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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비 오던 날 -2부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9-02-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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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해서 써 본 소설

 <비 오던 날 -오사카>

2부 입니다.

 

지난번 글보다 폰트 크기를 높였어요. ^^

 1부 보기  http://blog.yes24.com/document/11059019

 

 

5. 꽃 청년

 

한국인 주인이 일본어로 말을 건넸다.

 

어서 오세요!”

 

, 죄송해요. 비가 갑자기 많이 와서……

 타이밍 딱 맞춰 기침이 나오니까 제대로 보호본능 자극하는 불쌍한 행인 코스프레가 완성됐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다 가시란 의례적인 말이나, 괜찮으시냐는 과도한 친절도 아닌 말이 왠지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 폭우 그칠 때까지, 몇분만 여기 좀 있다 가도 될까요, 사장님?”

젊은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어차피 손님도 안 계시니까. 근데 어디 불편하신가요? 안색이 창백하신데요.”

 

그제서야 조금 수상쩍은 주인에 안도하며 나는 한껏 오버하며 수다를 떨었다.

 

감기가 있는데, 우산은 잊어버리고, 갑자기 비가 내리고. 당황하긴 했어요.”

 

남자는 어서 비가 그쳐야 할텐데하면서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표준적인 일본인인 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오들오들 떠는 신체를 주체할 수가 없었고, 창피했지만 어쩐지 주인에게 가식을 떨어야겠단 생각은 거의 들지 않았다. 나름대로 위급한 사태중이란 핑계로 평소 가게 주인들에게 갖추던 체면치례를 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이웃들에게 최소한으로 유지하던 이미지 관리까지 포기했으니 망했다, 크흑.

 

몸을 숙여 갑자기 사라진 남자가 주섬주섬 무언갈 내게 건넨다.

이거라도 좀 드세요, 티백이지만.”

녹차를 담은 머그컵을 받은 난 고마움을 표하며 그 자리에서 후르륵 마시기 시작했다. 몇분동안 그렇게 조용하게 가게에서 덩그러니 있는데 그가 침묵을 깼다.

 

이거 어떨까요? 제가 우산을 빌려드릴께요. 마침 두 개가 있네요.”

 

그럴 순 없죠, 사장님.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아니 물론 저는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은데 살고, 또 반드시 갖다드릴거지만, 제 말은.”

 

그가 말을 막았다.

 

아녜요, 괜찮아요, 아가씨. 서로 믿고 살아야죠. 그리고 이 우산 싸구려에요, 하하.” 

계속 이렇게 서있으면서 실랑이하는 것도 장사에 폐를 끼치는 거라서, 그의 특별한 친절을 거절할 수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내버렸다.

 

. 어쩔 수가 없군요. 그럼 그럴까요? 내일 오후에 꼭 되돌려 드릴께요. 이거 너무 감사해서 어쩌나.”

 

그가 괜찮다고 다시 손을 내저으며 가게 구석에서 장우산 하나를 찾아와 주었다. 

그럼 내일 돌려 주세요. 핸드폰 좀 주실래요?”

 

한 손으로 감사하게 우산을 받아 쥔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엉겁결에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그에게 전달했다.

그는 내 폰에 번호를 속사포처럼 찍더니 , 됐어요, 이걸로 혹시 내일 못 오신다거나 하면 문자주셔도 돼요.”라 한다.

 

놀란 나는 아니, 무슨 그렇다고 개인 연락처까지. 내일 이 시간쯤에 돌려 줄건데요.”하며 대꾸했다.

 

혹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무슨 흑심같은 거 있어서 아니고, 요즘 문자도 공짜고 제일 편한 소통방법이잖아요. 제 또래는 대충 다 이렇게 번호 교류하고 그래요. 번호만 알지 연락 몇 번 하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게 문제지만.”

 

불필요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정색한 주인남은 어색함을 지우려는 듯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필요한 말 전하시고 지우시면 됩니다.”라면서.

 

우산의 분실과 가게로 뛰어듬, 급작스럽지만 일사천리로 오간 우산 빌리기까지. 문득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어차피 수습할 수도 없을 듯 해서,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건네곤 뛰다시피 그곳을 벗어났다.

