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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The Counselor) | 영화일기 2014-01-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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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카운슬러

리들리 스콧
미국, 영국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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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변호사가 사소한 계기로 자기도 모르는 새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진다. <핏빛 자오선>에 나오는 말로 주제를 요약하자면 "아주 작은 부스러기 하나가 우리를 삼켜버릴 수도 있다" 되시겠다. 그러니 주인공의 운명이 일찍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예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친구를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사러 갔을 때 "우리의 목표가 성취되느냐 마느냐는 처음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다"며 불편한 충고를 해대는 판매상을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인공은 위험에 빠져 발버둥 치다가 결국 뒤에 가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당신이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찾고 있는 세상은 그 실수가 행해진 세상이 아니라는 거요. 지금 당신은 교차로에 서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소. 하지만 선택이란 없지.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 선택은 이미 오래전에 행해졌으니." 실수가 행해진 세상과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찾고 있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코맥 매카시의 첫 시나리오로 알려진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성과에 관해서는 개봉 이래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나는 영화를 보기에 앞서 시나리오를 먼저 접했다.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키는 가운데 별 것 아닌 부스러기가 그들 모두를 삼키는 상황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그랬듯이 코맥 매카시의 특기다. 다만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썼으니 거기에 어떤 차이를 불어넣지 않았을까? 가벼운 판단으로는, 우연으로 가장한 무시무시한 공포를 말의 행로로 체현하는 게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업상 남의 말을 유심히 듣는 카운슬러도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내내 귀가 막혀 있다. 구경꾼 입장에서는 위험한 게 빤히 보이는데 멍청한 짓을 해대는 꼴. 그래서 말의 행로를 지켜보는 일이 더 무시무시해진다. 자본주의라는 지옥의 가면 역시 그렇게 투명한 말들에 씌인 게 아닐는지. 이야기가 손에 잡히지 않을 우려를 감수하고 사건이나 풍경의 연쇄망을 촘촘하게 제시하지 않는 것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 아니고 그러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작품의 성취와 별개로 이 책이 갖는 재미도 그런 거였다. 심오한 대사 자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구체적인 이유나 원인이 거세된 상태에서 너도나도 위험을 감지만 하고 있고 그것이 인물 사이의 대화로만 전달되다가 이내 파국을 맞는 게 황당한 한편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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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에 관한 모든 것 (Shirley - Visions of Reality) | 영화일기 2014-01-04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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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셜리에 관한 모든 것

구스타프 도이치
오스트리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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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오스트리아 감독 구스타프 도이치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13점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3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작품을 연대순으로 나란히 배열해서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불어넣었는데, 당시에 실제로 있었을 법한 셜리라는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20세기 미국을 통과하는 그림들 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그동안 호퍼의 그림 이모저모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왔지만, 그림을 실물 크기의 배경으로 고스란히 재현해서 이야기를 꾸려나간 것은 처음이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정지된 모습으로 명화를 모방하는 이른바 '타블로 비방'을 활용하고 있다. 공간을 먼저 보여주고 어느 순간 호퍼의 그림과 똑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미술 솜씨도 뛰어나다. 

 

따로 떨어진 그림 13점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시공간적 배경과 관련한 정보들이 응당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자막과 라디오와 주인공 시점의 내레이션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그림들을 익히 아는 사람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그 시각이 참신하다. 다만 미국 현대사와 예술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요구된다. '그룹시어터'와 '리빙시어터', '클리퍼드 오데츠'와 '엘리아 카잔' 따위를 알고 있다면 훨씬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플라톤의 '국가'를 언급하는 대목이 이 영화의 바탕과 어우러져 예술을 대하는 방법 면으로 교훈이 된다. 말하자면 그림 혹은 예술은 우리를 상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역사와 개인의 역사를 한데 물들인 점이 인상적인 영화로서 에드워드 호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온다.

 

※ 그림과 영화 속에서 그 그림이 재현된 장면을 이어붙였다.

 

1. Hotel Room, 1931 │ 1931.8.28.토, 파리, 밤 11시

 

2. Room in New York, 1932 │ 1932.8.28.일, 뉴욕, 밤 9시

 

3. New York Movie, 1939 │ 1939.8.28.월, 뉴욕, 밤 10시

 

4. Office at Night, 1940 │ 1940.8.28.수, 뉴욕, 밤 10시

 

5. Hotel Lobby, 1942 │ 1942.8.28.금, 뉴 헤이븐, 밤 8시

 

6. Morning Sun, 1952 │ 1952.8.28.목, 뉴욕, 새벽 6시

 

7. Sunlight On Brownstones, 1956 │ 1956.8.28, 뉴욕, 오전 9시

 

8. Western Motel, 1957 │ 1957.8.28.수, 퍼시픽 펠리세이즈, 오후 6시

 

9. Excursion into Philosophy, 1959 │ 1959.8.28.금, 케이프 코드, 오전 11시

 

10. A Woman in the Sun, 1961 │ 1961.8.28.월, 케이프 코드, 오전 7시

 

11. Intermission, 1963 │ 1963.8.28.수, 알바니, 저녁 7시

 

12. Sun in an Empty Room, 1963 │ 1963.8.29.목, 알바니, 오전 9시

 

13. Chair Car, 1965 │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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