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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헌트] - 집단은 개인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 영화일기 2013-02-1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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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더 헌트

토마스 빈터베르그
덴마크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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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

집단은 개인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이혼을 한 뒤 고향에 내려온 루카스는 친구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새로운 여자를 사귀었고 곧 아들과도 재회할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친한 친구 테오의 딸 클라라가 끔찍한 거짓말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기 때문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듯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으로 내몰린 그는 이웃들에게 심각한 오해를 산다. 테오 내외가 다투는 일이 잦아 집과 유치원을 오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클라라에게 몇 번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분명 그런 일은 없었고 그 아이와 딱히 가깝게 지낸 것도 아니어서 황당한 노릇이다. 돌이켜보면 클라라는 자신을 살뜰히 대하는 루카스를 좋은 사람으로 여긴 것 같다. 그래서 제 딴에는 선물까지 준비하고 뽀뽀로 마음을 표시했는데, 그가 선생님으로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자 상처를 받은 모양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일은 흔해서 사건의 경중을 떠나 이것은 쉽게 현실의 그늘 안에 들어온다. 살면서 이래저래 억울한 일을 겪는다지만 루카스에게는 감히 댈 것도 아니다.

 

여기서 사건의 원인은 중요치 않다. 영화가 그와 관련해서 다른 가능성을 남겨두지 않는 탓이다. 클라라의 고백과 클라라의 오빠가 흘리는 눈물은 그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우선 클라라는 어린 나이에도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뒤 곧바로 제 잘못을 실토했다. 어른들에 의해 묵살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바보 같은 소리를 한 것이라고 고백했고, 그것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또한 이 일은 클라라의 오빠가 동생에게 남자의 성기를 자극적인 형태로 보여준 것과 연관이 있는데, 카메라는 그 사실 역시 일찌감치 일러바치고 있다. 더구나 시간이 흘러 원인을 제공한 녀석이 클라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까지 더해지면서 우리의 관심은 이제 ‘클라라의 거짓말’을 깨끗하게 벗어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가 다다르려는 목적지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클라라는 루카스더러 자신은 '선'을 따라갈 테니 아저씨는 '앞'을 보라고 몇 번이나 일렀다. 이 이야기 속에서 루카스라는 인물은 과연 '앞'을 주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둘러싸인 루카스는 아무도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데 분개한다. 유치원에서 쫓겨난 뒤 테오에게 찾아가 함께 사태를 해결해줄 것을 기대하지만, 우선 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친구로서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불씨가 점점 번지면서 이 사건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문제가 되었다. 결국 그를 지탱하는 모든 관계가 망가진 후에야 사건이 수습되기 시작한다. 사실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치원에서는 이혼하고 따로 사는 아내에게 구태여 전화를 했고, 현재 그와 사귀고 있는 애인을 불러다 주제넘게 이방인 취급을 하면서 위험을 경고했다. 이는 루카스에게 치명타다. 그에겐 부당하게 사냥의 대상이 된 억울함보다 삶의 안전망에서 급작스레 이탈하게 된 억울함이 더 크다. 의심이 가는 대로 소문을 퍼뜨린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가 늘어놓은 하소연이라는 게 "이제 아들과 살 수 없게 됐다"였음을 기억한다면, 그가 자신이 속한 공동체로부터 배척당하는 슬픔을 얼마나 크게 느끼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루카스는 엄마와 사는 아들 마커스를 그곳으로 데려오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아버지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가 찾아온다. 마트조차 갈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아들은 폭발한다. 클라라에게 진실을 물어볼 요량으로 그 역시 테오의 집에 찾아가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어떻게 친구들이 그럴 수 있느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만다. 이는 루카스가 느끼는 실망감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들 부자는 정황이 똑바로 밝혀지지 않은 데 분노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의 불신에 똑같이 더 크게 노하고 있지 않은가. 그 마을에 들어와 상황을 지켜보는 아들의 존재가 의외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으로 보건대, 이 영화의 표적은 이른바 마녀사냥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셀러브레이션>과 쌍을 이룬다. 두 편의 영화에서 충격적인 사건 자체는 그저 장치에 가깝고, 그것은 진실과 거짓의 문제를 움켜쥔 집단에 대항하는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게 만든다.

 

 

 

 

 

루카스에게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를 대하는 불편한 시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급기야 성당에서 테오를 들이받은 루카스는 그처럼 강력히 저항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동네를 끝까지 떠나지 않기로 결심한다. 아마도 그것은 루카스가 공동체로 환원하는 과정의 마찰과 충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그들을 비춘다. 루카스와 그의 친구들은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했고, 마커스도 제법 편안해 보인다. 부자의 마음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곳의 관습에 따라 사냥허가증을 받는 의식을 치른다. 이는 성인식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구성원 마커스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집단은 개인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은 채 사회라는 테두리에 발을 넣게 하는 것으로 잘못을 대강 눙친다. 루카스는 결국 총을 대물림함으로써 우정을 결속하는 남성적인 세계에 마커스를 밀어넣는다. 따라서 그 세계가 지닌 불안은 마지막 총성이 암시하듯 앞으로 그의 무의식을 이따금 매섭게 겨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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