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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사상-김호기] 고전을 읽는 법 그리고 쓰는 법 | Memento 2020-12-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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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세상을 뒤흔든 사상

김호기 저
메디치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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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한든 사상, 고전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고전을 읽는법과 쓰는법을 배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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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전에 대한 욕망은 가득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전에 대한 이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껴진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면, 고만고만하고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인문학 서적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기본, 원전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중요한 고전인 경우에는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들이 워낙 많다.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감히! 엑기스는 이미 충분히 먹었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원전에 접근하기 어렵다. 고전의 내용과 의미는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지만, 문체나 단어는 시간의 흐름이 절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용도 어렵지만, 문체나 번역투나 고루한 문체는 고전에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또 한 번 용기를 내 본다. 김호기 교수의 <세상을 뒤흔든 사상>을 읽고서다. 이 책은 현대 고전에 접근하기 위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를 만들어온 40권의 책을 소개한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절절한 서론들을 읽다보면, 저자가 얼마나 신경 들여 썼는지 짐작케 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원전을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우선 저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또한 저자를 있게 한 시대적 배경 역시 중요하다. 나아가 해당 책과 연관된 저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원전에 직접 도전하기 어렵다면, 저자가 추천해준 개설서 역시 사전에 읽어보면 좋겠다. 이렇게 저자의 설명을 따라 가다보면 고전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고전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서평을 배울 수 있다. 저자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저자가 써나간 방식은 고전에 대한 서평 중 가장 좋은 교본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관통하는 사상을 읽을 수 있는 책 소개부터, 저자와 시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군더더기 없다. 더군다나 어렵고 어려운 원전을 깔끔하게 요약해내고, 저자의 다른 저작들과의 비교하고, 우리 사회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은 하루 이틀의 내공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을 모방한다면, 고전을 이해하고 글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한 기술도 터득할 법하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원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서평을 쓰는 법을 한 번에 터득할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주제인 사상은 부차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저자의 글들을 편하게 읽었다.

얼마 전 이사로 부득이 책을 버려야 했다. 십여년 간 모아왔던 책들을 뒤로하며 살려야할 책과 죽여야 할 책을 골라야만 했다. 그때 선정 기준이 바로 고전 여부였다. 물론 완독한 적은 없다. 성문기본영어가 그렇고, 수학의 정석이 그렇다. 시작이 반이지만, 언제나 반에만 멈췄다. 결국 집에는 무수히 시도했지만 좌절케 했던 책들만 남았다. 분명 또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세상을 뒤흔든 사상>은 고전에 대한 욕구를 다시 일깨워줬고, 읽는 방법을, 그리고 다시 써야할 길을 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길을 따라서 이뤄내는 건 별개의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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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정치학은 물론 사회학, 행정학, 복지학 그리고 철학과 역사학에까지 매우 중요하다. 권력 투쟁인 동시에 갈등 조정의 주체인 정치에 대해선 근(p.147)대 이후 사회과학이 체계화되면서 숱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러한 정치의 본질 못지않게 중요한 질문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정치가 불가피하다면, ‘정치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적 물음이다. p.148

지식인에게 최고의 영예는 자신의 이론을 청소년들이 배우는 것이다. p.148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제도의 두 차원은 정치와 경제다. 경제가 물질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목표라면, 정치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롤즈의 <정의론> 1장 제1절을 시작하는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이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p.152

사상의 유행 속에는 유행과 알맹이가 뒤섞여 있다. 소멸하는 유행의 거품 속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그 해(p.174)답을 찾아내는 것은 인문, 사회과학자들에게 부여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p.175

사상은 논쟁을 통해 성숙하고 풍요로워진다. 논쟁은 메마른 사상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해 설득력과 공감을 높인다. p.178

최근 주목할 현상은 이데올로기의 통섭이다. 보수가 진보 정책을 차용하고 진보가 보수 정책을 활용하는 탈이념의 경향이 21세기 현재 정치사회의 풍경을 이룬다. 정치 본래의 특징 중 하나가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라면, 이념의 시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가 서로 다른 대안들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라면, 기성 이념의 쇠퇴 역시 계속될 것이다. p.200

정부란 다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저 단순히 정치적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p.227

서구 현대성의 양축을 이뤄온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였다. 자본주의가 경제적 생활을 생산, 재생산하는 양식이라면, 민주주의는 정치, 사회적 생활을 규율하고 향상시키는 원리다. 민주주의란 본디 인민의 지배를 뜻한다. 이 인민의 지배를 제도화한 게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다. 의회가 대의민주주의의 조직적 거점이라면, 사회운동은 참여민주주의의 실천적 현장이다. 이러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협력 및 견제를 이뤄온 게 현대성의 역사였다. p.237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중화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할 것” - 헌팅턴 <문명의 충돌> p.251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부여된 혁신의 과제가 이중적이라는 점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혁신은 물론(p.256) 지역주의 정치와 이기주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 혁신이 동시에 요구된다. 이 이중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우리 사회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p.256

우파대 좌파가 주도하는 양당 정치에 익숙한 서구사회에서 제3의 길이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정치의 본질이 대립과 갈등에 잇는 한, 3의 길은 절충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게 정치에 부여된 과제인 한, 3의 길에 대한 정치적 상상력은 앞으로도 계속 추구될 것이다. p.264