 

 

6. 폭풍 문자

 

자고 일어났더니 감기 기운이 싹 사라졌음을 알아챘다. 저녁에 약을 먹고 지난 주 동안 단단히 관리를 한 효과다. 휴일아침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어 있었다. 브런치를 여유롭게 먹고 커텐을 활짝 걷어젖히니 작열하는 여름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 현관문 앞에 놓인 우산 꽂이를 바라봤다. 문제의 어제의 그 우산이 얌전히 담겨 있었다.

 

경황이 없어 냉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생각해보니 참 훈훈한 사건이다. 외국인이기도 한 사람이 이방인한테 친절을 베풀고, 부담을 주지도 않으면서 우산을 빌려줬고, 그건 인간다운 배려였기 때문이다. 핸드폰 번호를 입력한 것도 일견 건방져보일 수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었지만, 아마 다른 누구였어도 나처럼 진심을 느꼈을 것 같았다.

 

타인에 대한 관심, 그로 인한 순수한, 그리고 젊은 사람다운 배려심.

 

그러고보니 예전에 도쿄에서 지하철 취객을 구하고 자신은 목숨을 잃은 한국 유학생도 있었더랬지. 단순한 친절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쩐지 비장해져서 바로 멈추고, 난 우산을 집어들고 곧장 바깥으로 향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자전거를 찾아 타고 매너짱 주인이 있는 꽃집으로 페달을 세게 밟았다. 서점과 빵집, 세탁소, 우산분실의 장소였던 증권회사 빌딩을 거쳐 가니 어젠 못봤는데 대기업계열 쇼핑몰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전 오픈한 쇼핑몰이 첫 휴일을 맞아 화려한 행사를 하고 있었고 그곳으로 향하는 인파가 많은데, 나는 그 길목에 있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사거리에서 크게 턴을 했다. 달린지 얼마안돼 특색있고 조그만 가게들이 펼쳐지면서 꽃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속으로 우산아, 기달려라. 이제 주인한테 간당하고 유치하게 읊조리는 진격의 아야코씨.

 

갑자기 꼬마들이 뛰어들어 급정거하는데, 쉬게 된 김에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가방을 열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제 그 시각보다 두어시간 이르고, 우산 되돌려주기만 위해서 나온 것도 아니기에 벤치에서 노닥거리다 가도 될 것 같다.

 

유리에게 문자를 보내보기로 한다.

 

곤니치와, 유리! 밥 먹었어?” 

답신이 빠르게 왔다. 꽃사슴은 그녀의 ID. 

꽃사슴: “! 대략-”

 

윤호러브: “난 산책 중. 넌 오늘 어때? 집에서 쉴거?” 

꽃사슴: “. 밀린 빨래 좀 하고 저녁에 시간 나는데, 극장갈까?” 


윤호러브: “지금 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만나기 전이야. 아직 몸 추스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영화는 곤란할 거 같아. 나중에 내가 쏠게, 스미마셍

 

꽃사슴: “오케이. 그럼 굿 잡

 

윤호러브: “*^^* 근데 뭐 하나만 상담하자. 얼마전에 길거리에서 훈남이 폰 번호를 알려줬는데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지금 그 사람한테 답신 문자 보낼까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꽃사슴: “뭐라고~??? . 와타나베 아직 살아있네~ >_< 그래 조만간 다 실토해! 근데 너무 쉬운 여자로 보이는 거 아냐?”

 

윤호러브: “그럴려나? 어려운 여자로 어필하려면 번호 지워야 되나? ^^;”

 

꽃사슴: “대박!! 뭐 밀당 이런거는 네가 알아서 하고- 누구야? 잘생겼어? 몇 살인데? 늬가 이러는 거 보면 꽤 괜찮은가 본데? /0/

 

윤호러브: “외국인이고, 많이 젊고사이코패스나 히키코모리는 아님(+_+). 그냥 건실한 남자 사람인 듯.”

 

꽃사슴: “지금 장난 반 진심 반 같은데? 아무튼 난 너를 응원한다! 길거리 운명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이거 잘되면 나 좀 배 아프다? 크하핫

 

윤호러브: “실은 별 일 아냐, 유리. 전화번호 받은 건 맞지만아마 오늘 일만 처리하면 다시 예전으로 될거야. 그냥 왠지 기분이 이상해서 물어봤어.”

