전화기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평생 자신을 기다리고 그리워한 여자에게 불현듯 나타나 다른 여자와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남자. 그런 남자를 품고 사는 여자의 사랑을 어리석다고 손가락질만 할 수 있을까? 우리 중 과연 어느 누가 그렇게 온전히 사랑에 전부를 걸 수 있을 것인가?

처절했다. 엇갈리고 겹치고 자꾸만 어긋나는 운명. 아무리 사랑한다 외쳐도 돌아봐주지 않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자신을 미워하며 살아가는 은서의 그 영혼의 무게.

소설 속에서 은서는 끊임없이 완을 기다린다. 밥을 짓고 그를 기다리고 아침에 눈을 떠 그를 기다린다. 기차역에서도 그를 기다리고 놀이터에서도 그를 기다린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다리고 서성이는 은서를 보는 내 마음은 너무나 조급했다. 은서야, 제발. 은서야, 부탁이야. 은서야, 그러지 마. 외쳤던 것 같다.

이 지독한 사랑 앞에 통증을 느끼고 끝없이 매워지는 코끝을 감싸 쥐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믿고 있던 ‘현명한 사랑’의 가치들이 기우뚱 스러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랑을 듣거나 읽을 때마다 나는 피식 웃어젖혔다. 마치 세상과 사랑에 정통한 조숙한 여자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세상을 향해 “사랑? 그까짓 것에 목숨 거는 것처럼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짓은 없어!”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쳇, 어떻게 사랑이 안 변하냐” 쿨하게 외치고 멋있는 척을 해보고 싶었던 것도 같다. 많은 사람들처럼 한때 나도 사랑을 처참히 평가절하했다. 많은 사람들처럼 인생의 목적을 부나 명예나 권력이 아닌 사랑에 두는 사람들을 보며 코웃음 쳤다.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사랑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것은,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사실은 뿌리 깊이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아픈 깨달음 때문이다.

가끔 생각한다. 아직 채 여물지 않았던 학창시절에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성공한다. 죽어라 공부해라’라는 말 대신 이런 말들을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크게 달라졌을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 중 삼분의 이는 언젠가 닥칠 사랑의 아픔에 생이 위태로워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죽음보다 더 아픈 연인과의 이별이나 심지어 이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 크나큰 고통과 분노와 절망을 경험하게 될 거다. 너희들 중 삼분의 일은 어쩌면 작은 사랑의 시련만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다고 결코 얕잡아봐선 안 돼. 그것 역시 많이 아플 거란다. 그 아픔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억지로 맞서 싸우려 하지 마라. 사랑의 아픔은 자연스러운 거란다. 그것은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워 꽁꽁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에 한 번 아팠다 해서 사랑에 다시 속지 않기 위해 사랑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차라리 속으며 살아라. 속지 않으려 고뇌하고 부정하는 불행한 삶을 선택하는 어른들이 참으로 많단다. 아플 때는 생의 밑바닥까지 아파하고, 다시 일어나 새롭게 사랑해라.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랑을 의심하는 마음, 그것뿐이란다.


불행한 시절을 견딜 수 있는 사랑

『깊은 슬픔』의 앞장에 작가 신경숙은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겨 넣었다.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이들. 끝내 은서와 완과 세의 사랑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서는 계속해서 괴로움에 한밤중에 홀로 잠이 깨다가 자신의 존재를 체념해버린 채 세상을 지워버린다. 그의 존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 살아갈 힘을 얻던 그녀에게, 그러나 이 사랑은 생을 마감시킬 사약 같은 것이다. “사랑해, 네 예측할 수 없음, 네 단호함, 네 조심성, 내 눈에 이제 너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어”라 속삭이던 은서의 아픈 고백이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그런 은서의 고백 앞에 완은 냉철히 이야기한다. 우리가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복잡한 세상에 사랑이란 말이 가능하기는 할까? 이 도시에서 누군가 한 사람을 죽도록 사랑하고 마음에 품고 살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 아닐까?

기억할 이가 없는, 그리움이 없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했던가. 그 지옥 같은 완의 마음을 봐버린 은서는 피투성이 욕망에 몸을 맡긴 채 꽃잎이 아스라이 흩날리던 봄의 어느 날 단 한 번도 제 것인 적이 없었던 사랑을 놓아두고 몸을 던진다.

은서의 마지막 고백들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잊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붙박이장처럼 오래 한 자리에 서 있었다. 한때 사랑은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투쟁하여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 그가 밤하늘의 별을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온몸에 생채기를 내며 저 하늘까지 기어 올라가야 그게 제대로 사랑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죽음을 각오하게 만들 정도의 사랑이라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결코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닐 테니까. 피폐해지고 시들어가는 고난의 여정도 아닐 테니까. 암흑 속에서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싶어지게 하는 두려움도 고통도 아닐 테니까.

당신의 영혼에 수도 없이 따귀를 때리고 돌아서려는 순간 사랑한다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리 닿으려 노력해도 멀어져만 가는 사람이 있는가? 그가 원한다면 때로는 가만히 손을 놓아주고 돌아서보자. 그게 진짜 사랑이었다면 그는 어떻게든 내 운명 속에 다시 들어올 테니. 사랑은 결국 원점으로 다시 돌아갈 테니.