21세기 오늘날 불평등은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시련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은 문화적 통합을 훼손시킴으로써 우리 시대를 불안과 분노의 시대로 바꾸어 놓고 있다. p.271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익에 바탕을 둘 때만 가능하다.”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1789, 프랑스대혁명) p.274

인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인간에게 힘을 실어주는 새로운 과학기술은 결국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도구임을 항상 기억하면서 모두를 위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p.279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잇지 않을 뿐이다.” -윌리엄 깁슨 p.280

개인들은 곧 사라질 것들로 이루어진 이 정글에서 스스로 명확한 전망을 세움으로써 자기의 길을 찾아야 한다.” p.331

벡은 이러한 위험사회의 도래에 대한 두 가지 대응을 주목한다. 하나는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적 반성의 강화다. 이 성찰적 반성은 현대성과 탈현대성과 구별되는, 위험으로 인해 비판적 공론장이 형성되는 2의 현대로서의 성찰적 현대화의 특징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환경, 반핵, 평화운동 등으로 나타나는 하위정치의 부상이다. 위험에 대한(p.335) 대처는 정치가나 과학자에게만 맡겨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p.336

위험사회론의 유용성이 크게 주목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였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벡이 말하는 생태 위기의 새로운 위험은 물론 재난 대처 시스템 부재와 안전 불감증이라는 오래된 위험이 공존하는 이중적 위험사회임을 증거했다. p.338

벡이 강조하듯 제2의 현대에서 위험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활의 편리함을 안겨주지만, 그 과학기술에 내재된 위험을 모두 측정하고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 위험의 안전한 제거가 아니라 위험의 가능한 한 최소화가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p.339

그 결과 우리 시대는 개인화되고 사적으로 변한 근대, 유형을 짜야 하는 부담과 실패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개인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p.353

경쟁 없는 사회는 없다. 하지만 삶의 의미를 파편화하고 결국 부정해 버리는 경쟁체제로는 인간적인 사회를 열어갈 수 없다. p.361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적합한 대중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진실을 찾아내 알리는 것이 지식인에게 주어진 도덕적 과제다.” 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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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김영준] 우리의 일상은 전쟁속에서 피어난다 | Memento 2020-11-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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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골목의 전쟁

김영준 저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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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은 전쟁 속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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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집까지 가는 길의 마지막 경로다. 이 골목에서 밥도 먹고, 안주도 사고, 친구도 만난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삶이 이뤄지는 배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치열한 전장이다. 목숨을 건 사생결단의 장소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골목이다. 김영준의 <골목의 전쟁>은 이 사생결단의 장소에서 이뤄지는 생산자, 즉 자영업자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얘기한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직장에 소속된 임금 노동자다. 퇴사가 꿈인 임금 노동자는 사장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영업에 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하다. <골목의 전쟁>은 거기에 대해 데이터와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분석해 준다.

사실 자영업은 어느 직종보다 노오오력이 필요하다. 영업시간은 기본이고, 영업을 위한 준비시간 역시 필요하다.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시간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개발하고 구상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들이는 노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꼭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무수한 노력이 빛을 보기까지 건물 임대료, 돌발사태(질병이나 부정적 매스컴 등)를 버텨내는 것도 기적이다. 사실 자영업 만큼 그 노오오력을 보답받기 힘든 직종도 없다. 치고 빠지는 형식으로 권리금 장사도 방법이겠지만 아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역시 부단한 준비와 고민이 필요할테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지만, 자영업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도 어려운 현실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끔은 뛰어난 퀄리티를 가졌음에도 영업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저렇게 영업을 하면서 돈을 벌 생각을 한다고? 저정도면 나도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부각된 측면이 많겠지만 이런 사례들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골목에서 일어나고 매일 겪는 일이다. 프렌차이즈들이 골목에 진격해서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옥석을 가려낼 여유가 없다. 맛집은 아니라도 평타는 하는 곳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자영업은 생존에 그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반드시 노력이나 질에 달려 있지 않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

여기 음식은 왜이렇게 고품질에 저렴하나요라는 질문에 사장이 여기 건물주 아들이에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진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자영업 역시 불평등의 현실에 놓여 있다. 생존기간이 짧은 사실은 그만큼 노동의 부가 어디론가 새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임대료일 수 있고, 프랜차이즈 본사일 수 있고, 구조적인 문제와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오해 일 수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정부 정책은 이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할 테다. 한계 자영업은 폐업을 하고 다른 임금 시장으로 이동함이 마땅하다. 그게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유리할 테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출구전략을 짜내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골목길 역시 삶의 현장이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똑같이 뛰놀았다. 그럴 때마다 골목길은 늘 막다른 길들로 이어져 있다. 삶이 언제고 평등한 적이 있었냐만은 우리집으로 가는 마지막 구간마저도 숨막히는 현장이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막다른 길로 빠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고민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테다. 100세 시대니 만큼, 평생직장이 없는 만큼, 미리미리 준비할 일이다. 골목이라는 전쟁터로 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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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생산자의 오해는 이런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로 인해 소비자는 시장을 불신할 뿐만 아니라 저거 참 쉬워 보이니 나도 하면 돈을 쉽게 벌겠네.’라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큰코다치기도 한다. 그 점에서 자영업 이야기는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이야기도 하고, 더 넓게 보면 임대인까지 얽힌 이야기다. p.9

