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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6년, 내 마음을 뺏은 한 권의 책 | 내가 나 된 것은 2017-01-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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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yes24.com/article/view/32231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읽어보는 것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월간 채널예스』 독자 20명에게 물었습니다. 2016년에 출간된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무엇입니까? 1권만 고르기 어렵다는 독자들이 많았습니다. 연령과 직업과 좋아하는 책은 과연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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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37세, 소설가)
『히치콕』 패트릭 맥길리건 저 윤철희 역 / 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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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책을 비닐 포장도 뜯지 않고 책장에 꽂는다. 너무 감명 깊었던 나머지 언젠간 사야지 하고 생각했던 책, 남자에게 첫눈에 반하듯 서점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사버린 책, 잊지 못할 첫사랑 같은 책. 『히치콕』은 내게 그런 책이다. 올해 새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냉큼 정가를 주고 샀다. 최소 향후 5년간, 나는 이 책의 포장을 뜯지 않을 셈이다.


 

 

오지은(35세, 작가 겸 뮤지션)
『아침에 눈을 뜨면 바람이 부는 대로』 사노 요코 저 /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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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롤모델이 필요했다. 훌륭한 사람들의 높고 고고한 생각이 아닌 퀘퀘한 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을 읽고 싶었다. 내가 퀘퀘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젠체하지 않는 따뜻한 글, 특히 여성의 글을 읽고 싶었다. 낮은 마음을 낱낱이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취하기보다 냉정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사노 요코의 글을 읽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김유미(29세, 인권활동가)
『코레예바의 눈물』 손석춘 저 / 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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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혁명운동과 여성운동을 동시에 경험한 조선의 여성혁명가 주세죽. 역사 속 그녀의 삶은 외모에 대한 평가나 남성혁명가들과의 스캔들 주인공으로만 기억되어 왔다. 이렇듯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가 기억되는 방식에는 여성의 현실이 반영된다. 그렇다면 1920~30년대 ‘여성’ 조선 혁명가로 살아가는 일은 과연 어떠했을까? 『코레예바의 눈물』은 이 흥미롭고도 중요한 문제에 접근한다.

 

김제동(42세, 방송인)
『악마 기자 정의 사제』 함세웅, 주진우 공저 / 시사IN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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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기자가 있어서 다행이다. 함세웅 신부님이 계셔서 참 좋다. 악마 같은 기자와 천사 같은 사제가 어우러지니 이것이 한국의 역사다. 지금까지 그들이 써 온 역사와 지금부터 우리가 쓸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다.

 

 

 

 

 

최향랑(46세, 그림책작가)
『씨앗의 승리』 소어핸슨 저, 하윤숙 역 /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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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작업 재료로 삼는 나는 그 흥미로운 생김새에만 마음을 뒀지 이 책을 읽기 전엔 미처 몰랐다. 박물관에 불이 났을 때 몇 백 년 만에 발아한 씨앗은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랜 휴면기를 가졌던 걸까? 딱딱한 호두는 누구에게 먹혀 어떻게 자손을 퍼트리려 한 걸까? 작은 씨앗 속에 담긴 놀라운 과학적 계산과 생존의 지혜! 먹거리로 우리인류와 문명을 존재케 했으며 지구를 지배하게 된 식물이 어떻게 씨앗을 통해 성공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환희(32세, 출판 편집자)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나탈리 크납 저, 유영미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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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질 낮은 사람이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확실한 삶의 경로들이 해체되면서 생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다수 시민의 불안을 공략했고, 성공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불안을 해소하려 뽑은 그 대통령은 불안을 가중시킬 듯하다. 우리의 불확실한 날들이 그처럼 자충수를 두게 하기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긍정의 시간이 되도록 하려면 이 책을 읽는 게 좋겠다.


 

박산호(45세, 번역가)
『동물원 기행』 나디아 허 저/남혜선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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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회의를 품은 나에게 돼지부터 유니콘까지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줬다. 깔깔거리며 읽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드는 이 흥미롭고 사랑스러운 에세이에 누군들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영신(35세, 만화가)
『오십 미터』 허연 저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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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고 싶다고 잠시 까불고 다니던 때 술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요즘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나는 허연이라고 답했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좋아하고 끌리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허연 시인의 책 추천은 내 입장에서 과분하니 일종의 고백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이창림(39세, 시민교육활동가)
『99%를 위한 경제학』 김재수 저 /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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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상의 이면을 주류 경제학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구체적 사례와 연구를 들어 쉽게 읽을 수 있다. 가만 보면 친절하고 따뜻한데 냉정하다.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정부이기를 포기한 양아치 같은 이들이 국가 권력을 잡고 있"다던가, "신뢰를 유지하는 연료는 불공평에 대한 복수와 분노심"이라던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경제학자"라고 부른 저자의 용기 있는 고백이 들리는 듯하다. '99%를 위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강진이(47세, 화가)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저 /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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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온갖 생명의 목을 축여주고 자라게 하는, 그렇게 풍요롭게 가꿔주는 강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많은 아이들의 엄마로 고단한 삶을 살다 75세라는 늦은 나에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그녀. 그림을 통해 시대를 보고 삶을 보고 사람을 본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마치 좋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된다.