 

꽃사슴: “알았다, 알았어~ 무슨 사연이 있구나. 다음에 할 얘기 생기면 만나. (웃음)

 

역시 베스트 프렌드의 조언을 듣길 잘 한 것 같다. 어떤 일을 해도 나를 끝까지 지지해주고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한명 있다는 것이 든든한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가볍게 농담처럼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으니 한결 가뿐하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메마시테.(안녕하세요) 어제 실례를 한 사람이에요. 알려주신 넘버로 연락드립니다. 지금 가게로 갈까 하는데 계신가요?-와타나베 아야코 드림

 

2 여학생도 아닌데 글자 하나하나 골라가며 보내고 나니 괜스레 화끈거렸지만, 어제처럼 정줄을 놓은 것도 아니고 최대한 정상적으로 표현한 것에 만족스러웠다.

누군가의 답메세지를, 이렇게 두근대며 기다렸던 게 얼마만인가?

가만 그러고보니 설마 그 사람 결혼한 건 아니겠지? 아무리 멀리 봐도 20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였는데. 빗 속에서 그 상황에 얼굴을 뚜렷이 기억하는 난 또 뭔가? 큭큭.

 

그렇게 젠틀한 거 보면 여친이 있을 것도 같고. 자기가 거주하는 나라 현지인에 대해 최대한 존중심을 담아 보낸 보편적인 인류애를 사심으로 착각한 거라면? TT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내심 즐기고 있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다이죠부데스.(좋습니다) 저는 여기 있으니 천천히 오십시오. 실명이 와나타베 아야코상이시군요! 저는 실은 한국인이에요. 아무튼 이따 뵙겠습니다. Che Han"

정중한 말투에 안심했다.

 

--이구나, 저 분의 이름이.

저는 실은 한국인이란 말에 주저하는 느낌이 나서 가슴이 살짝 저릿했다.

 

요즈음 불거지는 반한 기세의 뉴스들을 간혹 접했었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국내에서 사는 한국인들 활동이 예전보다 위축되는 현상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국회의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전범을 참배하는 일로 일한관계가 좋다가도 악화되곤 했고, 잊을만하면 도지사를 비롯해 몰지각한 인사들이 망언을 해서 한국인과 중국인들에게 창피했던 기억도 났다.

솔직히 먹고사니즘 때문에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불시에 몰려와 고민하게 하다니. 스스로가 신기하고 이전의 나와 달라질 자신이 예감되어 몸이 떨려온다.

 

가게 앞에 당도했는데 어제와 달리 손님들로 붐비는 꽃집을 발견했다. 채한 상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예쁜 꽃들이 앙증맞게 진열되어 있는지라 가게 앞으로 오가며 그저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장님, 우산 고마웠어요, 여기!”

우산을 건네주며 다시 감사를 표한다.

 

꼭 안 갖다 주셔도 되는데, 더 미안한데요? 그대신 앞으로 이 근처 지나가실 일 있으면 자주 들러주시면 제가 더 이득이죠. 단골 확보 차원의 세련된 서-비스랄까.”

빙긋 웃으며 여전히 친숙하게 대해주니, 마음이 완전히 풀리는 걸 느꼈다.

 

꽃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는데. 언제 사러 올게요. 사무실에도 선인장하고 산세베리아 교체할 것도 있고.”

나는 정말 그런 마음이 들어 젊은 주인에게 말했다.

 

한 무리의 가족 손님과 여러 가지 문의하는 고객들이 줄이어서 우리의 대화는 여기서 멈추었다.

 

자전거에 기대어 다른 구경꾼들처럼 진열된 꽃과 화분들을 즐겁게 보면서 한참 있었는데, 막상 관심을 갖고 보니 신기한 게 많은 화훼의 세계였다.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덧 30분이나 지나 있었다.

 

한낮의 뙤약볕이 내리비치면서 손님이 줄어들더니 아무도 없게 되자 채한이 잠시 쉬자면서 셔터를 내렸다. 앞에 출장중 푯말을 걸고는 옆에 커피숍으로 대접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바로 옆 카페지만 데이트 분위기가 될까봐 본능적으로 내가 멈칫하자 그가 사과했다.

