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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 12번째 주인공 - '은이후니'님 | 지목! 릴레이 인터뷰 2016-03-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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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스블로그 입니다. 


예스24 대표 블로거를 소개하는 '릴레이 인터뷰' 12번째 주인공은 '은이후니(ccypoet)'님 입니다.


⇒ 은이후니님 블로그 바로 가기 







Q. 안녕하세요 은이후니님. 릴레이 인터뷰의 12번째 주인공이 되신 것 먼저 축하드립니다. 닉네임을 '은이후니'라고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마도 제 닉네임 은이후니를 보시면 은이+훈이로 풀어서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 이 사람은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구나 짐작하시는 분들도 있을 테고 아니면 저희 부부의 이름자 조합이리라 여기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렇지만 전 자식은 딸 하나만 두었을 뿐이고, 저희 부부의 이름자 여섯 글자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은이후니는 한 글자도 보이지 않으니, 둘 다 정답에서 벗어난 지레짐작. ^^

저는 제 닉네임을 발음할 때 은이, 후니로 읽지 않고 , 이후니라고 읽는답니다. 그러면 ‘~, ~이후니라고 무슨 말이든 만들 수 있게 되지요. 가령 꿈은, 잠 이후니처럼 말이에요. ‘삶은, 사랑 이후니라는 조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 이후니이고요.

그러니 제 닉네임은 사람 이름과는 무관한 것. 하지만 은이후니는 제가 오탁번 시인의 시에서 빌려온 시구이고, 오탁번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마치 후렴구처럼 사용한 은이후니가 사실은 아내의 이름과 젊은 시절 자신의 필명에서 한 글자씩 빌려서 만든 단어라고 나중에 밝혔으니, ‘은이+훈이로 짐작하신 분들이 아주 틀린 건 아닌 셈. ^^

아무튼 제가 예스24에서 블로그를 처음 개설했을 때(벌써 1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네요. 2003 12 31일에 만들고 해를 넘긴 바로 그 다음날 1 1일에 첫 포스팅을 했거든요.)에도 제 닉네임에 담긴 의미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포스팅을 한 게 있는데, 아래 링크로 걸어 놓을게요. 그걸 읽어보시면 당시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면서 제가 닉네임에 부여했던 의미 내지는 각오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은이후니, 닉네임의 비밀 개합니다<=클릭 

 

Q. 예스블로그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2001 4월에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고 나서, 매인 데 없는 삶을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홀리데이더군요. 몽테뉴처럼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하는 일 없이도 생활이 풍족한 처지가 아니었음에도 저는 2년 정도를 탱자탱자 참 잘 놀았습니다. 평일에도 아내랑 함께 공원으로 바닷가로 도시락 싸서 소풍 다니고, 딸아이 방학 때마다 뉴질랜드 북섬 곳곳을 차로 여행 다녔으니, 한량도 그런 한량이 없었지요.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시작한 일이 우연히 알게 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였어요. ‘사는 이야기도 쓰고, ‘뉴질랜드 여행기도 쓰고, 또 한동안은 해외 현지 통신원 활동을 하면서 뉴질랜드의 시사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기사들도 몇 꼭지 썼는데, 그래도 제가 가장 많이 쓴 기사들은 다름아닌 서평이었어요. 당시 <오마이뉴스>책동네섹션은 꼭 신간이 아니어도 서평을 받아 실어주었기에, 이민 오면서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책들을 읽고 서평들을 써서 올리는 재미가 참 쏠쏠했지요. 더군다나 당시 <오마이뉴스>는 다른 매체에도 중복기고를 허용해서, 예스24의 리뷰 코너에도 같은 서평을 자주 올리곤 했는데, 그게 어쩌다가 이 주의 우수 리뷰로 뽑히게 되면 아주 기분이 좋았죠.


