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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이승우] 기록의 빈곤, 불가피한 상상력 | Memento 2020-07-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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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이승우 저
김영사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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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빈곤을 상상력으로 메꾼, 사실에 기반하고 상상력을 발휘한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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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상상은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으로 도우며 존재한다. 사실에서 상상을 하고, 상상을 바탕으로 사실을 추려낸다. 합리적 의심이나 상상 역시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역사적 진실을 가릴 위협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팩션을 읽을 때 조심해야 한다. 사실을 바탕으로 했고, 합리적 의심에 따르기도 했지만 엄연히 창작물인 부분과 역사로 인정받는 부분은 구분해내지 않으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사극이나 역사소설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은 역사소설보다는 팩션 전기 정도로 봐야할 듯싶다. 전통적인 전기라기보다, 이위종의 삶의 큰 맥락 속에서 빈 부분을 상상력을 바탕으로 창작해낸 이야기다. 저자가 밝힌바 대로 이위종의 마지막 죽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일제가 손을 쓴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결국 사라진 사실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서 재탄생 했다. 불가피한 일이다. 다만 구분해서 봐야한다. 여러 인물들의 속마음은 전적으로 저자의 상상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인물들의 삶과 글들에서 어느 정도 추론 했겠지만, 저자의 손을 통해 재창작된 이야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기록의 빈곤은 불가피하게 상상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그들의 기록이 빈곤함이 늘 안타깝다. 수많은 기록들이 남아 있어도 사람의 생애를 재구성하기 어렵다. 그마저도 없다면 무슨 수로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일제를 피해 자취를 숨겨야 했던 만큼 나라가 독립한 이후까지 남길 수 있는 게 없었던 당시를 비춰주는 게 아닌가 싶다. 여기에 반공주의는 남은 기록마저도 사라지게 하고 있다. 북이라고 다르지 않다.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독립운동가들의 사정은 남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의 유산은 북에서도, 남에서도 불령한 이야기로 간주될 뿐이다.

빈곤한 기록, 과도한 상상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고 살던 독립운동가를 이 시대에 소환했다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시베리아의 별이 한반도의 별이 될 수 있게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를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온전한 이위종의 삶을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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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라는 것은 애국심을 날실로 삼고 군국주의를 씨실로 삼아 성립된 것으로, 오직 강한 것이 진리였고 강한 자만이 진리의 수호자였다. 따라서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공의와 도덕을 바란다는 것은 마치 돌이 빵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p.317

서양의 기사도에 대입해 개념화한 니토베의 무사도는 탈아입구라는 메이지 유신 때의 사회적 욕구가 구체화 된 것으로, 서양인에게 문명화된 검은 머리의 백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일본의 또 하나의 낯설고 어색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깊은 지식이 없었던 서양인들은 이를 관대하게 받아들여 무사도를 일본의 전통적인 도덕 규범이나 윤리 개념으로 착각하게 되었다. p.339

불의에 침묵하는 것이 문명의 한계이자 이른바 문명국(p.342)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비밀 거래를 위한 불문율이었다. p.343

꿈과 희망이란 인생길의 아주 훌륭한 길동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릇된 길동무이다. , 그것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가? p.429

이승훈은 윤치호의 변절을 에둘러 조롱했다. “감옥이라는 곳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강철같이 단련되어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썩은 겨릅대처럼 흩어져 나오는 사람도 있다.” p.460

러시아의 혁명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위종은 혁명의 원인과 결과는 한 가지 역사적 사실의 양면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역사의 진행 과정에는 개인 또는 계급과 민족이라는 주체가 미리 설정되어 그들이 일사분란하게 역사를 이끌어 가지 않고 때로는 어떤 개인이, 때로는 어떤 집단이, 때로는 어떤 불가항력이 역사를 움직인다고 위종은 생각했다. 하지만 위종은 불가항력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 이런 영향을 받아 역사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아가지 않고 때로 구불구불하여 비뚤어지기도 하며 전진하다가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위종의 추론이었다. 역사의 전개에는 나와 타자, 우리와(p.569) 타자들 사이에 뚜렷한 경계도 없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미워하고 질시하면서도 모방하고 타협하는 복합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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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이종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 | Memento 2020-07-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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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과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

