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봄덕
http://blog.yes24.com/ary68017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봄덕
책이 좋아 졸졸 책따라 다녀요. 읽다가 쓰다가 보면 하루해가 다 가요. 책 만권 읽기가 목표예요.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9·10기 책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10,308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기본 카테고리
서평 이벤트
리뷰어 클럽
이벤트
YES블로그 이벤트
서평 이벤트 응모글
서평 이벤트 스크랩
개인 이벤트
원전하나 줄이기
한국설란 매니아클럽
파워문화블로그
나의 리뷰
기본 카테고리
과학
소설읽기
고등수학
중등수학
초등수학
환경
영어
에세이
추리소설
청소년소설
동화나라
경제와 경영
영화
자기계발
고전이야기
수학이야기
심리학
역사이야기
나의 메모
기본 카테고리
함께쓰는 블로그
동화
태그
시험대비이벤트 오설록바나나밀크티 오설록화이트머그컵 바나나밀크티~~ 전두유 애프터파티스무딩크림 헤어로션 1킬로커피 동아출판2학기이벤트 동아퀴즈이벤트
2013 / 0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문학동네
위즈덤하우스
미래인
중앙books
리뷰어클럽
YES블로그
레디셋고 출판사
지식공간
책 읽는 아리
청림출판
나남
민음사
북극곰
부키
에이지 21
한승원
청어람 주니어
마리북스
김영사
bigchance
미래의 창
pipipi9
블로그친구
돋을새김
keypub
출판사
최근 댓글
신간을 홍보중이오니 .. 
우와, 시골에서 반려.. 
정말 국민이 주인이 .. 
오 신기하네요. 잘읽.. 
정말 재미있게 잘 읽.. 
새로운 글
오늘 37 | 전체 715769
2013-02-11 개설

2013-03 의 전체보기
[스크랩] 취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서평 이벤트 2013-03-30 22:40
http://blog.yes24.com/document/717380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http://blog.yes24.com/jisikgonggan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꾸뻬씨의 우정여행- 친구는 또 다른 나!! | 소설읽기 2013-03-30 21:35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717358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꾸뻬 씨의 우정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저/발레리 해밀 그림/이은정 역
열림원 | 201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꾸뻬씨의 우정여행- 친구는 또 다른 나!!

 

우정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에 있어서 친구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처럼 우정을 방대하고 깊이 있게 정리해 본 이가 있을까.

이 책은 우정에 관한 소설이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철학서 같기도 하다. 우정이 무엇인지,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모습이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뭇 진지하다.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있고 쫓고 쫓기는 자들의 두뇌싸움 같은 추리도 있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아시아의 다양한 민족, 문화, 사람들에 대한 감상도 있다. 물론 산과 강이 아름다운 서울 이야기와 시큼하고 걸쭉한 막걸리 이야기도 양념처럼 살짝 나온다.

 

이 소설의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정신과 의사이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자신의 실제 임상경험과 개인적인 고민들을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꾸뻬를 통해 투영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우정에 대한 고민들을 누구보다 많이 접했을 그이기에 '우정에 대한 관찰 22가지' 는 깊은 공감을 준다. 더불어 책 속에는 위대한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와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각들도 비교분석해 놓아서 고전을 읽는 듯 한 느낌도 준다. 책의 중간 중간에 실린 발레리 해밀의 그림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즐거움을 주어서 색다르다.

 

친구 에두아르가 금융 사고를 치면서 거액의 돈을 가지고 종적이 묘연해지자 꾸뻬는 일상을 접고 아시아의 밀림 숲에 숨은 친구를 찾아가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도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친구관계들을 정리해 보게 된다. 우정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긴 여행을 하는 꾸뻬는 우정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고 수정해가기도 한다. 우정을 행복의 근원이라 믿는 꾸뻬는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정 속에서 휴식과 평안을 누리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관찰 1. 우정은 (심리적인) 건강이다.