어느 날 그렇게 올리는 제 리뷰를 눈여겨보던 예스24의 직원 한 명이 제게 이메일을 보내 물어왔어요. 제 이름이 자기가 대학 다닐 때 알던 사람의 이름과 똑같은데, 혹시 자기랑 같은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느냐고요. 그래서 맞다고,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로소이다, 하고 답장을 보냈고 그게 인연이 되어서 그의 권유로 당시 예스24가 야심 차게 시작한 새로운 서비스, 예스블로그에 동참하게 된 것이죠. 그게 2003 12 31일의 일인데, 그때 가입한 초창기 블로거들의 실력이 아주 쟁쟁해서, 제가 포스팅 하는 재미 못지 않게 친구들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글 읽는 재미가 아주 꿀맛이었죠. 하루라도 예스24 블로그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정도였다고나 할까. ^^

예스24를 퇴사하면서 블로그 활동도 중단한 예스24의 그 직원은 제게 라면 박스로 가득 책을 보내주기도 했고,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연락해서 만나기도 하는 등 교류를 계속했는데, 제가 무심하고 게으르다 보니 요즘은 소식이 거의 끊겼네요. 그 직원 말고도 당시 활발하게 블로그를 운영하던 많은 분들이 점차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다른 사이트로 이전해서 요즘은 예스24에서 그 분들의 글을 볼 수 없다는 게 참 아쉬워요.

 

Q.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우선 무엇보다도 블로그 축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2007년에 처음 시작된 이 멋진 이벤트는 포인트로 지급하는 상금이 두둑할 뿐만 아니라 수상작들을 모아 책으로도 출간하기에 첫해부터 블로그들의 관심과 참여가 대단했죠. 출판보다는 상금에 더 현혹된 저 역시 자주 참여해서 그때마다 운 좋게도 입상을 했는데, 2009년 제3회 블로그 축제에서는 운수 대통했는지 덜컥 대상을 받게 되었어요.

아시겠지만 블로그 축제는 수상작들이 발표되고 난 후, 시상식을 겸하는 책자 발간 기념 행사를 두어 달쯤 후에 갖게 되는데, 전 해외에 살고 있으니 아무리 대상 수상자라고 해도 자비를 들여서까지 거기 참석하기란 좀 어려웠죠. (상금)보다 배꼽(왕복 항공료)이 더 컸으니까요. 그래서 일찌감치 시상식 참석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예스24의 행사담당자가 뜻밖의 메일을 보내왔어요. 예스24에서 왕복항공료를 제공할 테니 꼭 참석해달라는 내용이었죠. 불감청(不敢請)언정 고소원(固所願)이로소이다, 당연히 참석하겠노라고 답장을 보냈고, 예정에도 없던 왕복항공료를 추가로 흔쾌히 지원해준 예스24의 통 큰 배려로 전 그 해 가을 고국을 다녀오는 호사까지 누렸어요.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행복한 추억이 아닐 수 없어요. 그때 제가 쓴 대상 수상작을 궁금해하실 분들이 혹시라도 있을 것 같아서 여기 링크를 걸어 놓을게요. 안의 '섬' 찾아서<=클릭 


하지만 이건 단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회성의 특별한 추억거리일 뿐이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들은 보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하지 않겠나 싶네요. 제 경우에는 삶과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정돈하고 일치시키는 장으로서 블로그가 아주 유용한 공간이 되었으며 지금도 역시 그렇다는 점, 서로 공감을 나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취향과 다른 관심과 다른 시선이 느껴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온라인상에서 친구로 사귈 수 있었고 더러는 실제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했다는 점, 그런 친구들이 올린 포스팅과 서로 주고받은 댓글을 통해서 내 삶과 책 읽기와 글 쓰기가 자극을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말할 수 있겠네요.

 

Q.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별로 가리는 것 없이 뭐든지 잘 먹는 식성이라서……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을 두고 하는 우스갯말처럼, ‘다리 달린 건 책상 빼놓고는 다 먹는다는 식으로 막무가내의 식성은 아니에요. ^^

그래도 꼽아본다면, 해삼, 멍게, , 미더덕 따위 해산물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고, 강한 향취가 나는 채소나 나물(깻잎, 마늘, 오이, 당근, 고추, 샐러리, 코리앤더, 달래, 미나리, 두릅, 더덕, 도라지 따위)도 참 좋아해요. 여기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 제법 많아서 어쩌다 한국에 다녀오게 되면 실컷 챙겨먹고 오지요.

