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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마뇨의 마법서 2019-05-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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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이재열 저
21세기북스 | 2019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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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바보같이 살고 있는 것일까? 사회적 합의만 이루면 단번에 끝낼 수 있는 경쟁을 왜 끝도 없이 지속하는 것일까?

 

 

 

 

 

서가명강 시리즈 4.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이 질문 같은 제목을 읽음과 동시에 드는 부정과 긍정의 두 갈래 길이 반반으로 내 머리를 울린다.

한국 밖에서는 살아본 적 없는 머리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한국 밖에서 살고 있는 동생들의 말을 떠올리는 머리는 '네'라고 대답한다.

 

"돈 있음 한국이 젤 살기 좋아."

터전이 외국인 동생은 한국에 올 때마다 그리 말한다. 아마도 모국어를 마음대로 쓸 수 있고, 한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건 두 번째 문제고, 일단은 그래도 안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거 같다.

밤 문화가 발달해 있음에도 총기 휴대가 합법화되지 않고, 늦게까지 돌아다녀도 교통이 편리하고, 무엇이든 다 배달이 가능하고, 걸어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국이뿐이라는 게 그네들의 생각이다.

자연재해에서도 비교적(?) 안전지대이고, 테러에도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린 휴전국가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우선은 돈 있으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는 곳이 또한 한국이란다.

무엇을 원하든 하루 아니면 이틀 이내에 해결이 되는 곳이 한국이라서.

 

하지만 정작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그네들이 겪지 못하는 갈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갈등도 만성이 되어 이젠 갈등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사회학적으로 풀어낸 한국의 현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국의 현대사를 사회적 관점에서 공부한 느낌이다.

우리가 생각하던 생각하지 않던 마음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한 모든 문제들을

하나하나 차례대로 이야기해주는 족집게 같은 책이었다.

정말 사회학에 대해서 1도 관심 없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사회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고, 들어야 하고, 누군가가 끊임없이 설명해주어야 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통계와, 관점과, 방향 제시가 이 책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는 나아갈 수 없다.

지금 이 정체된 시간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문제를 위한 문제만을 앞세우며

나아가기 위해서가 아닌 과거에 머무르려 하는 사고방식들이 모이고 모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전쟁 이후로 부단한 노력으로 나라를 발전시킨 세대와 그 세대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비교적 풍요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세대와 그 두 세대 사이에 끼어서 과도기의 정체성을 가진 낀 세대들이 서로의 의견을 일치 시키지 못한 채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고수하려는 사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다.

 

나는 끼인 세대다.

부모님 세대의 부지런함과 단결된 모습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모습을 보며 성장해서

풍요로움을 누리는 세대로 거듭나는 동안 사라진 많은 것들을 추억하며 사는 세대인 것이다.

세대마다 모두 고달픔이 있겠지만 어중간한 과도기 세대만큼 고달픔으로 점철된 세대가 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낸 적이 없다.

아마도 그것은 이쪽도 저쪽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 지금 시절이 확연히 달라서 그 달라짐을 몸소 겪어낸 과도기 세대는 중간에서 주장을 내려놓고 있는 꼴이다.

 

3불. 불신, 불만, 불안의 사회는 아마도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경제성장의 기틀은 빨리 마련했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억눌려있었다. 그리고 국민의 손으로 찾아낸 민주주의 역시 구시대적인 정치인들의 손에서 곤죽이 되고 말았다.

 

정. 재계의 유착으로 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곪아가는 인권과 노동자들의 권리는 일절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심한 적자는 바로 '신뢰의 적자'다.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서로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각자의 정파적 이익을 넘어서는 일에는 합의하지 않는다. 국민은 정부가 하는 일에 매우 냉담하고, 한때는 중요한 중재자 기능을 했던 시민사회도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 신뢰는 정치권과 기업들이 다 까먹었다고 생각한다.

큰일이 생길 때마다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나라를 살려냈던 국민들에게 그들이 무엇으로 보답(?)을 했는지 지금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은 지금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멀리 보는 안목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혁에는 이들을 보는 불특정 다수의 미지근한 박수보다 기득권을 잃는 집단의 결격한 저항이 더 크기 마련이다.

 

 

이래서 근시안적인 행정이 계속되고, 그래서 그 모든 결과의 부당함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한꺼번에 되돌아오고 있는 느낌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인권, 복지, 모든 면에서 우리는 그동안 무시하고, 외면했던 문제들을 더 이상 무시하고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앞날을 계획하며, 썩어버린 고목들을 잘라내 버려야 할 때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지만 그 리더십은 미래에서 오는 것이어야 한다.

좋은 사회란 구조와 개인, 제도와 생활세계 간의 긴장과 역동적 균형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사회다. 이런 품격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좋은 사회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재열 교수의 강의를 국회의원들이 들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보너스 대신으로 한 권씩 읽게 하면 어떨까?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점에 대해서 확실한 통계와 자료로 설명해주고

그 해법도 같이 제시해준 이 책 한 권이 그들이 앞으로 임기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이 책을 이해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 책은 효자손이다.

내 마음속에 가라앉혀 놓은 현실의 문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냉정하게 알려주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 손 닿지 않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었으니 효자손이랄밖에.

 

관심 없다 생각하고 외면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사실 내가 무척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해준 책.

이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 무관심을 잘 건드려준 책이었다.

소설도 아닌데 플레그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읽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안다는 건

그만큼 내게 힘이 생긴다는 걸 의미한다.

 

아는 게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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