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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안겨준 법정 영화, [음모자]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 로빈 라이트 주연 | 영화가 왔네 2012-03-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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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모자

로버트 레드포드
미국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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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링컨 이후의 일을 다룬 시대극 영화

<음모자>

 

아, 오랜만에 감동적인 법정영화를 보았다. 사실 잘 만든 미국의 법정 영화는 현대적으로는 'The Firm'등을 비롯해 과거에 많이 있었었는데 언젠가부터 스크린에서 볼수 없었고 오랜만에 봤는데 역시 매우 드라마틱했다. 좀 다르다면 이 작품은 링컨 대통령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 일종의 시대극 영화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됨으로써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힌다. 대통령 음모사건에 가담한 8인중 1명의 '용의자'로 바로 메리 서랏(로빈 라이트)이라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전쟁부 장관에 의해 기소됨으로써 영화는 시작된다. 북군 출신이었던 변호사 프레데릭 에어컨(제임스 맥어보이)는 요청을 받고 별로 내키지 않게 이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었지만 사건을 조사할 수록 메리 서랏이 유죄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며 점점 더 메리의 무죄를 확신해간다. 하지만 여러가지 입증 자료들은 메리를 반란세력을 숨겨준 죄인으로 몰아가고 결국 메리에게 교수형이라는 형이 언도된다. 하지만 최후의 방법으로서 민사 재판에 이 사건을 넘기게 된 에어컨 변호사는 교수형이 행해지기로 한 날 낮에 메리와 가족들을 찾아가 서로 사형을 면한 기쁨을 나누지만, 뜻하지 않은 일이 그들을 기다린다.

 

사형까지는 억울하다고 여겨진 메리의 죽음이 내겐 몹시 슬프게 다가왔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녀는 미 연방정부가 생긴 이후 최초로 사형을 당한 여성이라고 한다. 교수형을 면할 수도 있던 순간 당시 대통령이 거부하여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른 암살자들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그녀를 보는데 어찌나 울컥하던지.. 그 장면을 감독(로버트 레드포드)가 특별히 신파스럽게 라거나 슬로우모션이나 클로즈업으로 묘사한 것도 아닌데, 뛰어난 연기자인 로빈 라이트의 억울하고 슬프면서도 받아들이는 연기와 주변의 자연풍경, 마치 당연하다는 듯 지켜보는 남자 청중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굉장히 몰입도가 높게 다가왔던 것 같다.

 

 

In times of war, the law falls silent.

 

전쟁부 장관역으로 케빈 클라인이 링컨 암살 후 혼란스런 나라에서 범인 세력을 척결하려는 대표로 나온다. 어떻게든 메리를 그것도 만인앞에서 미 합중국의 합법적인 판결 하에 죽임으로써 나라의 기강을 잡으려하는 그 앞에, 에어컨 변호사는 이렇게 외친다. "장관님, 그건 정의가 아니라 복수에요." 하지만 전쟁부 장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만을 고집할 뿐.

 

에어컨 변호사는 거의 홀로 외로운 법정 투쟁을 계속 한다. 그를 돕고 싶고 심정적으로는 측은히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링컨 대통령이 죽은 후 나라는 너무도 불안한 상태이다. 한 법관인은 그에게 저렇게 말하기까지 한다. "전쟁시에 법은 침묵한다"라고.

 

다시 한번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밖에도 많은 걸 순식간에 느껴지게 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말미에는 역시 미국의 상처 끌어안기처럼, 1년후에 미 법정은 그 이전의 불합리했던 재판 과정을 보수하고 좀더 국민이 정당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옹호하게 되었다는 자막이 나왔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미 처벌받고 사라져간 사형수들을 되돌릴 순 없는...

 

또한 극중 제임스 맥어보이는 눈앞에서 변호했던 의뢰인이 사형되는 걸 본 후 회의를 느끼고 변호사를 그만둔다고 한다. 그리고 언론계로 들어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기자로서 최초의 사회부 부장기자가 된다는 자막도 나오고 그러면서 영화는 끝난다.

