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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스릴러 《내가 너였을 때》 | 소설 에세이 2020-07-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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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저/공보경 역
한스미디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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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의 신분을 이용해 살고 있다면이란 생각은 더 이상 상상에서만 존재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 발달은 신분증 및 여권 위조 등을 감쪽같이 해 주고 해킹, 다크 웹 등은 거짓 정보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 《내가 너였을 때》는 부유한 한 여성이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음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내가 너였을 때》의 저자 민카 켄트는 전작 『훔쳐보는 여자』에서 지켜보는 여자와 관찰당하는 여자의 비밀을 그린 스릴러로 이름을 알렸다. 《내가 너였을 때》는 브리엔 두그레이가 강도에게 습격을 당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후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런 강도 사건 후 브리엔은 그녀의 사무실 보험 대리점도 철수한 후 트라우마로 약에 의지하며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다. 사고 후 연락하던 친구들도 무슨 연유인지 연락을 끊고 이제 브리엔에게 남은 건 그녀의 집에 세입자로 있는 의사 나이얼이다. 2층에서 생활하는 나이얼은 항상 친절하며 그녀의 공포를 이해해준다. 브리엔은 나이얼에게 심적으로 의지하며 그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브리엔의 일상에 균열이 온 건 그녀 앞으로 온 아파트 열쇠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이 된 아파트에 혼란이 온 브리엔은 직접 찾아간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과 같은 향수와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정체에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그 여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녀를 추정해간다. 가짜 브리엔의 정체에 가까워질수록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온다.

1부 브리엔의 관점에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면 2부는 역시나 라고 다소의 실망을 할 수도 있다. 1부에서 주어진 단서로 브리엔과 나이얼의 관계를 예상할 수 있지만 3부에서 저자는 그런 나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급반전을 선사한다. 브리엔과 나이얼 양자의 입장에서 교차로 사건이 진행되는 이 소설은 공격하는 자와 막는 자의 심리를 더욱 극대화함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내가 너였을 때》는 강도 사건 이후 힘들어하는 브리엔의 심리를 이용하여 그녀를 조종하고 거짓 진실을 믿게끔 유도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을 이용한다. 브리엔이 갖고 있는 과거의 기억까지 모두 거짓으로 몰며 상대의 말에 조종당하는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읽는 나조차도 나이얼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게 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가짜 브리엔과 진짜 브리엔이 만나 급반전되는 부분도 꽤 흥미롭다.

다만 다소 아쉬웠던 건 브리엔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다른 사건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 계기의 개연성이 더 촘촘했다면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강력한 페이지터너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까지 조종하는 나이얼의 가스라이팅에 속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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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소설로 보여주는 소설, 오늘의 작가총서 《라이팅 클럽》 | 소설 에세이 2020-07-1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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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이팅 클럽

강영숙 저
민음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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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 작가의 《라이팅 클럽》은 2010년 출간되었던 소설을 민음사에서 독자들에게 재발견되어야 할 소설을 엄선해 <오늘의 작가 총서>시리즈에 편입하며 새롭게 만들어진 소설이다. 재발견되어야 할 소설이라는 글만으로도 이 소설은 나의 관심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라이팅 클럽》은 계동에 사는 모녀의 이야기이자 글쓰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라곤 본 적 없는 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와 작가라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무명작가이자 아이들 글쓰기 교실의 엄마 '김작가'가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김작가로 부르며 모성이라고는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는 이 모녀의 관계는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소설 초반은 이 독특한 모녀 관계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시작된다. 글쓰기 교실을 열고 집안일에 관심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는 딸의 모습을 그리지만 저자는 '나'의 모습을 결코 불쌍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이 소설의 힘 중 하나는 저자가 이 모녀의 형편이 대학 진학을 시킬 수 없을만큼 궁핍하지만 불쌍한 정형화 된 모습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대였다. 

내가 김 작가의 작고 큰, 그 숱한 사고 수습만도 몇 차례를 했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김 작가는 평생토록 제멋대로 살았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고

나쁘게 말하면 머리가 아주 나빠서 한 치 앞도 못 보고 사고부터 치는 천치였다.

모성이라는 것이 자연법칙이 아니라는 것,

아이를 낳고 젖을 물리는 순간 저절로 여성의 신체 안에 부여되는 선천적 기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라이팅 클럽》에서는 글쓰기를 대단한 행위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바로 '일상'이었다. 나에게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은 난로 위에 끓고 있는 주전자를 내려 놓는 일상적인 순간이었다.보리차가 너무 뜨거워 욕이 터져 나온 그 순간. 또는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김작가에게 화가 나 분노에 치미는 순간,쌀 살 돈이 없어 허기진 배고품의 순간 그러한 일상들 속에 화자인 '나;는 글을 써 내려간다.

