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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 자음과 모음 | Basic 2012-09-1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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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저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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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삶을 관통하는 말은 하기 힘들다. ( 8부. 도쿄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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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잊지 못해서 과거의 연인과 유령처럼 동거 중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많아요.” (정미도)

 

열패감이라는 말. 나는 이 단어의 말 뜻을 잘 알지 못했었다. 대학 때 국문과를 다녔고 의무적으로라도 수많은 문학작품을 접했는데, 이 명사가 심심치 않게 소설과 시 속에 등장했었지만 20대 새파랬던 내가 의미를 알 리가 없었다.

 

대학 졸업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발생한 IMF1년간의 취업 재수, 그리고 작은 영상업계 신문사에 들어갔다가 이듬해에 역시 아담한 잡지사에 취재기자로 들어갔다. 열심히는 했지만 한 카리스마하는 기자쟁이들이 있는 곳에서 혹독한 기자수련기를 거쳤고 순진한 것을 순수하다고 착각한 나는 그야말로 울며불며 선배 언니기자의 가오를 못참고 잡지사를 뛰쳐나왔다. 생각해보면 그 일이 지난 한참 후에도 악연이었던 기자만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는 나였지만, 그 불행 때문에 잊고 있던 좋은 경험들이 더 많았음을 이제야 알겠다. 이상은, 이적, 봉준호, 조승우씨 등을 가까이서 알현할 수 있었던 취재들을 포함해 소위 잡지계의 생리와 바닥을 머리의 간접경험으로가 아닌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10여년이 지난 하도 오래전이라 어디 가서 얘기하기엔 그 세계도 많이 변했을거 같아서 전혀 말하지 않지만, 신기하게 아직도 간혹 만나는 업계 종사자들을 통해 그렇게 바뀌지도 않았음을 느끼면 감회에 젖곤 했다. 백영옥이란 소설가는 내게 그런 맥락으로 다가왔다. 출판 불황 속에서도 지난 몇 년간 수많은 신진 작가와 장편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미안하지만 백영옥씨는 내 레이더망에 있지 않았다. 1억원 고료의 어마어마한 수상금을 탔다고 해도 나와는 너무 다른 계열의 장르작가라고 믿어 의심치 았았고, 본인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떠도여전히 큰 관심사 속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다 몇 년만에 이 작가가 신작을 발표했단다. 제목도 참 오글거리는 적나라한 제목으로. 누가 만든 용어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자꾸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같은 칙릿일 것 같았는데 좋아하는 리뷰어분이 평소와 달리 이 책에 좋은 평가를 내린 서평을 남긴 것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 그래, 배가 고프면 편식은 할 수가 없는 거. 지금 필자는 새로운 책에 목말라 있고 편애하는 작품만 골라 읽던 편중된 취향을 이제 고쳐 볼 때도 되었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안고 펼쳐 들게 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되시겠다.

 

서점에 가서 직원에게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찾아 주세요하는 데 왜 살짝 쑥스러웠을까? ‘아니에요,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라는 뉘앙스를 얼굴에 띄어서 그랬으리라. 겉 띄지에 나온 저자 사진은 자연적으로 내가 잡지사에서 만났고 이후에 알게 된 여러 여성 피쳐 기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 각자만의 재능으로 보이지 않게 피튀기는 글 전쟁을 벌였던 그녀들은 현재 인지도 있는 주간영화잡지로, 인터넷 매체로 진출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속속 그분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겉으론 쏘 쿨 했던 내게도 잠재의식에선 도저한 열패감이 있었나 보다. 톡톡 튀는 문체로 현장(field) 경험이 묻어나는 대중적 내러티브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러한 작가를 그래서 은근히 내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반성한다.

 

