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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보다 영화~~ | 기본 카테고리 2021-01-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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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담배와 영화

금정연 저
시간의흐름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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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년 전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서랍 속에는 호프라는 담배가 들어있다. 넣어둔 담배를 꺼냈다가, 들여다보다가, 들었다놨다하는 모습들은 원고 쓰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 담배를 야금야금 다 피웠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의 128번째 글(129번이 마지막 글)에서 그 담배의 마지막 개비를 피웠다고 썼다. 담배를 피우는 동안 눈이 왔으며 다 피우고 나자 눈이 그쳤다고 했다. 그 때가 3월이었다.

 

"눈은 내가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몇 분 동안 존재하다가 사라져버렸다. 연기처럼, 혹은 영화처럼, 이게 픽션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 129번 글의 내용은,

"다른 한편, 그것은 현실이다."

이다.

 

나는 이 128번과 129번을 읽으며 시리즈 첫 책 <커피와 담배>를 읽으며 했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이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작가들은 에세이를 쓴 게 아니라 구라를 쓴 것 같다고! 앗, 오해마시라! 구라라는 말은 비하의 의도가 아니다. 지어낸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말을 ‘구라’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내 깜냥에 부합하는 어휘라고 생각하여 사용한 것이다. 즉 그들은 주어진 소재에 어울리는 글을 쓰느라 몹시 힘들었으며 최대한 재미있게 쓰고자 노력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 <담배와 영화>를 읽는 시간 동안 나도 힘들었다. 작가가 쓰느라 힘들었던 만큼 나도 읽기가 힘들었으며, 무슨 독서생활과 개인생활이 세트플레이가 되듯 지난 한 주 꽤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돈을 쓰면서 기분좋게 마무리하려했으나 영 찜찜함은 남았듯 이 책을 다 읽었는데도 상쾌하지는 않다. 그동안 이처럼 책과 내 생활의 감정이 유사하게 진행되었던 적은 없었다.

 

내 좋아라하는 양조위는 영화에 나오는 담배 피우는 남자인데, 이 책에서 그의 얘기는 너무 짧았고 감독 왕가위의 썰만 길었다.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내가 원했던 건 뭐였을까? 작가는 아마도 나같은 단순한 독자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유명 영화의 담배 장면들을 나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부족했다. 그럼 나는 이 제목의 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길 바랐던 걸까? 리뷰를 쓰며 곰곰 생각해봤지만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 작가도 이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고 훨씬 글을 잘 쓰지만 힘든 작업이었을 거다. 그러면 출판사에서 잘못한 걸까? 그런 결론은 잠시 유보해야 한다. 나에겐 아직 책 두 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산책> 그리고 <산책과 시>이다.

 

금정연 작가의 부산 금정경찰서 의경시절 이야기는 이 책과 무슨 상관이었을까? 쿡쿡거리며 웃었던 부분이었다. 내가 금정구 주민이었던 적이 있어서였을까, 남동생의 의경생활을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책을 왜 읽느냐는 대화가 나오는 영화 <화씨 451>을 보지 못했는데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 그 대화가 나온 맥락이. 이 책에서 작가는 담배를 피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저 영화를 인용했다. 이런 뜻으로!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지 않을 이유보다 계속 피는 전제 조건이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와 같이 썼다.

 

"예를 들어-이것이 가능하다고 전제를 해놓고 말하자면-담배가 건강에 정말로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담배가 건강에 유익하다면 담배는 더 이상 숭고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위 문장을 쓰면서 인용한 책은 리처드 클라인의 <담배는 숭고하다>이다. 온라인서점 책 소개를 보니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천박한 건강주의의 위선,

담배는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숭고하다.“

 

위 문장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 나의 시아버지다. 당신은 평생을 골초로 살았지만 70대 중반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담배와 영화>의 1번 글 전체를 다시 베껴 쓰며 이 리뷰를 마친다. 글 쓰기 전 개운치 않았던 심정이 정리되었다.

인생은 계속 되니까!

1.

경고. 이 책은 순전한 허구다. 그러나 많은 부분은 사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단체, 작품 및 기타 등등은 사실과 다르지만 같을 수도 있다(중세의 철학자들을 따라 영원의 관점으로 응시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다). 이 책은 샐리 브라운의 인생철학을 따른다. 1996년 8월 3일 샐리 브라운은 찰리 브라운에게 자신의 새로운 인생철학을 선언한다.

무슨 상관이람?(Who cares?)

난들 알아?(HOw should I know?)