하지만 평소 저희 집 상차림은 대세가 김치와 된장찌개이고 가끔씩 거기에 레드 와인과 블루 치즈를 곁들이죠. 아래 시에서처럼 말이에요. , 요즘은 블루 치즈 대신 주로 아몬드를 안주로 먹는군요. 와인과 아몬드가 찰떡궁합이라고 해서. ^^

 

오클랜드 솔라리스

 

귀향은

또 하루 늦춰진다

 

어제 떨어진 그 자리에서 다시 떨어져

자신이 떠나온 곳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는

동백꽃 몇 송이의 시선으로 맞이하는 아침

 

밤사이 새로 태어나고 또 죽은

무수한 생명들의 시차에 따라

이른 봄 창백한 햇살의 각도는

어제보다 조금 더 가팔라지고

 

자전거를 탄 우편배달부가

오늘도 무심히 지나쳐

주소가 지워진 나의 한낮은

썰물이 되어 하우라키 만()을 빠져나간다

 

재활용되지 않은 시간들만

커다란 쓰레기봉지에 담아

세 들어 사는 내 몸 밖에 내놓으면

이번엔 어느 날의 오후가 나를 찾아올 것인가

 

저물 무렵

적도를 건너온 네이버통신은

십 년 전 내가 두고 온 고향의 봄이

요즘은 강남스타일로 바뀌었다는 소식

 

아내와 단둘이 앉은 저녁 식탁엔

배추김치와 된장찌개

레드 와인과 블루 치즈

 

밤에는

몇 년 전 죽은 친구들을 또 만날 것이다

 

Q. 최근 새롭게 생긴 관심 분야가 있다면?

 

앞으로 몇 해 동안 <주역> 공부를 좀 해보려고 해요. , 최근에 새롭게 생긴 관심은 아니고 예전부터 관심은 두고 있었는데, 나이도 그렇고 인생 경험도 충분하지 않고 아직 공부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싶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죠. 그럼 이젠 준비가 다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고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게 될 것 같아서 일단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고맙게도 최근 goodchung님께서 입문서 성격의 책 『命理』를 멀리 이곳까지 보내주셨고, 또 며칠 전 오클랜드 도서관의 무료로 책을 나눠주는 행사에서 고미숙의 책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운 좋게 득템해서 일단 이 두 권의 책으로 시작해 보려고요. 혹시 <주역>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른 책을 알고 계신 분들이 있으면 댓글로 귀띔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Q.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류의 질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

옛날에 하지 않아서 지금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일이라면,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 3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가 더 열심히 시를 쓰는 일은 없을 테지요.

 

Q. 최근 본 책이나 좋아하시는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독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가급적 좋은 책 위주로 가려 읽는 편이라 워낙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며칠 고민했네요. 그러다가 제가 릴레이 인터뷰 열 두 번째 주자이니, 1년 열두 달, 월별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어요. , 책은 계절을 많이 타는 상품이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일년 중 제때에 맞추면 더 읽는 맛이 느껴지는 그런 책들이 있잖아요.

 

1 : 데이빗 소로의 『월든』

1월은 한 해의 시작이니 아무래도 재미보다는 우리 삶의 지향이 될 수 있는 책들이 어울리는데, 저는 지금껏 『월든』보다 더 나은 책을 만난 적이 없어요. 저는 삼십 대 중반에야 이 책을 알게 되어 처음 읽었는데, 가히 인생관이 바뀔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죠. 그래서 제 삶도 확 바뀌었으면 좋으련만, 제가 그릇이 작아 삶의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고 그저 사는 나라만 바뀌고 말았네요.

 

2 : 볼프강 볼헤르트의 『이별 없는 세대』

열두 달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에는 장편보다는 단편,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엽편 소설이 가장 잘 어울릴 텐데, 제가 아는 한 『이별 없는 세대』에 실린 이야기들보다 더 짧으면서도 아름다운 건 없으리라 생각돼요. 마치 주술을 걸어오는 듯한 반복적인 단문의 문장들은 매혹적인 산문시처럼 여겨질 정도지요. 랭보나 실비아 플라스보다도, 윤동주나 기형도보다도 더 이른 나이(26)에 요절했으니, 볼프강 볼헤르트는 어쩌면 예감에 차서 자신의 삶 자체를 잉크로 삼아 그 문장들을 쓴 게 아닐까 싶어요.

 

3 :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 하우스』

우수, 경칩 지나 만물이 약동하면서 생명이 꿈틀대는 3, 생명의 법칙과 그 안에 깃든 신비를 들여다보기에 좋은 달이지요. 이 책은 적자생존의 법칙과 경쟁의 틀로만 잘못 이해하고 있던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아무런 의혹도 없이 진화=진보, 라고 믿어온 제 무지를 확 뒤집어 준 책이어요. 공존을 통하여 다양성이 확보되어 나갈 때만이 생명의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통찰, 그게 바로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이라는 숨겨진 진실을 저자는 재미난 예를 들어서 아주 명쾌하게 풀어나가고 있지요.

