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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그토록 지키고 싶었기에... | 장르소설 2017-12-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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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라이어

존 하트 저/나중길 역
노블마인 | 200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 불안한 심리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 속도감 있는 전개,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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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트 작품의 특징은 오락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미스터리라 하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으라면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결말을 꼽고 싶다. 데뷔작 [라이어]는 가족을 지키는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한 변호사의 고군분투기이다. 저자의 첫 작품을 이렇게 비교하는 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읽는 순서가 바뀐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이후의 다른 작품들처럼 막장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욕망이 불러온 비극이다. 솔직히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보다보면 얼추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탓에 흥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하트의 소설은 자꾸만 마음을 끌어당기는 구석이 있다. 그건 결국 보통 사람들의 약한 모습을 통해 나를 비춰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는지. 드러나는 진실에 상처를 입더라도 마음 속 가장 소중한 것만은 지켜내는 따스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기에 답답한 주인공을 따라 수많은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다.

 

형사사건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워크 피킨스의 실종된 아버지가 17개월 만에 시체로 발견된다.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실족사, 신경 불안 증세를 보이는 여동생과의 갈등,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 솔직해지지 못하는 연인과의 관계,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그를 둘러싼 환경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느낄 사이도 없이 엉뚱하게도 용의자로 몰려버린 워크는 당시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이 있음에도 적극적인 해명을 피한다. 이 부분이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무엇 때문에 이들 남매는 서로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냔 말이지. 의심이 된다면 물어보면 될 것 아니냐고. 가족인데. 가족을 사랑하고 위한다면서 왜 말을 못하냐고. 덕분에 미스터리로서의 점수는 높게 매겨줄 수 없다. 범인도 너무 뻔하거든.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워크는 계속 거짓말을 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에 대해서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도. 심지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한번 시작한 거짓말은 그를 더욱 고립되게 만들고 소중한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지만 오히려 누가 진짜 친구인지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따른다. 이 작품을 미스터리라기보다는 방황하는 워크가 억압적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는 시선으로 본다면 꽤 훌륭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 불안한 심리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 속도감 있는 전개,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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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남자] 역사 판타지 휴먼 코미디 | 일반도서 2017-12-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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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슴남자

마키메 마나부 저/권일영 역
작가정신 | 200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갑자기 사슴에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엉뚱한 상상력이 재미있는 이야기 한보따리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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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작가로 알려진 마키메 마나부의 귀여운 판타지 소설 <사슴남자>. 이번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의 나라(奈良)를 배경으로 한다. 나라에 여행 갔던 때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넓은 잔디밭에 많은 사슴이 있는 나라 공원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가까이서 본 사슴은 머릿속에 심어져 있던 귀여운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지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친근함이 신기했던 기억이다. 소설에는 도다이지를 비롯한 유적 소개가 자세히 되어 있어 마치 나라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할머니 하숙집은 현청 뒤에 있는 자그만 집들이 늘어선 동네에 있다. 현청은 도다이지(東大寺)의 드넓은 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집을 나와 바둑판 눈금처럼 그어진 좁은 길을 걷자 도다이지의 당당한 데가이몬이 나를 맞이했다.


데가이몬 아래 고양이 세 마리가 누워 있었다. 옆에 있는 팻말에 이 문은 국보라고 적혀 있다. 국보에 누워 있다니 상당히 호사스러운 고양이들이다. 문을 지나 도다이지 안으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사슴이 앉아 있었다. 자갈을 밟으며 길을 걷자 이윽고 대불지 너머 대불전(다이부쓰덴,大佛殿)의 치미가 보였다. 밝은 아침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황금빛 치미가 조용히 빛났다. (42p)


대학연구실 지도교수에게 떠밀려 나라의 한 여학교 임시교사로 부임하게 된 스물여덟 살 청년 '나'의 이상한 경험담이 시작된다. ‘갑자기 사슴에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엉뚱한 상상력이 재미있는 이야기 한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실존하는 오래된 건축물이나 역사적 인물 등에서 소재를 가져와 역사 공부까지 겸할 수 있다. ‘신경쇠약’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심한 청년 교사인 주인공을 비롯하여 하숙집의 구수한 하숙집 할머니와 선배 꽃미남 교사 시게, 수다스럽고 박학다식한 동료 교사 후지와라, ‘리처드 기어’를 닮은 잘생긴 오하리다 교감, 야생 어류 같은 얼굴임에도 아름답고 당찬 소녀 홋타, ‘마돈나’로 불리는 교토여학관의 순수 미녀 교사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창밖으로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긴테츠선 나라 역에서 철로를 따라 난 국도를 달리면 야마토사이다이지 역 바로 앞에 드넓은 들판이 보인다. 그 이름도 헤이조궁 유적-말 그대로 일찍이 나라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그 옛날에 얼마나 영화를 누렸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흙무더기가 줄줄이 늘어선 들판이다. 그래도 이렇게 정비해 아직까지 제대로 보존하고 있다니 흙무더기도 대단하다. 이 헤이조궁 유적이 제일 잘 보이는 곳, 그러니까 헤이조궁 유적 바로 옆에 내가 다니는 직장이 서 있다. 나라여학관 고등학교-내 직장 이름이다. (50-51p)