 

 

천주희(30세, 독립연구자)
『마이너리티 코뮌』 신지영 저 /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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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한국의 밤은 촛불보다 밝았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저마다 거리로 나왔다. 이런 경험은 우리 안의 마이너리티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특별하거나 유별나서 마이너리티(소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정작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위험과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삶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마이너리티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떠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신지영은 2009년에서 2015년까지 일본, 미국, 한국을 횡단하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코뮌(마을)’의 과정을 기록했다. 그녀가 말하는 “늘 생성 중인 마이너리티 코뮌”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발견할 수 없었던 목소리였다. 이 책은 대답 없는 사회를 향한 외침이 만들어낸 움직임이자, 외침의 다음 날을 상상하는 데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정의정(28세, 기자)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저 / 진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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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가며 거대한 바위 같은 사건을 캐내 책으로 엮었다. 어디에서든 지면이 나면 농담으로 자리를 채우는 대신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죄책감이 든다. 아직 세월호는 인양되지 않았고, 진실도 밝혀질듯 말듯 먼 곳에 있다.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책이었으니, 부디 올해까지만 올해의 책이 되기를.


 

오혜영(42세, 출판 편집자)
『파격의 고전』 이진경 저 /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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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어 읽기,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을 좋아한다. 특히 ‘고전’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뻔한 <심청전> <흥부전> <홍길동전> <콩쥐팥쥐> 등과 같은 고전소설을 경제, 철학, 심리, 생태를 비롯한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해석을 시도한다. 읽다 보면 ‘아, 이렇게 해석하다니’ 저자의 인문학적인 깊이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다르게 사고하고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현대철학자의 파격적인 시도가 반가웠던 책.


 

 

이은애(42세, 경찰공무원)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저, 서혜영 역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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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과 끈기,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살아온 나에게 너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책이다. 이제 싫어하는 것은 그냥 싫어하는 채로 두어야겠다. 3류 영화를 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지 말아야겠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고백을 해야겠다. 까칠하고 우울한 여성이 보내는 유쾌하고 발랄한 위로.


 

 

유승연(31세, 홍보)
『무인양품으로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야마구치 세이코 저 / 즐거운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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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말했다. “인생은 본시 단순한 것이다.” 당연한 진리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참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단순하게 살기’, ‘미니멀 라이프’에 심취하며 관련 책들을 꽤나 읽었다.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삶이 내게 다가왔다는 것에 기뻤고, 조금 적게 가져도 생각보다 아쉽지 않음에 놀랐다. 비록 이 책에선 특정 브랜드를 얘기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가장 단순한 것’이다. 아주 단순한 것으로 누리는 삶의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값비싼 원목 테이블에서 먹는 밥이라고 다 맛있겠는가. 값싼 우리 집 테이블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이 특별하고, 가족과 즐기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최성웅(32세, 번역가)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저, 노성두 역 / 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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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에게는 전설의 레전드였던 책. 구텐베르크 활자 발명 후, 성경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베스트 셀러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던 『바보배』. 모든 바보들의 원천인 이 책이 미셸 푸코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작품에도 영향을 끼친 건 당연한 일이다.


 

 

권혁준(45세, 출판 마케터)
『자존감 수업』 윤홍균 저 / 심플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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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기계발서 범주의 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 다른 책들과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이 책의 큰 장점은 저자의 진정성이 물씬 느껴진다는 점이다. 읽는 내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설픈 업자의 눈에도 기획과 특히 편집에 공들인 티가 역력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무너진 자존감이 바로 회복되는 기적은 없다. 하지만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일상 생활에서 조금씩 실천해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심리치료의 교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대통령은 자괴감이 든다고 했지만 정작 그녀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진 우리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들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이 책이 조금이라도 단축시켜줬으면 좋겠다. 물론 퇴진이 먼저다.


 

 

안두현(34세, 지휘자)
『아가야, 지금 이 음악 듣고 있니?』 권순훤 / 덴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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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진 사실 중 하나가 태교에 좋은 음악은 클래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라고 모두 정서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클래식에도 광기와 분노 등의 감정이 수없이 나타나니까. 그래서 이 책은 내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수 보아의 오빠로도 유명한 피아니스트 권순훤이 쓴 태교를 위한 클래식 서적. 임산부의 시기별 변화에 따른, 태아의 발달상황에 맞는 음악 추천은, 이 책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다. 임산부의 상태에 따라 선택한 저자의 음악들은 정말 적절하다. 이미 베스트셀러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로 입증된 그의 음악적 안목이 새삼 부럽다.


 

 

윤승철(27세, 여행가)
『씨앗의 승리』 소어 핸슨 저 / 에이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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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나 무인도 같은 척박한 곳을 다니다 보면 결국 생각은 '근본적인 것'에 도달하게 된다. 생명, 존재, 만물의 시작과 발전, 진화와 같은 것들. 씨앗의 생존과 진화 메커니즘은 이러한 원초적인 생각의 압축점에 가까웠다. 모든 생명체의 위에서 군림한다고 여기는 인간도 이러한 작은 씨앗의 전략에 굴복했다는 결론은 최근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다. 사고의 전복. 생물학적 사고를 떠나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차라리 '시'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엄지혜(33세, 기자)
『예민해도 괜찮아』 이은의 저 / 북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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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이 책을 읽었다. 말하는 존재로 살아가기가 이처럼 힘들구나, 싶을 때마다 다시 꺼내 읽었다. 저자가 속삭였다. “예민해도 괜찮아. 예민하지 못한 둔감함에서 우리 사회는 피곤해진 거야.” 저자는 상사의 성희롱 문제를 고발했다가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4년간의 투쟁 끝에 승소한 전직 삼성맨, 지금은 변호사다.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트위터를 뒤덮었다. P소설가, B시인, K시인 등에게 이 책을 소포로 보내고 싶었다. 과연 그들은 언젠가 진짜 반성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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