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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씨의 고통을 통해 죽음과 삶을 바라보다. | 문학 2019-11-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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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휴가 중인 시체

김중혁 저/정이정 역
아시아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주원 씨 버스 여행의 종착지는?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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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에서 관심작가 알림 문자가 왔습니다. 작가 이름은 김중혁.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악기들의 도서관』 , 『좀비들』,  『나는 농담이다』,  『뭐라도 되겠지』 등의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출간했고,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여러 문학상 수상, TV 방송 출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요즘 핫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제가 김중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어떤 작가보다 상상력이 뛰어나고 익숙함보다는 신선함이 작품에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디무빙> 등 산문에서 작가가 직접 그린 웹툰을 보면 그의 엉뚱함과 기발한 상상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김중혁의 소설은 <휴가 중인 시체>로 지난 8월 국내 최초로 100여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투표에 의한 결정된 심훈문학대상 수상작입니다. 심사를 위한 토론 도중 심사위원들끼리 지지 작품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다는 일화로도 유명합니다.

 <휴가 중인 시체>는 최근에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해 국내외 독자들에게 한영대역으로 소개하는 <k-픽션> 시리즈 중 한 편으로 총 120면 중 반은 번역문이라 매우 짧게 느껴지지만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소설입니다.

 

 작가인 '나'는 개조한 버스에 전 재산을 싣고 여행을 다니는 '주원'이라는 사람을 취재하기 위해 버스에 동행하게 됩니다. 버스의 왼쪽 옆구리에는 '나는 곧 죽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주원 씨는 어떤 사연이 있기에 죽음을 상기시키는 문구를 붙인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을까요?

 

"버스에다 '나는 곧 죽는다'라고 붙여 놓았는데 왜 그런 거예요?

"나는 곧 죽을 거니까요. 죽을 거니까 계속 돌아다니는 거에요. 한군데 있으면 자꾸 생각하게 되니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거네요?"

"맞아요. 피하는 거예요. 도망 다니는 거."

 

 과거의 고통을 피해다니는 주원 씨의 버스에 동행하게 된 '나'는 두 번째 삶을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스물아홉 때 경제인들의 인터뷰집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한때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등 전성기도 보냈지만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금은 모든 것이 방전되어 첫 번째 삶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으며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상태였습니다.

 버스 여행에 동행한 후 11월 하순 어느날 저녁, 주원 씨는 '나'가 잠이 든 사이 양손으로 자신의 빰을 사정없이 때리게 됩니다. 끙, 끙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비명도 없이 자신의 폭력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잠이 깬 '나'는 개입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습니다. 주원 씨는 왼편 유리창에 머리를 '쿵쿵쿵' 찧기도 하고 '으으' 동물의 낮은 울음소리도 냈습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주원 씨는 버스 밖으로 나가 소리를 지르며 멀리 달리기 시작합니다.

 주원 씨는 버스에 돌아온 후 아무일도 없었던 듯 버스를 운전하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말합니다. 예전에 스쿨버스를 운전할 때 12번 창가에 앉은 아이의 자해 이야기를 하지만 주원 씨의 이야기는 왠지 겉돌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셰익스피어의 "로미와 줄리엣"으로 화제를 돌리게 되고 우연히 셰익스피어를 좋아했던 주원 씨와 '나'는 셰익스피어를 통해 가까워지게 됩니다. 버스 여행 도중 <오셀로>, <햄릿>, <리어왕> 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생각나는 대사들로 대화를 하게 됩니다.


"잠은 매일매일 죽음을 불러온다는 말이 맞구나. 어제의 일을 기억 못하니 너는 부활한 유령이 분명하다."

"가련한 자들만 죽음과 삶을 구분하지. 생사의 구분이 없는 자에게 부활이란 말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겠는가."

"죽음과 삶의 구분이 없는 것은 오직 신뿐이다. 당신이 나의 신인가?"

"내가 너의 신이고 너는 나의 신이지."(중략)

 

 주원 씨의 "발작"은 주기적으로 계속되었고 다음날이면 전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척 평소처럼 운전을 합니다. 버스 여행 도중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버스에 붙인 '나는 곧 죽는다'라는 플래카드 때문에 동네 청년들과 주원 씨가 큰 싸움을 벌이고, 시골 마을을 빠져나오다가 도로 위에서 차에 치인 채 누워서 발버둥 치는 고라니를 만나게 됩니다. '나'는 야생동물을 구조해주는 곳에 신고를 하려고 전화기를 들지만 주원 씨는 어떤 경로로 약품을 입수했는지 주사기를 꺼내 고라니에게 주사를 놓았습니다. 고라니의 몸통을 어루만지며 마치 자신에게 속삭이듯 꿈을 꾸도록 해봐요. 긴 잠을 자는 겁니다. 그렇게 계속 중얼거립니다.

 고라니를 묻어주고 다시 버스를 탄 후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주원 씨는 순간 폭발을 하게 되고 '나'는 버스에서 쫓겨나면서 주원 씨와의 버스 여행은 두 달만에 멈추게 됩니다.

 주원 씨의 버스는 지금도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까요?


 책을 읽는내내 주원 씨의 고통을 지켜보느라 힘들었습니다. 주원 씨가 버스 왼쪽 옆구리에 "나는 곧 죽는다"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버스 여행을 하게 된 이유와 '나'가 버스에서 내린 후의 이야기를 리뷰에 쓰는 것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반감할 것 같아서 여기에서 줄거리 쓰기를 멈췄습니다. 소설은 '나'와 헤어진 후 주원 씨의 버스 여행 결말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원 씨는 지금도 과거의 실수에 괴로워하며 계속 운전을 하고 있을지도, 버스의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했을지도 모릅니다. 저자 김중혁은 <휴가 중인 시체>를 쓰는 내내 등장인물 주원 씨가 고통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지나간 일들을 함께 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사람은 인생을 살다보면 크고작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큰 실수로 인해 지난일을 생각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실수로 인한 고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주원 씨가 바라는 죽음은 속죄가 아니라 또다른 죽음일 뿐일 것입니다. 실수를 거울삼아 새로운 삶을 살아보도록 노력하는 건 어떨까요? 두번째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게 실수에 대한 속죄가 아닐지 김중혁의 짧은 단편 <휴가 중인 시체>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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