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역사 관련 책은 지루하고 읽기가 어려워요. 암기와 찬양 위주의 역사 교육을 받아온 세대인지라 부끄럽지만 역사 이야기만 나와도 하품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학습만화를 통해 한국사와 세계사를 재미있게 알아가고 있네요. 늦바람인지 몰라도 아이들보는 책인데 오히려 제가 더 빠져서 보고 있답니다. 특히 설민석 선생님의 <세계사 대모험>은 어른이 봐도 너무 재미있어요. 온 가족이 같이 읽어도 좋을 책이랄까요?
예전에는 세계사를 이해하기 보다는 시간 순서에 따라 주요한 사건들을 배열하고 외우는 것만 중시했다면 이제서야 진짜 세계사를 배우는 느낌이에요. 설민석 선생님의 <세계사 대모험>은 연도별로 지루하게 전개되는 책이 아니라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 중 흥미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학습만화랍니다. 이번에 출간된 세계사 대모험 4권은 이탈리아 - 로마에서 생긴 일이에요.
설민석 선생님이 고구려 태학박사 설쌤으로 출연하시네요. 반갑고 친근감이 느껴져서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설쌤이 알라딘, 데이지, 지니와 함께 시간여행을 통해 세계사의 주요 장면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랍니다. 4권에서는 설쌤과 친구들이 로마로 왔는데요, 로마에서 노비로 오해받아 이리저리 팔려 다니고 검투사로 몰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않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로마의 신분제라던가, 사회구조와 제도, 도시의 건물과 시설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로마의 대중 목욕탕이 사교의 장으로 쓰였다는 점, 로마에 신분제도는 있었지만 신분간의 이동이 대체로 자유로웠다는 점 등 새롭게 알게된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았어요.
우리 아이는 검투사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더라고요.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거듭 묻던데, 이 잔인한 경기가 로마가 끊임없는 전쟁을 치루는 과정에서 용맹함과 강한 정신을 드높여주는 도구가 되었다는 로마 황제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저도 검투 경기를 그저 흥미거리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런 의미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게 했네요.
하지만 무조건 합리화하기 보다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경기를 오락거리로 취급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도 제시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시선이 어린이 책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멋진 시도인 것 같습니다. 역시 설민석 쌤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무척 기대됩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찾을 수 있는 책,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