얼떨결에 사슴 심부름꾼이 되어버린 ‘나’는 지진을 막는 신성한 의식에 필요한 ‘삼각’을 손에 넣기 위해 교토로 향하는데, 일은 차질이 생겨버리고 서서히 얼굴이 사슴으로 변하는 주문에 걸린 ‘선생’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때마침 이사장이 교장을 겸하고 있는 세 개 학교-오사카, 교토, 나라 여학관-간 대항전이 열리는 야마토배 체육대회가 개최되고, 검도부 우승패로 여겨지는 ‘삼각’을 정당한 방법으로 되찾기 위한 검도 시합이 압권이다. 스포츠의 명승부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짜릿함, 이 신비하고 독특한 청춘 판타지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타마키 히로시, 타베 미카코, 아야세 하루카 주연으로 2008년 1월 후지TV에서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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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식당] 소중함에 대하여 | 일반도서 2017-12-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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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저/이수미 역
샘터 | 2014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귀엽고 다정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웃다 울다 하는 사이 히로사키의 벚꽃은 어느새 하얀 융단이 되어 마음속으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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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아오모리 여행이 떠오르던 참에 읽게 된 소설이다. 막연히 ‘쓰가루’가 식당 이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쓰가루(津輕)란 아오모리의 지역 이름이었던 것이다. 여행을 다녀왔음에도 여태 몰랐다. 저자 ‘모리사와 아키오’는 [당신에게]라는 동명원작영화를 통해 감동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어서 꼭 한번 그의 책을 읽고 싶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작가, 정말 마음에 든다. 소소한 일상을 이토록 아름답고 산뜻하며 따스하게 그려내다니. 벚꽃 잎이 흩날리는 히로사키로 훌쩍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건 풍경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눈에 보이는 듯하고,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로 인해 작품 속 이야기인지 나의 추억인지 헷갈릴 정도로 소설 속 인물들에게 자연스럽게 동화되어버린 데서 기인한 것이리라.

 

일본은 아무리 작은 가업이라도 대를 잇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물려받는 경우도 있고 강요에 의해 억지로 이어가는 경우도 있겠으나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마음 든든한 보험처럼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물론 가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마음가짐이라든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3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면 일단 기반이 탄탄하고 단골 또한 확보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소설에 등장하는 쓰가루 지방의 오모리 식당은 따뜻한 국물 맛이 일품인 메밀국수집으로 창업한지 곧 백년이 된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대는 달라졌어도 창업주 겐지부터 시작한 메밀국수의 맛은 손자 데쓰오가 맡은 현재까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도 역시 상점가는 쇠퇴해가고 젊은 세대의 의식 또한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기에 식당의 미래는 불분명한 상태다. 4대째인 장남 요이치로서도 줄곧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오모리가의 남자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쑥스러워 하는 웃음만은 대대로 그대로다. 애틋하면서도 불안불안했던 겐지의 사랑처럼 요이치와 나나미의 연애도 가끔씩 갈등과 오해를 빚는 가운데 아기자기한 청춘의 이야기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같은 고향 출신이라 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외로운 도쿄 생활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지만, 풍선아트 아르바이트 중인 요이치와 사진작가의 원대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나나미가 걷는 길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두 남녀의 시각으로 그들 주변의 친근하고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그려지는데, 신기한 것은 별 것 아닌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들이 오히려 특별해 보인다는 점이다. 아마도 작가의 필력 때문이리라. 귀엽고 다정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웃다 울다 하는 사이 히로사키의 벚꽃은 어느새 하얀 융단이 되어 마음속으로 날아든다. 예전 겨울에 갔던 아오모리 여행은 그 나름대로 좋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니 벚꽃이 한창일 때 히로사키 지방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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