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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매뉴얼(3) | 작가소개 2012-09-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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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매뉴얼

 

 

 

재미있는 소설가 배명훈에 대한 간단 매뉴얼입니다.

 

 

 

 

배명훈 사용설명서

 

 

원활한 사용을 위한 재생팁---------------------

 

1. 기본 재생 속도

대부분 정독 속도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단편 하나에 20분 내외) 독자 시스템의 ‘소리 안 내고 읽기’ 모드에서 속독 기능을 모두 해제(OFF)하고 글자 하나하나를 다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을 때 저자가 의도한 재생 속도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단, ‘소리 안 내고 읽기’ 속도에 맞춰져 있으므로 낭독 속도보다는 빠릅니다.

 

 

2. 소설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속도
많은 글들이 일반적인 소설에 등장하지 않거나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현상, 과학이론, 법칙, 첨단기술 등을 통해 작품 속에서 현실세계와는 다른 독특한 세계를 구현하지만, 대부분의 글에 완충 필터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 실제 진입장벽은 평균적인 SF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이 완충 필터는 독자가 작품에 편안하게 적응할 때까지 새로운 세계가 작품 속으로 유입되는 속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여 멀미, 현기증, 두통 등을 예방합니다. 그러므로 독자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는 자체 SF 필터를 해제(OFF)해야 필터가 이중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3. 지식/정보 제공 속도 (되감기, 일시정지 ×)
소설 안에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가 제공되는 속도 역시 기본 재생 속도인 정독 속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미세권력연구소’ ‘코스모마피아’ 등 생소한 개념이나 용어가 나오더라도 음미하거나 밑줄을 그으며 고민하지 말고 정독 속도에 맞춰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중요한 개념일 경우에는 뒷부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산라인 대공개!

 

 

(1) 비현실 경계연구소
최근에 알레고리 경계연구소를 확대 개편해서 만든 시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의미생산작업이나 독자 반응 필터 등 각종 필터 개발에 관여함.

 

(2) 용접 라인
완제품이 되지 못한 이야기 덩어리들을 이어붙여서 새 이야기로 만들거나, 완제품에 가까운 덩어리에 새 요소를 집어넣는 곳. 연결 부위를 자연스럽게 하거나 앞뒤 내용의 모순이 없게 만드는 세밀한 공정. 장편 작업에 많이 사용되며 용접이 어려운 경우 브레인스토밍 작업실에서 다시 해체조립과정을 거치면 깔끔해짐.

 

(3) 영감 대기실
영감님이 나타나는 곳은 주로 브레인스토밍 작업실이지만 집필실, 비현실 경계연구소, 도서관, 자재창고 등 어느 곳이나 출현할 수 있음. 영감님이 나타나시면 그곳에 영감 대기실을 만들고 다른 모든 작업을 일시중지한 다음 영감님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함.

 

(4) 브레인스토밍 작업대
자재창고나 도서관에 쌓여 있는 ‘이야기-소재-이야기’ 형태의 소재들을 모아서 맞춰보는 공간. 주로 무의식 영역에서 작업이 진행되며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중심소재를 핵으로 삼아 3개월 정도 숙성시키면 이야기의 덩어리가 만들어짐. 의식이 거의 개입하지 않는 자연 숙성 과정. 집필은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은 한 번에 여러 개가 진행. 핵심작업시설임.

 

(5) 품질관리실
완제품 혹은 90% 이상 작업이 진행된 제품의 품질을 검사하는 곳. 냉각기를 거친 후에 평가를 진행해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음. 혹평을 들으면 급속 냉각됨. 외주 인력을 활용하기도 함.

 

(6) 자재창고
이야기의 원재료나 이야기에 들어갈 각종 부품 및 완제품 형태의 중간생산물들이 공급되는 곳. 1차 가공공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투입라인의 핵심. 모든 재료에 짤막한 이야기들을 붙여서 모든 소재를 ‘이야기-소재-이야기’ 형태로 바꾼 후에 보관함.

