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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연재] 성수의가 129 | 연재 소설방 2013-07-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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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실눈을 하고서 다가오는 소녀들을 남몰래 관찰하던 현진 도사는 이내 비명을 터트리며 커다란 고통에 직면해야 했다. 개구쟁이 같은 현진 도사의 행태를 지켜 보며 입가에 짓궂은 미소을 떠올렸던 설지가 섬섬옥수 하얀 손바닥으로 현진 도사의 뒷통수를 후려갈겨 버렸던 것이다.

"으악!"
"꼬맹이, 너 죽을래!"
"으으윽, 설지 누님, 그렇다고 갑자기 뒷통수를 때리면 어떻게 해요?"

가격당한 뒷통수를 연신 문지르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현진 도사를 바라보던 설지가 배시시 미소를 베어물며 말을 이었다.

"명색이 무당의 도사라는 놈이 그런 것도 못 피하냐?"
"윽! 설지누님, 설지 누님의 알밤 세례는 초사저도 못 피하지 않습니까? 태극혜검을 피하는것 보다 더 어렵다고 하던걸요"
"엥? 혜아가 그런 말을 했어?"
"예, 알밤을 자주 맞으신다길래 피하지 왜 그랬냐고 하니깐 그렇게 말하더군요. 아무리 피할려고 해도 안되더라고 말이죠"
"호호호! 그렇다면 나의 알밤 신공과 뒷통수 가격 신공이 태극혜검 보다 윗줄이라는 이야기 아냐? 호호호"
"끄응! 말을 말자구요"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해?"

지하에 갇혀있던 소녀들을 통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무사히(?) 구출한 초혜가 다가 오면서 하는 말이었다.

"응? 그런게 있어. 그보다 저 소저들의 옷 모양새가 왜 저러니?"
"그러게말야. 나도 그것 때문에 이리저리 찾아 봤는데도 마땅한 옷을 구할 수 없었어"
"그래? 야! 꼬맹이, 가서 장포 좀 벗겨 와"
"예? 장포라니요?"
"저기 안보여? 많이 있잖아"

설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현진 도사의 눈에 두눈을 감고 서있는 후기지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명문 대파의 후기지수들답게 그들 대부분은 설지의 말대로 비단으로 만들어진 긴 장포들을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있었다.

"아!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먹이를 향해 하강하는 독수리 처럼 재빠르게 후기지수들 앞으로 달려간 현진 도사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동작으로 후기지수들이 걸친 장포들을 벗겨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십여벌의 장포를 획득한 현진 도사가 장포와 소녀들의 숫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녀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초혜의 말이 들려 왔다.

"모두 열두명이야"
"아! 예"

후기지수들의 장포를 이용해서 갇혀 있던 소녀들의 드러난 몸을 가리는데 성공한 설지는 대충 장내를 정리하게 하고 곧바로 재심문에 들어갔다. 물론 그전에 지하에 갇혀있던 소녀들을 무사히 데리고 돌아온 철무륵과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에게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던 이야기 계속하죠. 인간사냥이라는 이름으로 매군려 소저의 아비를 죽이고 매군려 소저는 인간사냥에 함께 했던 무리들과 간살한 것이 틀림없다는 말이죠?"
"그, 그것이..."
"긴말은 필요없으니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누군지나 이야기 해보세요"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설지의 추궁에 결국 서리태는 그날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이름을 모두 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명단이라는 것이 듣는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포두 세명이 포함된 그 명단의 인물들과 진소청에 의해서 팔,다리가 하나씩 잘려 나간 채 설지 앞에 꿇어 앉혀진 이들의 명단이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허! 뭐 이런 개같은 종자들이 다 있냐?"

"원시천존! 사람이 어찌 이리... 금수가 인두겁을 뒤집어 쓴것도 아니고..."

철무륵과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의 말마따나 이들이 벌인 행태는 결코 용서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설지도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박산현령의 아들이라고 했죠? 당신들의 그런 천인공노할 행동들을 현령은 몰랐나요?"
"그, 그렇습니다."
"호오! 몰랐다... 그 말 틀림없는 사실이겠죠?"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말이죠. 현령이 늘 상주하면서 업무를 보는 현청에 딸린 전각 지하에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거죠? 아! 혹시 현령이 잠시 외출하는 틈을 타서 틈틈이 아무게 모르게 공사를 한건가요?"
"예. 예, 그, 그렇습니다."
"아주 지랄을 해라. 이 잡놈아. 니 애비는 눈 봉사에다가 귀머거리인게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보다 못한 철무륵이 이렇게 한소리 거들며 툭 튀어 나왔지만 눈에서 강기라도 쏠듯한 설지의 날카로운 시선을 접하고는 머쓱해져서 입을 닫고는 뒤로 물러 났다. 그런 철무륵을 바라 보며 초혜와 현진 도사가 키들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요. 철숙부의 말대로 현청에 딸린 전각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되는데 현령이 모를 수가 없겠죠.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 공사대금이란 것도 국고에서 충당했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고... 현령! 그렇지 않나요?"