 

법이란 것은 정말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체제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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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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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영화, '러브 레터' (1995,이와이 순지) / bohemian75 | 영화가 왔네 2012-03-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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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레터]의 죽음, 사랑의 이미지

이와이 순지의 영화 읽기


뮤직비디오와 CF, TV 드라마를 거쳐 이와이 슈운지가 만든 최초의 장편영화인 <러브 레터>는 1995년 일본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또한 '키네마준보'가 집계한 독자선정 '95 베스트10'에서 1위를 차지해 지적인 관객들의 사랑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이후 우리나라에서 몇 년간 불법비디오로 돌면서 약 10만명 정도가 보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몇 년 후 극장개봉시 서울관객 70만명을 동원했다. 모 음료수 CF에 '자전거 돌리며 불빛을 내는 장면'이 패러디되고 '오겡끼데스까'를 소재로 한 개그가 유행하는 등 우리나라 문화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만큼 <러브 레터>는 개인적 취향을 넘어서 일본의 미학과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이와이 슈운지가 연출, 각본 뿐 아니라 편집까지 맡아 했기 때문에 작가주의적 분석이 유효하며, 분석은 결국 슈운지 자체가 가진 의식적, 무의식적인 일본성을 파헤치는 것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분명 천재적인 측면이 있다.

 

 

1. 죽음, 자연, 미의식


옛부터 일본인에게 자연은 혜택을 주는 것, 친밀한 것이었다. 이는 일본이 온대지방에 위치해 있어서 자연환경이 온화했고 농경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과 자신을 일체화하고 살아가는 감정이 일본인의 모든 정신활동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자연과의 일체감은 자연을 즐기고, 현세를 구가하는 현실긍정의 사고를 만들어냈다. 한편 춘하추동과 사계절의 변화로 인해 자연의 변화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자연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키워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예술과 생활습관이 생겨났다. 일본인의 자연관은 불교의 무상관으로 증폭되었는데 특히 선종사상과 결부되어 유겐, 와비, 사비 세계를 만들어냈고 다도, 정원, 꽂꽂이 등에서 있는 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자연을 재현하게 된다. 일본인은 죽음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이 자연과 일치시키며 오히려 미화하기까지 해왔다. 불교 선종의 일파인 조동종을 일본에서 시작한 도겐(道元)은 '생사문제에 구애받지 말고 죽을 때는 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죽음에 철저하고, 살 때는 삶에 철저하여 순간순간을 전력을 다해 살아갈 것'을 주장, 이것이 무사도의 기초가 된다. 에도 시대에 정착이 되는 무사도는 죽음에 철저한 것이 완전한 삶과 이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할복', '동반자살' 문화가 여기서 기인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에 일본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의 영화들 중 '살인, 자살'이 많이 등장하고 공중파 TV 드라마에서도 엽기적인 죽음이 일반적인 소재인 것을 보면 일본에서 죽음이란 친근하기까지 한 문제일 듯싶다. 이러다보니 일본은 죽음과 자연을 결부시키고 자연스럽게 여기며 아름답게까지 생각하거나 표현하는 미학이 생겨났다. 36세에 자살한 시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는 죽음보다 더 나은 예술은 없다, 죽는다는 것은 사는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었는데 다음은 유서의 일부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얼음처럼 맑고 투명한 병적인 신경의 세계이다. (중략) 내가 언제 과감하게 자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지 자연은 이런 나에게는 언제나 보아도 한층 아름답다." 또한 한 번에 피었다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확 져버리는 사쿠라는 죽음의 미학을 상징한다. 이것은 가미가제의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죽을 수 있는, 그리고 죽게 하는 확고한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 러브 레터>에는 두 명(두 건)의 죽음이 있는데 남자 후지이 이츠키의 현재의 죽음과,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아버지의 죽음이 그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와타나베 히로코와 女 후지이 이츠키는 모두 그 죽음의 기억(아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미심장한 것은 영화의 첫 신이 순백의 눈 위에 누워있는 히로코, 그리고 장례식 장면이라는 점이다. 죽음과 자연의 일체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누워있을 정도인 히로코는 사실 정상은 아니다. 갑작스런 연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약간은 사이코적인 면을 보여준다. 연인 후지이는 눈 덮인 산에서 죽었다(<나라야마 부시코>에도 나오듯 산 -특히 영험한 산-과 죽음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나 보다. 일본 특유의 종교로 산에 오르는 수행을 근본으로 하는 산악 종교가 있는데 산은 인간이 사는 세계와 다른 타계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에도 중기에 이르러 후지산을 이르는 '후지코'가 서민들에게도 일반화되었다). 女 후지이는 아버지가 죽은 당시 장례식장에서 문득 눈 속에서 냉동돼 모양이 그대로인 잠자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하는 혼잣말이 뜬금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셨구나’이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일본에서 잠자리는 나비와 같은 의미로, 혼, 영원한 생명을 의미하고 재생, 부활을 상징한다. 결국 일련의 죽음을 둘러싼 얘기들이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환상적인 음악에 힘입어 감상자에게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데 죽음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무반응이라는 것이 놀랍다. 영화의 처음에서 보여지는 장례식에서 죽은 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분위기는 아주 활기차고 아무렇지도 않다(우리나라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굉장히 침울하거나 애통함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그리고 여 후지이 이츠키의 집에서도 초반부에는 아버지(남편, 아들)의 죽음에 대해 다들 무덤덤하게 얘기하고, 농담을 하고 웃기까지 한다. 소위 일본의 감정에 대해 얘기할 때 긍정적으로 쓰는 ‘절제’일 수도 있고, ‘다테마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필연적으로 다테마에의 폭발 내지는 분출이 어느 한순간 이루어질 때 굉장히 영화가 파워풀하고 극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방에서 죽은 후지이에 대해 와타나베와 후지이의 모(母)가 대화할 때 후지이의 엄마가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 여(女) 후지이가 고열로 쓰러지자 비로소 죽은 남편/아들에 관해 대립하는 두 부녀의 신이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해 돋는 산에서 미친 듯이 절규하는 와타나베의 모습에 110%쯤 감정이입하면서 가슴이 절절한, 최초의 기이한 체험을 가능케 했다. 우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도 ‘절제된 죽음’이 나오지만 여기엔 곧 죽을 당사자가 나와서 스스로 삶과 사랑을 정리한다는 면에서, 남(男) 후지이의 모습이 전혀 안 나오는 <러브 레터>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전자는 죽음을 일상에 결부시키고 후자는 자연과 밀착시키는 차이 때문일까.