인생은 계속된다.(Life goes on)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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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시 사이... | 기본 카테고리 2021-01-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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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와 시

정지돈 저
시간의흐름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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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히틀리, 뤼시앙 핀틸리,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피터 그리너웨이, 요아킴 트리에, 호세 파딜라, 미카엘 R. 로스컴.

 

 

 

 

나는 처음 들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영화감독이다. 정지돈 작가의 책 <영화와 시>에 위 이름들이 나온다. 읽다가 저 이름들 하나하나 검색해봤다. 감독 이름은 몰라도 영화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단 한 편도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작가는 영화와 시에 대한 글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염두에 둔 작가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아일린 마일스, 캐시 애커이라고 했다. 둘다 시인이다. 역시 나는 처음 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모르는 영화, 영화감독, 시인이 이렇게나 많다니!!

 

 

 

 

아니다, 변명을 좀 하자면! 작가가 너무 마니아적인 게 아닐까? 덕후스럽다고 해야 하나? 책도 이미 양극화가 심각해서 앞으로는 책 읽는 사람을 두고 마니아라 부르게 될 지도 모른다고 예견한 사람도 있다.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선봉장으로 정지돈 작가가 딱 맞을 것 같다. 작가가 이 책에서 언급한 시인 중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앗, 여기까지 읽고 이 책을 비난하는 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오해 마시라!

 

오히려 자아반성에 가깝다.

 

 

유명짜한 영화 좀 봤다고 영화에 대해 안다고 착각했고, 시에 대해선 뭐 아예 무식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세상은 넓고 알아야할 건 진짜로 많고도 많다!

 

 

 

러시아 작가하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브로드스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리가 없다. 198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가는 이렇게 운을 뗐다.

 

브로드스키는 <혁명과 모더니즘>에서 처음 알게 됐다.

<혁명과모더니즘>이 브로드스키가 쓴 책인줄 알고 찾아봤더니 이장욱이라는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이 아닌가! 20세기 러시아의 시인과 이론가를 소개하는 책이었고 정작가도 이 책에서 브로드스키라는 작가를 만났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소설 <창백한 말>에 브로드스키의 일화를 인용했고 그 소설로 2016년에 문지문학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브로드스키 일화는 인상적이었다. 1964년 재판에서 판사는 브로드스키에게 이렇게 물었다.

 

“피고는 누구의 허락을 받고 시인으로 활동하는가?”

 

그의 대답은 이랬다.

“없다. 나를 인간으로 허락해준 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북극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졌다가 1972년 추방당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물과 작가의 사유가 나에게 낯선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정말이지, 이런 책!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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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시 읽기~ | 기본 카테고리 2021-01-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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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와 산책

한정원 저
시간의흐름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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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아름다운 시들이 발자국처럼 남기를 바란다

고 작가는 자기소개에 썼다. 미안했다! 이 책에 아름다운 시들이 실린 건 알겠는데 내게 발자국을 남기진 못했다. 사실 나 같은 시 문외한은 아름다운지 아닌지도 잘 모르나 작가가 쓴 글 속에 들어있어서 아름다운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와 산책>이 한정원 작가의 첫 책이란다. 첫 책이 아닌 것만 같아 작가 소개를 다시 보니 단편영화를 연출했고 출연도 했단다. 세상을 보는 작가의 눈이 곱고 따뜻하다 여기며 책을 읽었는데 영화 연출을 했다니 어떤 영화인지 보고싶다. 작가는 대학 때부터 시를 썼다했고, 초등학교 때는 아는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줬다고 했다. 아마도 작가의 싹이 들어있는 씨앗이었던게 아닐까 싶다. 나는 시와 친해지고 싶지만 영 쉽지가 않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시인들의 시나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 외에는 잘 모르고 찾아 읽으려 하지 않다보니 친해지지 못했다. 그렇게 습관을 들이지 못한 채 살다가 작년 가을부터 읽기 시작한 잡지 <창작과 비평>덕분에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잡지에서 우리나라 시인들을 소개하니까 어려워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고, 시인 추천도 받았다. 박정대 시인과 이정훈 시인이다. 박정대 시인의 산문시들은 형식상 접근하기 쉬웠고, 이정훈의 시는 직관적으로 이해되며 장면이 그려졌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시인은 백석과 이육사인데 그들의 시는 어렵지 않아서 좋다. 반면 우리나라 시 중에도 읽고 바로 이해되지 않는 시들은 많았다. 시어의 함축성 때문이라는 거 잘 아는데 모국어로 시를 난해하게 쓴다는 게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 수준이 이 정도이니 외국시를 쉽게 읽었을리 없다.