가슴으로 뜨겁게 사랑하기를 누구보다도 갈망하지만 상대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희생할까 봐 지레 겁부터 먹고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는 수많은 현대인들. 그들의 그 어떤 비극적인 사랑보다 더 슬프고 참담한 사랑 앞에서 은서와 완, 세. 이 세 사람의 순애보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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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언제나 내 편이었어 김애리 저 | 퍼플카우
작가 김애리는 ‘책’을 ‘내 편’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르케스, 카잔차키스에서 산도르 마라이……. 고전부터 근래의 베스트셀러까지 100여 권의 책들이 작가를 통해 방황의 터널을 먼저 지난 선배로,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로, 혹은 나보다 더 방황하고 있는 친구로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친구(책)를 소개받고, 잊고 지낸 친구(책)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김애리라는 청춘이 길어 올린 찬란한 ‘인맥’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반드시 내 심리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조목조목 분석해보고 싶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는 이상하게도 허락되지 않은 사랑, 찢어지게 아프고 상처 입은 사랑, 비통하리만치 공허하고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사랑에 끌려왔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처럼 잘생긴 주인공 남녀가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다 결혼하여 애 낳고 완벽히 잘사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인생을 저렇게 심하게 왜곡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였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하고 십 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움에 앞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을 다시금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사랑’이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진실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사랑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로 보였다. 티끌만큼의 매혹도 느끼지 못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 감성을 쥐어짜는 소설들은 언제나 ‘어떻게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탈진 상태에 이르게 하는 아픈 사랑들이었다. 여기, 이용범의 소설 『연애편지』 역시 내 온몸의 세포들을 아프게 찌른 사랑 가운데 하나였다.

소설은 열여덟 살 소녀인 주인공 ‘나’가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외삼촌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연다. 그런데 뜻밖에도 외삼촌의 집에서 언제 만났는지도 까마득한 삼촌의 양자가 훌쩍 자란 소년의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그는 어느새 ‘아픈 손가락을 내보이지 마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아픈 손가락을 찌를 것이다. 고통을 하소연하지 마라. 악은 늘 약점이 있는 곳을 노리니까. 신중한 사람은 결코 자신이 입은 상처를 말하지 않고, 자신의 불행을 드러내지 않는다’ 따위의 잠언이 가득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의대생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렇게 한 공간에 머물게 된 ‘나’와 그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상대의 가슴에 쌓인 아픔의 재를 불어주며 함께 어른이 되어간다. ‘나’에게 ‘인생이란 길 위에서 만나고, 길 위에서 머물다, 길 위에서 떠나는 것’임을 알려준 이도 그였으며, 경이로 가득 찬 매일의 시간을 선물해준 것도 그였다. 그렇게 ‘나’의 숨 막히는 가슴앓이는 시작된다. ‘나’는 곁에 잡아둘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를 기다리고, 바라보고, 눈물지으며 시든 꽃잎처럼 하루하루 메말라간다. 그러나 그런 ‘나’의 열병에는 아랑곳없이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일상을 영위해 나갈 뿐이다.

정말일까. 사랑은 뜨겁고 격렬하긴 하지만 맹목적이고 경망스럽고 동요하기 쉬운 것에 불과할까.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라 한바탕 로맨스에 불과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란 아픈 사랑의 운명 속에 자신을 온통 내맡긴 이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인간이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통틀어 유일하게 낭떠러지를 향해 스스로 발을 옮길 수 있는 족속인지도 모른다. 10미터 앞에 불구덩이가 있음을 알면서도 고통을 참고 돌진할 수 있는 이들. 그것이 바로 사랑이 위대하다는 가장 큰 증거다. 주어진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감히 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오래 그의 곁을 지킨다. 자갈밭이나 모래언덕, 혹은 바위틈 어느 곳에 내던져지든 아무런 불만 없이 살아가는 나무처럼, 스스로 뉘여 몸을 낮추고, 잎사귀를 길러 그늘을 만드는 나무처럼 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중 나무만큼 완전한 존재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사랑 역시 그렇다. 언제나 한 자리에서 기댈 수 있는 기둥을 내어주며 따가운 햇살을 드리워주는 나무와 같은 사랑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다다라야 할 사랑의 마지막 모습인지도 모른다. 오랜 기다림의 세월 끝에 그도 마음을 열고 둘은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알고 보니 그는 ‘나’의 배다른 형제였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이 사실을 끝내 숨기고 악역을 맡은 채 고요히 그의 곁을 떠난다. 삶의 아픈 비의(秘義)를 결국 혼자서 짊어지고 이별하는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은 감미로운 꽃이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천 길 낭떠러지 끝에 올라가 그 꽃을 딸 만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렇다. 어느 누구도 사랑이라는 꽃을 대신 꺾어서 내 앞에 들이밀어줄 수는 없다. 온몸에 상처가 나고 찢겨도 반드시 스스로 기어 올라가 꽃을 꺾어야만 한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결말 탓에 약간 현실감이 부족했지만 이 책이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은 주인공들의 강인함 때문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엇갈린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인간의 강한 의지. 그것이 나를 매혹했다. 진짜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운명이 엇갈려 이별하게 된다 해도 돌아서는 그 사람의 뒷모습에 축복의 언어들을 뿌려줄 수 있는 사랑. 그 사람의 곁에 머무르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때 한 걸음 내디딜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사랑.


깨어지지 않는 사랑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플로렌티노. 그는 어느 날 생을 뒤흔들 벼락같은 사랑을 만난다.

