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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호 세대 [2020]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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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한편 1호 세대 [2020]

편집부 편
민음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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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0. 인문잡지 『한편 : 창간호 - 세대』 : 민음사

현재를 살아감에 있어 나에게 인문(人文)은 주요 관심사이며 동시에 과제다. 인류의 문화, 질서, 인물, 문물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기도 한 인문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가장 적확한 인사이트(insight)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인문서 《생각의 싸움》의 저자 김재인에 따르면 자연과학이 수학을, 예술이 감각을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면 인문학의 수단은 예나 지금이나 언어라고 한다. 따라서 언어를 갈고닦아 “언어를 불평하는 행위마저 언어로 실천하는 활동이 인문학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인문 잡지란 무엇인가. 국내 최초의 인문 잡지 『한편』에 실린 <한 편을 함께 읽자>에 보면, ‘『한편』은 정확한 언어 구사를 위해 무심코 쓴 표현에 집착하고 으레 쓰는 묘사를 따지고 들어간다. 생각은 한 편의 글에서 시작되고 한 편의 글로 매듭지어지므로, 문득 스치는 아이디어나 흘려 쓴 초고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고쳐 나간다. 이렇게 완성한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을 함께 읽는다.’라고 나와 있다. 또한 ‘하나하나의 글들을 엮어야만 의미가 생산된다고 본다. <세대>를 탐구하는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정치학, 인구학, 미학, 철학 등의 열 편을 모았다. 각 글은 관심사에 따라 특정 세대를 들여다보면서 세대 개념을 분석하고, 분석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한다.

기존의 문예지나 무크지에 대한 관심도 물론 있었기에 몇몇 출판 브랜드의 간행물을 접해본 바 있고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쏠쏠한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인문 잡지에 대한 첫 느낌은 지난 시간 접해온 문예지나 무크지와는 사뭇 달랐다. 무크지 등에 실린 문학을 접하고 있으면 아직 단행본으로 발간되지 않은 아이디어나 초고를 다듬어 단편문학 정도의 글을 주로 다루었다면 인문 잡지 『한편』에 실린 글은 그보다 무게가 더 실려 있다. 한 편의 글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도 그렇고, 주제나 방향 등이 단순히 문학에 대한 재미를 위해 실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오늘 소개할 인문 잡지 『한편』의 창간호인 1호 <세대>편에서는 출판사 편집장을 시작으로 박사, 교수, 문인, 비평가, 활동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각계각층의 지성인들이 ‘시대를 넘어 세대’에 관한 열 편의 글을 내놓는다. 기존의 무크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을 꼽자면 폭넓은 시선과 다양한 종류의 글을 통한 깊은 통찰에 있다. 인문 잡지 『한편』은 문학을 포함하고 있을 뿐 문학잡지는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편』에 실린 열 편의 글은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정치학, 인구학, 미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어우르고 있으며 표현의 방식이 언어라는 것만 공통될 뿐 전혀 다른 시각과 형태의 글을 한 대 모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읽은 『한편』의 가장 큰 장점일 수 있겠다. 한 명의 학자가 내놓은 이론과 시각을 담은 한 권의 책은 우리에게 꽤나 큰 부담을 준다. 그러나 『한편』의 경우 하나의 주제를 여러 학자(각계각층의 전문가)의 시각에서 도출된 논리를 단편 정도의 분량으로 엮었기에 독자의 부담이 거의 없으면서도 유익성은 상당히 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지적 허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길 바라는 정기간행물이다. 나에게 『한편』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나와는 다른 세대를 읽기 위한 주요 인사이트로서, 개인적 호기심을 넘어 업무 교육의 연장선으로 읽어보려 한다. 다음 간행물은 5월, 9월로 연간 세 차례 간행이 계획되어 있다고 하니 2호가 간행될 5월을 기다려 본다.