 

<시와 산책>에서도 그렇고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작가들은 외국시를 많이 인용했다. 외국시들이 오히려 직관적이라서 그런건지, 시인의 특이한 삶을 소재로 쓰다 보니 자연스레 시가 인용된 건지, 뭐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또는 작가의 취향에 맞는 시인이었을 수도...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라는 꼭지의 제목은 미국시인 ‘에밀리 디킨슨’ 시의 한 구절이다. "나의 일은 맴돌기랍니다. 관습을 몰라서가 아니라 동트는 모습에 사로잡혔거나 석양이 나를 보고 있으면 그래요. 모두 예쁜데 나만 캥거루예요, 선생님."

작가는 1830년생인 디킨슨과 이웃하여 살았다면 가까운 이웃이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자신과 디킨슨의 영혼이 몇몇 지점에서 겹쳐지기에 아무런 노력 없이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디킨슨의 시를 읽어보면 그녀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이 추측성 입방아였을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시인이 말하는 맴돌기를 ‘산책’으로 이해하고 있다. 칩거의 이미지가 씌워져 있지만 대지가 딸린 자택 안에서 성실한 산책자로 살지 않았을까 짐작하는 것이다.

 

작가는 디킨슨의 시 “무명인”에서 말한 끔찍한 유명인보다는 캥거루 같았던 무명 시절을 사랑한다고 했다. 마음으로 친구 맺은 디킨슨처럼 작가도 시 쓰는 산책자가 되고 싶은 것 같다. 내 눈엔 이미 작가도 시 쓰는 산책자이다. ‘고양이는 꽃 속에’를 보면 산책하며 춤 추는 시인이 나온다.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료를 챙겨주는 장소가 벚나무 아래인데 작가는 그곳을 ‘벚나무 식당’이라고 부른다. 늦가을에 태어난 십 여 마리의 새끼 고양이들이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별이 되어 버렸다. 그중 하나 남은 고양이와 다른 성묘들을 위해 벚나무 식당을 여는 작가의 문장은 이렇다.

 

p. 149 나는 일부러 꽃그늘 밑에 그릇을 둔다. 몇 군데 나누어 준 밥그릇에 고양이들이 꽃잎처럼 둥글게 붙어 배를 채우는 동안, 나는 쪼그려 앉아 가만히 봄볕을 먹는다. 서로 다투지 않고, 나 자신과도 다투지 않는, 순한 시간이다. 나의 어린 고양이들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벌이 되었을까, 꽃이 되었을까, 중간이 되었을까. 무엇이든 아름답지 않은 것이 되었을 리 없을 테지.

 

말을 잃을 정도로 슬픔에 빠졌던 작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은 다 침묵한다던 작가가 다음엔 어떤 책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시집이면 좋겠다. 나는 그 시집을 들고 산책을 나갈 것이다. 걷다가 발길이 멈추는 어느 곳에서 시집을 펼쳐 조용조용 소리내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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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가 궁금하다면~ | 기본 카테고리 2021-01-1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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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현대 편

빌 포셋 등저/김정혜 역
다산초당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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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에서 두 권의 세계사 책이 출간되었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고대~근대편, 현대편이다. 나는 현대편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받았다. 흑역사라는 제목에 끌렸다. 언제부터인가 예전에 있었던 일중에 알리고 싶지 않거나 부끄러웠던 사건을 흑역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타인의 흑역사를 알고 싶어한다. 특히 연예인의 성형수술 전 사진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뒷담한다. 그렇지만 본인의 흑역사는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 개인의 역사에서도 지우고 싶은, 절대 공개되길 바라지 않는 일이 있듯 세계사에도 그런 일들이 많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정사라 부르는 유명 사건 위주로 배우다 보니 그 이면의 숨겨진 일들은 알 수가 없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미국의 유수 저자들 11명이 합동으로 쓴 책을 다산북스에서 번역했다. 그 저자들의 면면을 보니 역사학자뿐 아니라 소설가, 정치학 교수에 공학박사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몰랐던 흑역사가 흔히 말하는 역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전쟁 관련 내용은 역사학자가 썼겠지만 초코쿠키 탄생 비화나 NBC의 스타트랙 폐지, 코닥의 몰락 같은 내용은 역사학자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이런 내용들도 들어 있어서 세계사적 사건이나 전쟁 이야기만 있는 것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기본적인 역사지식이 있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의 개요와 히틀러에 대한 정보, 독일의 소련 침공 관련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여기서 다루는 흑역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역사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상관없다.