이종필 저
동아시아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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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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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누구나 많다. 각자의 애국으로 나라를 걱정한다. 여기에 대해서 순수하게 믿고 본다면, 극우건 극좌건 중도파이건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방법의 차이일 테다. 어떤 방법으로 나라를 꾸려 갈 것인가. 여기에서 수많은 다툼과 분쟁이 생긴다.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을 텐데, 어째서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게 되는 걸까.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사를 볼 때면 같은 아픔을 느낀다. 목적이 같다면 최소한의 상식을 공유할 수는 없는 걸까. 진정 조선시대 붕당정치마냥 상대를 쓸어내고 쓸어내는 일이 민족적 특성(?)이란 말일까.

이종필 교수의 <ㅘ학자가 나라를 걱정합니다.>는 정치칼럼의 특성상 호불호가 명확한 책이다. 자신 스스로 고백하듯 운동권 출신 과학자다. ‘□□는 지능 순이라 주장하는 분들도 그가 쓴 글들을 보면 고개가 숙여질지 모른다. 아마도 감정적인 반발이 우선되리라.

과학과 정치.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이과와 문과로 경계가 나눠진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과학의 분야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분야로 탈정치적인 부분의 진수라고 믿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 과학자가 쓴 칼럼이라 미숙하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학적 방법론을 체득한다는 것은 일종의 학습 플랫폼을 장착하는 것과도 같(p.611)”아서, 과학자만의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전문적이지 않다고 말할지 모른다. 과학의 전문가가 영역을 침범해서 정치의 영역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다니?! 불손하다 느낄지 모르겠다. “한국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도화된 전문성 결여라기보다 보통의 상식이 실종됐다는 점이 아닐까? 진부한 말이지만 정치는 여의도에만 있지 않다. (p.13)” 어쩌면 우리는 정치를 너무 어렵게만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삶이 정치라면 누구든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게 우리가 사는 국가와 사회의 모토다.

전문적이어야만 한다. 자기 영역에서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탈정치, 비정치여야 한다. 사실 이런 말들 자체가 정치적이다. 정치를 배제하기 위한 것도 정치적인 행위다. 결국 어느 곳으로 달아나려 해도 사회와 국가의 구성원인 이상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리 건전한 정치의식, 지향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쉽지 않겠지만 저마다의 전문 분야에서 방법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다면 다채로운 사회,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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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취미로 쓰는 정치칼럼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치적인 전문성은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 보통 유권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한국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도화된 전문성 결여라기보다 보통의 상식이 실종됐다는 점이 아닐까? 진부한 말이지만 정치는 여의도에만 있지 않다. p.13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에 의한 세상의 재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형 알파고나 한국형 포켓몬고가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구축하는 일이다. 공장에 로봇 하나, 인공지능 하나 더 들이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디지털의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재구축의 방향과 철학을 따져보는 일이 훨씬 시급하다. p.19

조직은 이념의 반영이다. p.41

강대국에 대한 사대를 앞세우는 보수는 형용모순이고 권력과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보다 복지만 앞세우는 진보는 개량주의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의 비극은 이들의 보수와 진보의 대부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p.51

정세는 총체적이고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특수한 형태로 굴절되어 반영된다. p.51

문명화의 출발은 우리와 우리 주변에 대한 자각, 그것도 집단적인 자각에서부터 시작된다. 게다가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하더라도 한두 명이 그 모든 영역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문명화는 필연적으로 시스템을 통해 조직적(p.58)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개개인의 역량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전체적인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그 속의 개개인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야 그 문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p.59

훌륭한 과학교육은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정답의 한계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과학의 위대한 발견은 정답이 오답으로 바뀔 때 자주 등장했다. p.93

나는 역사를 잘 모른다. 하지만 단순한 사실 너머에 있는 진리와 진실을 추구 한다는 점에서 자연과학과 통하는 면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나의 올바른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배 가지의 오답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이 참된 여사 교육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p.95

옳은 길을 갈 때의 역풍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p.133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성공적인 민주화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가 전체로서의 안정성과 항상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p.184