 

(7) 도서관
좀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 집중적으로 관련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는 곳. 작업 중인 소재와 상관없이 수시로 새로운 분야의 지식이나 전문분야(전쟁사, 역사, 지리, 우주 관련)에 관한 지식을 모으기도 함.

 

(8) 집필실
브레인스토밍 작업대에서 60% 이상 완성된 충분한 크기의 이야기 덩어리를 가져다가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곳. 2차 가공공장이 포함되어 있어서 비어 있는 이야기나 소재들을 짤막짤막하게 순간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음. 품질검사관이 파견을 나와서 작업 중인 제품을 계속해서 감독하지만 한창 생산 중인 기간에는 품질검사관 역시 작업에 투입되는지 제 기능을 잘 못하기도 함.

 

(9) 연기자 대기실
등장인물들이 대사나 행동 등을 연습하는 방. 직업훈련실, 분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단순 서비스 직종부터 항공우주분야까지 다양한 직종의 직업훈련과정이 마련되어 있음. 브레인스토밍 작업대, 집 필실 출입이 자유로움. 김은경이 상주하고 있음.(★배명훈의 소설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여주인공)

 

 

<배명훈 매뉴얼> 중에서

 

 

연재를 사랑해주시는 예스블로그 독자분들께

배명훈 매뉴얼을 살짝 공개합니다.^^

살펴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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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2) | 3. 발자국 2012-09-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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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이 없으므로,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각국 정부당국자들께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삼가시기 바랍니다.

 

배명훈 단편소설

『총통각하』

 

 

발자국

 

<2회>

 

 

  

 광장에 다다르자 코끝에 어렴풋이 꽃향기가 닿았다. 스스로 자유를 쟁취한 모든 존엄한 시민들의 시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찰 밀집방진대형 곳곳에는 시민들이 달아준 꽃으로 장식된 방패나 투구가 자주 눈에 띄었다.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느긋한 대치선이었다.

 

 
 경찰 저지선 뒤편에 서 있는 이족보행전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갖다 놓기는 했지만 시동조차 걸어 두지 않은 상태였다. 바퀴 대신 두 발로 서 있는 기계. 발이 달린 중장비는 언제나 바퀴 달린 중장비보다 연료효율이 낮았다. 그 어마어마한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굳이 인간형태의 이족보행 장비를 고집하는 것은, 일반 탱크가 배치되었을 때 군용 장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위협을 최소로 줄여 경찰과 시민 사이의 불필요한 충돌을 막아 보려는 세심한 배려였다.

 

 

 잠든 듯 가만히 서 있는 이족보행전차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M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저 이족보행전차인지 로봇인지 하는 기계 오른팔에 달려 있는 개틀링포 말이야, 총구가 하필 눈높이로 들려 있는 게 위협적이지 않아?”
“아, 그거? 팔이 아래로 더 안 펴지는 모델이라 그래. 저거 봐. 총구마다 꽃이 꽂혀 있어서 이렇게 보니까 결혼식 부케처럼 보이지 않아? 너도 저거 나오게 사진 찍어줄까? 약혼자 보여주면 좋아하겠는데. 이쪽으로 서 봐. 꽃다발 가리지 말고.”

 

 

 쑥스러워하는 M을 부추겨서 재미난 포즈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M은 못 이기는 척 K가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웃음이 났다. 한가한 저녁이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광장 중심에 사람이 너무 많이 밀집되어 있는 것 같아 밀도가 낮은 곳을 찾아 바깥쪽으로 자리를 옮긴 게 다였다. 다만 광장 바깥쪽이라고 사람이 눈에 띄게 적은 것은 아니어서 M을 돌아보며 짤막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었다.


“역시 사람들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야. 우리가 비좁다고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비좁다고 느끼는 거지. 다들 지금 광장 바깥쪽으로 빠져나오고 있나봐.”

 

 M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해 봐야 이만 명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고르게 퍼져 있기만 하면 모두가 여유롭게 서 있을 수 있는 넓은 광장 안을, 눈덩이처럼 똘똘 뭉쳐서 비좁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마치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것처럼 느껴지도록.