이 책은 1930년부터 2003년까지 연대순으로 흑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많기 때문에 제목 아래에 저자 이름을 밝히고 글을 시작한다. 연대순으로 되어있다고 해서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목차를 보고 자신의 관심분야나 끌리는 제목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순서대로 시작했다가 기대만큼 흥미롭지 않다며 책을 덮어버리는 것보다는 관심사를 재미있게 읽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 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이렇지 않았을까?' 라는 말은 안타까운 사건일수록 자주 한다. 하지만 나는 저 말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을 이제와 안 그랬다면 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이지 하나마나한 생각이다. 하등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그러면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다. 신이 아니므로 실수도 하고 부끄러운 일도 저지른다. 그럼 선조가 했던 부끄러운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승리자가 기록해 놓은 책을 교과서로 삼아 공부한다. 목소리를 내는 층과 매체가 다양해진 오늘날에는 승리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후손들이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두는 게 우리의 할 일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p. 137

맥아더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중국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달라고 애처럼 졸랏지만 트루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맥아더는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애초에 자신이 휘하 병사들을 지옥으로 데려갔음에도 그런 재앙에 대해 애꿎은 총사령관을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이라는 작은 나라에 발이 묶인 장제스의 국민당이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병하고 싶어하자, 그들을 부추겨 공산당이 장악한 거대한 중국 본토와 ‘싸우도록’ 만들자는 황당한 주장을 반복했다. 장제스가 공격하면 한국에 대한 중공군의 압박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원 의장이었던 공화당 조지프 윌리엄 마틴 주니어 의원이 의회에서 큰 소리로 읽었던 그의 편지를 포함해 맥아더가 트루먼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트루먼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고, 맥아더 장군을 해임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노병의 전설적인 군인 경력은 1951년 4월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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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여행에세이~ | 기본 카테고리 2021-01-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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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

안정숙 저,사진
책구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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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나는 저런 사진을 찍어왔어야 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생애 처음으로 호주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고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호주에 관광 목적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 사진을 찍은 안정숙씨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고 호주 일주 여행도 했다. 그 경험을 책으로 냈는데 제목이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이다. 제목처럼 혼자 여행 아니고 남편과 함께한 여행이다. 아니, 남편과 여행이라니? 놀라지 마시라! 무려 신혼여행이다!!

 

저자 안정숙씨는 자신을 계획적이라고 했는데 내 보기엔 무모했다. 이 책은 그 무모함의 결과물인데 미리 폭풍칭찬하고 싶다. 남편과 결혼 후 호주에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를 간 것, 그리고 함께 일주여행 한 것을 칭찬? 물론 그 두 가지 칭찬한다!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인 남편과 24시간 붙어있는 여행을, 그것도 차로 여행(요즘 말로 차박)을 한 것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절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자유여행, 배낭여행이지~'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야외 취침은 도저히 못하겠다. 그리고 남편과 24시간 붙어있는 짓을 몇 달동안 하라고? 이혼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2009년 2월에 워홀비자로 호주에 입국했고 2010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4개월간 호주 본섬부터 태즈마니아까지 일주했다. 거의 10여 년 전 여행기다. 나는 워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워홀 관련 내용에 시차를 느낄 수가 없다. 요즘에는 법규도 좀 바뀌었을 것이고 워홀러들의 태도나 그곳의 분위기도 변했을 것 같다. 최근에 워홀 다녀온 사람이 읽으면, ‘참 옛날 이야기네!’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호주에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으니 저자의 경험들이 새롭고 신기했다. 주로 자연과 날씨 이야기!

 

호주 여행기 제목에 굳이 ‘남편’을 넣은 이유가 뭘까? 다른 독자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받는 순간 궁금했다. 그 이유는 읽다보면, 특히 마지막에 저자가 밝힌 내용으로 알 수 있다. 여행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고 경험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동행인이 있는 여행이라면, 그 동행인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저자는 신혼여행이었기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는 7년이나 연애를 한 첫사랑과 결혼을 했지만 호주에서 살면서, 일주여행을 하면서 많이 부딪히고 힘들었다.