 

4 : 이병률의 『끌림』

4월의 바람에는 사람의 피를 충동질하는 기운이 섞여 있기 마련. 그걸 못 이겨 길을 떠난 이병률 시인이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풍경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마주쳐 속절없이 드러난 시인의 마음 속 비밀한 무늬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 저 역시 그런 마음의 끌림으로 그의 시집들과 더불어 오래 이 책을 들여다보았죠. 책장을 덮고 문득 창 밖을 보면, , 벚꽃은 이미 다 떨어졌나니.

 

5 : 알랭 레몽의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들』

5월은 가정의 달이어서,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부부의 날도 있고, 가정을 이루어도 좋은 나이가 되었음을 축하하는 성년의 날도 있지요. 그러나 거기에 아버지의 자리는 여전히 좁아 보이는 게 현실인데, 제 경우에는 특히 그랬어요. 내가 사랑하지 않았고, 아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일찍 돌아가셨으니. 열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읜 저자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의 그 나이가 되어 쓴 이 가슴 뭉클한 사부곡은 제 눈물을 쏙 빼놓았지요.

 

6 :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예전에는 6, 하면 으레 625 한국 전쟁부터 떠올렸지만 지금은 글쎄요, 다가오는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날까, 라는 생각부터 하지 않을는지…… 한두 달 전에는 미리 비행기 예약을 해놓아야 되니까요. 세월이 많이 흘러, 우리들 생활이 참 많이도 좋아졌고, 한국 전쟁을 온몸으로 생생하게 기억하는 세대는 이제 무대의 뒷전으로 많이 사라졌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전쟁의 공포와 전쟁으로 인한 고난은 세계 곳곳에서 여전하고,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유린하고 파괴하는 폭력은 성차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등 다양한 형태로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요. 헤르타 뮐러는 이 작품에서 시와 소설 사이를 마치 숨그네처럼 오가는 긴장감 넘치고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런 폭력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지요.

 

7 :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본인 입으로도 말했거니와 김연수의 대표작은 언제나 최근작이지요. 그러니 김연수의 소설을 추천하려면 최근 작품으로 할 수밖에. 7, 한여름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는 김연수의 단편소설들은 솔에서 그치지 않고 시()에까지 육박하는 작품들이 많지요. 지금은 완전히 자리잡은 소설가로 행세하고 있지만 원래 태생이 시인이었으니, 소설가로 완벽하게 성전환 했어도 과거는 숨길 수가 없는 법. 본인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그렇게 시적인 여운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더 좋더라고요.

 

8 : 장 그르니에의 『섬』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 첫 여름 휴가를 떠난 곳이 소매물도였어요. 8, 통영의 해안 부두 터미널에서 섬들을 오가는 배에 오르는 제 배낭에는 시집 몇 권과 더불어 장 그르니에의 『섬』이 들어있었죠. 섬에서 『섬』을 읽는 맛이라니! 사람에게는 저마다 운명과도 같은 책이 있다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하겠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는데도,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읽었고 지금도 여전히 읽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것도 남반구의 섬나라에서 말이에요.

 

9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한낮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아침과 저녁 나절의 바람결이 선득선득해지는 9, 주말에는 어디 미술관이라도 가볼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지요. 뭐든지 그렇지만 알고 즐기면 그 즐거움은 배가되는 법. 그림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익숙치 않은 우리 옛 그림의 경우라면 미리 공부를 하고 가면 더 좋겠죠. 오주석의 이 책은 바로 그런 길잡이로서 제격인데, 그가 꼼꼼히 가르쳐주는 그림 공부만큼이나 그의 단아하고 유려한 문장들을 읽는 즐거움도 큰 책이어서, 제 경우에는 책에 실린 그림들보다도 그의 문장에 먼저 반했어요.