 

죄송해요. 다른 일이나 약속 있으세요? 약속 지켜주신 것도 감사하고, 더운데 계속 서 계시게 해서, 뭐라도 드시게 하고 보내드리고 싶었어서.”

 

나는 괜찮아요. 일이 있긴 한데 쉬었다가 가도 되요.”하며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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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 civil war | 영화가 왔네 2019-02-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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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안소니 루소
미국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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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의 활약은 이어졌다.

위험에 처한 지역에서 악당과 싸우는 어벤저스 멤버들.

그러나 몇 멤버의 실수로 민간인 피해(콜래트롤 데미지)가 생기자 나라에서는 어벤져스에 제동을 걸기로 한다. 

이미 나이지리아, 뉴욕, 워싱톤 그리고 소코비아에서 역대급 민폐를 끼쳤던 지라

어벤져스 멤버들도 동요한다.

 

 

 

 급기야 '소코비아 협약'에 전세계 117개국이 서명하는데

 이는 어벤져스가 더이상 쉴드의 명령이 아닌 행동에 큰 제약이 따르는 것이었다. 

 

끈끈했던 어벤저스 팀은 안타깝게도 서로 반으로 갈라지게 된다.

사실상 꼭두각시 화라며 반대하는 캡틴 스티브 파와, 제약은 필요하다는 토니 스타크 파로.

 

 

그런 와중에 스티브의 절친이던 '버키'가 테러의 주범으로 수배되자 캡틴 아메리카는 이를 의심하여 행동에 나선다. 그를 도와 샘 (팔콘), 호크 아이, 앤트맨, 완다가 어벤저스를 이탈한다.

국무장관 휘하에서 움직이게 된 토니 스타크, 나탈리 로마노프, 비전, 새로 투입된 스파이더맨은

한때 동료였으나 이제 막아야할 캡틴 아메리카 세력을 저지하러 베를린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익숙한 이야기에 심심했고 또 버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좀 지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익사이팅한 액션이 펼쳐지면서 '어벤저스'만의 이야기와 스케일이 시선과 귀를 사로잡는다.

새로 투입한 스파이더맨이 귀엽고, 몰랐던 앤트맨의 신기술도 웃겼다.

 

보는 내내 닉 퓨리, 헐크 등이 안나와서 그립기도 했다. ㅎ

 

 

역시 어벤저스는 하나 되어서 싸워 나갈때 가장 멋지고 근사한거 같다.

갈라져서 죽일 듯 싸우니 슬펐다.

그런데 또 그 내막을 알고 나니 짠-하고.

 

어느새 정들어 버린지라 캐릭터 개개인에 애착이 많이 갔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재미와 감동, 스펙타클을 모두 갖춘 슈퍼 히어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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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허지웅 님 | 샤론의 꽃 영화 이야기 2019-02-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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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 님 께.

저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지웅님의 평론 자주 읽었어요.

사실 팬 까진 아니었는데 이제 비로소 좋아하게 됐었는데 투병 소식에 놀랐습니다 ㅠ
꼭 회복하셔요 !!
As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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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허지웅>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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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한국인 책'은 없었다 | Basic 2019-02-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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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 한국인

마이클 브린 저/장영재 역
실레북스 | 2018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름대로 새로웠다. 몇 군데의 표현들에는 동조할 수 없었지만~~.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임스 편을 본 적이 있다.
영국인 제임스의 친구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며칠동안 경험한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서울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으로 간 곳이 의외였다. 경복궁이나 광화문, 명동이 아니라 용산 전쟁박물관을 간 것이다.