관찰 2. 친구를 위해서라면 자기 것을 희생하거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관찰 3. 친구란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관찰 4. 우리는 친구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관찰 5. 친구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찬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6. 오래된 친구는 원시림의 나무처럼 귀하게 여겨야 한다.

관찰 7. 친구란 나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이다.

관찰 8. 친구란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다.

관찰 9. 친구란 내가 불행할 때 함께 슬퍼하고 내가 행복할 때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다.

관찰 10. 진정한 우정이란 사랑 때문에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관찰 11. 친구란 우리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다.

관찰 12. 질투만 계속 된다면 친구라고 할 수 없다.

관찰 13. 친구가 되면 괴로움 뿐 아니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관찰 14. 남자들은 같이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하고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관찰 15. 모험을 함께 하면 우정이 돈독해 진다.

관찰 16. 오래된 친구는 우리 인생의 뜨개질 속의 털실 한 줄이다.

관찰 17. 친구는 우리가 지나치게 나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사람이다.

관찰 18. 친구란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19. 친구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20. 친구란 든든한 위로가 되는 사람이다.

관찰 21. 친구란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관찰 22. 우정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상호적으로 호의를 베풀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면서 점점 커져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필요에 의한 우정, 여흥을 위한 우정, 선한 우정, 이 세 가지로 나누면서 진정한 우정은 선한 우정뿐이라고 했다. 우정의 최상의 형태는 사심 없이 선행을 베풀 수 있는 사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친구는 또 다른 나'이며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이토록 길고도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음에 놀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오랜 시간동안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가까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는 공감과 이해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소중하고, 멀리 있지만 오래된 친구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 했기에 귀중하다. 사소한 모임 속에서 단체로 만나는 친구들은 각각의 장점들이 있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서 좋다.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가를 곱씹게 하는 소설이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구경꾼들-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게 만드는 이야기. | 소설읽기 2013-03-27 12:32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716502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구경꾼들

윤성희 저
문학동네 | 201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문장 하나하나에 유머가 가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여러 개의 상을 받은 작가인 이유를 책을 읽으면서 수긍했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구경꾼들-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게 만드는 이야기.

 

이 책을 통해 윤성희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올해의 예술상을 받은 작가의 이력에 내심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치는데 만만치 않은 이야기 솜씨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콜라처럼 톡 쏘는 달콤한 맛은 아니어도 막걸리같이 거칠고 구수하며 알싸한 맛을 지닌 이웃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거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잖아.(108쪽)

평범한 일상 속에 들풀처럼 일어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이야기, 비바람에 쓰러져 꽃대 꺾인 이야기, 그러다 봄이 되면 새로 돋고 움트는 자연처럼 다시 순환하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구경하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다.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훔쳐보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때면 때때로 묘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남의 이야기로 수다를 떠나 보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구경꾼이 되기도 하고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나 보다.

그래. 사람 사는 건 어디에나 다 똑같지. 지구 어디에선가 나처럼 살거나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일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묘한 호기심과 안도감이 든다.

우린 시선을 받거나 시선을 주거나 하면서 늘 그런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소소한 나의 일상이 남에게 일어나기도 하고 공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3대 가족의 일상을 쭉 구경하다보니 불쑥불쑥 내 이야기가 하고 싶기도 하다. 나도 그래요 라든가, 그럴 땐 이렇게 해보시지 라든가, 인간이 참 용기 있네요 라든가, 허공에 대고 지껄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입 꼬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의 참견 본능을 일깨운 소설이다.

물론 나는 3대가족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우연히 도로를 달리다가 재수 없이 사고가 나거나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람에 맞아 황당하게 죽은 가족도 없고 신문기사 하나 달랑 들고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냅다 비행기를 타고 기사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무모함도 없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살지도 않거니와 하고 싶은 대로 용기 있게 나서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고 싶어진다.

