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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골목 도쿄』 | 리뷰어 모집 2019-01-2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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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도쿄

공태희 저
페이퍼로드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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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밀리터리, 역사, 요리, 청소, 자동차 등

세상의 모든 것을 덕질하는 공피디의 도쿄 덕후기

인문 기행과 식도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도쿄의 골목을 깊숙이 탐하다


본업은 OBS 경인TV PD지만 SNS에서는 ‘덕후 중의 덕후’로 더 유명한 공태희 PD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맥주를 사기 위해 도쿄행 티켓을 끊는 저자이지만 『골목 도쿄』는 여행 전문가가 쓴 단순 여행기가 아니다. 메트로폴리탄이면서 옛 것을 간직할 줄 아는 도쿄의 골목 문화, 그로부터 파생된 에도 시대 상업 이야기부터 아베 정부의 관광 정책, 비슷한 듯 전혀 다른 한국과 일본의 식문화 대조까지 도쿄의 전방위를 덕후의 세밀한 시선으로 다룬 인문서다. 저자는 도쿄의 ‘취향의 다양성’이 뉴욕을 능가한다는 말로 독자를 유혹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취향 저격’인 도쿄의 골목을 걸으며 여행하고 싶어질 것이다.


실력 있는 여행자는 다르다
진짜배기 일본통이 전하는 실전 골목 도쿄


웹상에서 ‘공피디’로 불리는 저자는 일본 입국 도장만 200번 넘게 찍었다. 웬만한 쇼핑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여행 팟캐스트 1위인 『탁피디의 여행 수다』에 출연하여 예사롭지 않은 입담과 덕력으로 매니아 층을 형성했다.

저자는 도쿄에 만화 『심야 식당』의 배경이 된 골목은 있어도 ‘진짜 심야 식당’은 없다는 말로 책의 포문을 연다. 『고독한 미식가』의 배경인 식당들도 죽기 전에 반드시 맛봐야만 하는 유명 점포가 아닌 것이 오히려 포인트라고 이야기한다. 식도락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심야 식당, 고독한 미식가 맛집 코스 여행‘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현지인의 일상을 엿보길 원하는 여행자들의 욕구를 충족해준다는 것에 있다. 저자는 핫플레이스 시부야 골목을 이야기할 때도 철길이 있는 메인 골목 대신, 낡고 오래되었으면서도 시부야 특유의 세련됨이 살아있는 논베 요코초의 매력을 끄집어낸다. 특색 있는 향토음식을 파는 가게가 주력이면서, 여느 골목식당의 맛보다 평균 이상이고, 관광지 포장마차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얼굴의 현지인들이 있는 곳이다.

『심야 식당』의 배경인 골든가를 이야기하는 ‘미안해, 심야식당은 없어요’ 편에서는 ‘오카마’라 불리는 여장남자 주인과 접객원이 여성용 유카타를 입고 저자를 접대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언뜻 퇴폐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씩씩하고 호방한 술집 주인(“한국인이지? 일본 남자 같지 않게 몸통이 두껍잖아요”, “여기 호스트 녀석들은 일본 최고로 시건방진 애송이들이야”)으로 인해 시종일관 유쾌함이 흐른다. 저자는 골목의 진짜 주인은 수백 년 동안 그 공간을 지켜 온 동네 사람들이라며, ‘인증샷’, ‘인생샷’, ‘맛집 리스트’를 벗어나 동네의 일상에 겸허한 마음으로 스며드는 여행을 권유한다.

‘오뎅’을 굳이 ‘어묵’으로 고치지 말라?
고독한 대식가와 함께 제대로 알고, 먹고, 마시는 도쿄 음식


요리 덕후이자 고독한 대식가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정확히 알고 먹는 것이 얼마나 폭넓은 수준의 미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긴자 오브 긴자’의 지하골목’ 편에서는 오뎅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과도한 친절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은 ‘오뎅’을 ‘어묵’이나 ‘어묵탕’으로 정정해주는데, ‘오뎅’은 어묵 요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육수에 푹 삶아 육수 맛을 잘 머금은 모든 요리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닮은 듯 다른 맛, 한식과 일식’ 편에서는 일식에 대한 한국인의 불만이 단맛보다는 짠맛에 있다며, 결론적으로 일식은 짜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이는 짠맛의 객관적인 농도보다 감칠맛의 중층 레이어를 이룬 농후한 맛을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한국인에게 비빔밥이 결코 하나의 맛으로 설명될 수 없듯, 일본의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도 일본인들에게 짠맛보다는 기분 좋은 신맛의 대표 음식이라는 점 등은 독자들이 신선하게 느낄 정보다.

이 외에도 저자가 추천하는 음식과 식당 정보를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내 맘대로 오뎅 랭킹’, ‘이자카야 B급 구루메 대격전’, ‘공피디 따라 도쿄 골목 탐험’이라는 제목의 부록을 책 곳곳에 수록했다. “같이 간 일행 수가 적다면 역시 합석이 기본이다. 그런 주제에 가게는 또 밤 9시에 문을 닫는다. 이 점도 기억해야 한다”와 같은 저자의 위트도 이 코너에서 놓치면 안 되는 재미다.

별의별 취향이 살아있는 어엿한 공간
서울에 사라져 가는 ‘살아있는 골목’


저자는 서울에서 골목길을 찾기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골목길, 무심한 듯 오랜 시간 골목을 지켜 온 가게들과 집, 거주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익선동의 부상은 여느 핫플레이스의 성장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발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골목과 골목길이 각광받기 시작하면 정작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골목에서 쫓겨납니다. 이래서야 대체 누굴 위해 개발이 필요한 것일까요.”
_여는글 중에서

『골목 도쿄』는 트렌드를 쫓아 급하게 생성됐다가 급하게 소멸되는 서울의 골목과 대비되는 공간으로서 도쿄의 골목을 바라본다. 

‘에도 제일 번화가-니혼바시’ 편에서는 에도시대 최대의 상업 중심지였으며 현재는 도쿄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니혼바시의 역사와 그 속에서 130년을 버틴 스시 노포 이야기를, ‘세계술집유산’ 편에서는 서울에서 안타깝게 사라져버린 피맛골이 꿋꿋하게 살아남았다면 비슷한 풍경이었을 신주쿠의 오모이데 요코초 골목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한 자리에서 몇 대째 똑같은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쿄 골목 한가운데에 독자를 초대하고, 우리가 도시를 확장하고 높이를 키운 대신 그곳에 어엿한 골목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닌지 묻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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