 

여태껏 서리태와 말을 주고 받던 설지가 갑자기 현령을 향해서 질문을 던졌다. 잘려 나간 팔에서 오는 고통에 서서히 정신이 혼미해져 가던 현령은 갑작스러운 설지의 질문에 미처 제대로 된 대응을 찾지 못하고 엉겁결에 입을 열고마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그렇습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죠?"
"아,아니 소신의 말은 그, 그게 아니오라..."
"아! 됐어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장포두 아저씨!"
"예. 마마, 하명하시옵소서"
"지금 곧바로 현청의 모든 서류와 장부들을 빠짐없이 압수해서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주세요. 그리고 저들의 처분은 여기 이 소저들의 증언을 듣고 난 후 다시 결정할테니 일단 옥에 가둬 두세요"
"예,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현령을 비롯한 모든 죄인들이 장포두와 후기지수들에 의해 끌려가고 장내가 정리되자 그때 까지 겁먹은 표정으로 한쪽 옆에서 덜덜 떨고 있던 소녀들을 향해 설지가 다가 갔다. 하지만 그런 설지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 보지 못하는 소녀들이었다. 아직 까지 갇혀 지냈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 나지 못해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던 것이다. 소녀들의 그런 애처로운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 보던 설지는 따뜻한 미소을 얼굴에 떠올리며 자연지기를 불러 모았다.

그런 후 소녀들의 손을 일일이 하나씩 잡아 가면서 불러 모은 자연지기를 불어 넣어 주기 시작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설지의 행동에 소녀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지켜 보는 이들의 눈에는 그때까지도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소녀들의 얼굴에서 조금씩 생기가 되살아 나는 모습이 비쳐들고 있었다.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맨 마지막 소녀에게 까지 자연지기를 넣어주는 일을 무사히 마친 설지는 현진 도사를 제외한 남자들을 모두 물리고 진소청과 초혜와 함께 소녀들에게 저간의 사정을 듣기 시작했다. 때로는 한숨이 때로는 분노의 일성이 간간히 터져 나오는 가운데 소녀들로 부터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설지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무렵 갑작스럽게 현청의 정문 쪽이 소란스러워 지는가 싶더니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현청의 전각들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응? 이건 거지 할아버지 목소리 아냐?"
"맞습니다. 아가씨"
"무슨 일이지?"

사자후에 버금가는 엄청난 고함 소리를 터트린 장본인은 설지의 말대로 호걸개였다. 그런데 설지를 찾는 그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다급한 기색이 느껴지고 있었다. 잠시 후 현청의 정문 쪽을 소란스럽게 했던 몇명의 개방 제자들이 호걸개를 앞세우고 설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다급하게 달려 오고 있었다. 그런데 선두에서 달려 오는 호걸개의 품에는 건장한 사내 하나가 그 뒤를 따르는 개방 제자의 품에는 작은 여아 하나가 축 늘어진 채 각각 안겨 있었다.

"거지 할아버지, 무슨 일이예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이야기 하마, 우선은 이 아이들 부터 봐 다오"

호걸개와 개방 제자 하나가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는 두 사람을 본 설지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얼핏 보기에도 대단히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사내의 모습과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표시가 나지 않는 어린 여아의 모습이 눈을 아프게 찔러 왔기 때문이다.

"청청 언니, 혜아하고 이 남자를 봐 줘, 난 이 아이를 살펴볼테니까"
"예. 아가씨"

진소청과 초혜가 재빠른 동작으로 부상당한 사내를 바로 눕히고 부상 부위 확인을 위해 상의를 찢어내기 시작하자 설지도 이제 여섯살이나 일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아를 조심스럽게 바로 눕힌 후 손목을 잡아 갔다. 그리고 조금씩 기를 흘려 넣어가며 여아의 내부를 샅샅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각에 가까운 시간 동안 조심스럽게 어린 여아의 내부를 살펴 보았던 설지의 입에서 마침내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특별히 다치거나 한 것이 아니라 단지 탈진해서 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한편 설지와 달리 진소청과 초혜는 지금 상당히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단전이 완전히 망가졌으며 심장 부위 근처에서도 심각한 자상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아마도 심장 쪽으로 한치만 더 다가가서 자상을 입었다면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청청 언니, 그 남자는 어때?"
"예. 아가씨 일단은 숨을 돌려 놓았습니다. 회복을 시키려면 아무래도 생사귀혼 금침 대법을 시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태껏 묵묵히 사내를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호걸개가 생사귀혼 금침 대법이라는 말이 나오자 안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지야, 허면 생사귀혼 금침 대법을 시전하면 회생시킬 수 있는 것이더냐?"
"예, 거지 할아버지! 생활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을거예요."
"아니, 아니,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다. 저 부숴진 단전 까지 말끔히 치료가 되겠느냐 그 말이다"

"예?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길래 그러세요?"
"휴! 내 미처 말하지 못했구나. 그 아이는 사도세가의 장자인 사도청이라는 아이다. 저기 여아는 청이의 동생으로 사도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사도세가? 오대세가에 버금가는 성세를 누리고 있는 그 사도세가란 말씀이세요?"
"그래. 그렇단다"
"아니, 그런 가문의 적자가 왜 이런 부상을..."
"그러게 말이다. 믿기지 않지만 하룻 밤 사이에 사도세가가 멸문을 당했다고 하는구나"

"예? 하룻 밤 사이에 멸문이라고요?"
"그렇다는구나. 자세한 것은 이 아이가 깨어나 봐야 알겠지만 개방을 통해서 온 전서에 의하면 멸문당한 것이 거의 확실한 것 같구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오대세가의 봉문에 이어 오대세가에 버금가는 성세를 누리던 사도세가의 멸문은 무림을 거센 격랑의 회오리 바람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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