과학에서 또 다른 길, 혹은 대안이 무척 중요하다. 과학이 발전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또 다른 길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과학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곧 축복이다. p.223

한국사회는 가장 경쟁이 필요한 특권층이 자신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p.275) 다른 보통 평민들에게 필요 이상의 무지막지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다. 이것은 착취와 다르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왜곡된 경쟁구도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p.276

세상을 바라보는 관념의 틀이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현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긴장감을 갖지 않을 때 비극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예전에 내가 학생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p.332) 말 중 하나가 운동권은 항상 자신만의 결론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토론 자체가 되지 않아. 그걸 나에게 강요하려고만 해라는 말이었다. 지금의 진보세력에게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p.333

역사는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유력한 열쇠이다. p.435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지도자 한 명을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이다. 지금 당장 우리 삶을 옥죄는 현안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들을 살펴보는 것,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제시하는 것도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p.447

눈에 보이는 현상은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물리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광속도 변하지 않(p.593)는다. 생각해보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편리한 개념일 뿐, 우주의 근본적인 성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만약 시간이나 공간보다 더 자연의 근본 원리와 맞닿은 물리량이 있다면 그것을 부여잡고 자연을 기술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p.594

홀트는 과학이란 질문을 제기하고, 증거를 기반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 과정을 조금 자세하게 설명해보자. 과학이 목적은 결국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여기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내는 것이 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의 시작은 곧 질문이다. 고대 밀레토스 지역의 탈레스가 철학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이유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는 을 줬기 때문이 아니라, 만물의 근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곧 문제를 설정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기초과학이 빈약한 이유는 바로 이 단계에서 막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은 남들이 설정해놓은 문제 속에서 최대한 빨리 정답을 찾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질문을 던지고 그 과정 속에서 가치 있는(p.600) 문제를 설정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 설정된 문제에 대한 답은 어떻게 찾을까? ... 문제가 던져지면 우선 과학자들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을 도입한다. 이때 새로운 모형을 제안하기도 한다. 가설 내지 모형(p.601)은 당연하게도 주어진 문제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은 이 지점에서 대단히 너그러운 편이다. ... 뒤이어 혹독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미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과 잘 부합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둘째, 가설의 필연적인 결과가 실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은 대체로 이 과정을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검증의 결과가 원래 가설에 피드백이 되면서 가설이(p.602) 갱신된다는 점이다. ... 가설의 갱신, 검증, 피드백, 갱신의 과정은 끝없이 이어진다. 아주 잘 성립된 이론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p.603) ... 검증을 통해 기존 이론의 한계를 점검하는 작업은 언제나 중요하다. p.604

새로운 분야가 열리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쏟아질 때,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그 분야를 학습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의미 있는 지식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 역할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해낸 영역이 과학이다. 그러니까 과학적 방법론을 체득한다는 것은 일종의 학습 플랫폼을 장착하는 것과도 같다. 이미 채취된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게(p.611) 아니라, 조금이라도 새로운 지식을 창출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p.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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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 한국 현대사-고지훈] 영상의 시대, 책과 사진 읽기 | Memento 2020-06-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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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첩보 한국 현대사

고지훈 저
앨피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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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시대에도 글과 사진 읽는 법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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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포착된 경험이며, 카메라는 이처럼 경험을 포착해 두려는 심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 주는 의식의 도구(수전 손탁, p.59)”이듯, 수많은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동영상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문자, 사진(그림),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로 역사가 기록되고 있음에도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인공지능에 의한 가짜 동영상은 부차적인 문제다. 문제는 맥락을 파악하는데서 부터 나온다. 인간이 만든 모든 기록들은 불가피하게 선택을 해야 하며, 이 선택 외에 사라진 부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기록된 사실들보다 기록되지 않은 맥락이 더 중요하다. 기록한 사람이 누구인지, 기록된 시대가 어떤지, 왜 그런 기록만이 살아남았는지를 아는 게 글 자체를 이해할 때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사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사진이 글이나 영상보다 더 맥락을 파악하고 읽어내기 어렵다. 글이나 영상은 전후 사정을 기록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어렵다. 반면 사진은 순간만을 포착한다. 잘 찍은 사진은 그 한 장으로 서사를 보여줄 수 있겠지만, 순간을 포착한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략이 더 많다. 그래서 그 순간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그만큼 많은 것을 가려준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하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고지훈의 <첩보 한국 현대사>는 이런 사례를 친절히 알려준다. 미 국립문서기록청(NARA)에서 수집한 현대사의 사진들을 통해 미국의 입장에서 현대 한국의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추적해 볼 수 있다.