#인문잡지한편 #한편 #세대 #민음사 #밀레니얼세대 #기성세대 #인사이트 #인문 #교양 #사회 #인문잡지 #베스트셀러 #서평 #독후감 #책리뷰 #책소개 #북리뷰 #책추천 #독서 #독서스타그램 #독서그램 #북스타그램 #책 #책스타그램 #책탑 #신간 #잡지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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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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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스터리 세계사

그레이엄 도널드 저/이영진 역
현대지성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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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8. 그레이엄 도널드 『미스터리 세계사』 : 현대지성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역사를 믿는 편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많은 부분은 ‘허위와 날조’까진 아니더라도 윤색과 미화를 거쳐 실제와 허구 사이에 놓인 기록물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내가 문학에 빠져있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윤색된 역사에 있을 것이다. 때로 문학은 시대를 읽는 주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동시에 날조되지 않은 역사의 생생한 기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 그레이엄 도널드는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날조된 역사부터 꾸며진 모험담, 세계적인 사건의 진상, 종교나 건축물에 따라붙는 미스터리, 정치가들이 은폐한 전쟁의 진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물여덟 가지 미스터리의 의문을 낱낱이 파헤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미스터리 세계사』는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 드라큘라 백작 부인 바토리, 여교황 요한나, 로빈 후드의 진실 등을 다룬 《1부 허위와 날조의 역사》로 시작하여 중국에 관한 소문만으로 집필된 <동방견문록>, 바운티호의 반란과 블라이의 실체, 유령선 메리 셀레스트호의 미스터리 등을 다룬 《2부 가짜 항해와 꾸며진 모험담들》, 클레오파트라와 모차르트 죽음의 이유, 라스푸틴의 최후, 로마노프 일족과 러시아 혁명, 드레퓌스 사건 등을 다룬 《3부 추악한 살인 사건들의 진상》, 기자 피라미드와 스톤헨지의 미스터리, 스페인 종교재판 등을 다룬 《4부 허위와 날조의 역사》, 캘거타의 블랙홀, 시카고 대화재, 고든 장군의 광기, 게르니타 폭파와 사진 조작 등을 다룬 《5부 전쟁과 재앙을 둘러싼 은폐와 윤색》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세계 미스터리나 음모론들을 파헤친 책들은 믿음의 자유 따위를 운운하며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터무니없는 발상과 부족한 근거, 부식된 논리로 흥미 위주의 책이 되어 버리는데 반해 그레이엄 도널드의 『미스터리 세계사』는 꽤나 탄탄한 근거와 역사 속에 펼쳐진 증거, 증언들을 토대로 그레이엄 논리를 완성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미스터리들로 채워져 있다. 인간의 논리로는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 그러나 세상에 어떠한 문제도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다만 아직 우리가 답을 낼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뿐이다.

저자 그레이엄 도널드는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상에 흩뿌려진 자료들을 모아 논리의 탑을 쌓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오직 사실적 기록에 입각하여 스물여덟 가지 사건에 대해 추론한다.


중학생이 보기에 고등학생은 거대한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보기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모두 작고 여린 미성년에 불과하다. 이렇듯 진실은 절대적이지만, 기록은 상대적이다. 서술자에 따라 역사 속의 인물과 사건들은 상대적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고 또한 시대를 거듭나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들은 고양이를 호랑이로 만드는 법이다.

저자가 다룬 스물여덟 가지 미스터리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깊이 몰두할 이유도 없고 공부를 하듯 진지하게 읽어나갈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그저 내가 알고 있던 인물이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순수하지 못한 역사의 기록 앞에 한 인간으로서 숙연해질 따름이다. 이것이 왜곡이건, 윤색이건 중요치 않다. 다만 역사 앞에 서술자들이 변형하고 과대 포장해야 했던 진실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나에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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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usual 언유주얼 (월간) : 2월 [2020]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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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an usual 언유주얼 (격월간) : 2월 [2020]

신형철,정여울,남궁인,정지돈,정지우,송아람,강이슬,구환회,김민철 등저
언유주얼(an usual)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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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1. 문예무크지 『언유주얼 : 2월 덕편』 : 스튜디오봄봄