 


 단지 그뿐이었다. 다른 기억은 없었다. 따로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일 따위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문에서도 뉴스에서도 특별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는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M을 지하철에 태워 보낸 다음 버스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내가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꼴이 그게 뭐야. 아직도 회사에서 밟히고 다녀?”
“응?”
“그 사이코 국장이 한 짓이야?”
“뭐가?”
“또 무슨 사고 쳤는데? 아무리 사고를 쳤어도 그렇지, 애들도 아니고 다 큰 어른한테 이게 뭐냐, 이게?”
“뭐래?”
“시치미는! 이거 안 보여?”

 K는 고개를 숙여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흰색 셔츠 위에 커다란 남자 발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게 뭐지?”
“뭐긴 뭐야, 발자국이지. 당신 그냥 그거 때려치우고 다른 일 알아보라니까. 돈을 엄청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고 붙어 있어?”

 속상해하는 목소리였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

 

 아내는 그 발자국이 회사에서 생긴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일단 그런 일을 당한 기억이 전혀 없는 데다, 발자국 모양도 좀 이상했다. 구두 발자국이라고 하기에는 앞쪽이 너무 둥글고 완만했다.


‘꽤 큰 신발인데. 장화 같은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발자국이라니. 정말로 밟혔다고 해도 좋을 만큼 선명한 발자국이 셔츠 가슴께에 큼지막하게 찍혀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났다. 어떻게 그런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코피가 확 쏟아졌다. 식사를 마치고 이를 닦는 중에는 어금니 하나가 쑥 빠졌다. 어이가 없었다. 한참이나 멍하게 거울을 보고 서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 잔소리를 해댔다.

 

“참 가지가지 한다. 내일 당장 그만둬! 안 그러면 내가 확 감금해버린다.”

 흥분한 아내의 말에 K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실컷 얻어터지고 왔구만.”
“맞은 거 아니래도.”
“그럼 뭔데?”

 K는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가 말없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K는 한참 뒤에야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몰라. 내일 가서 조사해 봐야지.”

 

 

 

-<3회>에서 계속-

 

 

 

배명훈 [총통각하] 연재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안내드립니다.

현재 예스블로그 연재분에 대해 스크랩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분들께서는 퍼가기 이벤트로 연재를 홍보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주시지만

일부, 정말 일부 몇몇 분들은 연재된 내용을 불펌으로 출처없이 사용하고 계셔서

부득이하게 이번 회부터는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음을 널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단편소설인지라 불펌으로 돌아다니는 작품이 치명적일 수 있음에 이렇게 부탁드리오니

다시 한 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꾸벅)

 

기존 스크랩 이벤트에 응모하셨던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며

여전히 이벤트 응모에 유효하다고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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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1) | 3. 발자국 2012-09-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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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특정 국가의 국내 정치상황과 관련이 없으므로,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를 비롯한 각국 정부당국자들께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삼가시기 바랍니다.

 

배명훈 단편소설

『총통각하』

 

 

발자국

 

<1회>

 

 

  

 사건

 

 

 나라는 이미 선진국 문턱에 진입해 있었다. 총통 취임 후 거의 7년이 지나도록 경제전망이 나빴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국민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늘 그보다 조금 더 나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이는 국가가 해마다 사상최대 복지비 지출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예산의 상당부분을 꾸준히 복지부문에 할애한 결과였다.

 


 경제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민주적 정치절차의 제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언론의 기능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가 대부분 제도권 안으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갔다. 제도가 제 기능을 다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번거롭게 국가에 직접 문제를 제기할 일이 드물어졌다는 뜻이다.

 

 그러니 시위는 더 이상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만 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는. 

 

 

 특수임무전담장관실 특수요원 K는 퇴근길에 잠깐 광장에 들렀다. 그곳에서 20일째 계속되고 있는 시위를 구경하고 싶다는 외국인 친구 M의 부탁 때문이었다.