무지로 인한 불신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을 더 각박하고 괴롭게 만든다. 당장은 가격을 깎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행위가 나를 속이고 이용하려는 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성취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 행위는 소비자에 의한 생산자 착취이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p.31

잘못된 분노야말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며,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냉정함을 찾고 현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싸구려 분노를 유도하고 그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p.35

냉정하게 말하면, 대부분의 성공 스토리들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진술을 토대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그것도 성공에 도취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신뢰도가 낮다. p.87

중요한 것은 아이템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의 크기. 아이템이 큰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업자의 눈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통하지 않는다. 이것을 망각하고 아이템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 확률도 높지 않다. p.106

멋진 성공 비결이 아닌, 매우 어처구니없는 이유가 성공으로 이끄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p.120

성공 스토리에서 거론하는 비결이 진짜가 아닌 이유는 바로 소비시장이 이토록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p.124

직관과 예감은 이미 사실로 판명 난 것들을 위해 준비된 단어‘ -대니얼 카너먼(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심리학자) p.125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은 외면한 채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사람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대기업에 의한 가격 후려치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원가 논란이 바로 그렇다. p.136

폭리가 절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매우 낮다. 폭리 논쟁은 오해와 그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가격에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p.159

요식/서비스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대량생산이라고 볼 수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표준화가 필수이다. p.163

프랜차이즈의 등장 덕분에 소비상품의 평균적인 질이 빠르게 높아졌으며 저변이 확대되었다. 덕분에 양질의 동네 가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p.168

역량이 부족한 생산자들이 뛰어나지 못한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나 사회 전체에 긍정적이지 않다. 프랜차이즈는 골목 상권의 평균적인 질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p.170

짜왕과 진짬뽐의 성공은 프리미엄 라면이라서가 아니라, 기술력으로 오리지널 상품과 질의 간극을 좁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았기 때문이다. 불황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팔린다고 놀라워할 것이 아니라, 불황이라 원래부터도 특별하지 않았던 오리지널 상품이 더 저렴한 대량생산품으로 대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이것은 기존 자영업자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기술발전으로 대량생산된 상품들이 오리지널과의 간극을 좁혀간다면, 이런 현상에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질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p.175)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자영업자 중에서 상당수는 이러한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해온 대로 하고, 만든 것만 계속 만든다. / 물론 이것은 다분히 관성적인 측면이 있지만, 환경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p.176

흔히 자영업자는 자본력에 밀려서 망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좀 다르다. 자본력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쫓기고 있다. p.178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작은 가게들이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대량생산품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제는 무의미한 포장지에 불과하며 생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p.184

프렌차이즈가 다양하고 수준 높은 가게들로 이뤄진 상권에 자본력을 투하하여 서비스를 획일화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축소시키며, 기존 사업자들을 외곽으로 내쫓는(p.185) 경우가 많다. 또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임대인에게 건물 전체 임대, 또는 훨씬 비싼 임대료를 제안하여 기존의 경쟁력 있는 가게를 내보내게 유도한다. ... 어두운 부분은 바로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확장성에 있다. ... 시장 진입이 매우 쉽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서 말하면, 원래라면 자영업을 해서는 안 도리 사람도 무분별하게 프랜차이즈를 통해 연명할 수 있고, 진입이 쉽기에 경쟁강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p.186

전통시장의 위기는 그것을 움직이는 상인들이 현대의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기존의 영업방식과 시스템을 지지해줄 장노년층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전통시장은 위기가 아니라 세대교체에 의한 자연적 쇠퇴라고도 볼 수 있다. p.193

상권과 입지는 다르다. 입지가 가게가 위치하는 지리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상권은 상업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는 공간의 개념이다. 그래서 상권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과 점포의 특성에 의해 다른 모습과 특성을 띠기 마련이며, 같은 상권의 동일 업종이라도 입지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서로 다르다. 조금 단순하게 말하면, 상권은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할 것(p.199)인가라면, 입지는 어느 건물에서 사업을 할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p.200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인구의 수가 수익에만 영향을 주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임대료에도 영향을 주기에 비용과도 관련이 있다. 즉 사업자에게 유동인구란 수익의 원천이자 핵심적 비용의 원천이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마냥 좋아만 할 수 없다. p.202

상업적 측면에서 자동차는 활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p.204

상권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가로가 걷는 사람들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매력적인 상점과 다양성, 걷기 좋은 물리적 환경 등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우리는 그동안 상권지 자체에만 지나치게(p.206) 초점을 두었다. 이제는 초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상권의 환경이 보행자에게 얼마나 적합한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p.207

이런 식으로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단지는 새로운 상권을 키워낼 인큐베이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상권은 개개의 사업자들이 골목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상권, 그리고 정교한 기획을 통해 만든 기업형 대형 상권으로 양분되고 있다. p.212

일단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 또한 주변의 핵심 상권에서 멀지 않은 주택단지가 그 후보지를 차지하게 된다. ... 이는 기존의 중심 상권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피난의 성격이 있기에, 특별한 조건이 있지 않은 이상 비교적 인근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p.211

다양성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더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특정 지여그이 상권이 어느 정도 발달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도 이 기준은 매우 유용하며, 이것은 상권의 미래를 예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p.218