만날 수 없어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어쩐지 안심이 되는 가족처럼, 그저 누군가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지훈)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모임>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정확히는 그들의 상대 전() 애인들도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마치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윤사강이지훈의 시점에서의 실연 스토리가 번갈아 교대로 나오고 정미도라는 데이트 코칭 비슷한 일을 하는 커플 매니저가 그 중간에서 매끄럽게 얘기를 끌고가는 형식이다. 무척 동시대적(contemporary)인 코드들이 많아서 읽기에 흥미롭고 독해 속도도 빠른 점이 우선 좋았다. 트위터라는 SNS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초대하는 글이 뜬다. 우연히 서핑하다 그것을 본 몇몇 사람들이 광화문 시네마테크 옆 레스토랑에 토요일 오전 7시에 모인다. 거기에 선남선녀인 젊고 매력적인 남녀, 사강과 지훈도 포함돼 있다. 반신반의로 그곳에 집결한 실연당한 사람들. 사강과 지훈은 이 모임이 실연의 기념품 가게’, 즉 애인과 헤어지고 처치 곤란한 여러 선물들을 대신 처리해 준다는 아이디어 하나를 의지해 온 이들였다. 미도의 기획 하나로 진행된 이 날의 모임 행사에서 사람들은 물건들을 모두 내놓고 각자 마음에 드는 것들 하나씩을 가져간다. 실연을 당해 멘붕인 이들이 몸도 많이 상했을 거라며 미도는 보양식에 가까운 영양식을 참가자들에게 대접한다. 이후 열린 맞춤 영화제에선 화양연화’ ‘봄날은 간다’ ‘500일의 썸머같은 실연을 다룬 리얼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이별에 대한 제의를 치른 사람들은 약간의 위안을 가슴에 안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스튜어디스인 사강이 기장인 유부남 한정수를 사랑했지만 막상 그가 이혼까지 하겠다 말하며 고백하자 이별을 선언한 모습이 애절했다. 그다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승무원의 사랑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내내 그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사내 연애가 끝나고 계속 남자를 직장에서 만나는 상황만도 참 불편한데 그것이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라면? 이건 뭐 뛰어내릴수도 없으니 이별 후에 누구나 겪는 아픔을 피할 도리가 없기에 사강이 안쓰러웠다.

 

지훈은 어떻게보면 주변에 꼭 한명은 있는 캠퍼스 커플의 장기 연애의 표본이었다. 한창 열정적이고 순수할 때 만나서 20대의 고민과 방황, 사회로 뛰어들어서의 고충과 성취들을 함께 하며 서로 모든걸 안다고 믿는 커플. 한순간 갑자기 현정이 헤어짐을 고했을 때는 독자인 나도 충격적이었고 한편으론 잘 이해가 안되었다. ‘우연과 낭만이 없다며 매몰차게 지훈을 떠나보내고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안된 지훈이 신호위반으로 범칙금을 100만원을 낼 정도로 이성을 잃게 한 현정이 참 독한 여자다 싶었기 때문이다.

미도는 어떻게보면 즉흥적이고 패기 하나로 실행한 실연자 조찬 모임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내 대박 이벤트로 평가받는 의외의 결과까지 얻는다. 선한 의도로 이루어진 일들은 나비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까지 효과를 미치고 결실을 맺는 것일까? 도쿄 아카사카 공원에서 만나게 된 사강과 지훈이 지진의 여파로 같이 돕다가 실연당한 사람들 조찬 모임에 갔던 이유를 나누던 절정 부분이 눈부셨다.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닐지언정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로하고 타인으로 인해 치유되는 만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이제 난 안다.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윤사강)

 

소설 속에 아침 모임에 모인 사람들이, 사강과 지훈이 서로의 아팠던 과거를 고해성사하듯 나눌 수 밖에 없었듯, 어쩌면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만나거나 모인다면 책을 계기로 서로의 지난 연애의 한 자락을 얘기하고 싶진 않을까. 한 동안 그저 눈앞의 과제만 보고 살던 나에게 여자로써의 심장떨림을 느끼게 해 준 이가 내게도 있었다. 몇 년 전 짓눈개비가 내리던 2월에 만났다가 다음달에 갑자기 아버지가 소천하시는 뜻밖의 일을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속에서 밀어내야만 했던 사람. 서른이 넘어서도 마치 대학생때처럼 모든 게 풋풋한 다시 시작일수 있구나 하며 경이롭기까지 했던 그 남자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왔고 그리고 이혼남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이혼했다는 사실이 무척 혼란스런 일임에 분명했지만 좋아하는 것이 더 먼저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일(?)이 처음이었던 나였고 그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걸 속절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이런 저런 개인적 일들이 휘몰아치면서 그와 완전히 절연하게 되고 무슨 의식처럼 핸드폰의 저장번호를 삭제하고 나서야 내가 그의 이야기에 눈물흘리고 감정에 동감하고 했던게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그는 어디에서 잘 살고 있을까? 많은 것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Westlife 풍 노래를 들을 때, N이라는 나라를 누가 얘기할 때, 소화가 안될 때 손으로 배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는 자신에게서 가끔씩 그를 떠올리고 있다.

 

한 남자를, 한 여자를 사랑했었던 이들이라면 백영옥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서 적어도 하나쯤에는 몰입하고 반드시 몇 개의 문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랑이 그런 거기에. 둘 만 아는 거대한 실제했던 세계이고 한때 자신의 거의 전부였던 사라진 제국이기에. 슬픔이여, 안녕!