사실 나도 가 본적 없는 곳이라 신기하게 보는데, 보다가 울컥하고 말았다. 영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파병을 했었다. 영국의 젊은이들은 몰입해서 전시를 봤고 처참한 한국전쟁의 기록에 숙연해 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무척 진지해 보여서 왠지 내가 다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한국인인 내가 외국인보다 더 한국에 대해 모르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영국인 외신 기자인 마이클 브린이 쓴 <한국, 한국인>.
이런 심정으로 비교적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30년이 넘게 살았기에 ‘대한영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는 직접 거주했고 또 기자이기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경험한 한국’ 컨셉으로 가볍게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읽다가는 무척 진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논평 comment 하는 수준은 넘어서는 ‘한국론’을 저자는 펼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런 류의 책, 그러니까 외국인이 쓴 한국인 평가 책을 읽은 지가 오래됐다.
그동안 접한 책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비판이다.
그걸 읽으면 ‘우리나라에서 몇 년 살았다고 이렇게 부정적인가’하는 마음이 들어 불편했다.
다른 하나는 상반된 칭찬 일변도이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겉모습을 봤다고 우리를 너무 좋게 보는군’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한국인>은 이러한 양 극단을 절묘하게 피해간다. 직설적인 비판도 있고, 으쓱해지는 칭찬도 있다. 이것들이 모두 추상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좋은 얘기도, 부정적인 지적도 귀를 기울여 듣게 한다. 그 균형감각이 신박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국가가 되었지만, 교육과 사회 전반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후진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저자의 글들을 통해서 듣게 되는 이러한 모순은, 우리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새삼 뼈아프게 다가왔다.

또한 정치에 대한 조언도 참고할 만하다.
실제적으로 대통령제를 대신할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고 마이클 브린은 지적한다.
이는 비단 대통령 1인의 문제가 아니고, 그에 종속되어 수직으로 재편되는 공직자, 관료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고 브린은 돌직구를 던진다.

통일에 대해서도 미국-남한-북한 구도를 넘어서서 외부인의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좀 엉뚱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니 나는 <영국, 영국인>이라는 책을 읽고 싶어졌다.
저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살긴 했지만 뼛속까지 영국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충언 忠言들은 분명 유익하게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영국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런 궁금증이 커졌다.

혹시 있을려나. 우리나라 사람이 쓴 그러한 책이.

마이클 브린의 《한국, 한국인》.
한 영국인 기자가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흥미롭고, 깊이도 있게 쓴 책이다.
통찰이 반짝이고, 재치가 있는 표현들이 많다.

비교적 누구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걸로 여겨진다.
특히, 요즘 한류로 우리나라가 궁금해진 외국, 서양권 사람들이 읽으면  적절할 것 같다.

진영 편향이나 부풀린 평가 없이,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장점이 있었다. (개개의 테마 중에는 선뜻 동조할 수 없는 주장도 있었다.)

한국, 한국인이라는 목적지에 다다르는 괜찮은 내비게이션 쯤으로 생각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다른 내비게이션 중에도 쓸 만한 제품이 있음을 감안하고 한번쯤 활용해 볼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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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던 날 Aslan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9-02-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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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 본 소설입니다.
<비 오던 날 -오사카>
4~5부작 정도 될 것 같아요.
작은 소설이나 창작품이므로 무단전제는 불허합니다.^^

그럼 즐감해 주세요1부 갑니다~~^^.


1.해체

동방신기가 해체를 했다. 맙소사.
언젠가는 이런 형식의 결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소속사와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루어 질줄은 더욱 예상치 못했기에 일본 카시오페아는 한동안 패닉이었다.
일본의 아이돌 업계가 체계적이고 귀여운 유닛들이 많긴 했지만 천편일률적인 음악활동을 보이는 것에 질려갈 때쯤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이웃나라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었다.