업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매출의 한계가 결정되고, 사실상 그에 맞춰 입점할 수 있는 곳이 정해진다. 그래서 임대료에 따라 도로 주변에 들어설 수 있는 가게들이 서로 달라지며,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도로의 풍경이 결정된다. p.223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도시의 승리>에서 성공하는 도시의 요건으로 소비의 즐거움이 가득한 것을 들었다. ... 그런점에서 보자면, 특색 있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음식점들은 도시 성공의 상징이자 상권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골목길은 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p.228

상권의 발달과 더불어 높아지는 권리금이 또 다른 진입장벽이 되어 리스크 추구자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그로 인해 쇠퇴하는 상권이 반전되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 p.254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대인도 좋고 중개인도 좋다. 즉 서로 이익의 방향이 같다. 그래서 임대인은 임대료를 잘 조정해서 올려주는 중개업자를 선호하며, 중개업자도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올리라고 권하게 된다. 이것은 중개인이 사악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현행 제도와 부동산 중개업의 치열한 경쟁이 불러온 것이다. p.260

 자영업자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일자리 문제의 해결밖에 없다. 사업체가 영세 규모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영세업체 보호가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본의, 혹은 타의로 준비 없이 자영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p.286

자영업자야말로 노력의 배신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자영업자들은 직장인들보다 주당 평균(p.296) 4.7시간을 더 일한다. 특히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평균보다 14.9시간을 더 일한다. 그렇게 더 일하고도 소득은 임금 노동자에 비해 낮다. 더군다나 5년 내 폐업률도 매우 높다. 노력이 그토록 대단한 것이라면, 더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돈은 더 적게 벌고, 스스로 만든 일자리마저 잃어버리기 쉬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p.297

본업을 우지하면서 자영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실행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가 대리인 문제이다. ... 요약하자면, 기업의 소유자와 경영자가 분리되어 있을 때, 이들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p.304

투자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투기다.” -벤저민 그레이엄 <증권분석>

돈은 있지만 안목과 취향이 빈곤한 사람들, 이들의 주변에는 업자들이 몰린다. 이런 업자들은 아주 훌륭한 세일즈맨이다. ...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붕어빵들이 쉽게 탄생하는 원인이다. p.318

규모가 작은 자영업은 오직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며 성실성을 연료로 굴러간다. 그래서 시스템에 가려져 있던 갠인의 역량이 매우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스템의 일원이던 사람이 개인의 역량으로만 승부를 보는 곳에 뛰어들려면, 먼저 자신의 역량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전히(p.319) 기업 시스템의 백업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한다면 승률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관리다. p.320

2의 인생이란 것은 제1의 인생 속에서 다음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했을 때에나 잘 굴러간다. 1의 인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 행운아는 그다지 많지 않다. p.321

자영업은 노력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노력만으로 가능하다면 5년 내 생존율은 20%대가 아니라 최소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 정말로 사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자영업의 미래를 누리고 싶다면 감각을 키우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이것만이 좀 더 희망적인 미래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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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이정모] 무뎌진 장단점 | Memento 2020-10-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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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이정모 저
바틀비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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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여러 개의 손가락을 주셨듯이 과학의 방법도 여러개지 않을까. 장점이자 단점인 정치적 선명성이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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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권에서도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을 정치적 선명성이라 했다. 2권 역시 기존의 평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칼날이 무뎌진 느낌은 있다. 정권의 변화에 따름일까. 다소 톤 다운은 확연하게 느껴진다. 전작들이 사회나 정치문제에 대한 극렬한 비판(혹은 비난)이었다면, 금번의 글들은 문제 해결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혹은 제안)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다. 이런 논조 변화(?)에 대해서 사람마다 판단 기준은 다르겠지만...



혹자는 이게 무슨 과학책이냐며 분개할지 모르겠다. 이런 일방적인 주장이 무슨 과학이냐고, 그저 정치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느냐고. 분명 저자는 1권에서부터 밝혔다. 이 책은 칼럼을 모은 책이다. 칼럼은 짧은 분량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논쟁을 일으키는 게 당연하다.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니까. 모두 같은 생각을 강요할 때 우리는 갈릴레이의 입을 막았고, 논문을 조작했음에도 국익 앞에 내부고발자는 죄인이 되었다. 논쟁은 분명히 시끄럽고 비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서로를 검증하는데 적합하다. 과학이 택한 방법 역시 논문과 데이터로 논쟁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자는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만큼 객관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불평할지 모르겠다. 결국은 탈정치를 주장하는 것인데, 역설적이게 가장 정치적인 발언이다. 좌우나 기타 이념에 의해 과학이 왜곡되지 않도록 탈정치화 하자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지 말자는 얘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따르자는 말인가?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검증절차를 폐기하자는 건가. 논쟁을 버리고 어떻게 기준을 세워가자는 말인가. 기존의 어떤 길을 따르자는 말인가? 그렇다면 패러다임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테다. 결국 무엇을 따를지는 탈정치를 외친 사람만이 정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다 정치질이니 닥치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전작에서 저자는 과학을 생각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대하는 태도라 말했다. 저자가 배운 과학과 다른 사람들이 배운 과학은 같다. 각자가 가진 방법과 태도가 다르기에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분명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결국 과학의 힘이다. ‘신이 여러 개의 손가락을 주신 것처럼 인류에게도 여러 가지 길을 주셨다’ “무조건적인 옹호와 비판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반박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자들에 대한 관용(p.344)”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생각과 맞닿아 있는게 아닐까.