 

 

2. 다테마에와 혼네


와타나베 히로코와 女 후지이 이츠키의 편지 교류 사이에서 다테마에와 혼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처음에는 그 둘의 편지 교환은 서로가 각자 다른 의미로 출발을 한다. 그리고 와타나베는 끝끝내 애인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바로 집 앞에서조차 女 후지이를 찾을 것을 포기하고 결국은 무슨 심정인지 편지들을 그녀에게 돌려보낸다. 이것은 여 후지이를 향한 배려, 즉 혼네라고 볼 수 있다(‘이것들은 당신의 추억입니다’라며 돌려보낸다). 그리고 女 후지이는 우연히 선생님을 통해 男 후지이의 죽음을 듣고, 상대방을 배려해서 자신이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을 또한 밝히지 않는다. 대신 편지의 첫 시작을 ‘예전에 우리 아버지도 돌아가셨죠’라고 우회적으로 시작한다. 이런 모습들, 그리고 서로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거나 가슴시린 추억을 재발견해낸다는 사실이 참 경이롭고 아름답다.

 

3. 사랑 중의 사랑은 ‘시노부코이’(忍戀)


요시다 겐코의 ‘부족(결핍)주의’에 관한 글의 첫 머리는 ‘과연 꽃은 활짝 핀 상태에서 보아야 하고, 달은 보름달일 때 보아야 하는가’로 시작한다. 이에 따라 남녀의 정, 연애 역시 만나는 게 다가 아니라 만나지 못해 근심과 그리움이 쌓이고,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원망하고, 멀리 떨어진 님을 생각하며 기나긴 밤을 홀로 새우고, 옛날을 그리워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식이 있다. 미나미 히로시는 이것을 일본의 부족주의, 혹은 일본식 마조히즘이라고 표현한다. 부족주의의 미학은 이후 유겐(幽玄), 와비, 사비에도 전승되는 것이다. 유겐이란, 표박(飄泊)하여 뭐라 말할 수 없는 데가 있는 것, 혹은 마음과 뜻은 있지만 확실히 말해버릴 수 없는 상태이며 그것은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뭔가 남겨놓은 모습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다. 즉 감정은 그것을 억제하면 억제할수록 순수해지고 강해진다는 게 일본적 감정설이다. ‘노’(가면악극)처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가능한 억제하여 감정의 내부적인 고조를 표현하는 것이 일본 전통 예술의 심리적 요소의 하나이다. <러브 레터>의 등장인물들 – 후지이 이츠키(남녀), 와타나베 히로코-의 관계 속에서 이것은 수시로 발견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본적인 것을 넘어서서 10대의 사랑의 수줍음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면과 연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마치며 

 

흔하게 우리나라 멜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유난히 연인의 비극적인 죽음코드가 등장하고 있지만 <러브 레터>처럼 몇 번을 봐도 어떤 절절한 느낌을 주는 영화는 드물다. 또한 <러브 레터>가 일본 평단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탈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비 일본인인 본인이 보기에는 분명 근원적으로 무척 일본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 속 에서처럼 사랑, 죽음을 연관시킨 강렬한 눈[雪]의 황홀하면서도 아련한 이미지는 아직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기에 겨울이면 반드시 다시 꺼내보게 되는 일본의 대표작인 것이다.

 

 

http://blog.yes24.com/bohemian75 (주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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