주인공가족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삼촌, 작은 삼촌, 고모, 나, 따로 사시는 외할머니까지 요즈음 보기 힘든 대가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호기심이 많고 주관이 뚜렷하다. 궁금하면 물어 볼 수 있는 용기, 일상을 접고 과감히 떠날 용기를 지니고 있어서 때론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때론 유쾌, 상쾌, 통쾌한 스릴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사소한 말 한마디로 배꼽잡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술술 해대는 조금은 엉뚱한 가족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이웃에 사는 누군가의 모습, 아니 나의 모습과 겹쳐질 때가 있어서 나도 그래요 라고 속삭이게 만든다.

사고나 죽음을 대하는 이들 가족들의 자세는 슬픔 속에서도 의연하다.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고 명대로 살다 가는 거니까 억울할 것도 없다는 듯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발버둥 쳐봤자 거기가 거기임을 체득한 것일까? 주어진 대로, 세월 가는 대로, 엮이는 대로 사는 인생임을,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인생임을 통달한 가족들 같다.

큰 삼촌은 처음으로 한 가족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그 병원의 옥상에서 떨어지는 여자에 깔려 죽는다. 그 사고 이후로 할머니는 식탁에 큰 삼촌의 밥그릇을 여전히 차린다. 기억하면 살아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일까. 식구들은 큰 삼촌의 물건들을 나눠 가지며 추억한다. 할아버지는 강간범과 싸우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 소식이 뉴스에 나가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지만 결국은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간다. 큰 삼촌의 죽음 이후로 아버지는 회사에 사표를 낸다. 부모님은 신문기사에 난 주인공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신문에 실린 기사는 생활고에 비관한 미혼모가 삼층 건물에서 뛰어 내렸고 때마침 그 아래를 지나던 남자를 덮쳤는데도 둘 다 살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 몇 번의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때 찍은 사진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엮어 책을 출간하게 되고 전국사인회를 가지기도 한다. 삼십 년 동안 혼자 돌로 집을 짓고 있는 남자를 찾아 갔다가 그 돌무더기가 무너지는 바람에 깔려 죽는 부모님. 식구의 수가 점점 줄어가는 이야기에는 일상 속의 코믹함과 불행이, 기적과 우연이 교차하며 일어난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행과 불행이 겹쳐서 일어나기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중요한 순간에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과연 몇 가지가 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겉으로 말하는 나와 속으로 말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러게 집 떠나면 고생인 걸요. 앞만 보지 마요. 때론 옆도, 뒤도, 하늘도, 땅도 쳐다보며 살아야 해요. 사고는 예고가 없답니다. 평소의 행동패턴이 사고를 유발한다고 그러잖아요. 성추행 당하던 소녀를 지키려던 할아버지의 용기는 멋져요. 성추행이나 성 폭행 범은 엄벌로 다스려야 해요. 그런데 첨성대 같은 집은 왜 지어요. 에스키모처럼 돔형으로 짓든지 장군총처럼 짓지. 돌 사이에 시멘트로 접착하시지 않고. 오초 본드 그거 좋아요. 튼튼한 집이 되려면 안전점검은 필수죠. 여러분 세상구경 많이 하고 싶으면 외할머니처럼 족발 집을 해 봐요. 할머니, 저는 삼식 세끼가 주는 즐거움에 살아요. 간식은 물론 티타임도 기다려지죠. 물론 요리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가족들이 먹는 모습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걸요. 아직 그 연세까지 살아보지 않아서 일까요?

이렇게 수런수런 거리는 나의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인가 보다.

작가의 맛깔 나는 이야기 솜씨에 빨려들 듯 참견하고 있는 나를 보며 속이 후련해짐을 느낀다.