과학이라는 전문지식과 정치적 사안, 이를 연결하는 글 솜씨와 전개 과정에 넘치는 유머는 여전하다. 다만 가장 큰 장점이 다소 사라져서 아쉽다. 모두까기 인형을 바란 건 아니지만, 1권과 2권 사이에 있었던 상황의 변화가 절실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저자가 해야 할 말을 선명하게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문제가 없는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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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과학을 알고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우주라든지 생명의 기원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덜 불안해하면서 조금 더 안전하게 살고 그리고 우리가 낸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죠. p.7

이해는 완전한 암기를 위한 준비과정이지.” p.10

창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복이다. p.12

아는 만큼 생각한다. 머리에 들어 있는 게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다. 창의라는 로켓은 암기라는 스프링의 힘으로 발사된다. 암기를 잘하면서도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암기를 못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없다. p.13

고생물학자 토머스 홀츠의 말마따나 때로 과학에서는 모른다가 제일 좋은 답이다. 과학에서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모른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을 믿는 게 가장 안전하다. 짐작은 얼마든지 하되 대답은 모른다고 하자. p.24

똘똘 뭉치는 게 운동이 아니다. 운동은 늘 자기편을 늘려가는 과정이다. p.92

자기가 얻은 점수를 얼른 납득하고 인정하는 것도 능력이다. p.149

공포와 혐오가 마구잡이로 퍼지면 우리는 그 공포와 혐오의 지배 속으로 들어간다. 쓸데없는 공포와 혐오의 혐의를 벗겨주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전문가가 할 일이다. p.186

(마시멜로 심리학 실험) 연구팀은 인내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며 자기 통제력에는 이성이나 의지보다는 마치 거기에 마시멜로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지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p.199

명랑한 사회가 되려면 미래 보상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시민, 특히 젊은이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환경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모두 복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참을성을 시험하지 마시라. p.201

조용히 도와주면 된다. 며느리가 핀잔 좀 들었다고 불같이 일어서면 며느리만 외로워진다. ... 지지자들(p.343)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옹호와 비판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반박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자들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 p.344

p.349

땅 위의 영양분을 물속으로 운반하는 것이 하마의 생태적인 역할인 것처럼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과학관 역시 자원을 이동시키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 돈 먹는 하마에게는 돈을 아낌없이 주자. p.349

사서는 책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지식 큐레이터다. 근사한 현대식 도서관 건물에 수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다 읽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게 맞는 책을 권해 주고 내 독서 인생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이 바로 사서다. 사서야말로 도서관의 핵심역량이자 생명이다. p.358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p.359

어렵거나 실패를 많이 겪을지라도 우리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익혀두여야 할 방법과 태도가 과학이에요. 과학은 어려울 수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았을 때, 뭔가 알아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때 재미를 느끼는 거지요.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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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권내현] 역사는 반복된다?! | Memento 2020-09-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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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

권내현 저
역사비평사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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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호적을 통해 '김수봉'가의 궤적을 그린 책. 역사는 반복된다고도 하는데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93%로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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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사정상 친척간의 왕래가 잦지 않다. 나 역시 무례할지는 모르나, 탐탁치 않게 여겨 집안의 어르신과 소통하는 일이 드물다. 그런차에 전화가 왔다. 족보를 재정비하고 있으니, 가족관계증명서 한 장을 보내달라 하셨다. 특별히 내가 가진 성씨와 집안에 애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일원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사정도 있었지만, 굳이 거절하기 어려워 우편으로 내어 드렸다. 집성촌에서 살았던 기억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 과거임은 부정한다고 사라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의병으로 유명한 고장에서 살아온 나는 직계조성이 의병장이라고 한다. 성함은... 봐도 양반 같지 않다. 어쨌든 실재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이니 믿을 수 밖에...어쨌든... 자기 비하라기 보다는 우리 집안이 양반이었을 거란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김수봉이라는 어느 노비집안의 가계를 추적 분석한 글이다. 조선시대 특정 가계의 호적을 분석함으로 신분제도의 변화와 사회상을 추적한다. 드물게도 김수봉은 경제력을 갖춘 노비였다. 그럼에도 견고한 신분제의 굴레는 수 백년, 수 세대의 걸친 노력을 거치고서야 조금 상승할 수 있었다. 이 역시 완벽하고 급격한 신분 상승이라기 보다는 신분제 자체가 동요하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한걸음 씩 나아간다. 노비에서 양인으로, 양인에서 군역을 면제 받는 유학의 지위까지 호적의 변화를 추적해 가는 경로를 보면 애처롭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속이고, 뒤틀어서 얻는 현실적 이득도 만만치 않았겠지만, 그만큼 신분제의 불합리성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까지 한을 남긴 흔적이 아닌가 한다.