1981년생인 나는 X세대와 Z세대 사이에 낀 세대로 아쉽게도 세대 구분과 정체성이 모호한 세대에 속한다. 다행이나마 최근에 우리 세대를 에코붐 세대니 밀레니얼 세대니 하며 나름의 영역을 확보시켜 준 것에 기여한 언론과 사회학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우리 세대는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지만 반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교 시절과 사회 진출 시기에 국제금융위기(IMF)와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낸 세대이기도 하다. 물론 현세대라 불리는 Z세대에 비하면 풍요로운 세대라는 점에서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말한 풍요란 경제적 풍요가 아닌 문화적 풍요에 가깝다. 90년대에 머리털이 거뭇해진 우리는 《슬램덩크》, 《드래곤볼》, 《상실의 시대》 같은 일본 문화를 접하며 자랐고, 워크맨의 보급이나 삐삐의 유행으로부터 시티폰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세대로 음악만 보아도 동서양을 넘나들며 록, 발라드, 힙합, 재즈, 클래식 등 국가와 인종, 문화와 장르를 넘나든 세대이기도 하다.


앞서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오늘 소개할 문예무크지 『언유주얼』의 2월호 덕편이 우리가 생각하는 지덕체의 덕(德)과도 같은 덕후(오타쿠)의 (德)이기 때문이다. 오덕후 또는 덕후라는 말은 내의 20대에 생겼고 또한 우리 세대가 만들어낸 말이다. 오덕후의 어원인 일본의 오타쿠는 의미나 어감이 그리 좋지 않지만, 한국에서의 덕후는 더 이상 나쁜 의미로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이 반갑니다. 『언유주얼 : 2월호 덕편』의 포문을 연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어느 윤상 덕후의 고백》에서 “흔히 동아시아 윤리학의 맥락에서 ‘덕’은 이상적 인간상에 이르기 위한 금욕적 노력의 성과를 떠올리게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윤리학에서 ‘덕(아레테, arete)’은 인간을 행복(eudaimonia)으로 인도하는 어떤 탁월한 자질들을 의미한다. 전자가 ‘옳은’ 삶을 향한 자기 극복의 노력이라면, 후자는 ‘좋은’ 삶을 향한 자기실현의 노력이다. 오덕후의 삶에도 덕(德)의 가치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의미의 덕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덕후라고 불릴 성향은 아니지만 나 역시 나름의 덕질을 한다. 하나는 사진을 좋아하니 카메라나 렌즈를 사 모으거나, 되팔고 다시 구매하는 일의 반복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독후감이나 서평 모으기다. 대체로 많은 분들이 나의 독서 생활을 엿보며 서재를 기대하는데, 나의 서재는 생각보다 단출하다. 한참 책을 수집하다가 오래된 책들에서 책 곰팡이가 피어 서재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을 방출한 이유도 있고, 나의 결벽이나 강박적인 성격 덕분에 서재에 남겨진 책들은 반드시 재독을 할 가치가 있는 책이어야만 한다는 나름의 원칙으로 연간 한두 번의 서재 정리를 통해 대략 천 권 전후의 명작들만 남기고 있다. 물론 수집가에게 절대적인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책 수집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반면 내가 쓴 독후감이나 서평을 모으는 것은 퍽 재밌는 일이다. 액셀에 목록을 정리하여 스크롤을 내릴 때의 쾌감이나,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하며 쌓이는 콘텐츠와 피드(Feed)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약속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하거나, 일을 하다 짧게나마 휴식 시간이 주어질 때 틈틈이 읽어 내려간 『언유주얼 : 2월호 덕편』에서 유난히 반가운 것은 얼마 전 읽은 『반전이 없다』의 조영주 작가 인터뷰와 너무나도 존경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글이었고, 산문으로 시작하여 소설, 시 등의 자유로운 글과 글 사이에 전시된 사진, 그림, 그래픽, 또는 전시예술에 가까운 풍경 작업물 등이 나를 기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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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너를 생각해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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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끔 너를 생각해