한국과 한국의 대중음악에 대해서 오타쿠들에 비해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여러 매체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김건모, 쿨 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가요 팬 문화에 발을 들여놓은지도 꽤 되었다. 이윽고 그 유명한 겨울동화 신드롬이 시작되고 욘사마가 내 언니 또래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이른바 한류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일본 본토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배용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주변의 주부뻘 여자분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그를 초청하는 행사를 열고 상영회를 개최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봤을 때는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지만, 누군가에 저토록 빠져 열심일 수도 있구나 싶어 부럽기도 했다. 동시에 나는 결코 한류에 푹 빠질 거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았다. 일부 민족주의자들처럼 외국 특히 한국의 문화를 배격하는 의미에서가 아니고 30대가 넘어 이성과 감성이 확립된 개인들이 갑자기 일제히 한 문화, 한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은연 중에 비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이여, 역시 자기 확신이 지나치면 자만의 결과에 이를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기를. 그러던 나 ‘와타나베 아야코’ 앞에 동방신기라는 한국의 젊은 남성 댄스 가수들이 등장했으니, 비유하자면 영화 <아마겟돈>에서 예고도 없이 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날아오는 쇼크와도 같았다. 영화에서는 행성과 지구가 충돌하면 세계가 멸망하기에 누군가 희생하며 인류를 구하게 되지만 이 소행성은 날아오는 걸 피할 필요가 없는 존재였다. 다섯 멤버들의 파워풀한 춤과 호소력 짙은 노래는 그 때까지 겉만 번드르르한 채로 내면의 끓는 열정을 감금했던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내 안의 숨겨진 어떤 감성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확실히 친구들과 주변에 시시콜콜 알리기에는 어딘가 뻘쭘한 일임은 분명했어서 열혈팬이라는 걸 공개적으로 커밍 아웃 하지는 않았다. 국내에 그들의 팬이 꽤 존재했기에 나는 인터넷 까페와 SNS에서 (나이를 숨긴 채) 여느 평범한 동방신기 여성팬처럼 환호하고 열광하며 그렇게 지냈고, 정기적인 동방신기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게 티켓과 신칸센 열차표를 손에 쥔채 전국 곳곳을 누비게 되었다. 덕분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오사카를 벗어나 도쿄, 나고야 등의 유명한 대도시들을 순례하는 일 또한 동방신기 투어와 더불어 차곡차곡 늘어났다.

한국의 팬들만큼이나 우리 일본 팬들의 충격과 슬픔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다른 어린 여성팬들처럼 활발하게 동방신기를 드러내어 좋아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차라리 극성스럽게 떳떳이 좋아했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들만큼 약간은 후회가 밀려왔다. 이후 그들은 윤호와 창민이 계속 소속사에서 그 이름으로 남고 재중, 준수, 유천이 JYJ를 결성하여 분리되는 것으로 다시금 활동을 재개하였고, 그 점으로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나뉜 두 팀이 여전히 멋지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한류로써 첫사랑과도 같은 다섯 명이었기에, 다섯이었을 때의 두근거림이 잊혀지지 않음이 슬플 뿐이다.

절친 유리에게 뒤늦게나마 그동안의 팬심과 가슴앓이를 털어놓았더니 그녀답게 호탕하게 웃었다. 유리는 한국에서 어학연수 경험도 있고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친구로, 내 주변에서는 가장 지한파의 인물이다. “아야코, 그랬구나. 그런 줄 알았으면 내가 유노윤호 친필 싸인 CD 얻어서 네게 줄 수 있었는데, 아깝네.” 헉, 정말 아쉽다..!
한번 카시오페아는 영원한 카시오페아다. (내가 만들어 낸 말이다.) 비록 그들 다섯으로써의 한 팀은 전설속의 이름으로 남았으나 나는 여전히 그 때 그 시절의 음악을 듣는다. 좋은 노래는 몇 년이 흘러도 좋다는 말을 체득하는 순간이다. 하여 오늘 밤도 자기 전 굿나잇 뮤직은 동방신기다. (좀 질릴 때는 동방신기 다음으로 좋아했던 ‘신화’의 앨범을 들으면 된다.)


2.태풍

얼마전 태풍이 오키나와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섬나라 일본 내부에서 또 다른 섬인 그 곳에 태풍이 직간접적으로 거쳐 가는 일은 도민들에게 여름의 연중행사이고 일상이었다. 내 기억에 그동안 대단한 태풍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심각한 피해를 끼쳤다.

대비를 했음에도 매뉴얼을 가뿐히 무시하는 태풍의 위력 때문에 여러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다쳤고, 건물과 해안가 선박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직장 동료의 가까운 친구가 아깝게도 이번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상가에 다녀온 선배가 얼굴이 핼쑥한 것을 보니 진심으로 마음이 시려왔다.

사람의 죽음은 막을 수 없이 누구에게나 닥쳐오는 것이고, 젊은이라도 질병과 교통사고 등으로 요절할 수 있는 것이지만, 몇십년만에 발생한 강력한 태풍으로 인하여 유명을 달리 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일찍 죽지 않기 위해 당장 태풍이 없는 나라나 지역으로 이주할 수도 없고 말이다. 고인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나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서른 다섯, 짧다면 짧지만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나는 과연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후회없을 만큼 잘 살은 걸까?