 

헤어져야 만나고, 만나야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정미도의 선택이자 이 비밀스러운 모임에 대한 대답이었다.’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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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윤옥 역
현대문학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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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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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독서를 하기 전 기대했던 것에 결과가 미치지 못하는 책과, 반대로 예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어 기대에 부응하는 책, 이렇게로써다. 지난 여름 무더위와 사투하며 잠시 나태해졌던 책 읽기를 채찍질하며 요즘은 기대되는 책만 찾아 읽고 있다. 그렇게 선택해서 약간은 실패하는 도서도 있지만 대부분은 흥미롭고 감격적이어서 즐거운 이런 때에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불쑥 등장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성을 들어 알고 있었고 일본드라마로도 경험했었기에 이번 작품은 에피소드들을 충분히 만끽하며 아껴 읽을 계획이었다. 허나 역시 일본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란 칭호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읽을 책들을 자연스럽게 하나씩 뒤로 밀어가며 소설은 점점 내 여가시간을 숨가쁘게 잠식해 들어왔다. 스타트가 공정한 가운데 열린 나만의 독서 올림픽 에서 쟁쟁한 다른 책들을 제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니 책도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력이 있는 것 같다.

게이고의 최근작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선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창의적이고 치밀한 플롯(plot)과 일본 대중문화 속에 보편화된 전문직업물이 만났다. 기무라 타쿠야가 정직한 검사로 출연한 히어로’, 아베 히로시를 통해 건축가의 면면을 드러낸 결혼 못하는 남자처럼 기본적으로 흥밋거리를 끊임없이 유발하는 동시에 다 보고 나면 주인공의 직업관이 뚜렷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지금 한국드라마가 널리 인정을 받긴 하지만 한 직업의 세계를 피상적이지 않게 극의 드라마에 안정적으로 녹여내는 기술은 단연 일본이 앞서고 있음을 부인하긴 힘들다. 이렇듯 특정 분야의 직업을 바탕으로 드라마투르기를 만든 일본 작품은 사실 적지 않고 꾸준히 발표되고 있는데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그와도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연쇄살인범의 살해 예고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호텔이어서 도쿄 경시청 형사들이 호텔리어로 잠입 수사를 함으로 인해 정통 형사물의 구조를 띄는 것이 한 축이고, 더불어 우리들을 호텔의 세계로도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두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과연 작가는 어떻게 이 쉽지 않고 복잡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 독자를 추리라는 게임으로 초대하고 있는 걸까? 독자들은 기꺼이 게이고가 창조한 스토리의 퍼즐을 함께 풀 준비가 되어 있다.

메트로폴리스 도쿄의 심장부에서 연이어 3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모두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만 같을 뿐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데 엉뚱하게도 사건현장에서 공통적으로 의문의 숫자 두 개가 적힌 종이가 발견되며 수사는 새로운 양상을 띈다. 경시청의 유능한 형사 닛타 고스케는 숫자들이 모두 교묘한 트릭이 사용된 암호임을 밝혀 내고 이는 각각 날짜와 장소를 위도와 경도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4번째 예고 범행지는 도쿄에 위치한 특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임이 밝혀진다. 남주인공 닛타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를 여성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와 같이 프런트 직원으로 위장시켜 차근히 닛타의 성격을 묘사한다. 야마기시 나오미는 성실하고 센스 있는 직원으로 호텔 총지배인에게 이 사건을 맡을 적임자로 뽑힌 여자다. 닛타는 졸지에 터프하고 기민한 형사에서 친절하고 손님을 룰북으로 여겨야 하는 호텔리어로 변신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고역스런 일이었다. 그냥 유니폼을 입고 나오미 뒤에서 체크인하러 오는 고객들을 살피며 용의자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의 날카로운 눈빛부터 나오미의 지적을 당한다. “의심하는 것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건 달라요.” 의심해야 하는 게 일인 닛타와 손님의 숨은 의도까지 읽고 서비스해야 하는 나오미는 서로 가치관과 인간관이 정반대이므로 둘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다 점점 나오미의 투철한 직업의식을 닛타는 존중하게 되었고 나오미도 처음엔 선입관이 있었으나 여러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닛타가 사람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이 있고 돌발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아챈다. 중반부가 채 되기 전에 둘은 그렇게 누구 못지 않게 끈끈하고 친밀한 파트너의 관계를 맺게 된다. 대작에 가까운 장편인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닛타와 나오미 콤비는 물론이고 독자인 나도 긴장시키지만, 앞부분은 히치콕의 맥거핀처럼 수사와 별 상관없는 결론을 맺으며 한숨을 돌리게 한다. 그런 하나하나의 떡밥들을 한 문장 한 문장 매의 눈으로 읽어가노라면 사태가 일단락될 때쯤 나도 모르게 참았던 호흡을 탁 풀어내고는 했다. 예고살인범때문에 빚어지는 해프닝 가운데서 한편으로 <오만과 편견>속 엘리자베스와 다시를 떠올리며 서로 투닥이며 미운정 고운정을 쌓는 닛타-나오미 커플은 그 와중에도 달달한 멜로 느낌을 줬다.