작가만의 유머감각에 헤헤거리며 웃음을 흘리기도 하고 슬픈 죽음 앞에 애달파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중요한 순간에 고민스런 일이 생긴다면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 인상 깊은 구절*

독자들을 만나면서 부모님은 여행을 하는 동안 보았던 기적 같은 일들이 실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는 먼 곳에만 있지 않았다.(236쪽)

음식 솜씨 없는 할머니는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하는 인간이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8쪽)

내게 부채질을 하면서 할머니는 속삭였다. '누가 뭐래도 니 맘대로 살아야 한다.'(36쪽)

네가 여기 있는 걸 니 엄마가 아니? 알면 여행이고 모르면 가출이야.(......) 며칠만 더 이러고 있다가 집에 갈 거예요. 집에 돌아갈 걸 알고 있으면 여행이에요.(......) 가출이면 아침밥을 사주려고 했는데 여행이니 네가 알아서 사 먹어라. 외할머니는 소녀의 침낭에 묻은 모래를 털어 주면서 말했다. (67쪽)

나중에 커서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 보렴. 그러면 네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 있을 거야.(93쪽)

어쩌면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181쪽)

어머니는 해외토픽에 나오는 황당한 죽음을 보면서 웃긴 죽음이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늘 생각했다. 슬픈 죽음이란 거의 비슷비슷한 사연을 담고 있다. 하지만 웃긴 죽음이란 모두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돌고 돌게 될 것이다.(249-250쪽)

어머니가 어깨에 멍이 들 정도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구를 헤맬 동안 외할머니는 주방 간이의자에 앉아서 어머니가 보았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189쪽)

전학생은 꽃다발을 사가지고 문병을 왔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냐. 내 말에 전학생이 일 년에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해야 심심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을 했다. (306쪽)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클래식전통합창의 진수를 맛보다. | 기본 카테고리 2013-03-25 11:34
http://blog.yes24.com/document/716091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CD]프랑크 마탱 :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 대전 시립 합창단


SonyMusic | 2013년 01월

음악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클래식전통합창의 진수를 맛보다.

 

 

이른 새벽

뿌옇게 흐려진 산길을 가노라면 어두운 사물들뿐이다.

점점 여명이 밝아지면 그제야 제 색깔을 찾은 사물들이 시야에 또렷이 나타난다.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에 연분홍 꽃이 피었음에 놀라며 감탄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맑은 공기와 꽃향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몸속에 채워진 상쾌한 기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내 몸 속의 뭔가가 맑아지고 밝아지고 개운해지는 느낌. 사람의 목소리에 마음을 담은 듯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들. 성스러운 느낌으로 들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듯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이 앨범은 미사곡이지만 아카펠라로 된 합창곡이어서 중후하면서도 수준 높은 클래식합창곡을 접하는 기분이 들어서 놀랐다.

무반주 합창곡은 소리의 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합창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멋진 화음과 깨끗한 목소리의 수준이 세계적인 것 같아서 여러 번 감탄하며 들었다.

1974년에 작고한 마틴의 대표작인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가 20세기 합창음악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음반에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40여 편의 모테트들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 3곡과 프랭크 마틴의 미사곡, 구스타프 말러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낭만주의 가곡까지 들어 있다. 르네상스 음악과 바로크 음악, 현대 합창곡까지 포함된 전통합창음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맑고 장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전시립합창단임에 또다시 놀란다.

대전에 살지 않으면 대전시립합창단의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수준이, 대전시립합창단의 수준이 뛰어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지역합창단이 고전음악부터 현존하는 합창음악의 대가들의 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수준 있게 소화해내며 세계무대에도 이름이 알려진 합창단이라는 사실과 합창음악의 진수를 꾸준히 보여주며 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일인 마에스트로 톨을 예술 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영입해서 독일합창음악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시간나면 공연장도 찾아가고 싶다. 이번에 거제음악회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한 번 쯤 성당에 가게 된다. 고딕식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들어가다 보면 은은한 미사음악에 마음에 평안을 얻고 고운 음악소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예전에 명동성당이나 계산성당을 들어갔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예전에 본 영화 '신의 아그네스', 천주교 신자와 정약용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훈의 소설 '흑산'이 떠올랐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스크랩] [서평단 모집]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 서평 이벤트 2013-03-24 22:22
http://blog.yes24.com/document/716012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주)위즈덤하우스