김수봉의 사례가 얼마나 대표적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우리의 대부분의 선조들이 겪었던 경로일 가능성이 높다. 1910년도 전국 호구조사에서 양반의 비율은 1.9%로 통계적 한계를 감안해도 조선시대의 양반 비율은 7% 내외였다고 한다.([계급사회로 가는 길]수능 인서울과 청년 정규직 비율 모두 '7%', 우연일까?, 한겨레, 2017.11.08.) 나머지 93%는 양민 또는 노비였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 대부분은 수봉의 후손들임이 분명하다. 치열한 노력과 동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대는 계속해서 변했다. 갑오개혁,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을 거치며 신분제도는 역사책 속으로 사라졌다. 한때는 그 신분의 구분이 지엄한 세상의 기본 원리라 믿었다. 지금 세상은 그 구분이 없어도 잘 굴러 가고 있다. 그 차이가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잔인한 제도였는지를 실감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도 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반복되진 않겠지만, 유사하게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로 배척하고 구분짓는 일이 일상이다. 불안한 현실에서 저마다의 안전한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애처로운 노력이라 믿지만, 이러한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 세대에 걸쳐 노력했던 가치가 한 순간에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니면 한 세대 한 세대에 걸쳐 다시 93%의 구분을 찾아서 후퇴하는게 아닐지 무섭기도 하다.

 

먼 훗날 한 역사가가 우리의 기록을 뒤져보며, 지엄한 신분이 만들어진 계기를 추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김수봉이 되었는지를 주민등록이나 인사기록 카드를 보면서 연구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머나먼 미래라 다가올 수 없는 시기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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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서얼들의 집단적인 도전과 저항으로 양반 관료들은 서얼들에게 조금씩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추어야 했다. 어떤 사회든 저항 없이 자유가 확대될 수는 없는 법이다. ... 하지만 지역 내에서 혹은 한 가문 내에서 서얼에 대한 차별이라는 오랜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p.52

때로는 도망 이후의 삶이 끼니라도 해결할 수 있었던 노비로서의 삶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억압과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노비들의 욕망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수봉은 도망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도망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그가 이미 안정적인 삶을 누릴 만큼 재산을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도망이라는 방법보다 그가 가진 재산을 통해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하고자 했다. p.69

호적에는 갓동이 또는 갓동으로 이름 지워진 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평민들도 있지만 대개는 남자 종인 노의 이름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설사 평민이라고 하더라도 아마 원래 신분은 노비였을 가능서이 높아 보인다. 이 갓동이는 개똥이의 또 다른 표기다. 수봉의 막내 이름은 원래 개(p.70)똥이었던 것이다. 노비의 이름은 양반과는 달리 동물, 식물이나 시간, 성격 등에 빗대어 흔하거나 천한 이름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 p.71

호적에는 고유어로 만들어진 노비 이름들이 무수하게 등장한다. 때로는 이름만으로 그가 노비인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p.75

노비들에게 붙여진 천하고 흔한 이름은 작명을 통해 발현되는 욕망의 거세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p.75

역사가는 여기에서 장벽을 만난다. 논적 전개를 뒷받침할 자료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때 손을 털 수밖에 없다. 상상과 추론이 동원될 수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꾸며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역사학보다 훨씬 자유롭고, 앙상한 뼈대에 풍성하게 살을 덧보탤 수도 있다. p.79

이름을 바꾸는 것은 결국 이처럼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새롭게 출발하거나 성장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모든 개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 그것은 의도된 혼란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p.111

수봉의 후손들이 심씨가의 손길을 벗어나 다른 마을로 이주하면서 성장을 꾀했다면, 심정량의 후손들은 한곳에 집거함으로써 다른 양반가와 경쟁했던 것이다. p.113

결혼 대상자의 지역적 범위는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맞물려 있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수봉 후손들의 통혼 범위는 가까운 곳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p.130

군역을 지는 일이 노비가 아니라는 의식보다 양반이 아니라는 자괴감으로 다가올 때, 그것은 또 다른 장애물이자 극복의 대상이 되었다. p.135

지방의 전통적인 양반가의 입장에서 보면 하천민들이 그들처럼 유학이라 칭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었다. 중앙의 정치권력은 서울의 노론 가문으로 재편되었고, 그들과 연관된 인물들이 수령으로 내려오면서 지방 양반들의 위세는 갈수록 약화되었다. 지방 양반들의 대다수는 여러 세대 동안 관직에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그들은 중앙 권력에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이상 지방에서라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그것은 신분(p.154) 질서가 엄격하게 유지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p.155

1858년 김정흠과 심항래는 비록 뿌리는 서로 달랐지만, 당대의 호적에 보이는 직계 조상의 직역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실로 새로운 양반 가계의 탄생이라고 할 만하다. p.157

기존의 양반들은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도 문중을 형성하고 그 활동을 확대하면서 위와 아래로부터의 도전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부계를 중심으로 한 친족 문화가 발달하고, 그것은 다시 여타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p.178

하천민 일부가 관심을 가진 이상, 이미 유학으로 성장하고 있었던 수봉가에서 입양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들로 이어지는 가문이라는 관념은 양반가가 지닌 가족 문화의 핵심적인 실체였으므로, 직역과 본관을 바꾸는 외형적인 성장 외에 양반가의 문화를 하나씩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들에 대한 희구는 이미 양반가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p.187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이 족보를 만들게 되었을 때, 그들은 친족 가운데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인물들을 상당수 기록했다. 이는 수봉의 후손들이 특정 시점에서 조상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반추할 수 있을 만큼, 부계친(p.190)족 집단이 오래 전에 만들어져서 장기간 유지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편으로 이러한 활동은 양반을 향한 그들의 꿈이 양반 신분제가 철폐된 근대 이후로도 지속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물론 그들 족보의 기록이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었고, 가계 이력을 입증하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전통 양반가의 족보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 모두 다 신분 사회 혹은 개인의 능력 이상으로 조상의 지위가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던 조선 사회의 한 단면이다. 양반들이 그럴진대 근대나 현대사회에서 처음 족보를 만드는 가계에서 일정한 조작이 가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결국 족보가 얼마만큼 사실을 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보다는, 족보 그 자체가 부계친족 집단의 발달과 양반 지향의식의 산물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 같다. p.191