 

손님이 호텔 안에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지키겠다.’ 나오미의 일관된 손님 응대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페셔널임을 감지한 닛타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나오미에게 사건의 전말과 변화하는 수사의 방향을 알려주기에 이른다.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본능적 이끌림과 아울러 이 사람만은 믿어도 좋겠다는 신뢰감 때문이었다. 내가 닛타 형사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작가 게이고는 야마기시 나오미를 모범적임은 물론 인간미가 넘치는 호텔리어로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자신만의 추리와 직감으로 독자적인 수사를 펼쳐나가는 닛타 고스케. 그는 작가의 다른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에 나오는 인물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단 명령에는 따르면서도 자신의 견해를 가지는 것이 올바른 수사의 태도가 아닐까. 그런 자세가 없으면 합리적인 수사는 불가능할 거야.”

 

형사의 세계와 호텔리어의 세계의 교집합이 자칫 작위적 설정과 상황을 애써 창작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었다. 호텔도 경시청도 일반인으로써는 자세히 알 길이 없는데 240페이지쯤 읽다 보니 책 속 문장에 강하게 긍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웃음까지 나왔다. “그나저나 별별 손님이 다 있군. 이상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는 경찰하고 전혀 다를 게 없네.” 연속드라마의 일화들처럼 호텔에는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투숙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이 중에 용의자가 있을 것임을 알기에 시츄에이션 하나하나가 범상치가 않다. 멀쩡하고 젊잖은 노부인이 미심쩍게 시각장애자인 척 하고, 미모의 여자가 남자 사진을 내밀며 그런 사람을 접근시키지 못하게 해달라지 않나, 중년 남자는 급기야 닛타를 꼭 집어서 어거지 트집을 잡아 그를 달달 볶는다. 그들 중에 범죄자가 있긴 한 건지 그렇다면 누구인지 빨리 알고 싶은 조급함도 들지만, 한명씩 추론(推論)하다가 모두 무관함이 밝혀진 후에야 나는 한참 뱅글뱅글 돌아가던 두뇌 회전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완급을 조절하며 달려가던 이야기는 위기 단계를 넘어 잠깐 느릿해지다가 절정을 향하여 치닫기 시작한다. 두 번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고 그의 컴퓨터 메일을 통해 범인은 한명이 아니라 4명이고 현재 첫 번째 살인 용의범은 유력한 증거가 나온 상황이며 세 번째 범인은 미궁이고, 이 모든 일을 불법 사이트에서 ‘x4’라는 자가 제안하고 총지휘를 했다는 내막을 특별수사본부에서 밝혀냈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내게 있어 강렬한 매혹으로 다가온 건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가 단순히 닛타의 조력자 역할을 맡아 들러리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였다. 길지 않지만 수일째 닛타와 협력을 하며 그에게 기밀을 들은 그녀는 직업인으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닛타가 일 하는데 크고 작은 많은 도움을 주어왔다. 마침내 범인이 토요일에 열릴 결혼식에 신부를 괴롭히는 스토커의 모습으로 예고한 날짜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것까지 알아낸 나오미는 결국 닛타와 심각한 대립을 치른다.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호텔이 범행의 무대가 되게끔 수수방관해야 하는 일은 호텔 직원으로 실격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속이며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었기에, 나오미 본인이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각오를 닛타에게 밝히는 대목은 전율과 감동을 안겼다. 결국 범인은 전혀 상상할 수도 없던 한 여자였는데, 그 자가 피해자를 납치하는 데 성공해서 범행 동기를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면속 대사들은 섬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여성이 용의자 X로 설정된 것은 그만큼 증오로 살의감을 품게 될 때 남자보다 여자가 몇배는 더 무시무시하다는 반증이어서 씁쓸했다. 극적으로 ‘x4’의 살인을 막고 해피엔딩으로 끝난 결말이 다소 인위성은 있었지만 내심 그걸 바랬기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군가의 악한 일을 완벽히 막기는 어렵고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나오미와 닛타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 범인의 악행을 막은 결정적 이유였듯, 단 두 명 사이의 진심이라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희망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무서우면서도 현실적이고 슬프지만 기묘한 감동이 선연하게 아름다웠다. 반면 생동감있는 캐릭터간의 일상적인 대화들에는 잔잔히 미소지을 수 있었다. 도쿄 최고급 호텔에 예고된 살인을 막으려는 열혈형사 닛타의 이야기,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다층적 감정을 깨닫게 한 최상급 추리 소설이다.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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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개봉작, [ 링컨 뱀파이어 헌터 ] | 영화가 왔네 2012-09-0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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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링컨: 뱀파이어 헌터(3D)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미국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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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보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신기하게도 쓰리디밖에는 개봉을 안했어서..