 

 

    1. 이벤트 기간: 3월 21일~3월 27일 / 당첨자 발표 : 3월 28일
    2. 모집인원: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10일 이내에 'yes24'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푸슈킨에서 솔제니친까지
위대한 거장들이 초대하는 문학과 음식의 향연


석영중 교수는 대중적인 눈높이로 내용의 심도까지 담아낸 저서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와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통해 독자들이 러시아 고전과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문학과 신경과학을 접목한 저서 『뇌를 훔친 소설가』를 통해 문학 연구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왔다. 이번에는 문학작품 속에서 다루어지는 음식에 주목하여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를 집필했다.
먹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죽는 사람에게, 먹거리가 귀한 시대든 흔한 시대든 음식은 언제나 생명과 삶의 건강한 토대가 되어주는 제1조건이다. 다른 동물이 먹는 ‘먹이’가 아니라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생명을 유지시켜 생존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여 문화를 형성하고 삶을 누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역사 이래로 지금까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관심사로 미각은 물론 흥미를 끈질기게 자극해 왔다. 작가들도 그 같은 음식의 유혹 앞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은 푸슈킨부터 솔제니친까지 러시아 문학의 거장들이 음식을 어떤 코드와 상징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문학 세계를 풍성하게 일궈냈는지,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음식으로 연결되는 문학작품, 작가의 삶, 작가가 살았던 시대를 다각도로 조명하여 음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고 문학 속에 상징적으로 형상화되어 불멸의 기호로 독자를 사로잡아왔는지도 함께 목격할 수 있다.

러시아 문학을 넘나들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혀와 위장
음식, 러시아 대문호들을 매혹한 또 다른 언어


러시아 작가들이 음식을 또 다른 언어로 선택한 것은 음식과 그것을 먹는 행위의 놀랍고도 흥미로운 속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음식과 먹는 행위는 두 극단의 상징적인 의미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그 스펙트럼을 거의 무한대로 넓혀간다. 일단 음식은 물질인 동시에 물질을 초월하여 먹는 사람의 심리와 인격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감을 가능케 하는 언어이기도 하며, 특정 공동체의 가치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먹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먹기가 배설과 연결되면 누구도 예외 없이 인간 전체를 ‘먹고 싸는’ 순환의 생물학적인 고리로 족쇄처럼 옭아매지만, 살아 있다는 것이 위대한 일이듯이 먹는다는 것도 가장 위대한 행위로 거듭날 수 있다. 인간에게 부여된 오감으로 음식을 향유하는 것은 단순한 쾌락의 충족에 그치지 않고 신의 축복이자 살아 있는 동안에만 누릴 수 있는 생명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궁극에 이르면 불교의 발우 공양, 이슬람의 할랄,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 등 종교 의식으로 연장되어 가장 낮은 지상의 행위가 가장 높은 천상의 행위로 이어진다.
이처럼 음식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극적인 반전을 예비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에게 문학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가령 푸슈킨은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정책 이후 ‘남의 것’으로 들어온 프랑스 요리를 포용하여 유럽의 문학을 넘어서고 가장 러시아적인 문학을 창조했다(『예브게니 오네긴』). 이에 비해 톨스토이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러시아 상류층의 도덕적인 타락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이용했다(『안나 카레니나』). 곤차로프는 러시아 음식 백과사전을 방불케 하는 『오블로모프』를 통해 죽음에 이르는 요리를 선보이며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무력하다는 철학을 비관적으로 전달했으며, 고골은 ‘뱃속의 악마’를 어찌하지 못하는 자신을 『검찰관』의 식충이 흘레스타코프에게 투영하여 식욕과 죄의식 사이에서 스스로 죽어갔다.
체호프는 러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먹는 음식(사워크림 등)으로 끊임없이 범속한 일상을 가슴 시리게 환기한 반면(「국어 선생」,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음식(빵)을 생명의 양식이자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초월시켰다(『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불가코프는 불타지 않는 원고와 불타는 레스토랑을 대비시켜 소비에트 시대를 살았던 문학의 순교자들을 기렸고(『거장과 마르가리타』), 파스테르나크는 혁명이나 조국이나 역사 같은 거창한 대의가 아니라 평범한 가정식 백반과 마가목 열매로 닥터 지바고의 시혼을 지폈다(『닥터 지바고』). 무엇보다 솔제니친은 어떤 것도 인간을 완전한 짐승으로 전락시킬 수 없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이 승리하여 신으로 승화할 수 있는 고결한 정신을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의 위대한 식사를 통해 증명했다(『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맛있게, 기쁘게, 감사하게 나누어 먹는다면
세상 모든 음식이 삶을 아름다운 잔치로 만들어주는 미식이다!