 

10 : 이문재의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10월은 시월, 즉 시()를 읽어야 하는 달. 그래서 시집으로 골랐는데, 참 많은 고민과 주저 끝에 이문재 시인의 첫 시집으로 결정했네요. 끝까지 겨루었던 박용래, 김종삼, 송찬호, 장석남, 이병률, 문태준, 그리고 박준 시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문재 시인은 제가 형으로 모시고 싶은 유일한 시인이니 말이에요. <시운동> 동인 시절에 쓴 이문재 시인의 초기 시편들은 지금 읽어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무슨 사정인지 두 번째 시집 『산책시편』에 실린 아래 시는, 그 중에서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랍니다. 제법 길어서 링크를 걸어놓으니 관심 있는 분께서는 한번 읽어보세요. 식구들 <=클릭

 

11 :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7

1이 둘이나 겹쳐 있다는 사실 말고는 참 볼 게 없는 11. 평일에도 놀 수 있는 그 흔한 공휴일 하루 없고, 날씨는 우중충하고, , 그러고 보니 또 한 해는 다 저물었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옛 기억을 떠올리기 좋은 달이죠.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 방대한 대작을 집필하기 시작한 날도 아마 그런 11월의 어느 날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작가가 13년이 넘게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면서 오직 이 작품에만 매달려서 완성했다고 하는데, 저는 두 번을 겨우 읽었네요. 한 번은 30대에 오기로, 또 한 번은 40대에 그 오기를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해서. 또 한 번 50대에 다시 읽는다면 마지막 권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제 손에 참 커다란 아쉬움이 묻어나리라 믿어요.

 

12 :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섣달 긴 밤, 침대 머리맡에 두고 하루에 몇 쪽씩 다람쥐가 도토리 까 먹듯이 읽을 책이라면, 황현산 선생의 이 산문집보다 더 좋은 게 없어 보이네요. 그냥 술술 넘어가는 글이 아니라서 껍질을 까야 하는 수고를 좀 해야 되고, 또 그 알맹이는 잘 씹어서 삼켜야 비로소 소화가 될 정도로 제법 딱딱하지만, 그 문장들 속에 깃든 사상의 영양가와 감각의 풍미는 참으로 놀랍고 풍성하니 말이어요. 노년의 심오한 지성과 청년의 예민한 감각, 그리고 소년의 천진한 마음을 동시에 지닌 사람만이 써낼 수 있는 글들로 가득 찬 이 책을 읽는 밤이야말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선생이지요.

 

Q.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그리고 좋아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은 너무나 많으니 여기서는 소설가들 위주로 이야기해볼게요. 명단에 추가되어 해가 갈수록 점점 리스트가 길어지는 시인들의 경우와는 달리 소설가들은 좋아하는 작가가 어느 정도 시기를 두고 변하면서 새로운 작가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그랬어요. 노래()는 같은 걸 반복해서 들어도 한번 좋은 건 언제나 좋지만, 이야기(소설)는 아무리 재미나도 일단 한번 듣고 나면 나중에 다시 듣는 게 지겨워지는 거랑 마찬가지 이치일까요? 말하자면 소설은 어느 정도 신문(新聞)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서 새로 등장한 작품, 새로운 작가에 더 끌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알베르 까뮈에게 심취한 이후, 프랑스 작가들에게 경도되어 주로 프랑스 문학 작품들을 많이 읽었어요. 장 그르니에, 생텍쥐페리, 로맹 가리, 마르셀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로 이어지는 작가들의 계보지요. 이렇게 한꺼번에 모아보니, 역시 김화영 선생이 처음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한 작가들이 참 많네요(김화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와서는 지역 특성상 영미권의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했기에(그래야 이곳 도서관에서 쉽게 빌려볼 수 있으니까요.) 모리스 지(뉴질랜드), 폴 오스터, 조너선 사프란 포어, 필립 로스, 줌파 라히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이창래, 앤드류 포터(이상 미국), 앨리스 먼로(캐나다), 살만 루슈디,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이상 영국)의 작품들을 인상 깊게 읽었네요. 오르한 파묵(터키)과 밀란 쿤데라(체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여서 그런지, 이곳 도서관에서도 거의 전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많이 읽을 수 있었지요.

이런 외국 소설가들 중에서 제가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작가는 줌파 라히리와 조너선 사프란 포어예요. 전자는 내밀한 서사와 서정적인 문체, 후자는 파격적인 문장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참으로 볼만한 작가들이죠.


