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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의 필력에 새삼 놀라다 | 리뷰 2020-07-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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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저/이정민 역
블루홀6 | 201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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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소설 작가라고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단연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생각한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낀 호감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읽으며 확신으로 굳어졌다. 이 작가는 눈에 띄는 작품 몇 편만 내고 말 작가가 아니다, 오랫동안 믿고 읽어도 좋겠다는 확신 말이다.


<안녕 드뷔시>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이자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하루카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고등학생이다. 나고야에서 알아주는 부자인 할아버지는 하루카를 끔찍이 예뻐하고, 은행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는 전심전력으로 하루카를 서포트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화재로 할아버지와 사촌이 죽고 하루카는 온몸에 화상을 입는다. 목구멍까지 타들어갈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기에 피아노를 다시 치는 건 물론이고 일상생활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미사키 요스케라는 피아니스트의 지도를 받아 기적적으로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고용한 변호사가 하루카의 집을 방문한다. 변호사에 따르면, 생전에 할아버지는 유언장에 유산의 절반을 두 아들이 아니라 손녀인 하루카에게 남긴다고 썼다. 졸지에 6억 엔을 상속받게 된 하루카는 예전처럼 피아노 연습에 몰두하지만, 하루카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하루카를 예전과 같이 대하지 않는다. 삼촌은 하루카를 '6억 엔의 신데렐라'라고 부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는 하루카를 벌레 보듯 한다. 학교에선 하루카를 시샘하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하루카를 괴롭힌다. 하루카의 불길한 예감은 급기야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데...


줄거리만 보면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여자 고등학생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재활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 소설 같다. 실제로 하루카가 미사키 요스케를 스승으로 맞아 레슨을 받으면서 배우는 내용을 보면, 단순히 피아노를 잘 치는 기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 생존자로서, 장애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것이 많다. 미사키 요스케는 곡 하나를 가르칠 때에도 그 곡을 만든 사람의 생애와 그 곡이 생겨난 시대 배경부터 충분히 이해하게 하고 난 다음에 본격적인 레슨을 시작한다. 현실에서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연주자들이 이런 식의 레슨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주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식의 교수법을 채택한다면 배움이 더 깊어질 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의 교수법은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하루카는 돈 많은 할아버지를 두었다.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어머니는 하루카를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전력으로 서포트한다. 사람들은 이런 조건만 보고 하루카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하루카 자신이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미사키 요스케도 마찬가지다. 유명 검사의 아들이자 사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정작 미사키 자신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서 아버지와 의절까지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미사키의 선택을 함부로 평가절하한다. 아마도 그들은 살면서 어떤 대상에 진정으로 반하거나 감동해본 적도 없고, 그걸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남들이 뭐라든 나는 내 삶을 산다'는 정신은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주역인 미코시바 레이지의 삶의 모토와도 일치한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와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안녕 데뷔시>를 먼저 읽고나서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 제1편인) <속죄의 소나타>를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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