“왜 그런 걸 구경하러 가? 뭐가 있다고?”
“볼만하다던데. 우리나라 뉴스에도 나왔어.”
“뭐가 볼만해?”
“글쎄. 자세히는 못 들었는데, 일단 가 보지 뭐.”

 

 

 M은 친구라기보다는 고객에 가까웠다. M은 K를 출판사 편집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 그 직업은 특수요원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신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요한 임무를 띤 요원일수록 위장신분을 실제에 가깝게 연기해야 했으므로, 가끔은 진짜로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도 주로 요리책이나 도심 도보여행 안내서 같은, 그의 진짜 임무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책들이었다. K는 그 일이 좋았다. M 같은 세계적인 극지여행 전문가와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도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은 지하철을 타고 광장으로 향했다.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을 때, 안전문제 때문에 광장으로 통하는 지하철 역이 폐쇄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한 역 먼저 내려서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인파에 떠밀려 한 발 한 발 가다 보니 저 멀리 고층건물 사이로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M이 물었다.


“이만 명이라고? 이게?”
“만 오천 명에서 이만 명 정도?”
“그것밖에 안 돼? 너 이만 명을 직접 본 적은 있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경찰 쪽에서 하는 말이니까, 맞겠지 뭐. 어차피 정답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 일일이 세어볼 수도 없으니.”
“극지방을 다니다 보면 가끔 모여 있는 펭귄 숫자를 셀 일이 있는데 말이야, 저게 겨우 이만 명이라는 건 좀.”

 

 광장은 거의 꽃밭이었다. 사람들의 손에 들린 하얀 꽃 때문이었다. 외국 뉴스에도 났다는 “볼만한 시위”란, 꽃밭이 되어버린 도심 광장을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우주 저편, 별빛조차 쉽게 닿지 못할 머나먼 밤하늘 어딘가에서 별이 되어 사라져버린 젊은 영혼들을 위한 꽃송이들.

 

 

 그러니까 그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나라에서 책임질 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실종된 궤도연합군 소속 우주함대 장병 수만 명의 행방(<청혼>(문예중앙, 2010. 9.) 참조할 것)이라는 건, 결코 어느 한 나라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궤도연합군 사령부는 사람이든 시설물이든 거의 전부가 대기권 밖 궤도 위에 둥둥 떠 있었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표면에 붙어서 살고 있었으므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국가의 공공기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 말고는 항의의 뜻을 전할 방법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궤도연합군도 결국 국가들의 연합체인 지표면연합의 통제를 받는 초국가적 기구였으니, 영 엉뚱한 데다 호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억울해도 참고 들어줄 수밖에.


 

 물론 국가는 시위를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당연히 보장된 시민의 권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신고된 것보다 시위대의 규모가 훨씬 컸기 때문에, 질서유지 차원에서 경찰 병력 일부를 전개할 필요는 있었다. 현장 주위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장비를 갖춘 예비 병력들이 집결해 있었지만, 그 집결지도 대개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큰 건물 뒤쪽 같은 구석진 곳이었다. 애초부터 병력을 실전 배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 저건 군대야?”

 

M이 물었다.

 

“아니, 경찰이야. 방패 들고 서 있는 군대 본 적 있어?”
“하긴.”

 

 

 

 

-<2회>에서 계속-

 

 

 

배명훈 [총통각하] 연재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안내드립니다.

현재 예스블로그 연재분에 대해 스크랩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분들께서는 퍼가기 이벤트로 연재를 홍보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주시지만

일부, 정말 일부 몇몇 분들은 연재된 내용을 불펌으로 출처없이 사용하고 계셔서

부득이하게 이번 회부터는 스크랩을 허용하지 않음을 널리 이해 부탁드립니다. 

단편소설인지라 불펌으로 돌아다니는 작품이 치명적일 수 있음에 이렇게 부탁드리오니

다시 한 번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꾸벅)

 

기존 스크랩 이벤트에 응모하셨던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며

여전히 이벤트 응모에 유효하다고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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