후지마루 저/김수지 역
arte(아르테)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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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7. 후지마루 『가끔 너를 생각해』 : 아르테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이는 시즈쿠는 헤이세이 시대(1989~2019) 마지막 마녀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마녀에 대해 잊고 살던 시즈쿠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소꿉친구 소타에게 마녀의 사명을 돕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냉소적인 시즈쿠는 소타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끈질긴 그의 권유로 할머니께 전해 받은 마도구를 이용해 어린 시절 추억의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마도구의 사용으로 시즈쿠와 관련된 비밀의 조각을 맞춰가고 이내 시즈쿠는 잊힌 기억들을 촘촘히 떠올린다.


모계 격세 유전으로 마녀의 힘이 전해지는 시즈쿠의 집안은 마녀의 대를 잇고 있다. 여섯 개의 마도구를 전한 할머니에 따르면 마도구들은 단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으며 오직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여섯 개 마도구의 힘이 다하면 마녀로서 힘이 사라지며 사명은 끝난다고 한다.

소꿉친구 소타의 등장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지내던 시즈쿠를 이 시대 마지막 마녀로 변화시킨다. 소타의 응원으로 힘을 낸 시즈쿠는 시련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마도구와 마녀의 능력을 통해 그들을 해방시킨다. 마도구를 사용하며 내담자들의 시련을 해방 시키며 시즈쿠는 마녀 사명의 길을 걷는다. 시간이 지나고 인물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즈쿠는 잊고 지낸 자신의 지난 과거와 사연으로 한걸음 다가선다. 할머니께 물려받은 마도구를 모두 사용하고 마녀로서의 사명을 완수한 날, 시즈쿠는 잊고 싶은 지난 과거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지난해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작가 후지마루의 신간 『가끔 너를 생각해』는 전작과 흡사한 구성의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다. 여전히 단순하고 경쾌한 문체는 높은 가독성을 유지하며, 중심인물 시즈쿠와 소타의 케미는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대체의 라이트노벨처럼 극적이며 뚜렷한 개성을 지닌다.


소설가로서 똑똑한 면모를 보이는 후지마루는 전작에 이어 신작에서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통해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헤이세이 시대 마지막 마녀’라는 소재는 꽤나 자극적이면서도 가볍지만, 작가가 소설에 담은 주제는 제법 무게감이 실려 있다.

남을 돕는다는 설정으로 시작된 여섯 개 마도구의 사용은 저마다의 사연이 가득한 내담자들을 시련으로부터 해방시키지만, 마지막 사명 완수 단계에 이르러 시즈쿠가 행한 마녀로서의 행위는 결코 ‘남을 돕는’일이 아닌 결과적으로 ‘자신을 돕는’일로 거듭난다. 마지막 마도구를 사용하고 난 시점의 시즈쿠는 자신에게 마도구를 물려준 할머니의 죽음부터, 시즈쿠에 대한 기억을 제외한 모든 기억을 잃고 살던 소타 등 자신이 겪은 지난 과거의 미스터리로부터 해방된다.


작가 후지마루는 『가끔 너를 생각해』에서도 ‘마녀’나, ‘마법’ 같은 장치를 이용해 소설의 시작부터 몰입도를 올리고 배경을 죽이는 대신, 인물과 사건 사이의 연결성에 집중하여, 하나의 사연에서 다음 사연으로 넘어가는 사이 독자는 시즈쿠의 과거의 비밀에 접근한다. 한편 사연이 거듭됨에 따라 증폭된 미스터리는 차곡차곡 쌓이면서 결말의 쾌감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소설은 어느 구석에서도 자극적인 느낌을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소소한 것들에서 생겨난 삶의 소중함과 존재의 고귀함에 대해 여전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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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원숭이의 서재 2020-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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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저/황석희 역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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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5. 제이슨 레이놀즈 『롱 웨이 다운』 : 밝은세상

요란한 총성이 들리고 형이 죽었다. 윌이 총성 이후 들은 건 자신의 심장 소리뿐이다. 이제 윌에게 남은 건, 세 가지 룰과 한 자루 총이다. 윌이 자란 동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단순한 룰이 있다. 첫째 절대 울지 말 것, 둘째 보아도 밀고하지 말 것, 셋째 반드시 복수할 것. 그리고 윌은 조금 전 살해당한 형의 서랍에서 한 자루의 총을 손에 쥔다.


