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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랑 없는 세계 - 미우라 시온 | 마뇨의 마법서 2020-02-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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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저/서혜영 역
은행나무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초록초록한 사랑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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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는 뇌도 신경도 없어요. 그러니 사고도 감정도 없어요.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왕성하게 번식하고 다양한 형태를 취하며 환경에 적응ㅇ해서 지구 여기저기에서 살고 있어요.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양식당 엔푸쿠테이에 취직한 후지마루는 요리를 좋아하는 청년이다.

스스로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어 엔푸쿠테이에 취직하기 위해서 몇 년을 기다린다.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서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쓰부라야는 손맛이 좋은 요리사여서 못하는 요리가 없다.

엔푸쿠테이엔 T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많은데 가끔 그곳에서 회식을 하는 팀들이 있다.

그 팀 중에 한 곳에서 엔푸쿠테이에 배달을 시키고, 배달을 하면서 후지마루는 모토무라와 친해진다.

 

요리사와 식물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이 두 사람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사람이 아닌 식물에 온 정성을 쏟는 모토무라.

분야는 다르지만 늘 열린 시각으로 모토무라가 하는 일을 이해하는 후지마루.

서로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한 두 사람의 이야기 어디에 로맨스가 있을까?

 

후지마루는 실험실로 배달을 하면서 신기한 식물의 세계를 함께 접하게 된다.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후지마루는 자신이 요리하면서 다루는 채소들과 모토무라가 연구하는 식물이 결코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모토로라에게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지만 후지마루의 마음을 모토무라는 거절한다.

 

여기 엔푸쿠테이에서는 지금까지 수도 없을 정도로 여성 연구자의 송별회가 열렸어. 결혼이나 출산이나 남편의 전근 등으로 연구를 중단해야 했던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는 얘기야.

 

쓰부라야의 충고에도 후지마루는 모토무라에 대한 마음을 걷을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 밖에 없다.

모토무라는 후지마루의 마음을 받아 줄 수 없었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언제 끝을 맺을지 알 수 없고, 연구와 논문에 들일 시간도 모자란 판에 사랑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랑 얘기가 주축을 이룰 거라 생각했지만 이 이야기는 모토무라의 애기장대의 연구과정이 조금 세세하게 담겨 있어서 그쪽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어려운 읽기였다.

알콩달콩하거나 진지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식물을 연구하면서 그 성장을 통해 마음을 키워가는 모토무라의 모습과 그 과정을 곁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그녀의 세계를 보듬어 않는 후지마루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마쓰다 연구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식물 연구에 그토록 열중하는 걸까? 그것을 전혀 모그는 상태에서는 설령 솟아올랐던 연심을 묻어버린다 하더라도 사라지지 못하는 좀비 연심이 되어 거리를 헤맬 것 같다.

하지만 모토무라는 후지마루의 고백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망설였다. 후지마루가 식물학을 흥미 있어 하는 데다가, 식물을 보고 나서 보여주는 놀라움과 기쁨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모토무라는 자신이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는 세계를 대하는 후지마루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이 존중받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랑 이야기가 식물과 만나서 참신하면서도 싱그럽게 그려졌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서 서로의 문을 여는데 드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보는 순간 활짝 열리는 문도 있고

조금씩 서서히 간 졸이게 열리는 문도 있고

굳게 닫힌 채로 절대로 열리지 않을 문도 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집요하게 공격하는 사랑도 있고

그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주는 사랑도 있다.

선하고, 여리고, 순수한 사랑을 보았다.

오랜만에.

 

우리가 흔히 아는 이야기에서는 모토무라와 후지마루의 입장이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그 입장을 바꾸고 보니 꽤 신선한 이야기가 되었다는 건 사랑에서조차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이야기 같다.

 

연구실에서 미래의 시간을 저당잡힌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엿본 기분이다.

버섯이 동물과에 속한다는 새로운 지식을 접했고

열린 결말이라서 그 뒤를 내 맘대로 상상할 수 있어 좋았다.

 

매일 대단한 사랑들만 대하다 무심한 듯 맹맹한 듯 보이는 사랑을 대하고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편안한 마음으로 후지마루와 모토무라를 응원할 것이다.

 

* 블링블링한 겉표지도 예쁘지만 속표지의 별들이 애기장대의 세포분열을 의미하는 거 같다.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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