꼭 마더 테레사나 스티브 잡스같이 세상을 변화시킨 일을 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내 가족, 친구, 직장 사람들, 우리 동네 이웃들에게 사랑과 친절을 얼만큼 베풀었을까. 아니 사랑은 어불성설이고 민폐는 끼치지 않았을까.


3.영화음악 프로그램

띠리링.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얼마전 유리로 인하여 알게된 한국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문자도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번잡하게만 보이고 어리둥절했던 했던 앱이, 이제는 꽤 생활의 쏠쏠한 활력소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 주변 일본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류 뮤지션 동호회의 소식지로 애용되고, 유리와도 가끔 커뮤니케이션하고 있어서 싫지 않다.

이병헌의 새 영화 출연작 개봉, 김현중 일본 방문 팬 미팅…. 스타 연예인들의 소소한 새 뉴스들이 평상시처럼 뉴스레터에 도착해있다. 인터넷 여느 뉴스 검색하듯 훑어 나가다 번쩍 눈에 뜨이는 가수들 소식! 신화가 오랜만에 새 앨범으로 가요계에 컴백하다-. 아아, 정말 반가운 복귀다.

내가 일하는 F방송국은 타 방송사들보다 한류 소식을 발빠르고 폭넓게 전하는 미디어로 정평이 나 있다. 몇 년전에 라디오국으로 자리를 옮긴 난 영화음악프로그램에 배속되었고, 그래서 수많은 외국의 OST를 원없이 들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음악은 꽤 인기가 있어서 리퀘스트가 꾸준히 들어온다. 방송을 제작하여 전파가 흐를 때 어설픈 한국어로 후렴구를 따라부르기도 하지만 일본어와 어순만 같을 뿐 많이 다른 한국어는 참 어렵다. 뭐 한국인들로서도 일본어가 낯설겠지만.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그렇게 청취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출퇴근 시간도 아니고 오전11시에 하는 영화음악은 직장인들이 집중해서 듣기 힘들다. 그렇지만 골수라 할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애청자들이 찾아오고 피드백을 해주는 덕분에 새 분기에 폐지될 걱정을 할 정도까진 아니니, 이만하면 나는 행운의 작가라 할 만할 거다.

4.감기는 괴로워

한주를 넘겨 계속되는 감기가 나를 붙잡고 있다. 사소한(?) 감기로 병원가는 걸 좋아하지 않고 더군다나 주사맞는 건 더욱 싫어하는 나는 동네 약국의 종합감기약으로 대처를 시작했다. 그런데 3일이 지나고 5일이 흘러도 기침이 끊이지 않는거다. PD와 아나운서, 동료들이 다들 염려해주면서 병원을 다녀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골든 타임을 넘어선지라 가기 애매해서 과일과 물을 섭취하면서 버팅기고 있는데 감사하게 한결 기침이 잦아졌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 농담조로 퍼진 ‘믿을 뉴스는 일기예보 뿐’이란 말을 떠올리는데 예상보다는 제법 많이 내리는 것 같고, 바람도 심상치 않게 불고 있다. 이런 토요일 아침은 역시 방콕하면서 요리 해먹고 만화책과 밀린 DVD보며 뒹굴거리는 게 최고다. 감기님도 아직 떠나지 않았으니 쇼파위에서 가디건을 잔뜩 껴입고 견과류를 먹으며 한나절을 보냈다.

유리에게서 텍스트 메시지가 왔다. 감기는 좀 어떠냐면서 자기는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며 이렇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는 둥 시니컬하지만 그녀다운 분노의 단말마를 쏟아붓더니 외근나간다며 문자를 끝맺었다. 말은 그렇게해도 직장에서 신임받는 팀장인 유리는 딱 하나 애인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싱글 완소녀다. 불안정한 직종인 나야 그렇다쳐도 그녀에게 남친이 없다는 게 가끔 이해되지 않는데, 그렇게 눈이 높은 편도 아닌 친구가 여전히 소개팅을 거부하고 운명적인 만남을 꿈꿔서 그런가 보다 싶을 뿐.