 

큰 맘 먹고(!) 4개월여만에 3d를 봤는데, 오우 이 영화 3D랑 제법 잘 어울렸다.

 

나는 혼자 봤었는데 나중에 화장실에서던가 여자분들끼리 온 분중에 예상보다 넘 잔인해서 놀랐다는 관객이 있었다.

여러가지 좀 정신없다가 봐서 인지 나도 아직 머리가 좀 띵하긴 하다.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리나 보다. 어떤 분은 '비추'라고도 하고. ^^

 

 

 

1800년대 노예 제도가 존재하고 있던 당시의 '아브라함 링컨'은 어렸을 때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는데 수상한 남자에 의해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성장한 아브라함은 복수를 다짐하고 그를 찾아가 죽이려고 총을 쐈지만 이상하게도 죽지 않는 그 남자. 링컨의 곁을 찾아온 '헨리'란 사내는 그 남자는 뱀파이어였기 때문에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하고, 링컨은 헨리의 지도 하에 미 전역에 숨어 살고있는 뱀파이어들을 처단하는, 즉 '뱀파이어 헌터'의 길을 걷게 된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사랑하는 여자에게도 숨긴 채. 그러다 대통령이 되고 역사적인 노예 해방 전쟁, 남북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아브라함은 뱀파이어의 우두머리 '아담'의 세력과 마주치는데.

 

감독 이름은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제임스 맥어보이 나왔던 <원티드>를 만들었던 러시아 출신 감독이라고 한다. 이번 영화는 좀 황당한 설정들이 무리수였지만 주인공 '벤자민 워커'(링컨)의 도끼 액션이 꽤 신선했다. 곳곳에서 매트릭스 풍의 슬로우 모션과 '잭 스나이더' 풍의 현란한 영상이 난무했는데^^ 오랫만에 봐서인지 즐감한 것 같다. 단지 몇군데는 확실히 잔인하긴 한듯.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시대가 옛날 미국인 만큼 고즈넉하고 갈색톤의 미국에서 펼쳐지는 아날로그 액션이 오히려 요즘같은 테크닉 시대와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말달리는' 장면 나오는 영화들은 무조건 좋아하는 편인 본 블로거는 중반부의 뱀파이어를 쫓는 아브라함과 악당의 한바탕 말 시퀀스에 흥분지수 급 상승했다. 게다가 말이 몇마리도 아니고 거의 백마리가.. 와우

 

 

마지막 하이라이트의 기차에서 벌어지는 대 액션극은 확실히 장대하고 스타일리쉬하긴 하지만 CG가 너무 많아서 약간 아쉬웠다. 갑작스럽게 3D로 봐서인지 자막 읽으랴 화면 보랴 정신없기도 했고. --v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군 측이 용병으로 뱀파이어를 기용했고, '게티스버그 전투'의 승리 뒤에 이런 비화가 있었다는, 어떻게 보면 역사 왜곡일수도 있는 설정들이지만 ^^ 영화로만 보자면 볼 만 했던 것 같다.

 

단지, 매우 깡마르고 볼품없는 외모였다던 링컨 대통령이 너무 훈남에다 문무까지 겸비해 액션 히어로로 된 설정은 확실히 비현실적인데 이것저것 다 신경쓰면 영화가 없겠지? :D

 

예전에 우연히 TV명화극장에서 봤던, 1800년대 미국이 배경인 영화도 생각났던 작품이었다. 

 감동을 안겨준 법정 영화, [음모자]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 로빈 라이트 주연 (리뷰) http://blog.yes24.com/document/6175164

 

8월 마지막주 리뷰

<링컨 뱀파이어 헌터>

by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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