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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수의 일

이현 저
창비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얼어붙은 호수에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책이 독자들을 치유하는 것 또한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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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문득, 분명 무언가 하나를 보았는데,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빈틈없이 얼어붙은 호수에 서는 순간, 아마 이 소설의 작가가 그랬을 것 같다. 하나의 이야기가 쓰나미처럼 그를 덮쳤을 것이다. 날이 잘 선 썰매를 타고 사람들이 얼음 위를 가르는 모습을 보며, 그의 가슴에 난 생채기를 느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속에 고요하게 숨겨져 있는 상처를 헤집어내려는 노력이라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그의 호수는 얼어 있었고, 그 무엇에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단단했고, 상처의 진물은 조금도 새어나갈 틈이 없이 안전했다.

 

 세상은 영원히 겨울일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을 통해 당연하지 않았던 일을 받아들인다.

 그의 얼음은 영원히 모든 것을 가두어둘 수 없다.

 

 블라인드 가제본으로 이 책을 받았다. 즉,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이다. 작가는 숨겨졌고, 표지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간직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500명의 서평 신청자 중 한 명으로 뽑힌 것은 감사한 일이다. 거기에다 작가가 손수 쓴 편지까지 전해 받았다. 나에게 '그대'라고 불러주었고, 그도 이제 나의 '그대'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지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호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바다가 아닌 호수다. 호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 봐야, 바다처럼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다. 출렁이되 덮치지는 못한다. 나에겐 그렇게 해석되었다. 주인공 '호정'이에겐 나름의 상처가 있다. 그의 상처가 크고 작음은 내가 논할 것이 아니다. 컸으나 작았다, 라고 호정이는 얘기할 것 같다. 상처는 잔잔하다가 일렁이다가 출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호정이를 덮치진 못했다. 호정이의 상처가 작기 때문이 아니다. 호정이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상처는 언젠가는 아물기 때문이고, 아문 상처는 흉으로 남지만 서서히 옅어지기 때문이라고 호정이 말했다.

 

 가끔 아이들의 상처를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이가 들면 다치는 것도 쉽고, 그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는다. 문제는, 신체의 상처를 마음의 상처에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어른들은 범한다. 아이들은 어려서 금방 나으니 금세 잊을거라 말한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떨어지고, 새로운 것은 쉬이 익혀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른들의 상처는 왜 더 오래간다고 믿을까? 우습다.

 

 다친 아이는 말이 없다. 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다. 말할 대상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참했다. 비참하다는 말을 모른다고 해서 비참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생겨났을 것이다. (p.239)

 

 아이는 말을 삼켜야 한다. 언어로 완성되지 못한 말들은 날카롭게 깨진 조각들이 되어 마음에 박혀 있다. 시간이 흐르고, 몸에 살이 붙듯 마음에 살이 붙으면 박힌 조각들은 눈에 서서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어릴 적에 교실 나무 바닥을 왁스칠하다가 손가락에 나무 가시가 박힌 적이 있었다. 손톱깎이로 열심히 빼내려고 용을 썼지만, 결국은 피만 보고 실패했다. 며칠이 지나고 그 자리가 곪았다. 박힌 가시 때문이었다. 치료하지 않은 상처는 그렇다. 그건 결국 어떤 형태로든 다시 존재를 드러낸다. 절대, 그렇게 잊혀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절대, 그렇게 잊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호정이의 상처의 진물이 터져 나왔다. 호정이는 흔들린다. 다시 가두길 바란다. 아니 이젠 터트리길 바란다. 아프길 바란다. 아니 더이상 아프지 않길 바란다. 다 밉다. 사실은 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그립다. 고맙다. 미안하다. 그의 선 자리는 불안하게 요동친다.

 

 17살 #청춘의수 한 가운데, 풍덩 뛰어든 #첫사랑의 파동이 호수 끝에 닿으면서, 어느새 겨울은 봄이 된다. #성장은 #치유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치유의 과정으로 #성장은 완성되었다.

 

 후기가 너무 공허한 느낌이다. 그런데 나에겐 이 책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랬다. 감정으로만 가득 찼다. 말로 표현하는 언어는 공허했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심상으로, 그렇게 다가온 글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재주는 아직 부족하다. 밑바닥까지 나를 울렁거리게 했던 감정만을 전달하고 싶다. 그걸로 충분하다.

 

#호수의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 #첫사랑, #성장, #치유, #우울증, #상처, #서평후기, #올해다섯번째책, #손편지선물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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