인생을 송두리째 훔쳐갈 사랑이 시작되고, 그의 삶의 역사가 다시 펼쳐지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보는 순간 사랑에 미쳐버렸다지만, 그는 알고 있었을까? 이후 자신의 삶이 그 짧은 순간을 축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나뉘게 된다는 사실을. 그렇게 플로렌티노는 콜레라보다 더 무서운 사랑의 질병으로 몸과 영혼을 완전히 빼앗긴다.

그러나 가진 것 없는 플로렌티노가 그녀, 페르미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을 담아 편지를 꾹꾹 눌러 쓰는 일뿐이었다. 플로렌티노는 수년에 걸쳐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사랑에 감격한 페르미나 역시 종래는 마음을 열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 페르미나는 감정의 문을 걸어 잠그고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의사와 결혼해 무미건조한 부르주아의 삶에 고요히 정착한다. 그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자가 결혼해 떠났으니 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후 플로렌티노는 무려 51년 9개월 4일 동안 그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삶의 목표가 오로지 한 여자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이토록 치열하게 한 사람을 열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정말 51년 9개월 4일 동안 매일 한 사람을 가슴에 품으며 살 수 있는 그런 ‘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느냔 말이다. 그는 ‘단 하루도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잊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믿고 싶다. 그런 사랑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인간의 마음이란 너무도 기기묘묘하고 변화무쌍하여 몸서리쳐지게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반면에 아무런 대가도 희망도 없는 기다림뿐인 사랑에 인생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만큼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놀라운 수수께끼는 또 어디 있겠는가.

페르미나를 기다리는 반세기 동안 플로렌티노는 놀랍게도 육체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600여명의 여자들과 정사를 나눈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중남미 소설 에 가득한 마법과 환상성을 생각한다면 크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중남미 소설 속에는 자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마법의 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으니까. 그럼에도 플로렌티노의 영혼은 페르미나 외의 다른 여인에게 머물기를 거부한다. 이 사랑은 마치 단테의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과도 같은 것으로 플로렌티노는 단순히 페르미나의 육체만을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의 순수한 영혼을 찾고 있다. 책이 영화화되면서 주인공 플로렌티노 역을 맡았던 배우 바뎀은 “그런 의미에서 플로렌티노는 600명의 여인과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숫총각”이라고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섹스란 사랑을 얻지 못했을 때 가지는 자기 위안에 불과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플로렌티노의 수많은 섹스는 사랑이 빠진 육체적 운동 혹은 체조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진정한 섹스는 마지막에 강 위를 운항하는 증기선 위에서 자신들의 마지막 방어와 허위의 상징인 옷을 훌훌 벗어던지는 장면으로 채워진다.


사랑이란 삶의 시작과 끝

왜 하필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었을까? 알다시피 콜레라는 19세기 초 세계 전역을 휩쓸며 한 시대와 대륙을 파멸로 이끈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플로렌티노에게 있어 사랑이란 콜레라보다 더 치명적이고 강렬한 삶의 시작과 끝이었다.

[스크랩] 51년 9개월 4일 동안 한 여인만 기다려온 남자 | 외딴 방에서 2014-12-1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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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꺼이 고통을 견디는 힘
-이용범,
『연애편지』

철없던 시절의 나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희망 없는 사랑에 자신을 걸어본 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전자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진짜 생을 맛봤다면, 후자는 세상의 절반밖에는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섣불리 단정 짓기도 했다. 지금도 이 세상에는 희망 없는 천길 나락의 사랑에 하루하루를 내맡기고 눈물짓는 연인들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불행하게 될 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세상 끝까지 걸어가보는 것이다. 그 파란의 여행은 어쩌면 온 삶을 전부 걸어야 할 만큼 길고 긴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을 하며 동시에 현명하고 계산적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연인들은 세상 바깥으로 단둘이 걸어 나가고 있다. 헐벗은 서로의 손을 꼭 맞잡은 채로.

하나 됨이 불가능한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용범의 소설 『연애편지』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서막을 연다.



사랑이란 속절없이 사라지는 존재라 해도, 반딧불이 밤하늘에 빛을 뿌리며 날아다니는 이유를 생각하면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조차 부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해도, 모래 한 알에도 무궁한 우주가 들어 있다면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에도 영원한 시간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룽잉타이, 『눈으로 하는 작별』 중에서



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사랑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의 위험을 알면서도 그곳에 쉽게 뛰어들지요. 사랑의 고통이 뿌리가 된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략)……오직 누군가를 사랑할 때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때만 사랑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을 만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사랑은 늘 실패와 고통 속에서 열매 맺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시작할 때는 언젠가 그를 미워하게 될 것이란 걸 염두에 두고,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언젠가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나이가 들면 당신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듯 가슴 졸이는 목 메임도 그저 철없는 시절의 동경이라 믿었지요. 그리하여 언젠가는 우리에게 씌운 굴레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없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도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중략)……사랑은 뜨겁고 격렬하긴 하지만 맹목적이고 경망스럽고 동요하기 쉬운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금세 타오르다가 꺼져버리는 열병 환자의 불길 같은 것이라 아무리 열정적인 사랑도 끝내 포만을 느낄 수 없는 욕망일 뿐이라고…….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전신을 고르게 휘감고 있는 온열(溫熱)이며, 견고하고도 매우 부드러운 열망이었지요.


