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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살아도 괜찮을까 - 어떻게 생각하세요? | 마뇨의 마법서 2019-11-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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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럽에서 살아도 괜찮을까

이성진 저
하모니북(harmonybook) | 2019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가 모르는 것은 다름 아닌 느림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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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오스트라바(Ostrava)라는 먼 나라의 도시에 와서도 한국이 계속 생각났던 건, 향수보다는 염려에 가까웠다.

거긴 버스정류장에 휠체어를 끌고 온 장애인들이 많이 보였다.

다리가 엄청 굵은 여자들도 당당히 거리를 활보했다. 옷 입는 행색이 초라했던 사람도, 집시라 불리며 누가 봐도 인종이 다른 사람들도 다 같은 오스트라바 사람일 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그들은 보편적인 다수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옆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수군대지 않았으며 당연히 내가 앞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읽고 나서 리뷰가 써지지 않는 글이 있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다.

얇은 에세이인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감상을 적기가 어려운 걸까?

 

제목만으로는 이 이야기는 유럽 각지를 돌며 여기서 한 번쯤 살아봐도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그런 여행 에세이쯤으로 느껴졌다.

제목에 초점을 맞추자면 저자의 결론은 "살아도 괜찮다 " 이다.

 

하지만 바로 내가 옮겨 적은 저 문장들 때문에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늘 남의 눈을 의식하고,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며

약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사회적 강자에 대한 입맛에만 맞추어 발전해온 이 빨리빨리의 사회에 길들여진 우리가

느리게, 천천히,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저 유럽에서 얼마나 잘 살 수 있을까?

 

 

저자는 공공정책과 도시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유럽에 갔다.

여행 보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도시를 돌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며 우리와의 접점 지대를 살피는 눈길이 이 책에 담겨있다.

 

올여름 잠시 머물다 온 맨체스터에서의 느낌이 그랬다.

뭔가를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들.

횡단보도가 있건, 없건 언제나 보행자가 우선인 거리.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다니기 편한 거리.

어떤 모습이든, 어떤 모양새든 손가락질 받거나, 수군대거나 하는 거 없이 언제나 당당한 거리.

자신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공공의 질서 앞에서는 자신의 자유도 내려놓는 거리.

사적인 게 우선이긴 하지만 공적인 질서 앞에서는 그 사적임은 잠시 접는 태도.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보이는 그들의 시스템이 참 부러웠다.

 

 

우리가 사는 곳, 그 속도의 변화는 우리가 이끌어 내야만 한다.

 

진정 바꾸고 싶다면 말이다.

부산 지하철에서 뜨개질을 하는 남자.

손재주가 좋아서 무언가를 만드는데 소질이 있는 남자.

세심한 눈길로 미래를 그려보는 그의 마음에 담긴 도시는 어떤 곳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가 모르는 것은 다름 아닌 느림의 미학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청년의 마음은 무한대이다.

이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렇다.

무한대의 희망.

 

 

도시계획이라는 게 부동산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위함을 애초에 생각도 못 한 우리네 계획은

점점 획일화되고, 점점 각박한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불과 20~30년 사이에 우리의 정서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다.

그것이 삶의 터전인 도시 설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

 

 

 

20대 청년의 마음속에 그려지는 미래에 희망을 가져 본다.

그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가꾸는데 일조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미래의 일꾼이 자신이 속한 도시의 모습을 걱정하고, 더 나은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도시는 우리에게,

무정이라는 저주를 내린 게 아니라 자유라는 선물을 준 걸지도 모른다.

 

 

옛 감성이 지금 현대와 맞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일순 거부감이 들다가도 어쩜 맞는 말이라고 끄덕여 본다.

옆집 숟가락 젓가락까지 다 알고 지냈던 그 옛 감성엔 사생활이라고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의도치 않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느닷없는 호구조사를 당할 때가 많다.

예전엔 모두가 한 다리만 건너도 아는 처지이기에 그런 게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얻은 게 자유다.

남의 눈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

경계의 선을 지키는 것.

도시의 삶이 가진 그 나름의 매력이다.

 

 

재밌는 거리, 활기찬 거리는 그 자체로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중요한 자산이다. 세계도시로 가는 위대한 여정에서, 우리만의 독특한 거리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양한 관점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의 문제점과 좋은 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점들에 대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단순한 여행기겠지. 하는 나의 촉은 무참히 깨졌지만.

그 무참히 깨진 상상에서 뜻밖에 만난 즐거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앞으로의 사회가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느리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지금 내 나이의 어른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지금 저자 나이의 청년들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후의 마음이 가벼웠다.

 

 

좀 더 따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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