 

어찌 안 그렇겠나? 사랑이 판타지라면 결혼은 현실인 것을!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혼 전에 상대와 배낭여행을 가보라고! 그러면 그 상대와 평생을 함께 해도 될지 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나는 그 말에 절감했었지만, 그 말을 들을 당시 나는 이미 결혼한 후였다. 그래서 그 말을 주위 미혼자들에게 설파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 여행기 리뷰를 쓰면서 남편과 여행한 것에 대해 길게 언급하는 이유는 저자의 용기에 그저 놀라워서이고, 여행 후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만큼이나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제목의 여행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리라.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덕분에 간접 호주 여행 잘 했다.



 

사진 속 호주의 자연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멋졌다. 패밀리 레스토랑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아웃백’이 호주의 광활한 초원지역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저자는 그 아웃백에서 이런 마음을 느꼈다.

p.86

일단 하늘부터가 말이 안 됐다. 이렇게 지독하게 푸른빛이 가능하다니. 고층건물에 멋대로 가려진, 매연으로 제 색을 잃은 서울의 것과 하나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거기까지 가서 고작 하늘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누구든 호주 아웃백 하늘을 보고 나면 내 말에 동의하리라. (……) 새끼 도마뱀, 꽃 한 송이, 들풀 하나도 귀한 그 땅을 지나면서야 알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작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내 감정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는 일이라는 걸.

 

어느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철조망 없는 야생 동물원에 다름 아닌 아웃백 사진을 싣지 않은 것은 그렇다쳐도 분홍빛이 도는 '에어호'는 사진으로 보고 싶었는데 글로 만족하려 했는데 포털에서 찾아봤다.ㅎㅎ

"동서로 77킬로미터, 남북으로 144킬로미터, 경기도 면적쯤 되는 에어 호수(Eyre Lake)는 사실은 물 대부분이 증발하고, 그 자리에 눈이 덮인 듯 소금이 얕게 깔린 염호다. 건조하고 오래돼서, 비가 내려도 물이 쑥 빠져버리는 땅, 그 대륙을 통틀어 하필 가장 건조한 지역에 자리 잡은 이 호수는 지난 150여 년동안 물로 가득 채워진 적이 불과 세 번뿐이란다. 어디를 둘러봐도 거대한 하늘과 발목을 간질이는 물뿐이었다. 진흙과 소금이 뒤섞인 호수 바닥은 하얀 눈밭 같았다. 연분홍 가루를 살살 흩뿌려놓은 것같이 핑크빛으로 물든 곳도 있었다."

 

그 곳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막 눌러대다가 자동차 바퀴가 진흙에 빠진 걸 알게 된다. 호수 한가운데에서 말이다. 여행 시작할 때 장만했던 중고 포드 익스플로러는 계속 말썽을 일으켰다. 구매비용보다 더 많이 드는 수리비용, 이동할 때마다 생긴 잔 고장뿐 아니라 위처럼 지리나 날씨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는 계속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는 그 차 때문에 에피소드가 생겨 더 재미있게 읽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차 때문에 생긴 문제를 포함 그들이 여행객으로서 겪는 일종의 고난 상황을 친절한 호주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저자가 운이 좋았던 걸까? 흔히 여행에서 당하는 사기 같은 일들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에 폭우를 피해 머문 소방서와 그 주위 사람들은 먼 나라에서 온 여행객에게는 구세주와 같았다. 그 에피소드에서 공감했던 내용은 친절한 호주사람들보다 저자의 심리 변화였다. 여행 막바지에 동행하게 된 남자 후배가 마뜩찮아서(하는 짓마다 사사건건 맘에 안 듬) 너무 힘들었는데 대피소(소방서)에서 풍족한 대접을 받고나니 갑자기 여유로워진 것이다.

 

이 책은 분명 여행에세이인데 나는 심리에세이처럼 읽었다. 호주의 자연 사진을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주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고, 타인의 마음 변화를 보며 내 마음과 비교해 보기도 했다. 저자도 나도 장녀다. 이 장녀들의 특징 중 하나가 모든 일을 다 컨트롤 해야만 마음이 놓인다는 것이다. 자신이 언니, 누나이기 때문에 발동하는 책임감인데 여기에 완벽주의적 성격까지 결합되면 피곤한 스타일이 된다.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저자는 여행에서 돌아와 이 책을 쓰는 데 2년이 걸렸다. 그 사이 첫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다고 한다. 이 책이 2013년에 출간되었고 여행에서 돌아온 것은 2011년이니 벌써 10여년이 지난 셈이다. 그 사이 저자는 둘째를 낳았을까? 소설을 쓰고 싶다던 꿈은 이루었을까? 절대적 포용심으로 아내를 사랑하던 남편과도 여전히 알콩달콩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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