이 책은 유럽을 향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표트르 대제 이후부터 러시아 혁명과 내전을 거쳐 소비에트 국가가 자리 잡고 신경제정책이 일부 도입되기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라 ‘남의 음식’ vs. ‘나의 음식’, ‘육체의 양식’ vs. ‘영혼의 양식’, ‘옛 음식’ vs. ‘새 음식’ 등으로 변화한 식문화와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의 문화적인 기호를 상징적인 코드로 형상화한 작가와 작품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본다. 그리고 우리 일상의 식생활과 음식으로 되돌아온다. 러시아 대문호들에게 음식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자기 작품 속에서 그토록 음식과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저자는 ‘미식’이라고 결론짓는다. 이때 미식은 꼭 맛있고 희귀하고 값비싼 음식을 탐닉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이든 맛없는 음식이든, 흔해빠진 음식이든 희귀한 음식이든, 건강식품이든 불량식품이든, 육식이든 채식이든 음식 자체와는 상관없이 그 음식을 먹는 태도가 ‘미식’을 결정한다. 미각을 충족하는 데 집착하거나 이념을 부여하지 않고 무엇이든 정성껏 요리하여 맛있게 먹고, 감사하게 먹고, 나누어 먹는다면 세상 모든 음식이 미식이다. 음식 본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미식만이 삶을 아름다운 잔치로 만들어줄 것이다.

지은이_ 석영중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뇌를 훔친 소설가』 『러시아 시의 리듬』 『러시아 현대 시학』 『러시아 정교』 『석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번역 교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뿌쉬낀 문학작품집』 『분신』 『가난한 사람들』 『우리들』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마야꼬프스끼 선집』 『친구와의 서신 교환선』 『마호가니』 『벌거벗은 해』 『광기의 에메랄드』 등 여러 권이 있다. 2000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메달을 받았으며 제40회 백상출판번역상을 수상했다. 또한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러시아에서 빵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춥고 겨울이 긴 러시아는 먹을거리가 풍족한 나라가 아니다. 거기에 툭하면 가뭄과 기근, 침략과 내전이 일어났다. 백성들은 때로 빵과 물만으로 수없이 많은 날들을 연명해야 했다. 빵은 그들에게 생명 그 자체였다. 빵은 거의 마술적인 힘을 가졌으며 찬미와 찬양의 대상이었다. (…) 러시아 음식 중에서 빵은 가장 풍요로운 함의를 갖는다. ‘남의 것’과 ‘나의 것’의 대립에서 빵이 러시아적인 것을 함축한다면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의 대립에서는 양자를 이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빵은 20세기 러시아 역사와 문학을 관통하면서 모든 항구한 것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I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검은 빵과 흰 빵_ 85~87pp