제목을 보고 오해하기 쉽다. ‘첩보 한국 현대사인 만큼,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비밀스러운 정보기관의 활동이나 흥미로운 사건들을 다시 볼 수 있을만한 이야기들이 많으리라 기대할지 모르겠다. 나 역시 부제(해방 이후 한반도에 암약한 미군 방첩대의 대활약극)를 주의 깊게 보지 못한 관계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의 출처 역시 NARA임에도 책 중반까지 한참 오해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만 나올까 싶기도 했다. 거칠지만 나의 방식대로 요약하자면 미국 방첩대의 태동과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암약한 미국 방첩대의 활약극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저자는 가벼운 사진집을 상정했다지만, 미국 방첩대의 태동부터 시작된 글은 저자의 스타일 대로 아는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 책이라 조금은 정신없는 측면도 있다. 현대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기억하지 않은 채로 읽는다면 길을 잃기 쉬워 보인다.

책 속의 수많은 사진들은 NARA를 통해 공개된 자료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 사진들은 일제의 식민통치, 미 군정, 6.25전쟁, 그리고 독재정권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숨 가쁜 질주 속에 미국이 늘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공개된 수많은 사진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찍혀진 사진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미국은 한반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한국인들을 어떻게 취급했는지는 사진을 통해서 살펴 볼 수 있다. 저자의 부연설명들은 단순히 부연설명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해 준다. 누구에게는 분명히 불편부당한 해석이겠지만, 그만큼 미국의 위상이 한국사회에 미쳤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듯이 말이다.

유튜브의 부상은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임을 증명한다. 아날로그 세대 대비 디지털 세대는 확연히 영상에 익숙하고 영상을 다루는 일에 능하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당연한 흐름이다. 마찬가지로 사진이 그러했듯, 진짜 같은 가짜 영상들이 넘쳐나기도 하는 시대다. 글이나 사진을 읽어내는 기술이 없다면 영상 역시 읽어내기 어렵다. 책의 해석이 불편부당하다 느껴지더라도, 이 책을 통해 사진을 해석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도 재미있을 테다. 그리고 분명히 영상을 이해하는데도 필요한 일이고. 덤으로 국뽕에 취해서만 바라보던 현대사를 미국의 렌즈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읽기 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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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포착된 경험이며, 카메라는 이처럼 경험을 포착해 두려는 심리를 가장 이상적으로 이뤄 주는 의식의 도구 ?수전 손탁, p.59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실들의 조각은 아무리 고성능 메모리 칩 속에 저장하더라도 그 자체로 분류/종합하여 비판적 정보로 재탄생되지 못한다. 이미지로 고착되어 있는(p.93) 역사적 사건들 역시 그러하다. 텍스트를 부여하고 맥락을 찾아다니고 수면 아래 이어져 있는 다양한 단서들을 연결시키는 것,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이 거대한 의미체계가 부여하는 것과 동떨어진 하나의 관념이나 해석을 만들어 보는 것. 이걸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찰나적 섬광이라 부르건 선승들의 로망인 갑작스런 깨우침이라 하건,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사람들의 직접적인 경험의 매개, 즉 정신적 노동의 작용 없이 그냥 주어지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p.94

선전이란 적을 관통하는 첫 번째 화살이다. 선전이야말로 적을 상대로 하는 작전의 첫 번째 단계여야 한다. -윌리엄 도노반 p.103

전장의 군인들을 상대로 적의 사기를 떨어뜨려 작전 수행 능력을 저하시키고 아군의 승전 기회를 높이는 기술인 심리전의 영역이, 전선의 이쪽 편 그러니까 아군 측 군인과 민간인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무엇보다 냉전이라는 새로운 전쟁, 전선도 총알도 없는 만성적인 전쟁 상태가 소리 소문 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라는 적은 봉건영주나 파시스트와 달리 군대의 직접적인 동원 없이도 우리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소위 자본주의 붕괴론이라는 공포서러운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p.121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여론과 정책적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정보기관은 실천 활동을 통해 사실상 국가의 정책을 전환시키거나 변질시키는 데 그 어떤 기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실제 1944년에서 1950년 사이 냉전을 선도했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p.157