소설을 써서 마을에 사는 유명 인사인 J작가에게 글을 보여주면서 저자는 화자인 '나'의 배움을 통해 글쓰기란 이런 것이다를 실생활에 보여준다. 일반적인 글쓰기 수업에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강사와 달리 저자는 아마추어 아니 견습생인 '나'의 입장에서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를 찬찬히 보여준다. 글의 소제목부터 '글쓰기 모드' -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너의 라이프 스토리를 말해 줄래' 등등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과정과 더불어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가진 백미다. J작가가 '나'에게 글에 대해 설명해 주는 부분을 읽노라면 마치 이 《라이팅 클럽》의 강영숙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기를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떄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 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라구.


작가의 사고 과정이 소설에 드러나려면 공부를 해야 해.

많이 읽어야 한다구.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를 거야.

작가들이 진실한 문장 하나를 가지려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는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무엇보다 이 《라이팅 클럽》의 백미는 바로 글쓰기 공동체이다.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김작가'와 '나'라는 두 명의 공동체, 아이들 글쓰기 교실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교실로 변모하며 그 공동체 안에서 글쓰기란 바로 우리의 일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말해준다.

J작가가 '나'에게 설명해주는 글쓰기의 이론 또한 좋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작하는 방법을 글쓰기 공동체를 향해 보여준다. 집과 시장 등 집안일만 하는 아줌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는 김작가의 말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지만 결국 아이들과 남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그들의 해프닝과 그럼 아이들과 남편의 이야기라도 쓰라고 격려하는 김작가는 그들과 함께 웃고 느끼며 성장해간다. 김작가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존재였던 김작가가 이 아줌마들과 글쓰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고 글을 씀으로 희열을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고 이 글쓰기 공동체가 화자 '나'가 미국에 가서도 글쓰기 공동체인 '라이팅 클럽'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과정은 함께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에 큰 위안이 되어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이팅 클럽》은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글쓰기를 유혹하는 책이다. 

이 계동 모녀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나' 또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매점에서 일하지만 커피 배달이 주업무라 매일 다리가 퉁퉁 붓고 매일 먹고 살기에 바쁘다. 미국에 가서도 사람들의 손톱을 꾸며주는 고된 일을 하지만 '나'는 꿋꿋히 써내려간다. 순간 순간의 감정을 붙잡고 기억하기 위해 순간 순간을 써내려간다. 그 글쓰기가 무의미한 일상을 소중한 순간으로, 의미를 재정립해 준다.


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그건 그냥 그렇고 그런 글일 뿐이었다.

그러나 왠지 일거수일투족이 다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내가 느끼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중요한 걸 다 놓쳐 버릴 것 같았다.


이 모녀의 삶이 힘들었지만 불쌍해 보이지 않았던 건 그들에겐 글쓰기가 있어서가 아니였을까. 항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책을 읽고 글로 표현할 줄 알았던 이 모녀에게 글쓰기는 위로였고 감정의 배출구 역할을 해 주었을 것이다. 혼자 하는 글쓰기도 의미있지만 김작가가 주부들과 함께 글쓰기 공동체를 하고 나가 미국 교포들과 함께 글쓰기를 할 때 더욱 글쓰기는 빛이 났다. 글을 쓸 때 행복해지며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라이팅 클럽》은 독자들에게 글을 쓰고 싶어지게 한다. 어쩌면 이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라이팅 클럽》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지금도 이 모녀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여전히 투닥거리며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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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풍자로 풀어쓴 성경 이야기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 | 소설 에세이 2020-07-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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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

마크 러셀 저/새넌 휠러 그림/김태령 역
책이있는마을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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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유치원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한 번도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은 없다. 창세기부터 읽다가도 율법과 성막이 소개되는 레위기 부분에 막혀 포기했고 신약성경에서는 마태복음의 ~가 ~를 낳고라는 계보에 또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라는 책을 성경 통독하기 위해 읽게 된 계기는 아니다. 나는 현재 기독교가 보지 못하는 현 사회의 문제들에 관한 내용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기 기대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른 내용일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의 저자 마크 러셀과 섀년 휠러는 먼저 비기독교인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왜 3년에 걸쳐 성경 66권을 압축하는 글과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경을 배웠음에도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음을 설명한다. 미션 스쿨의 선생님이나 목사님들이 설명해 주는 이야기들 중 누락된 부분이 많음에 착안하고 이 성경의 전체 이야기를 압축하여 사람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함이 목표라고 말한다. 목사님이나 교역자가 들려주는 성경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해 주고자 한다고 했다.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는 모세5경, 역사서, 예언서,시가서, 복음서, 바울 등 각 분류별대로 기록되어 있다. 기독교인인 내가 기대해던 건 성경의 숨은 맥락을 알 수 있는 책이리라 생각했지만 이 책은 성경 텍스트를 풍자한 느낌이 강하다. 가령 예를 들면 성경 말씀 중 가장 기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부터 시작하는 창세기에서 하나님만이 우주에 계셨다는 걸 작가는 태초에 하나님은 외로우셨다라고 풀어쓴다. 기독교에서는 하나 저자는 저자가 느낀 감정으로 풀이하렸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가르치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며 솔직하게 고백한다.

