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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인간] - 내일이 없는 작은 신념들의 광채 | 영화일기 2012-03-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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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신과 인간

자비에 보브와
프랑스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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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96년 5월 알제리에서 일어난 프랑스 수도사 납치 사건을 중심으로 아틀라스 수도원에서 수행을 하던 사제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자비한 내전이 평화로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련의 상황 속에서 당시의 수도사들도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들은 신념의 문제에 부딪혀 자국으로 돌아가라는 당국의 설득을 뒤로 하고 스스로 어떤 결단을 내리고자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들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은 점점 짙게 내려앉는다. 그들이 수도원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말할 때, 그 마을에 사는 한 여자는 "우리가 새고, 당신들은 나뭇가지입니다."라며 몹시 슬퍼한다. 이는 그곳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고통을 함께 나누었던 수도원이 그 땅의 소중한 뿌리라는 것을 반증한다. 처음에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그들은 복잡한 마음을 정리한 끝에 마침내 그곳에 남기로 한다. 우리로선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윤리적인 선택과 판단을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장 괴한들에게 처참한 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우리는 영화가 프랑스와 알제리,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역사적 갈등과 종교적 문제가 서린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수도원의 일상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한다. 카메라가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수도사들의 얼굴과 행동을 조심스러운 태도로 포착하면서 주로 그들의 불안한 내면을 잡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지 않은가. 가령, 나이든 의사 뤽은 남몰래 고뇌하다가 문득 벽에 걸린 커다란 그림(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책찍질') 속 예수의 심장에 슬쩍 귀를 들이대고, 수사들의 우두머리인 크리스티앙은 편지로 유언을 남기는 와중에 책상 맡에 놓은 액자 속 그림(안토넬로 다 메시다 '수태고지를 받은 마리아')에 고개를 살짝 떨군다. 그 밖의 다른 종교화에서도 엄격하고 정숙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흡사 그림 속 표정이나 몸짓이 스크린 안으로 고스란히 빠져나온 것만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영화의 장면들을 천천히 살피게 되는 것도 그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관객은 감정의 동요를 꾹꾹 눌러 담고 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조금씩 읽어나간다.


 

 

그들은 손을 맞잡고 기도를 드리거나 큰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면서 다가올 죽음의 공포를 달랜다. 아무리 묵상의 시간을 가져도 수도원에는 창문 너머로 하늘을 날고 있는 헬기의 광폭한 소음만 울릴 뿐 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이들의 숙명이여. 수사로서의 고뇌와 갈등을 묵묵히 견디던 그들은 겸허한 신념을 내린 이후에 최후의 만찬을 연다. 그때 그들은 처음으로 슬픔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 없이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는다. 그것은 일종의 순교를 위한 성스러운 의식이자 인간적인 면모를 겉으로 드러내는 유일한 순간이다. 절정의 장면에서 울려퍼지는 '백조의 호수'는 인물에 따른 개별적 클로즈업과 맞물려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면서 애통한 기운을 극도로 고조시킨다. 그 장면 외에는 영화의 구성이 비교적 간결한 편인데, 이야기가 꿰고 있는 장면들이 하나의 주제를 완성하는 데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수준이라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극적 구성을 이룬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순간을 만들지 않는 그 담백한 연출은 수도사들의 검박한 가치관을 닮았다.

 

인간은 이따금 자신의 신념을 들여다본다. 믿음이 꼭 종교적인 성질의 것이 아니듯 그것은 교인의 일상에만 존재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만의 헐한 시간에 신념의 심연을 가만히 더듬는 일은 하루의 끝머리에 일기를 쓰는 것만큼이나 흔하다. 수도사들이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들로부터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동일시의 감정을 느낀다. 자비에 보브와는 죽음 앞에 놓인 그들의 신념을 어느 쪽으로든 섣불리 포장하지 않는다. 역사의 측면에서 미화하지도 않고, 종교의 측면에서 윤색하지도 않는다. 대신 내일이 없는 작은 신념들의 광채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그들은 내일을 포기했지만 그들의 신념은 내일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꽤 흐른 오늘날에도 그때 그 괴한의 정체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사실과는 관계없이 영화가 취한 그날의 결단은 상당한 울림을 갖는다. 숭고한 순간을 향해 담담한 태도로 발을 내딛는 그들의 마지막 눈길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우리 가슴속에 남는다. 그것은 저마다 제 신념을 돌아보는 시간에 눈을 감으면 더러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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