나무야말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중 가장 완전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의 씨앗이 움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제 몸을 스스로 길러내 꽃을 피우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중략)……나도 나무처럼 살고 싶었습니다.……(중략)……그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남녀 사이라는 것은 결국 말없는 나무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한마디 말이 없어도 항상 의지하고, 마주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진실한 사랑이 아닐까요.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구두가 딱딱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왜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가슴 설레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왜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 때문에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와 재산을 손에 넣었고, 그녀 때문에 건강을 유지했으며, 당시의 다른 남자들에게는 별로 남성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자기의 외모를 엄격히 관리했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이나 그 어느 것도 그토록 기다리지 못했을 정도로 한시도 절망하지 않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것이다.


“언제까지 이 (사랑의) 왕복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플로렌티노 아리사에게는 53년 7개월 11일의 낮과 밤 동안 준비해온 대답이 있었다. 그는 말했다.“우리 생이 다할 때까지.”

한 평론가는 이 소설이 위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플로렌티노의 숱한 육체적 사랑은 그저 작가의 설정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사랑의 형태들이 등장한다. 육체적인 관계가 없거나 그 관계만 있는 사랑, 지나친 소유욕 때문에 상대를 파멸시키는 사랑, 미성숙하거나 지나치게 성숙한 인격과의 사랑, 광기에 넘친 사랑,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자신의 존재가 희미해진 사랑……. 이것은 남성 판타지가 아니라 수많은 사랑의 실례이다.

이렇듯 거장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단 한 편의 소설 속에 세상의 모든 사랑 이야기를 집어넣어 각자의 사랑을 돌아보고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 직업과 자동차와 은행 계좌처럼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일상적 도구일 뿐인가? 그게 아니라면 과연 사랑으로 인해 희망과 정열을 품고 스스로를 더 찬란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기억이 있는가?

당신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 숨이 타들어갈 정도로 강렬히 열망했으나 소유했다고 안심하는 순간 불꽃이 꺼지는 일시적인 감정의 노름인가? 한 사람을 만나고 그리워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살다가, 더불어 사랑과 탄생과 이별의 순간들을 맞이하다가 때론 심장을 흔드는 아찔한 이성의 유혹 앞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때론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의 모습을 외면하고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자책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그러다 일 년, 삼 년, 십 년이 흐르고 더 이상 감정을 계산할 수 없는 시간이 째깍째깍 흐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같이 산 세월이나 자식 때문에 결혼을 유지한다고. 더 이상 그 사람 때문에 노여워하거나 아파하거나 감사하거나 희망을 품지 않고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했던 사랑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스스로의 삶은 각자가 설계하듯이 스스로의 사랑 역시 각자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 모두가 소금이 빠진 음식처럼 사랑을 한다 해서 자신 역시 지리멸렬한 사랑을 영위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사랑을 비웃고 그 가치를 땅에 떨어뜨린다 해서 내가 품고 있는 사랑의 가치마저 던져버릴 필요는 없다. 나는 언젠간 사랑 속에 나 자신을 전부 걸어보고 싶다. 먼 훗날 뒤돌아봤을 때 그 시간들이 오로지 공백이고 후퇴였다 해도 어쩌면 눈을 감을 때 후회하는 것은 사랑에 전부를 걸고 실패해 처절히 흐느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순간도 이 세상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믿지 못한 사람일 것이기에.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사랑은 모든 문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답변
-신경숙,
『깊은 슬픔』

모든 불행의 기원은 사랑의 상실일 것이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그것이 떠나가는 순간 우리는 긴긴 잠에서 깨어나 또 다른 눈으로 세상의 이면을 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심지어 세상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사랑에 있다고 말한다. 모든 심리적 문제의 이유가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랑의 결핍, 사랑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 불능’ 진단을 받은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거부당한 사랑의 경험, 무참히 등을 돌린 옛 연인의 뒷모습 같은 것들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 상처들은 껴안을수록 심장을 깊숙이 찔러 상처를 내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이어서 떨쳐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떨쳐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사랑이다. 에리히 프롬 역시 인간 존재의 문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은 사랑뿐이라고 말했다. 사랑으로만 사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 그 사랑의 아픔이 너무 커 도저히 치유가 불가능할 것 같은 남녀들이 있다. 신경숙의 소설 『깊은 슬픔』 속 주인공들이 바로 그들이다. 늘 그렇지만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한다. 정적이 흐르는 어두운 방 안에서 텅 빈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그녀의 문체 때문이다. 읽는 내내 아프고 너무 아파서 머리가 무겁고 심장은 더 무겁다. 읽은 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마라톤을 하고 난 뒤에도 한참이나 헉헉대는 숨을 골라야 하듯이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차갑고 어두운 감정을 스스로 다스려야만 한다. 그런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나는 그녀의 그 절망적이고 쓸쓸한 외침 속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리고 차가운 현실과 사랑을 마주한 주인공들에게서 아직도 희망이, 사랑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


사랑은 거대한 기다림

누군가에게 사랑은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 스포츠 같은 것이고, 이별 역시 때가 되면 폐장하는 스키장처럼 찰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슨 거대담론인가. 그저 화학적 작용에 의해 몸과 마음을 쏟다가 약발이 떨어지면 서서히 무뎌져가는 것뿐이라 여기는 것이다. 반면 누군가에게 사랑은 일생을 건 모험이자 생의 목적일수도 있다.


