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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해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떠 오른 생각 | 뉴스 엮인 글 2011-03-1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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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아직 완전히 독서를 끝낸 건 아니지만 일단

이 책에 나온 말 중 칸트의 나 자신이든 다른 어떤 사람이든, 인간을 절대 단순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언제나 한결같이 목적으로 다루도록 행동하라.”라는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사람에겐 절대적이고 본질적인 가치가 있고, 이성적 존재에는 존엄성이 있다는 말

로 칸트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깨닫게 된 것이지만 아마도 학창시절 임마누엘 칸트의 철학을 조금 맛 보면서 내게

가장 확연하게 와 닿은 그의 논지도 이것이었을 것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확실히 그

랬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자!는 나의 철학은

분명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게 확실하다.

 

그러므로 그 후 나는 어떤 한 인간을 내 안에서 맘대로 재단하려 하고, 때론 수단으로 여기

려고 하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려는 나의 사악한 측면에 맞서 부단한 노력을 했었

다고 이쯤에서 고백할 수 밖에 없다.  그건 칸트의 말마따나 어떤 조건을 내 걸고 했던 행동

이 아니고, 그저 그게 옳은 것 같으니 실천해야겠다는 지극히 이성에 부합된 그런 노력이었

고 말이다. 

 

물론 나도 미약한 인간이니 지금까지 살면서 왜 옆길로 빠지지 않았겠는가?  수 없이 그런

결심에 반하는 행동과 의식을 해 왔고, 때론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나 자신의 존엄성마저도

해치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내게 깊이 각인된 이러

한 철학이 오늘날까지 나를 이끌어 왔다고 난 굳세게 믿고 있다.

 

다소 서론이 길어졌는데, 사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이런 사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엊그제 참사를 당한 일본의 재난에 대한 우리 누리꾼들의 반응에 관한 나의 투

덜거림, 뭐 그런 것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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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와는 도저히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나라 중에서도 좋은 의미로든, 나

의미로든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나라다.  지정학적으로 가깝다 보니 영토나 근해를

놓고 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부터 늘 같은 동방으로 서구인들에게 비교의 대상이 된

다거나 과거 대단히 치욕적이고도 불쾌한 기억을 그들이 우리들에게 안겨준 탓으로 알게 모

르게 우리들 뼈 속 깊이 그들에 대한 미움이 각인되어 있는 것, 그러한 미움이 사사건건 우리

들에게 상기돼 때론 우리들의 이성 판단까지도 흐리게 하면서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등등 그들이 우리들에게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물론 내 자신도 일본에 대한 시각이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과 다르진 않는데, 이상한 것

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을 향한 나의 미움이 점차 이성적인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어

이제는 좀 담담하고 냉철하게 그들과의 관계를 재고하게끔 된 점이다.  말하자면 예전에는

일본 하면 무조건 싫고, 밉고, 반대만 하고 봤다면, 이젠 나의 지식과 이성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그들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이해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번 일본에서의 지진, 해일 피해가 이런 나의 관점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무튼 다른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너무도 가

슴 아프고 동정이 가는 일이다.  아무런 경고나 징조 없이 졸지에 생명을, 집을 잃어버린 수

만의 사람들에게 그저 연민의 정이 느껴져 가슴이 메어진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얼마나 많

은 이들이 고통 속에서 허덕일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바로 이런 게 우리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미덕, 즉 이성적 판단에 앞서는 순수한 인간애가 아

닐까?  남의 고통과 불행 앞에 저절로 일어나는 동정심과 그들의 처지를 함께 가슴 아파해줄

줄 아는 선량한 마음, 내가 특별히 착한 사람이라서 라기보다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측은지심의 마음, 인간의 조건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지극히 타산적인,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냉혈적인 면모를 보

이는 이들을 가끔 인터넷 뉴스를 통해 보게 되는데, 이럴 땐 그들도 우리와 같은 種의 인간이

맞나 싶어지면서 섬뜩해진다.  그리고 그들의 뿌리 깊은 증오심과 가차없음에 그저 무기력해

진다.

 

또한 가당치 않은 논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게 되는데, 그들은 일본인들이 오늘날 이런 참

사를 겪게 된 것은 과거 조상들의 죄악 때문이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막말도 서슴지 않는

.  그렇게 따지자면 후손들의 모든 공덕과 허물은 과거 조상들의 유물일 뿐 그들 자신의 노

력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것인데, 어디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말이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그들의 논리, 아니 논리라고 이름 붙이기조차 구차스러운 그

들의 무뇌적인 행태를 보면 차라리 서글픔이 복받치고 그렇게까지 밖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건 그들에 대한 비난이 아닌 진정 서글픈 내 심정의 토로

이고, 인간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다.  어떻게 불 난 집에 물 한 방울 보태지 못할 지언 기름

을 들어다 부을 수가~ 하는….

 

더군다나 대형 교회의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나를 완전 얼어붙게 만들었는데, 그의

종교관은 어찌나 편협하고 자신의 종교만 최고라고 여기는 자아당착적, 편파적 사고를 유감

없이 드러내던지 가뜩이나 요즘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

하던 그 와중에 또 한 번 큰 구설수를 제공하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사고와 의식으로 그토록

큰 종교단체를 이끌고 있는지 내게는 그 사실이 그저 의아할 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찬사를 스스로에게 붙이고, 모든 만물의 우위에 있다고 자족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는 타 동물들에게 없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믿

어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믿음의 진실 여부를 떠나 우리들이 진정 그렇다 라고 믿고자

한다면 분명 우리 인간은 타 동물들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본능보단

우위에 있는 뭔가를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증거 같은 거 말이다.  

 

나는 그러한 증거를 바로 우리들의 선량한 인간성에서 찾고 싶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는 그

저 가슴 아파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런 선한 마음, 그리고 상대를 용서할 줄

아는 마음, 상대가 자신의 잘못조차 모를 때는 깨우쳐주려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선한 의지

를 잃지 않으려는 바로 그 마음.  갑자기 여러 철학자들의 주옥 같은 잠언들이 떠오르는 순간

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나의 개인적 감상을 덧붙이자면, 이번 일본의 참사 사태 와중에서 그들이 보

여준 침착성과 이성적 대처는 참으로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들에게 시사하

는 바가 많다고 여겨진다.  어떤 기자가 묘사한대로 그들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돕는 것이 결국 자신을 돕는 일임을, 질서를 지키는 것이 모든 일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임을 알고 있으니 얼마나 현명하고 이성적인 존재들인가! 감탄스러우면서, 더불

어 그들이 한 없이 우러러 보인다.  이런 점은 정말 배우고 싶다!  그들이 하루 속히 절망과 피

해에서 벗어나게 되길 소망해 본다!

 

 

*** 위의 사진들은 다 구글에서 검색해 빌려왔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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