누군가는 ‘너나 잘하세요’ 논조로 나의 연애세포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내 나이 또래 맘에 드는 남자들은 다 임자가 있고(절반은 아이도 있고), 오래전의 첫사랑이 실패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혼자인 걸 즐기는 수준까지 이르고 말았다. (잠시 눈물 좀 닦고)

이제는 연애가 뭔지, 지지고 볶고 하는 남녀의 스펙타클한 스토리도 다 남 얘기만 같다. 다행히도 일본 사회에선 혼자 지내는 걸 색안경끼고 보지 않게 된지도 오래고. 또 아는가, CS루이스같은 작가처럼 60살 넘어 제 짝을 만나는 기적이 찾아올지. 그래서 육십세까지 기다리는 거냐고 남동생이 언젠가 조소하면서 물어보기도 했다. 고만하자, 계속 한탄하자니 어쩐지 쓸쓸해진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다 뚝 그쳐 사위가 고요하다. 가끔씩 집 건물로 투닥거리는 비의 낙하소리가 운치있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컨디션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지만 토요일 전체를 와병으로 보낼 순 없다는 결심이 문득 들어, 트레이닝복에 따뜻한 쟈켓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매일 걸었던 거리가 비가 그친 후여서 산뜻하게 보였다. 6월 초여름의 싱그러우면서도 열정이 폭발하기 직전인 듯한 묘한 기운이 뒤섞여, 도심의 시민들에게서 새로운 계절에 대한 은근한 기대같은 게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나만 아직 봄의 쌀쌀함을 기억하는 듯 두터운 차림새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민소매 블라우스와 얇고 하늘하늘한 옷이 많아 보인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다.
단골 서점에서 잡지를 들척이면서 원래는 유행 패션이나 연예인 인터뷰 따위를 읽으려다 나도 모르게 방송 아이템꺼리를 생각하는 자신에 피식 웃었다. 베이커리에서 좋아하는 빵 몇 개를 구입하고, 세탁소를 지나치며 옷장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다시 기침이 발작적으로 나서 얼른 빌딩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와서는 슬슬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몇 블록을 룰루랄라 걸어다가 두 손이 허전함에 우산을 두고 나왔음을 깨달은 난 뛰어서 아까 건물 화장실로 다시 갔다. 그런데 방울무늬 프린트가 점점이 그려진 우산이 거기에 없었다. 누군가 가져가버린 것이다. 아끼는 우산이어서 아쉬웠지만, 어쩔수 없이 바깥으로 나왔는데 오 마이 갓,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가볍게 외출하려고 돈을 얼마 들고 오지 않은데다 거의 다 써버렸기에 우산을 살 정도 현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카드도 없고, 비는 다시 본격적으로 내리며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잔뜩 끼었다.

택시를 잡아 타서 집에 가서 갖다 준다 할까? 기사가 나를 믿어줄까 자신도 없고 소심한 성격에 차마 그럴 자신도 없었다. 이럴 때 남자친구가 필요해서 여자들이 믿음직한 애인을 두는 걸까 문득 뜬금없는 생각을 하다가 황망하게 고개를 젓고, 그냥 정면승부를 하기로 한다. 혹시 하늘이 도우면 중간에 비가 그치거나 아는 이웃을 만나 우산을 씌어줄지 모른다. 에라, 모르겠다~.

가녀린 몸이라 할 순 없지만 일주일간 스트레이트로 몸살을 앓은 터라 성큼성큼 걸어가다 급 현기증에 눈앞이 흐려졌다. 아, 와타나베 아야코, 왜 이래, 약해졌어. 나이를 먹긴 먹었군. 그 와중 자책을 하다 겁이 덜컥 나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불현듯 화분들이 바닥에 놓이고 노점 상점인 듯한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길거리 상점치곤 넉넉한 차양이 빗살을 거뜬히 막아내고 있어 무례함을 무릅쓰고 뛰어들어갔다. 장사하는 청년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다 불청객인 나를 곧 쳐다봤다.
고개를 다시 안쪽으로 돌리며 하던 전화를 계속하는데 일본어가 아니다.

중국인인가, 남자를 빤히 바라보는데 스마트폰에 귀를 댄 그가 인사말을 하며 전화를 끊는다.
“그래, 안녕.”
어랏, 한국인…?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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