제목부터 차가운 물줄기가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설 『깊은 슬픔』은 하나의 사랑에 생을 걸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언젠가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받고서 ‘첫사랑을 끝까지 간직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주인공 은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은서와 완, 그리고 세. 이 세 사람은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랐고 성장해 서울에 정착한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이들의 운명은 예견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완을 사랑하는 은서와 그런 은서를 사랑하는 세. 셋은 엇갈린 운명 앞에서 서로의 등만 바라보며 세월을 보낸다.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지. 어느 날 우연히 내 눈을 거울에 비춰보다가 언젠가 네가, 네 속눈썹을 세어봤는데 마흔두 개야, 했던 말이 생각나면 그 생각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살아가지. 그걸 세어볼 정도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사랑한다 여겨지기에.
“난 그래. 그렇게 되어버렸어.”
난 그렇게 되어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
“구두 가게에 가선 구두 파냐고 물어보게 해. 미장원에 가서는 머리 자르냐고 묻게 하고.”
“그게 무슨 소리냐?”
“바보가 되어간다는 얘기지.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 이외에는 모두 공허하니까.”


길거리를 지나는데 무슨 벽보에 사랑이란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게 아깝지 않은 것, 이라고 써 있었지. 금방 너를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너를. 그 풀칠이 덕지덕지한 벽보 앞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얼마나 절망했는지. 매사가 이런 식이야.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어.


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데……. 그럴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나기를. 그리고 나는 너를.


힘겨운 날, 세상에 당신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 하지 말라. 오로지 너에게로 가는 일에 길을 내렴. 큰 길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 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나, 그들을 만나 불행했다. 그러나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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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경숙 작가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생각나요” | 외딴 방에서 2014-12-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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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완서 작가는 신경숙의 소설을 두고 “느릿느릿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한테까지 한눈을 팔며 소요(逍遙)하듯 따라가게 만든다. 나에게 신경숙 문학의 매력은 식물이 주는 위안과도 같다”고 평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박완서 작가의 말에 밑줄을 긋게 된다. 작가는 특별한 삶을 사는 인물만을 조명하는 이야기꾼이 아니다. 가장 보편적인 인간군상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림에 여백이 필요하듯 문장에 쉼표가 필요하고, 작가는 때론 사소한 일상을 담아낼 수 있게 빈 그릇이 되어야 한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소소할 수 있을까, 싶은 평범한 사람의 사소한 일상의 흔적이다. 작가가 문득 떠오른 유머가 샘솟았던 순간들을 기억해내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평소 독자들로부터 “신경숙 소설은 읽고 나면 며칠은 마음이 가라앉아 평상심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즐거운 이야기는 쓸 계획이 없냐”며 애정 어린 타박을 들었던 신경숙 작가. 그녀가 작정하고 펜을 든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원고지 스무 장 내외의 손바닥만한 글 26편을 모은 단편집, 그동안 작품 속 쪽지처럼 숨겨뒀던 유머를 활짝 열어 젖혔다. 물론 강박의 어조는 없다. 작가 특유의 조심스러운 속삭임이 독자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무방비 상태였던 독자는 간지러움을 타듯, 피식 웃을 수밖에 없다.

작품에 들어가면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신경숙 작가지만, 이번 소설은 ‘어느 한 순간’에 쓰여졌다. 신경숙 작가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새벽의 한 순간, 여행지에서의 한 순간, 일상을 꾸려가는 한 순간, 책을 읽는 한 순간에 쓰게 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내가 머물러 있던 어떤 순간들의 반짝임이 스물여섯 번 모인 셈”이라고 말했다. 순간에 의해,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들썩임 없이 써내려 간 짧은 이야기들에는 입꼬리를 올리는 재미는 기본, 싱그러운 통찰력이 부록으로 따라 붙었다.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떠올라요

“지난 주말에 사인회를 다녀왔어요. 소설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읽고 오신 독자 분들도 많더라고요. 감사했죠. 요즘은 사인만 해주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잠깐이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해요. 독자 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고 제가 질문을 하기도 하죠. 이번에 고등학생 독자 분이 여럿 왔는데, 참 재밌는 일도 많을 텐데 여기까지 와주고…. 괜스레 더 고맙더라고요(웃음).”

첫 질문대신 독자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자, 신경숙 작가는 수다스러워졌다.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고 있는 한 독자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속 세 번째 이야기 「하느님의 구두」의 마지막 글귀 밑에 사인을 해달라고 청했다며, 31페이지를 펴 작은 목소리로 읊었다. “네가 고통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한 것들은 저절로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고 쓸모 있는 것이 될 거야. 그걸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에 네가 그리는 그림이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게, 쓸모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구두」는 실제 재수를 시작한 신경숙 작가의 조카에게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영성에 대해 기록한 책 『하느님의 구두』를 소개하는 편지 글이다.

“젊은 친구들이 「하느님의 구두」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마지막 글귀를 직접 써달라는 친구도 많았고, 30대 독자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에 나오는 브레히트의 시 ‘나의 어머니’ 이야기도 많이 하고…. 조금 나이가 드신 분들은 「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인상 깊었다고 했어요. 나이가 들면 이 말 점점 못 듣잖아요. 예쁘다는 말(웃음). 가장 재밌었던 반응은 ‘선생님이 어딘가에 유머를 감춰 놓았다고 하던데 나는 못 발견했다’는 말이었어요. 이 분이 나를 웃기려고 하는 소린가? 싶었어요(웃음).”