아무도 관심 없던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특별한 권한이 생겨났는데, 달리 표현하자면 이들은 자신들의 임무나 역할에 부여되지도 않은 일들을 하나둘씩 일일이 찾아서 처리했다는 뜻이다. p.163

검열과 사찰두 요소는 정보기관의 가장 커다란 일상 업무 중 하나이며,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p.196)고 통제하기 위한 심리전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전제이기도 하다. p.197

심리전이 먹혀들 환경을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공포와 안심의 적절한 배함이라는 점이다. p.200

평화란 이윤이 그것을 요구하는 한에서만 발마직하다.” -Michael McClitock p.229

정보활동의 역사에 등장한 정보활동과 방첩활동의 결합은 비극이었다. 거대한 국내 감시체계, 정보기관의 비대화, 인권침해, 시민의 정당한 저항권과 적국에 의한 사보타주 활동의 동일시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p.297

대개 위험인물로 분류되는 기준은 그들의 본성(p.334)이나 실제 행동보다는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좌표값으로 결정되곤 했다. p.335

어떤 사회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시는 분들이 존재한다. ‘더 나은사회가 되려면 이런저런 것들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시지만, 이런저런 놈들을 솎아 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계시다. FBI, CIA, CIC처럼 그런 분들만 찾으러 다니는 기관들이 그렇다. p.395

파시즘은 민족주의적이거나 인종학적 이데올로기라기보다 공산주의라는 위협에 맞선 자본주의의 노골적인 대응책 중 하나였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p.401

이들은 자신들이 적으로 규정한 공산주의를 몰아내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마치 신처럼바라보던 한국인들, 한국의 경찰과 국군의 방첩대, 그리고 1961년에 만들어진 중앙정보부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깟 수단쯤이야라고 충실히 가이드해 주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반공주의가 왜 국가의 운영 지침과 비슷한 경지에까지 상승했는지를 알려주는 힌트이기도 하다. p.455

정보기관의 존재 자체가 공포와 안심을 통한 심리전의 무기와 다를 바 없었다. p.489

안 그래도 건강이 안 좋아서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모를 이 노친네(김규식)에게, 테러라는 위험을 한 가닥 더 얹으면서 남한 주민으로 살기 불안하게 만든 것. (p.663) 이것이 19484월 시점의 해방 공간이었다. 말이 해방 공간이지 남한 단독정부로 가는 대단원의 마지막국면, ‘테러의 해방 국면이었던 것이다. p.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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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관청기행-박영규] 조선의 뼈대, 지금의 뼈대 | Memento 2020-06-0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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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조선관청기행

박영규 저
김영사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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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500년 뼈대를 보며, 지금의 뼈대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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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표현대로 국가에 대해서 알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은 해당 국가의 행정 조직을 살피는 일이다. 처음 학교에서 행정학 기초를 배울 때, 첫 번째 과제가 고향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직도를 조사해 오는 일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위임사무 등을 주로 처리하고, 예산상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해당 지자체의 역점 사항을 조직도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경우 대통령 직속 위원회나 산하기관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책의 중점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통일부나 여가부 등 일반적인 국가에서 없는 기관이 있다면 그 역시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살펴 볼 수 있다.

<조선 관청 기행>은 같은 맥락에서 조선 왕조 500년의 힘을 엿볼 수 있다. 물론 폐단은 많다. 특히나 조선의 마지막을 고려할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역사는 당대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 지금에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조치들일지라도 당시에는 가장 혁신적이었을 테다. 그렇지 않다면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유지 될 수가 없었을 테다. 세계적으로 수 백 년을 이어온 왕조는 흔치 않다. 자주 잊어버리고 자학하지만, 이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왕정국가였기에 왕가를 위한 관청이 많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교국가이자 문치주의 국가이니 관련된 기관이 많고, 군이나 기술 쪽이 약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지금 보기에 아쉬울 따름이다.