수봉가의 이러한 움직임은 양반 중심의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에서 하천민의 양반 지향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하천민들이 양반과의 사이에 놓인 간극을 줄이는 데는 저항과 동화라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자료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수봉가에서 양반 지배 질서에 저항하거나 그것을 파괴하는 움직임을 찾기는 어려웠다. 호적은 오히려 그들이 양반을 지향한 흔적만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p.201

근대 이후 양반이고 싶어 했던 수봉 후손들의 욕구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층 상승으로 가는 또 다른 사다리에 올라타야 했다. 한편으로는 미화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망각되어 가는 조상 이상으(p.202)로 자신과 후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기회의 균등은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햇고, 오랜 염원이었던 교육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학력을 통한 상승 욕구는 갈수록 강화되었다. ... 인간이 사회적으로 평등하다는 선언은 기회의 균등을 의미할 뿐 출생과 동시에 획득된 조건의 불평등을 염두에 둔 말은 아니다. 수봉가가 여러 세대에 걸쳐 좁혀 나간 심정량가와의 간극은 근래 들어 기회의 균등에도 불구하고 다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장으로 가는 사다리에서 밀려난 이들은 수봉가처럼 또다시 기회를 엿보며 장기간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수봉가의 후손들은, 심지어 심정량가의 후손들마저 그것이 현실에서 반복되지 않고 그저 흘러간 역사로 남기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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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도진기] 다양한 방법의 판결의 내부를 들여다보기 | Memento 2020-09-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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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판결의 재구성

도진기 저
비채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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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되지 않는 권력이기에 더욱더 견제받고 공정해야 한다. 그래서 새롭게 다양한 방식으로 판결의 내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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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다. 삼권분립의 정신에 입각해서 헌법을 꾸렸고, 그에 따라 살아간다. 이 원칙은 때론 무시되기도 하고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다. 어디까지나 믿고 있을 뿐이고 실재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주의깊게 보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힘들다. 게다가 일반적인 인식은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 하다. 광화문1번가나 특이민원이 기사화 되는 사례를 보면, 입법사법행정의 분립 보다는 누구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낀다. 사실 무엇이 중하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입법부든 사법부든 행정부든 구분이 무의미하다. 누구든 내 문제를 해결해주고, 살기 좋게 해주면 좋을 따름이다.

 

하지만 실재로 그런식으로 일이 해결되기는 힘들다. 뉴스 등을 통해 공론화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수 많은 불만과 노력과 아픔들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덕에 시간만 날아가고 있다. 삼권분립은 우리가 믿고 있지만, 실재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입법부와 행정부는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서 일꾼을 선출한다. 그렇게 국민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다. 주인인 국민이 잘 찾아오지 못한다면, 일꾼이 찾아가면 된다. 선거를 통해서 움직이고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최소한 한국에서의) 사법부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선출이 아닌 임명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당성을 가지는 가장 중요한 절차가 선거에 의한 선출임에도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3개의 축 중에 하나는 이와는 별도로 굴러가고 있다. 선거를 통해 법관을 임명하는 것도 명암이 있으니, 그것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이 독립되고 고립된 권력기관이 점점 동떨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다. 이들은 입법, 사법기관의 선출된 자들과는 달리 임기가 보장된다. 자연스럽게 대중들과는 괴리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양심능력은 믿지만 그럼에도 판결의 결과에 터져나오는 불만들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한 때는 내부자였던, 지금은 외부자인 도진기 변호사의 책, <판결의 재구성>은 그래서 흥미롭다. 다른 책들이 비교적 내부자의 입장에서 쓰여졌다면, 판결의 재구성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외부자의 입장에서 쓰였다. 늘 그렇듯 외부자의 시선은 판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합리적 의심이나 판사적 양심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법원을 통해 최종적 판단을 받지만 그 최종적 판단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깨닫게 한다. 판사라는 한 인간의 고뇌의 결과물이 얼마나부족한지를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법을, 법원을, 그들을 알아야만 한다. “무풍지대인 판결의 안쪽(p.5)”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법부 역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려운 용어를 줄이고, 한글로 쓰고, 논리적이고 쉽게 쓴다지만 판결문은 여전히 견고한 벽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판결을 분해해 주는 사람이 고마울 따름이다.

 

여기에 가장 큰 장점은 저자 그 자신이다.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그의 개인적 이력이 책 속에 가득 녹아있다. 일반적인 책들이 이성과 합리 위주로 사회적인 책임이나 대의명분, 정의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와 다르게 추리소설 작가다운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서 사건을 보거나 설명해 준다.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법관들의 생각을 추리소설과 유사하게 풀어주어 색다르게 다가온다. 법관들이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에 대해 합리적 상상력을 통해 추론하는 내용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다. 단순히 논리와 이성만으로 풀어내기에는 인간은 너무도 감성적이기 때문일까.