명랑한 소설집을 펴내서 일까, 신경숙 작가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걸렸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은 폐간된 서평잡지에 2008년 1월부터 2년여간 매달 연재한 작품들을 모은 소품집. 신경숙 작가는 ‘한 달 동안 날 가장 웃게 했던 일, 가장 흐뭇하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써내려 갔고,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울적했던 마음들도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마침표를 찍고 일어났어요. 소설을 쓰는 시간들이 행복했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 익명의 사람들의 일상에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저한테 더 귀했어요. 신문, 방송 뉴스를 통해 너무 끔찍한 사건들을 보면서 ‘내가 인간인 게 참 싫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쓸 때는 반대였어요. 언제나 조용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빛나는 순간순간을 발견할 때, ‘내가 인간이라서 참 좋구나’ 싶은 기쁨을 느꼈어요.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듯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이 있어요.”

화자, 시점 등은 바뀌었지만,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 신경숙이 직접 들은 이야기거나 함께 시간을 나눴던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다. 일부러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 붙여 넣지도, 꾸미지도 않았다. 작가 개인이 느낀 그대로를 담담하게 그러나 위트 있게 담아냈다. 연재 요청이 들어와서 쓰게 된 글이지만, 언젠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을 써보려고 했던 신경숙 작가. 어떤 달은 쓸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 초저녁 시간에 동네 산책을 자주하는 편인데 그 시간이 참 좋아요. 생각들도 많이 정리되고. 동네가 한적하니까 자주 하늘을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언젠가 늦은 밤이었던 거 같은데, 달이 떠있더라고요. 누구나 걷다가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가만히 보게 되잖아요. 어릴 때 학교랑 집이 십 리쯤 떨어진 곳이라서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갈 때 혼자 가는 일이 많았어요. 그 때는 자연의 이치를 잘 모르니까, 하늘의 달이 나를 막 따라오는 거 같았어요(웃음). 내가 막 뛰면 달도 뛰어 오는 거 같고…. 그게 너무 신기해서 장마를 피하려고 쌓아놓은 모래집 뒤에 숨어보기도 했어요. 학교 행사가 있어 늦게 끝날 때면 혼자 가는 게 무서워서 ‘달이랑 함께 있다’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고. 우습죠? 달에 대한, 그런 즐거운 기억이 있어요.”

신경숙 작가. 달을 보면 마치 거울 같단다. 달을 보고 있으면 잘못했던 일들이 왜 이렇게 많이 떠오르는지, 어느 순간순간 힘들어서 내팽개친 일도 생각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내가 연락할 차례인데 못했던 인연들도 기억난다. 그래서 달을 오래도록 보게 되는 날이면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지금 달 떴어. 하늘 좀 봐봐’라고. “달을 보고 있으면 계절도 잘 느끼게 되고, 달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달 속에 그림도 있어요. 달을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그런 순간들을 많이 만나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26편 소설들은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뭄달에게’라는 타이틀을 달고 4부로 나눠졌다. 작가가 어떤 것을 발견했거나, 시작의 느낌을 주는 이야기는 초승달에게 전해졌고, 인생의 중반에서 마주칠 법한 이야기는 반달에게, 기운이 다 차고 기우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는 그믐달에게 속삭였다. 신경숙 작가는 “결국 다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달의 차고 기움이 배어난다.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책, 읽어보세요

작가라고 반드시 특별한 일상을 누리지는 않겠지만, 이번 소설이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니 만큼 작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문학 페스티벌’을 다녀온 신경숙 작가는 전작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30여개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해외 방문이 잦았다.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 러시아, 인도에서 출간됐고 곧 세르비아, 루마니아 독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I will be right there』를 제목으로 내년 4월, 미국 독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요즘은 이 책에 관련된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어요. 틈틈이 새 작품에 관한 자료 조사도 하고 있고요. 마음으로 삭혀 놓아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도 정리하고, 번역자랑 이야기도 하고, 시시때때 오는 편지에 답장을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래요. 작가라고 하면 보통들, 특이한 일상을 보낼 거라 생각하시는 데 기본적으로 다 비슷하죠 뭐. 다만 작품에 들어가면 혼자 있는 시간들을 많이 갖게 되죠. 소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어요. 소설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자기 시간이 확보돼야만 나오는 노동에 가까운 작업이니까요.”

신경숙 작가는 올해 초,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2013 봄호에 중편소설 「봉인된 시간」을 발표했다. 「봉인된 시간」은 고국으로부터 버림 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최측근이었던 육군 현역장교와 시인인 그의 아내의 30년 세월을 다룬 작품으로, 신경숙 작가는 “이 작품을 완성해야만, 다음 장편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 집필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지만 대부분의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같아요. 대개 자기 일상에 대해 사소하고, 귀하지 않게 여기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시간인지, 내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다 그렇잖아요. 잘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많고, 세상은 잘 굴러가는 데 ‘난 왜 이렇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많잖아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지금이 다른 시간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요.”

신경숙 작가는 독자와의 만남을 누구보다 귀하게 생각하는 소설가다. 이번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펴내고는 조금 더 특별한 만남을 생각해보았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지 않고, 자신도 독자의 한 사람이 되어 그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눠보는 것.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다가, ‘이거 내 이야기 같은데?’라고 생각한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때, 개인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힘든 일이 있었어요. 내가 집 밖을 나가질 않으니까, 어느 날 우리 형제 중 한 명이 책을 사줬어요. 삼성출판사에서 나왔던 한국문학전집이었는데 60권짜리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읽지도 못할 엄청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인쇄된 책이었죠. 집 안 창문에 도화지를 붙여서 늘 밤처럼 해놓고, 눈만 뜨면 책을 읽었어요. 한 3개월 동안, 누구의 작품을 읽겠다 그런 게 없었던 터라, 그냥 1권부터 순서대로 읽었어요. 당시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껴안고 있었는데, 책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네가 뭐 어떤데? 이 사람을 봐봐’라고 말을 걸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그 책들이 내게 텃밭이 되어준 것 같아요. 다 읽고 나니까 세상에 나올 힘이 생겼고 나를 믿게 됐어요. 내가 든든해졌어요.”