국내 소설가는 대학 시절 오정희로부터 시작해서 신경숙, 윤대녕, 문형렬, 최수철, 이인성, 전경린으로 이어지다가 뉴질랜드로 이민 와서부터는 한국 책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한동안 한국 소설 읽기가 중단되었었죠. 그러다가 김연수 작가에게 진 마음의 빚(바로 그가 제3회 블로그 축제의 심사를 맡았는데, 전 부끄럽게도 그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채 시상식장에 참석했었죠.)을 갚기 위하여 그의 책들을 한 보따리 사 들고 돌아온 이후부터 다시 한국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김연수를 필두로 지난 7년 동안 김훈, 김중혁, 윤성희, 편혜영, 박형서, 김영하, 박민규, 김애란, 윤성희, 천운영, 최제훈, 권여선, 은희경, 김소진 등의 작품들을 주로 읽었지요. 최근에 재능과 실력을 함께 갖춘 무시무시한 신예 소설가들(손보미, 황정은, 장강명 등)이 많이 등장했다고 하는데, 아직 제게는 닿지 못했네요.

그래서 지금 현재 제가 눈 여겨 보고 있는 작가는 여전히 김연수, 박민규, 김애란이어요. 김연수는 투철한 작가의식과 공감이 가는 세계관과 인생관이, 박민규는 독보적인 문장과 어느 방향으로 튈 줄 모르는 기발한 상상력이, 김애란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젊은 감각과 성숙한 시선이 다음 작품을 항상 궁금하게 만들지요.

 

Q.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예스블로그에 바라는 점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워낙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예스블로그에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다른 분들은 서버의 안정성이나 기술적 측면에서의 여러 서비스가 포털 사이트보다 못하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그런 이유로 떠나기도 하는 걸 봤는데, 제 경우에는 그 동안 크게 불편을 못 느끼면서 예스블로그를 써왔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사는 게 제 삶의 방식이다 보니 저는 별로 불편을 모르겠더라고요. 아니면 제가 워낙 둔해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그래도 한 가지 꼭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적어도 제가 죽을 때까지는, 그러니까 향후 대략 50년 동안) 예스블로그 서비스가 계속될 수 있도록 회사가 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것. ^^

 

Q. (하늘나리님의 추가 질문) 은이후니님의 시집을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쯤이 될까요? 물론 기다리는 걸 잊어버리고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 제가 쓴 시들에게 집 한 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은 저도 오래 전부터 해왔는데, 그런 기회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그냥 자기 만족과 위안 삼아 시집을 펴내고 싶지는 않고, 공인된 통로를 거쳐 문학 전문 출판사에서 제대로 된 시집을 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번 응모도 하고 투고도 해봤는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신통치 않네요. 아직도 제 시는 시집 욕심보다는 시 욕심을 더 부려야 하는 단계에 있는 모양이네요. 그런데도 제 시를 좋아하시고 시집으로 묶여지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니 고마울 뿐.

하늘나리님을 비롯해서 제 시집의 출간을 기다리고 계신 몇몇 분들, 기다리는 걸 잊어버리시고 그냥 제 블로그에 오셔서 제가 올린 시들을 읽으신 후 댓글이나 많이 남겨주세요. 그게 제가 시 욕심을 더 부리는 힘이 되고, 그렇게 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언젠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시들이 시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날이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다음 릴레이 인터뷰를 이어갈 블로거를 지목해주시고, 그 블로거에게 궁금한 점도 말씀해 주세요.

 

요즘 한국 사회를 두고 어른이 없는 사회라고 말들 하던데, 우리 예스블로그에는 다행히 든든한 어른이 한 분 계셔서 저는 참 다행이라고 늘 여기고 있어요.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렇게 대놓고 어른 대접을 받는다면 좀 당황해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누구냐 하면, 바로 꼼쥐님이랍니다. 생활은 소탈, 소박하시면서도 세상을 읽는 눈은 분명, 예리하시고,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참 많이도 읽으셔서 박학다식하면서도 늘 겸손하시고, 생각은 청년 못지않게 젊고 패기가 있으면서도 행동은 장년의 절도와 여유가 있는 분, 제가 평소 느끼고 있는 꼼쥐님의 모습입니다. 너무 과대평가한 거라고요? 그럴 리가. ^^

아무튼 꼼쥐님도 이제 삶의 반환점을 돌아서 달리는 연배일 테니, 심심풀이로라도 한 번쯤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셨을 것 같은데, 그 제1 순위에 오른 게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은이후니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 인터뷰이로 지목되신 '꼼쥐'님께서는 

참여 여부를 쪽지로 알려주시면 자세한 안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그리고 댓글 부탁드립니다>_< 

감사합니다. 




* 인터뷰를 읽고 4월 4일까지 댓글을 남겨 주신 분 중 추첨하여 10명에게 포인트 1,000원을 드립니다.

* 추천도서 읽기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 바랍니다.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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