인간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사법 시스템의 기초다.(p.320)” 그렇다면 그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논리와 이성이 세상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는 애저녁에 지났다. 현재로서 마땅한 대안이 없겠지만, 판결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일이 대안을 찾아가는 방법이 될법도 하다. 더불어 판결의 내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 보는 일은 더 중요하다. 다양성은 불안함의 토대가 될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한 변화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법으로 판결의 내부를 살펴보게 하는 저자의 책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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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유전무죄나 정치가 아니라 판결의 올바른 결론을 보장하는 논리상식이다. 과연 그 부분은 시민의 절대적인 승복에 값할 만큼 완벽할까. 늘 그렇지 못하다는 게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폭주하듯, 비판받지 않는 논리는 독선에 빠진다. 무풍지대인 판결의 안쪽에 안주하며 내적 연마를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닌지. p.5

사법부의 결정은 따라야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질서이다. 하지만 판결 안의 추론 과정에 마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늘 옳다는 보장이 없고, 얼마든지 헤집어볼 수 있다. 유전무죄 비판과 진영 논리들 때문에 오히려 면책되었던 판결의 내부를 짚어보려는 것이다. 그래야 판결이 졸지 않고, 외곬 논리는 도태된다. p.6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원칙은 법률가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원리를 어느 경우에,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지는 각자의 척도가 다른 것 같다. ‘의심의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니까. 계량화되거나 더 세부적인 기준이 있으면 좋으련만, 지난한 작업이다. 많은 부분이 판사 개인의 결단에 맡겨진 현재는 사법부와 대중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 같다. p.44

세상에는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기 위한 장발장형범죄만 있는 게 아(p.53)니다. 더 많은 돈을 탐한 이욕 범죄도 있다. 오히려 살인에는 이쪽 동기가 더 흔하다. p.54

유죄로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바늘 끝 같은 의심도 들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건 극한의 입증을 요구할 때 발생하는 재판 불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절충으로 확립된 형법상 원칙이다. p.56

형사책임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환상 하에 유지되고 있다. 심신상실은 자유 의지가 없었다는 말과 거의 동의어이다. 그래서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이 경우는 이 아니라이라고 취급하는 것이다. p.63

전문가에게는 논리 협곡이라고 불러도 좋을 맹점이 존재한다. 한 우물을 깊게 파 들어갈수록 보이는 하늘은 좁아진다. 분석이 깊어지면 종합은 죽는 것이다. 사회의 정서와 동떨어졌다고 질타당하는 결정들이 혹시 이런 논리 협곡에 빠진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보는 일도 가치 있을 것이다. p.78

판결을 순전히 논리적 측면에서 요모조모 살펴보는 일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모든 작업은 비판을 견디고 진화해나가며, 판결도 예외일 리 없다. p.110

판례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전체적, 종합적 고찰은 다른 말로 하면 확률론이다.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종합적 증명력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되면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는 살인사건의 재판에 종종 인용된다. 풀어보면, 각각의 증거들이 범죄를 입증할 개별 확률은 높지 않는다 해도 그것들이 한 사건에 다 모일 확률은 얼마나 낮은가, 하는 의미가 되겠다. p.129

재판은 무죄추정, 마음은 유죄추정. 이것이 법관의 현실일지 모른다. 기소된 사건 대부분이 유죄이기에 객관적 통계에서 우러나는 그 선입견은 완전히 지울 수 없으리라. p.171

지옥의 가장 밑바닥은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 되어 있다.” - 단테 p.179

헌신을 강요하는 건 일회성으론 먹힐지 몰라도 영속적이지 못하다. 효율을 위해서도 그렇다. 좋은 제도는 윤리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p.191

음란물 여부를 직관적으로 인지하는 건 논리의 영역이 아니란 얘기다. 그 실체란 어쩌면 우리 공동체 정서에 거슬린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p.196

창조는 어렵고, 규제는 쉽다. 만드는 게 어렵지, 망가지는 건 순간이다. p.239

법은 감정의 제국이다. 모든 형벌과 법제도의 근간은 감정이다. p.248

절차라는 것이 빠져나가는 악인을 잡아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재판을 방해하고, 태클을 거는 쪽이다. 영화 속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렇다. p.284

현대법의 트랜드는 한마디로 절차의 실체에 대한 우위로 표현될 수 있다. 절차는 다 아는 그 절차고, 실체는 풀어 말하면, ‘올바른 결론’, ‘진상정도가 되겠다. 즉 사건의 진상에 다다르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절차를 꼬박꼬박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의미다. ... ‘절차적 정의’ p.288

형사소송법은 악인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한 법이다. p.291

한국에는 5천만 명이 살고, 5천만 개의 정의가 있다. 각자의 정의만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우긴다면, 혹은 힘을 얻은 세력의 정의만이 지배한다면 사회는 끝장이다. 개인의 정의관도 변하며, 지배세력은 바뀐다. 누가 옳은지 누가 판단 할 것인가. 판사도 모른다. 정의만을 좇다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수칙, 즉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법치주의이다. p.292

인간에 대한 불신이야말로 사법 시스템의 기초다.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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