가장 가깝고 사랑한 이의 죽음에 슬픔이 가시기도 전 열다섯의 윌은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형 숀의 복수를 위해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인내하며 엄마가 잠들 길 기다린다. 이윽고 멈춘 엄마의 울음소리 끝에 윌은 숀의 총을 손에 쥐고 문밖을 향한다. 허름한 아파트 8층, 바로 윌이 사는 곳이다. 윌은 천천히 복도를 걸어 나가 엘리베이터의 작동 버튼을 누른다. L, 2층, 3층, 4층... 터질 것만 같던 심장이 고요해지고 이내 엘리베이터가 8층에 도착한다. 로비까지 다시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60초. 60초 후의 윌은 동네의 룰을 지킬 것이고, 숀의 복수를 완수할 것이며, 비로소 또 다른 살인자가 될 것이다. 제이슨 레이놀즈의 『롱 웨이 다운』은 죽은 형 숀의 복수를 위해 한 손에 총을 쥐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동생 윌의 60초를 그렸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윌의 형은 살해당한다. 당시의 상황 묘사는 마치 내가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과 같은 현장감을 준다. 그러나 보다 충격적인 것은 제이슨 레이놀즈의 문체다. 보통 소설은 대체로 산문체로 쓰이는데, 『롱 웨이 다운』은 시작부터 끝까지 운문체로 쓰였다. 필치의 감각을 떠나 운문체가 주는 암시적 묘사와 운율은 마치 80~90년대 래퍼들의 가사를 읽는 것 같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미넴의 초기 앨범 <The marshall mathers>의 수록곡이며 그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대표곡 《Stan》이 떠올랐다. 《Stan》을 처음 들었을 당시의 충격만큼이나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 『롱 웨이 다운』은 그러나 단지 운문체에서 멈추지 않고 플롯으로 충격을 이어간다.


우리는 작가가 60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을 책 한 권에 담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60초간 일어난 일이라곤 윌이 형의 복수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로비로 내려가며 각 층마다 사람들을 만난 것뿐이다. 공교롭게도 엘리베이터는 매 층마다 멈추고 친숙한 인물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정은 이제 곧 살인자가 될 열다섯 윌의 심리를 그대로 담아낸다. 이 소설엔 오고 가는 대화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대사가 없다. 형식은 운문이고 윌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살인자가 되기 60초를 앞둔 소년의 독백은 윌의 불안정한 심리 속에 독자를 머물게 한다.


제이슨 레이놀즈는 미스터리 소설을 사건 중심으로 끌어가지 않는다. 미래이긴 하지만 ‘곧’이라는 단서가 붙을 60초 후에 일어날 사건은 독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배경이다. 사건으로 향하는 과정 속의 배경은 낡은 엘리베이터다. 숨이 막힐 지경으로 좁은 공간감이 선사하는 폐쇄적 공포와 퀴퀴한 냄새, 낯섦과 익숙함이 공존하는 인물들의 공간 침범(엘리베이터) 속에 윌은 예비 살인자로서 초 단위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어린 소년이 조금 전 죽은 형의 복수를 위해 살인자가 되어가는 시간 60초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평범히 보내는 60초와는 다른 의미의 시간이다. 윌의 60초는 공간을 지배하며 나아가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다. 작가는 그런 억겁 같은 60초의 심리를 300페이지에 걸쳐 숨 막히게 묘사한다.


발상만으로도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와 『롱 웨이 다운』에 ‘천재적’이라는 표현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의 소설 『롱 웨이 다운』은 지금껏 경험한 어떠한 소설보다 새롭고 또한 놀랍다. 단지 ‘재미’로 표현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것 같고 ‘충격 그 자체’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나마 이 소설과 어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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