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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굿바이 솔로 1

노희경 저
북로그컴퍼니 | 201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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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솔로. 처음으로 드라마 대본집을 읽었다. 드라마의 특성상 에피소드가 연속적으로 구성되지 않는 탓에 머릿속으로 모든 인물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이리저리 치고받는 대사에 푹 빠져들어 하룻밤 새 한 권씩 뚝딱 해치웠다. 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더 탄력을 받았겠지만, 이미 브라운관을 통해 접했던 이야기에 다시 그토록 빠져든 것은 무엇보다 노희경 작가가 그려낸 캐릭터의 성격이 대사에 아주 잘 묻어난 데서 어떤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아픔을 마음 한 켠에 남몰래 묻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결말에 다다를수록 아름답게 산다는 게 뭔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련함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기가 두려웠다. 사실 인생이라는 건 이 시나리오가 보여주는 것처럼 나이를 먹어도, 사랑을 거듭해도 명쾌한 답을 찾기가 어려운 법.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책과의 이별을 고한다. 굿바이 솔로.    

사실 노희경 드라마는 제목부터 시적인 의미를 지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사랑.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 그들이 사는 세상. 제목만 읊어도 이야기가 흐른다. 아이 같지 않은 아이에게,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길을 잃은 남자에게, 진실과 거짓을 놓고 번민하는 여자에게, 세상 모든 따뜻한 인간에게 위로의 시간을 건넨다. 제목 하나를 말하기 위해서 인물들은 열심히 말을 한다. 그래서 작가의 대본집은 그 말을 직접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내가 아니면서도 내가 말하는 것처럼.

그 대사를 가장 맛깔나게 표현하는 것은, 단연 배종옥이다. 사람들이 노희경-배종옥 조합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노희경 드라마에 배종옥이 출연한 것은 여섯 번이나 된다. 배우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든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드라마에서 배종옥의 존재는 위대하다. 이 드라마에서 영숙의 입은 곧 배종옥의 입이었으며, 다른 장면은 가물가물해도 영숙의 대사만큼은 오롯이 그녀의 음성으로 귓가에 울렸다. 한명을 더 이야기하자면, 미리로 분한 김민희. 그녀가 배우로 보여준 이미지는 내게 딱 여기서 멈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김민희 아닌 누군가가 미리로 태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여서다.

모든 드라마가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노희경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인물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굿바이 솔로> 역시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 모두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이는 드라마를 시작하거나 끝을 맺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연극처럼 보일 것을 염려해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상황에 따라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 달라진다는 점 또한 특징적이다. 특히, 이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조차 인물들의 변화가 거의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삶이라는 행위 자체를 대단히 밀도 있게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은 대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인 것 같으면서도 유연하게 사고하는 이상적인 구석이 있어 묘한 매력을 지녔다. 사람과 삶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들이 극적인 스토리에 연연하는 대다수의 드라마가 갖는 고질병을 가볍게 비껴간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사람 냄새 나는 인물들 사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본다.



드라마 속 영숙(배종옥)이 하는 말.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면서 우리가 얻으려 하는 건 대체 뭘까.
사랑? 이해? 아니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왜 우린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할까?
그래서 왜 이 순간의 행복을 끝없이 방해받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있어서 마냥 행복한 사람,
사랑하지만 여전히 혼자인 것처럼 외로운 사람,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해 힘들기만 한 사람,
그렇게 사랑에 연연하는 한 우리는 아직 모두 어린아이다.
그녀처럼 그 누구에게도 연연하지 않을 때, 우린 아마도 진짜 어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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