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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 호스] - 기적의 말이 선물한 생의 가치 | 영화일기 2012-02-1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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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워 호스

스티븐 스필버그
미국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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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특징은 단연 말의 시점을 통해 전쟁의 참사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 배경을 조금 더 좁히자면 1차대전 무렵이다. 당시의 말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데 매우 중요한 재산이었던 터라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단순한 동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영국 데번에 살고 있는 농부 테드에게 시급한 것은 밭을 갈 수 있는 말이바깥의 바람 소리가 심상찮지만 전쟁의 기운이 감돌거나 말거나 그는 경매에서 지주와 경합을 벌이다 어이없는 돈을 지불하고 망아지 한 마리를 손에 쥔 채 집으로 향한다. 그런 그를 보노라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제 구실 못하는 말을 왜 사왔냐며 아내 로즈가 펄쩍 뛰는데, 아들 알버트는 무슨 영문인지 자신이 직접 훈련시키겠다며 적극 나선다. 그는 쉽게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던 말 조이와 조금씩 눈빛을 교환한다. 우여곡절 끝에 밭을 가는 데 성공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알버트와 조이는 안타까운 이별을 맞는다. 이때부터 말의 시점으로 올라탄 영화는 조이의 눈에 비치는 전쟁터의 인간들을 차곡차곡 담는다. 전쟁이 끝날 무렵 그들은 다시 조우한다.

 

조이는 지난한 전쟁을 거치면서 전투를 치르는 장교의 말, 동생을 구하려던 병사의 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의 말, 전장에서 자신을 아끼는 조련사의 말이 된다. 실은 테드 역시 전장에 나갔다가 전우를 잃은 아픔을 지니고 있고, 알버트도 전투에 참가해서 끔찍한 시간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러니까 조이의 역사는 전쟁의 시기를 통과하는 운명 위에 놓인. 그 어두운 시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은 전쟁을 통해 인생의 지혜와 삶의 가치를 공유한. 어렵사리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알버트를 보면서 추측하건대 그는 아버지의 실패가 개인의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조이가 영화 속 부자에게 생의 어떤 가치를 선물한 셈이다. 결국 용감한 인생이라는 것은 모험적 행위의 소산이자 의지적 신념의 결실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 인간에게 전하는 그와 같은 교훈은 낯익은 것이라 특별하지 않지만, 경주가 그리는 운동의 자취와 지축을 울리는 말굽의 소리가 오래 지속되어도 지겹지 않듯 그것은 우리에게 예나 지금이나 감동적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하는 이야기의 울림이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이제 고루한 말이기도 하지만 새삼 믿음의 가치를 떠올린다. 알버트가 난관을 극복하고 기적처럼 조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애오라지 재회에 대한 일념이다. 어쩌면 그것은 감독의 믿음이라고 할 수도 것이다. 두 사내를 용감한 존재로 이끄는 로즈 또한 그것을 잘 안다. 그녀는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하는 남편에게 "나는 당신을 더 미워할지는 몰라도 덜 사랑하지는 않아요."라고 말할 줄 아는 현명한 아내이며, 아버지의 자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들에게 "비록 전우를 구했지만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진짜 용감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낭혜한 어머니다. 비중이 크건 작건 인물들의 언행이 그렇게 삶의 소중한 가치를 드러내면서 영화는 전통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역시 고전적인 향기가 물씬 풍긴다. 기존의 작품을 어떻게 빼닮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더라도 누구든 영화 속에서 익숙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뻔히 아는데도 뒤로 갈수록 폭풍처럼 밀려드는 감동은 믿음의 가치를 믿는 우리로선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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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개의 선] -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삼십 대의 고민 | 영화일기 2012-02-0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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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 개의 선

지민
한국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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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이 즐거운 것은 철없이 굴어도 아무런 잔소리를 듣지 않는 때까지다. 취업과 결혼 따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기분 좋은 명절과는 정말이지 거리가 멀다. 이번 설에는 개그콘서트가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 주고 있었다. 겨우 취업했더니 이제 결혼하래. 기껏 결혼했더니 아이 낳으래. 불편한 진실 보다가 진짜 불편했다. 취업하고 결혼해도 사회의 암묵적인 강요는 멈출 줄 모른. 아이 낳으면 그다음 미션이 또 기다리고 있지롱. 내 삶 어디 갔어. 이거 이거 다 어디 갔어. 결혼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라고들 하는 당연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어째 자유의 무덤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우리 모두 내 아버지를 절대 닮지 않을 거라 한때 속으로 다짐하고는 똑같이 그런 아버지가 된다. 무서워라. 사실 아버지들도 날 때부터 그런 건 아니다. 그럼 뭐냐. 결혼이 문제다.

 

결혼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사랑의 서약을 맺는 건 아주 신성한 일이지. 다만 우리가 그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결혼에 연연. 특히 결혼 제도에 목매는 인간들 꼴불견이다. 갈수록 독신주의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내 주위엔 거의 없어. 이상하리만치 없어. 부모의 구속과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속내를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 물론 나도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영화가 궁금했다. 엄밀히 말하면, 안티-결혼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잘 살거든. 그런데 그들이 남다른 건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점이다. 결혼, 혼인신고, 육아 등 고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도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나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할 수 있잖아?


 

영화는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어느 젊은 커플의 고뇌를 담고 있다. 지민은 결혼 제도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철은 그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생각을 정립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성인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한다고 해서 누가 뭐랄까마는, 문제는 그들이 아이를 가졌다는 데 있다. 지민은 임신테스트기에 두 개의 선이 보이자 눈앞이 까매진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 어떠한 관계에 얽히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던 그들을 여러모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스스로 묻고 또 묻던 그들은 결국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채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호적신고조차 쉬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아이가 아프다. 법적으로 가족이 되지 않으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가 없단다. 지민과 철은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두 개의 선 가운데 자꾸만 다수의 선을 택하게 된다.

 

누구나 다수의 시선이 나누는 정상과 비정상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영화는 결혼과 육아 문제에 얽매이는 자신들의 삶을 직접 카메라로 비추면서 판단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는다. 대신 선택의 기로에서 매순간 고심하는 얼굴을 비춘다. 관객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지점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을 질문으로 삼되 어둡고 무겁게 그리지 않는 터라 문제에 대한 성찰이 부담스럽지 않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와 내레이션이 적절히 이야기의 매듭을 짓고 있는데, 그 내용이 솔직해서 재밌고 담담해서 슬프다.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사회적 가족으로 흡수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아빠라는 남자, 엄마라는 여자, 아빠와 엄마가 낳은 아이로 구성된 집단을 완성하도록 강요할 것인가. 이 영화의 고민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삼십 대에게 특히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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