시가서인 시편은 저자가 압축하기 어려웠음이 짐작된다. 서사가 아닌 찬양과 호소로 이루어진 이 시편을 저자 또한 어려웠기에 우리가 많이 인용하는 부분들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신약 성경의 예수님이 나오는 부분에는 예수님의 신성한 이미지 대신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면으로 그려낸다. 기존 기독교 영화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깨뜨리며 색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냈다. 할례, 십자가 등에 대해서도 그림과 글의 풍자는 돋보인다.

저자는 이 책이 성경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3년에 걸쳐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와 같은 비기독교인에게는 현대인이 자주 쓰는 말로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 쓴 이 책이 이해하는데 도움은 될 듯 하다. 성경이 이렇게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줄 책이다. 다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이 책을 권한다면 나는 안 믿는 기독교인보다는 믿음이 확실하게 정립된 기독교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오해 없이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책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닌 성경을 직접 읽어보고 비교해 보길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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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고군분투기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소설 에세이 2020-07-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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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강병진 저
북라이프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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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전세 만기가 가까워져 집을 알아보고 있던 시기였기에 우리 가족 역시 새로 살 집을 찾아 표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점은 저자는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였고 나의 경우 또 다른 전세집을 찾는 표류기였다. 날마다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서울 인구의 90퍼센트가 집을 찾아 표류하는 시기 저자의 집을 사기 위한 고군분투기가 이 책 속에 그려진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독립을 한 후 어머니가 살 집을 찾기 위해 집을 구입하는 여정을 브런치에 연재를 한 글이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세입자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서울에서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받았고 제 7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마흔 가까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던 저자가 독립을 위해 오피스텔을 찾아 이사하기까지의 1부와 자신이 독립 후 어머니를 위해 집을 구하는 여정인 2부로 나뉘어져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 많은 지인들은 똑같은 질문을 한다. "왜 빌라를 사?" "아파트를 사야해" 저자 또한 알고 있었다. 빌라는 잘 오르지 않는다는 걸. 노년을 위해서라면 아파트가 좋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저자에게는 자신이 사는 집의 월세도 감당해야 했고 비싼 아파트 값의 대출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설사 아파트를 구입한다해도 빌라에 비해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빌라를 구입하되 역세권이고 조금이라도 재산 가치가 있는 집을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빌라 관광을 시작한다.

저자가 빌라를 구매하기 위한 목표금액은 처음 1억 3500만원이었다. 부동산 앱을 설치하고 전봇대에 붙어 있는 신축 분양 빌라 분양 사무실에도 가보기도 하며 깨닫는다. 이 금액으로 절대 자신이 원하는 집을 얻지 못한다는 걸.

1억 3500만원이 1억 7000만원까지 뛰고 다시 2억을 넘게 되며 저자는 그 때마다 열심히 금융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계산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를 몇 번이나 계산한다. 발픔을 판 끝에 집을 계약하기로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은행 대출 심사 승인을 받기 위해 은행에 수십 번 출근 도장을 찍고 대출을 받기 위한 분투기가 그려진다. 아파트 대출 조회는 간단하지만 빌라는 대출 조회가 불가능해 직접 감정평가사를 불러야 하는 문제 등 저자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의 여정을 읽다 보면 한국 사회가 집을 어떤 관점으로 보게 되는지가 자세히 그려진다.

