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닥터 프로스트 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특이한 제목과 다소 특이해 보이는 주인공에 이끌려 보게 되었는데 심리적인 문제를 잘 다룬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 작품에 관심이 생겨 검색을 해보았더니 웹툰이 원작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드라마를 먼저 보고 그 다음 웹툰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당시 웹툰에는 이러한 전문적인 요소를 다룬 작품들이 드물었기에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작품과 작가님이었는데 그 작가님이 이번에 에세이 집을 내셨다. 그게 바로 이 책,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라는 제목의 책이다.
오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11시까지, 2시간 가량 차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천천히 읽었음에도 2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닥터 프로스트와 그 작품의 작가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제목처럼, 무겁지 않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항상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두렵기까지 했던 것. 현재 우리 사회는 모두에게 완벽만을 바라고 있다. 힘들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게 뭐가 힘든데? 그것보다 더 힘든 일들이 세상엔 많아. 고작 그런 사소한 것 가지고 벌써부터 힘들다고 하면 이 거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래?’ 등등. 살아가며 누구나 이런 소리 한두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루저’라는 유행어까지 생겼겠는가. 견뎌내지 못하고 완벽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루저’라는 차가운 별명만이 붙을 뿐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힘들 땐, 잠시 도망가도 된다고.
이 책은 처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견디기 힘들 때는, 잠시 도망가도 된다고.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래서 더욱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의 세상은 회피하거나 도망가는 자들에겐 유독 차가웠으니까.
하지만 다른 길도 있는 거였다. 힘들면 잠시 쉬거나 도망가도 괜찮았던 거였다.
본문 중에서 유독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만큼 중요하다.
다친 마음의 상처에도 어찌 보면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처치, 그러니까 잠깐 도망치는 정도의 아주 작은 처치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빨리 빨리를 추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조금 늦어도 괜찮아,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 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이 책에서 조금 언급되어 있었던 88만원으로 세계여행하신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론 그 이야기도 참 흥미로웠기에 언젠가 책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