누군가 신경숙 작가에게 추천한 독서법이 있다. 계절마다 한 분야를 골라 기초들을 섭렵해보는 것. 봄에서 여름이 될 때까지는 음악에 관한 기초 도서를 읽고, 여름이 되면 미술 분야의 책들을 보고. 신경숙 작가는 언젠가부터 소설집의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미술 책을 펼쳐놓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요즘 힐링에 대한 책들을 많이 보시잖아요. 그만큼 고독하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그게 과연 진정한 치유인가 아쉬울 때도 있어요. 뭔가 자기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히는 그런 책들을 보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다음 생애는 목수, 무용가처럼 몸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2011년 신경숙 작가는 북 투어 첫 지역으로 스페인을 방문했다. 3박 4일동안 17개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기억에 남는 많은 일이 있지만, 어느 한 광장에서 본 연인의 풍경이 인상 깊었다.

“거리를 걷다가 예쁜 것만 보면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거든요(웃음). 어떤 남녀가 등을 대고 앉아 있는데 무척 아름다워 보였어요. 티티카카 호수 알지요?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노족이 살고 있는 섬이 있대요. 우노족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자라나는 갈대를 짚단으로 쌓아서 집을 만들어 사는데, 밤이 되면 물결이 출렁이니까 서로 의지하려고 등을 대고 잔대요. 그 이야기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서, 누군가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친근감이 느껴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 연인을 오랫동안 쳐다 봤어요. 그렇게 몇 분을 봤나?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으니 서로 자기의 휴대폰을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있는 거예요. 등을 기대고 있지만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거였죠. 그걸 보면서 우리 시대의 풍경이 이렇구나, 싶더라고요.”

누군가와 연결이 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 카페, 지하철, 거리에서도 동행하는 사람이 있지만 또 다른 연결고리를 찾는 사람들을 보며, 작가 신경숙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가끔은 사람들과 연락이 안 닿는 상황도 좋지 않을까요? 무슨 일이 생겼을까 걱정도 해보고, 그 사람에 대해서도 골똘히 생각해보고. 우리는 순간순간 연결이 너무 잘 되니까 점점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심심할 때가 없는 현대인을 보며, 신경숙은 어떤 문학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집필할 때는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지만 나중에는 알람 울리기 3분 전에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는 신경숙 작가. 요즘은 새벽 4시쯤 일어나 아침 8시까지 책도 보고 일도 하다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요가 학원에 간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는데 ‘요가’를 주제로 수다를 떨자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마흔이 됐을 때 건강이 너무 안 좋고 어깨가 무너질 거 같았는데, 누군가 요가를 권해줬어요. 저는 하자마자 효과를 봤어요. 뭐랄까, 어깨 아래에서부터 무릎까지 힘이 생겼다고 할까요? 요즘 여성이나 남성이나 최대 관심사가 슬림해지는 거잖아요. 요가 선생님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요가는 다이어트와 별개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요가를 자주 추천하고는 하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웃음). 특별히 시간을 내서 요가를 한다기 보다, 요가를 한 끼 식사라고 생각하고 하면 참 좋은데 말이에요.”

10년 요가의 흔적일까, 신경숙 작가는 중년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건강미가 있었다. 언젠가 작가는 다음 생애가 주어진다면 “목수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손재주가 너무 없어서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직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며, 신경숙 작가는 천재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생애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피나> 이야기를 꺼냈다. “뉴욕에서 본 영화인데, 주인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사람 자체가 필요한 것만 딱 남은 나무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 사람도 몸을 많이 쓰는 사람이니, 나도 이 사람처럼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했어요.” 목수가 된 작가, 무용수가 된 작가. 선뜻 상상이 되지 않지만, 글재주가 아닌 손재주를 꿈꾸는 작가의 얼굴은 다소 설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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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저 | 문학동네
작가 신경숙이 낮은 목소리로 풀어놓는 짧은 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러니까, 작가가 다른 어떤 지인도 아닌 우리에게 보내는 꼭 그 마음이다. 작가의 어느 한순간에 스며든 어떤 마음. 모르는 이의 뜬금없는 안부인사가 지친 일상을 잠시 보듬듯, 그렇게 우리를 쓰다듬는 손길. 이 소품집은 결국 더운 손끝의 작가 신경숙이 들려주는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이다. 평범하고 소소하다 여겼던 풍경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내는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짧고 경쾌한 리듬을 타고 독자들의 입꼬리에 슬몃, 웃음을 어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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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행중] [얼음 속의 소녀들] - 신간 서평단 모집 (11/28 ~ 12/07) | 따옴표 수첩 2014-12-0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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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롭 스미스 장편소설《얼음 속의 소녀들》

 

 

 

 

서평단 모집

 

1. 기간 : 1127~ 12월 7

 

2. 당첨자 발표 : 12월 8

 

3. 모집인원: 15

 

4.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5. 당첨되신 분은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yes24'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추후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이벤트 기간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다니엘, 믿어다오. 난 미치지 않았다!”