놀라웠던 점은 생각보다 소수의 관직(관료)로 국가가 유지되었다는 점이다. 5,605개의 관직으로 500년을 유지해 왔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노비나 지방 향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생각보다 소수의 인원으로 효율적인 통치를 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 효율성은 백성 중심의 생각이 아니라 국가나 왕의 생각에서 그랬겠다. 책에서도 나오는 바대로 국가에서 관리, 또는 유사관리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 순간, 그 결과의 고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명백히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초 공무원들 역시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서류 한 장 발급받기 위해서는 순서보다는 급행료가 더 중요했다고 하니...

지금은 공무원 숫자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은 비교적 잔잔한 논쟁거리지만, 작은 정부, 큰 정부가 대립하곤 했다. 단순히 조선시대와 지금을 비교해도 정부의 기능은 급속도로 확장되었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들도 많아졌다. 관료제의 특성상 일이 한 번 생기면 줄어들기는 쉽지 않고, 한 번 생긴 기득권은 줄어들기 더욱 어렵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발전할수록 요구는 다양해지고, 감당해야 할 일은 많아진다. 결국 조직과 공무원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관건은 주어진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가, 국민들 스스로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를 합의해 내는 수밖에 없다. 감당할 수 없다면 조직과 인력은 줄여야하고, 국민들 역시 스스로 기대를 접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줄이고는 싶고, 바라는 게 많다면 부득이하게 예산 또는 정원 외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정부가 정식으로 책임져 줄 수 없는 조직과 인원이 늘어난다면 결국은 통제할 수 없는 제3지대가 생긴다는 말이 된다. 이는 결국 조선시대 지방 향리와 같이 국민들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나 저러나 어려운 일이다. 조선시대 관청을 기행하면서 문득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행정관청의 조직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단순히 놀고먹는 철밥통의 소굴이라 생각하고 반감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분명 이걸 한 번쯤 고민해본다고 밥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밥을 뺏기지는 않는데 도움은 될지 모른다. 우리 국가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조직이 내 삶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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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사람의 몸에 비유한다면 관청은 인체를 지탱하는 골격에 해당됩니다. 만약 인체에 뼈가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형체를 유지할 수도 없겠지요. 그만큼 국가를 유지하는데 행정 조직은 필수 요소입니다. 따라서 조선이라는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선의 행정조직, 즉 관청을 알아야 합니다. p.4

조선 시대 양반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관직밖에 없었지만 하급 군관을 포함해 모든 관직을 합쳐봐야 5,605개가 전부였습니다. 그중 정규직은 약 2,500개에 불과했지요. 이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 대한민국 공무원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숫자입니다.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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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시대, 우리가 꿈꾸는 나라-노회찬] 내가 꿈꾸는 나라 | Memento 2020-05-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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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우리가 꿈꾸는 나라

노회찬 저
창비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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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그래서 책을 뒤적여 본다.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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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우선 자유로웠으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눈치 없이 간섭 없이 하고 싶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 돈 때문에, 시간 때문에, 신분 때문에 좌절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차별받지 않았으면 한다. 개인적인 취향, 소득, 거주지, 소비 성향 때문에 부당하게 비난받고 싶지 않다.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평가받고, 합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 다름은 인정받되 차이는 존중받고 싶다.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지닌 나라에서 살고 싶다. 누군들 아니겠는가. 다만 정도의 차이일 뿐.

그간 수많은 정치인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공정사회, 창조경제, 문민정부, 보통사람의 세상, 녹색성장, 국민참여, 저녁이 있는 삶,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 어느 것 하나 내가 바라는 나라에 부합하지 않는 게 없다. 모두가 좋은 말이고,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대변한다. 하지만 수사에 그치는지, 어떻게 실현해 나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그 정치지인이 생각했던 말과 내가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 나라,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고 지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어떨 때는 선거권이 없었고, 어느 때는 정보가 부족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그 정치인이 없었고, 그럼에도 누군가를 택해야만 했다. 진영논리에 따라 누구라도 선택해야만 했고, 그런 한 표는 너무나도 미약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승복해야 했지만, 나의 의도가 전해지기를 바랐다.