저자는 중개인에게 몇 번이나 임대할 집이 아닌 어머니가 거주할 집을 구한다고 강조했음에도 중개인들은 집을 투자대상으로 설명하기에 주력한다. 실 거주자보다는 월세를 얼마 받을 수 있다는 등, 역세권이라 잘 팔린다는 등의 설명 속에 이 집과 부동산이 투기로 자리잡은 현재의 모습에 씁쓸해지도 한다.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나중을 위해 좋은 아파트를 구매한 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맬 것인가. 아니면 현재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의 집을 구매하고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인가. 저자의 경우 후자에 속했다. 어머니 또한 이제 2년마다 전세집을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과 함께 빌라에서 자신의 생활을 시작해 가고 저자 또한 오피스텔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노후 하나만을 위해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얼마나 포기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하지만 이 카피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이 문구가 통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에서 집은 투기 대상일 뿐인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이 현실 속에, 빌라 한 채도 구매하기 힘든 이 현실의 모습을 과감없이 보여준 저자의 분투기가 많은 호응을 받은 건 바로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 기자이자 뉴스 에디터인 저자가 소개해 주는 영화 속의 집 이야기와 양념처럼 집 구매에 관한 팁을 전수해 주는 실용성까지 갖추어 이사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집을 위한 우리의 관점 또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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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하여 《휴머니멀》 | 인문 2020-07-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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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휴머니멀

김현기 저
포르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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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은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어 큰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다. 부끄럽지만 《휴머니멀》의 PD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현기 PD의 이 프로그램을 나는 보지도 못했고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나의 순수한 관심사 때문이다. 항상 동물에 대한 막연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던 나였기에 꼭 읽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휴머니멀》에서는 야생 동물인 코끼리와 사자, 돌고래와 곰 등 인간의 욕망으로 죽임을 당하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첫 부분은 인간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어려서부터 모진 학대 '파잔'을 당한 뒤 서커스와 묘기에 이용되는 아시아의 코끼리와 상아 하나로 밀렵꾼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실상을 보여준다. 동남아 관광을 갈 때면 꼭 봐야 하는 코끼리 묘기 뒤에 얼마나 잔혹한 학대가 숨겨져 있는지, 코끼리 본래의 야수성을 제거하기 위한 비인간적인 모습 속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관람하며 감탄을 터뜨렸던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해 준다.


아이들 관람을 위해 몇 번이나 방문했던 아쿠아리움 속에 숨겨진 돌고래의 잔혹사도 마음 아프지만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단순히 레저와 전시를 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인 "트로피 헌팅" (trophy hunting)의 실체였다. 자금 확보를 위해 동물 사냥 권한을 사고 파는 그들의 행위와 동물을 죽인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고 박제된 동물들을 자신의 집 곳곳에 가득 전시해 놓은 트로피 헌터들의 행태는 감히 충격적이었다. 자신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아프리카의 자연 환경 보호 기금에 쓰인다고 강변하는 그들의 논리를 듣다 보면 과연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동물들을 사냥하거나 죽이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그들만의 변명이 있다. 트로피 헌터들에게는 '자신들의 행위가 자연을 보호한다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었고 무자비로 돌고래를 잡아들이는 타이지 마을 사람들에게는 '전통'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사냥권을 주는 아프리카의 나라에서는 이 돈이 아니면 먹고 살 수 없다는 정치이해관계가 들어있다.

《휴머니멀》은 이들의 논리 속에 단순한 보호가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힘든 여건 속에서도 동물들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휴머니멀》에서 보여지는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는 함께 살아가야 할 관계가 아닌 착취 대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서, 인간을 위해서 마땅히 죽어도 될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이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 결코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 생태계가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다른 생태계에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인간 스스로 자멸을 자초하는 이런 행동이 얼머나 무모한 것인지 동물을 지켜나가는 이들은 강조하여 말한다.


공존을 향한 첫걸음은 동물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는 곰의 행동을 연구하면서 녀석들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행운을 누렸어요.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집 앞에 나타난 곰을 보면 공포에 휩싸이고

그게 반복되면 그들에게 적개심을 갖게 되죠.

동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게 돼요.

현실적으로 동물이 없으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는데,

그걸 잊고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코로나로 동물원 관람객이 급감해 경영난을 겪는 독일의 한 동물원이 동물들을 돌보기 힘들어 모두 폐사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물들을 이용할 때는 언제고 힘들다는 이유로 죽이기로 결정한 그 기사를 보며 왜 인간의 잘못을 동물들에게 부과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인간에 의해 눈 앞에서 가족을 잃고 학대 당하며 전시품이 되어야 하는 당연한 운명이란 없다.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듯, 모든 생명이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

《휴머니멀》을 다 읽고 난 후 프로그램을 늦게 시청했다. 활자로 읽던 이 참혹함이 영상으로 더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멸종되어야 하는 생명이란 없다. 우리는 함께 공존해야 하는 존재이다. 착취가 아닌 함께 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 변화의 흐름이 시급함을 알게 해 준 책이다. 정말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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