 

전 세계 400만 독자가 열광한 차일드 44의 톰 롭 스미스

천재 작가가 새로운 필치로 빚어낸 고독과 광기의 서스펜스

 

 

2008, 스물아홉 살의 젊은 작가가 차일드 44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구소련에서 실제 있었던 52명의 연쇄살인사건을 탁월한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미스터리계의 사건이라 불리며 17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작가 톰 롭 스미스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그해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CWA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 상 등 7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차일드 44의 후속작인 시크릿 스피치, 에이전트 6팬덤을 양산하던 톰 롭 스미스는 2014년 전작들과 완전히 다른 색채의 스릴러 얼음 속의 소녀들을 발표했다. ‘차일드 443부작이 체제와 역사의 그늘 속에서 고뇌하는 히어로의 이야기였다면, 얼음 속의 소녀들은 보다 개인적인 가족사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톰 롭 스미스는 스웨덴 출신 어머니가 망상을 앓아 정신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비극에서 이 작품의 얼개를 구상해냈다. 그러나 단순히 실화를 픽션으로 가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호한 고발과 긴박한 현실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유발한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는 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싸늘한 스웨덴 전원의 고독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어가며 인간의 힘과 나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장르를 초월한 문학적 성취라는 찬사를 받았고, 출간 즉시 BBC 필름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리보기]

 

다니엘, 내 말 잘 들어.”

엄마였다.

지금 공중전화로 전화하는데 금방 끊길 것 같다. 네 아버지가 분명 너에게 전화했겠지. 그 인간 말은 다 거짓말이야. 난 미치지 않았다. 내게 필요한 건 의사가 아니라 경찰이야. 난 곧 런던행 비행기를 탈 거다. 히드로 공항에서 만나자. 터미널 번호가…….”
엄마는 티켓 정보를 체크하려고 처음으로 말을 멈췄다. 그 기회를 틈타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한심하게도 ……엄마!”뿐이었다.

다니엘, 말하지 마. 시간이 없어. 1번 터미널에서 내릴 거야. 두 시간 후에 도착한다. 아버지가 전화하면, 기억.” 전화가 끊겼다. _23

 

프레야의 죽음과 관계가 있어요?”

엄마가 고개를 흔들었다.
제대로 물어봐. 내가 프레야를 죽였냐고? 물어보란 말이다!”

엄마는 그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내가 프레야를 죽였냐고? 내가 프레야를 죽였냐고? 내가 프레야를 죽였냐고?”

엄마는 프레야라는 이름을 부를 때마다 테이블에 손가락 마디를 대고 두드리면서 나를 몰아붙였다. 그 소리를 들으니 신경이 거슬려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엄마가 다시 테이블을 치기 전에, 엄마의 주먹을 잡아, 내려치던 힘이 내 팔로 전해지는 걸 느끼면서 물었다.

엄마가 프레야를 죽였나요?” _159

 

택시에서 또 다른 남자가 나왔다. 엄마가 외쳤다.

저 자는 안 되는데!”

두 번째 남자는 아버지와 연배는 비슷했지만 격식을 차려 옷을 차려입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사진이나 신문 기사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같이 올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눈앞의 사실에 순간 아버지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내가 제대로 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문의 사나이가 택시비를 계산한 뒤 매끄럽고 윤이 나는 가죽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내 팔을 잡은 엄마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엄마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_223

 

 

[저자소개]

 

톰 롭 스미스 Tom Rob Smith

29세에 첫 작품 차일드 44 CHILD 44로 영미권 최고의 문학상 맨 부커 상후보, 그해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CWA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 상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한 작가, 톰 롭 스미스. 그는 1979년 영국에서 태어나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했으며, BBC에서 드라마 각본 등을 썼다.

2008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차일드 44는 구소련에서 실제 있었던 52명의 연쇄살인 사건을 역사적 상상력과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묵직한 소재를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는 찬사를 받은 차일드 44. 이 작품은 36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17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7개의 상을 수상했다. 추리 소설 마니아들이 손에 꼽는 걸작으로, 지금도 영미권은 물론 여러 언어권에서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톰 롭 스미스는 이후 차일드 44의 후속작 시크릿 스피치 The Secret Speech, 에이전트 6 Agent 6를 발표했다. 2014년 출간된 얼음 속의 소녀들 The Farm차일드 443부작에서 벗어나 발표한 첫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발상을 얻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망상에 빠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은 작가는, 그때의 혼란과 불안을 바탕으로 밀도 높은 심리 스릴러를 구상해냈다. 얼음 속의 소녀들은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으며, 톰 롭 스미스는 이 작품으로 장르를 뛰어넘어 작가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저자 홈페이지 http://www.tomrobsmith.com

 

 

 

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저
노블마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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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 | 보겠습니다 2014-12-0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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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미국 | 2016년 01월

영화     구매하기




음악이 영화로 이끄는 경우가 있다.

인터스텔라도 그와같은 경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독의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미안하게도 내취향과는 조금 먼 스타일였는데도

과감한 선택을 한건 다름아닌 음악때문였다.

영화가 지루한가..?

혹시 ;영화 음악을 좋아한다면..

아니라도 한스짐머를 좋아한다면...

그러면?

눈을감고 감상하는 영화도 있을수있다는걸 체험하게된다.

두번이 아깝지않은 경험이었다고..음반을 구매하는것도 망설이게 되지않는다.

마음은 그냥 한없이 여유로워져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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