위대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정치인을 떠올려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좌로 우로 갈라져 싸워야만 하고, 그러다보면 흠집이 나게 마련이다. 사람이라는 게 흠집이 없을 수 있겠느냐만, 기대가 크기에 흠집도 커보이리라. 관건은 이 흠집이 생활 기스에 그치는지, 아니면 태생적인 하자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태생적 하자를 지닌 경우가 많다. 제도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정치인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다. 나 역시도 수많은 하자를 지니고 있을 테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래서 오늘도 책을 뒤적여 본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작은 한 표로 이룰 수 있는 게 없지만,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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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어서 형을 좋아했어요.” -2018.7.26. 유시민 작가 p,10

당신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2018.7.26. 이정미 정의당 대표 p,14

촛불이 우리에게 준 과제는 무엇이냐. 그 과제란 촛불이 일어났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p.41) ...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을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 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p.42

공정의 문제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서 드러난 아주 큰 문제입니다. 공정하지 못하다. 공정하지 않은데 뭐하러 노력을 합니까? 편법을 쓰지요. 어떻게든 을 찾으려 듭니다. p.52

제가 지금 이야기한 평등이란 사회적 격차의 해소를 가리킵니다.(p.58) ... 불평등은 다른 말로 기회의 불균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불균등과는 다릅니다. 어차피 사람은 다 다르기 마련이고, 모든 일의 결과도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받아야 합니다. p.59

국회의원들도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해결하려는 열의가 있고 자세를 갖추었는지, 어떤 방향으로 모색하는지 등이 다르다는 것이지요. p.64

불평등의 해소란 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것, 일자리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제대로 받는 것,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 노동해서 먹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p.68

최저임금 문제가 대두되는 것도 결국은 강자가 이익을 독점하며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오랫동안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p.74

이렇게 다른 나라를 예로 들면 어떤 분은 그 나라들의 국민소득을 이야기합니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니까 복지가 잘된다는 말이지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서 좋은 복지가 가능하다면, 왜 프랑스가 미국보다 대학교 등록금이 싸겠습니까. 미국의 등록금이 더 싸야지요. 복지는 소득보다 정책 방향에 달린 문제입니다. p.80

평화란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p.87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과제를 풀 수 있을까요? ... 우선,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불공정한 불법채용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함도, 한반도의 평화도, 정치가 움직이면 바꿔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p.88) ... 수준 이하의 정치인들을 그대로 둔 채 촛불 시민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이뤄낼 수 있겠습니까? p.92

민주주의란 시스템입니다. p.110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중요하며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역시 촛불의 경험이 알려주지요. 국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 그렇다면 가장 역동적이며 직접적인 참여는 무엇일까요? 정당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가입하는 사람을 권력지향적이거나 권력에 매수당한 사람으로 오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p.112

르노 자동차가 힘들 때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 했는 줄 아십니까? 정부가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노동자는 누구도 해고하지 않았지요. 어느 날 주식회사 르노가 국립 르노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르노가 정상화한 다음에는 다시 민영화했습니다. 영국의 시장들도 비슷한 일을 합니다. 가망성 있는 기업이 돈이 없어 쓰러지면 아예(p.128) 시 예산을 들여서 사들입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유지하고 정상화한 다음 매각해서 차익을 챙기지요. 영국은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일을 하니, 우리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p.129

보수파가 이미 확보한 현실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라 이권다툼만 한다면, 진보파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야(p.165)하니 논쟁이 필연적이다. p.166

진보를 좋아하고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부족한 것이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하고 견해가 다르면 그것이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선을 확 그어버리는 거죠. 저는 진보가 진보답지 않으면 보수를 이길 수 없다고 봐요. 자기가 지향하는 가치가 진보라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것(p.177)을 다 합리화할 순 없는 것이고, 끊임없이 진보는 진보적인 방식으로 풀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바깥에서 진보세력을 볼 때 편협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과도하게 비판하는 면도 있지만 우리가 근거를 제공했다는 거죠. 이 싸움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노회찬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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