톨스토이의 경우는 음식의 이념이 훨씬 노골적이다. 19세기 작가 중에서, 아니 러시아 문학을 통틀어서 톨스토이만큼 음식에 이념적 색깔을 부여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에게 음식은 음식이 아니다. 음식은 이념의 물적 증거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톨스토이는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싫어하다 못해 증오했다. 그의 소설에서 모든 나쁜 인간들은 프랑스어를 지껄이고 프랑스식의 옷을 입고 프랑스 음식을 먹는다. (…) 톨스토이가 프랑스어 및 프랑스적인 모든 것을 증오한다는 것은 곧 러시아 상류층의 도덕적인 타락을 증오한다는 뜻이다. 이전 시대 러시아 문화에 각인되었던 ‘남의 것’과 ‘나의 것’의 대립이 톨스토이에게서는 ‘부도덕한 것’과 ‘도덕적인 것’의 대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서 프랑스 요리와 프랑스어, 그리고 프랑스 여자, 이 모든 요소가 골고루 등장하여 집중적으로 상류층의 부도덕을 암시하는 대목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안나 카레니나』의 레스토랑 장면이 될 것이다. ―I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프랑스어, 프랑스 음식, 프랑스 여자_ 132~134p

일 년 중 반이 넘는 기간을 금식의 날로 지켜야 했던 러시아인들은 나머지 기간에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위장을 혹사했고, 또 위장의 혹사가 끝나면 다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야 했다. 금식과 폭식이 번갈아가며 그들의 식생활을 지배했다. 이렇게 찢겨진 식생활은 러시아가 낳은 최대의 희극 작가이자 소설가인 고골에게서 무서울 정도로 리얼하게 재현된다. 고골은 문자 그대로 금식과 폭식 사이에서 찢겨 죽었다. (…) 고골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식욕을 “악마”라고 불렀다. “내 뱃속에는 모종의 악마가 살고 있습니다. 그놈이 모든 걸 망쳐놓습니다.” 진짜 그랬다. 그의 뱃속에 든 악마가 그의 삶도 망치고 그의 작품도 망쳤다. 그리고 그의 목숨도 앗아갔다. (…) 요컨대 러시아가 낳은 최대의 대식가이자 미식가이자 식도락가였던 작가는 문자 그대로 굶어 죽었다. 영혼의 양식을 위해 육체의 양식을 완전히 버린 결과였다. ―Ⅱ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내 뱃속의 악마”_ 147~153p

아무리 두 사람의 관계가 관례에 따른 통속적인 불륜이기로서니 하필이면 수박이란 말인가. 하고많은 과일 중에 왜 하필이면 수박인가. 두 남녀가 호텔에 들어 정사를 벌이려는 마당에 남자가 수박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발상이다. 남녀의 사랑을 위한 과일, 로맨스를 위한 소도구로서의 과일, 그러니까 일종의 ‘에로틱한’ 과일은 얼마든지 있다. (…) 그 지방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싼 과일이 수박이다. 중년의 중산층 남자가 평균적인 휴양지의 평균적인 호텔 방에서 흔하디흔한 과일을 잘라 먹는 상황에서 무슨 그렇게 대단한 사랑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 안나의 넋두리와 구로
프의 수박은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의 기호들이다. 진부하게 순진한 여자와 진부하게 통속적인 남자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진부한 연애를 한다. 드라마틱한 열정도 없고, 감정의 승화도 없고, 속 깊은 대화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육체적인 무슨 쾌락도 없는, 그야말로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그런 관계가 지속된다. ―Ⅱ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체호프의 수박_ 199~201p

소비에트 사회에서 공동체적 삶의 이상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혁명 이후 모스크바에서 ‘집’은 구체적인 거주지가 아닌 향수에 젖은 꿈이다. (…) 이것이 비단 혁명 후 모스크바만의 이야기일까. 현대인에게 집이란 이제는 사라진 것, 아름답고 아늑하고 자유로운 모든 것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 공동 식당에서 먹는 밥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물론 집밥이다. (…) 집밥이란 그러니까 가족이 함께 먹는 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가장 근원을 지지해 주는 일종의 ‘생명의 양식’과도 같은 개념이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노작가가 쓴 『아주 오래된 농담』은 가족과 함께 먹는 소박한 한 끼 식사의 가치를 찬양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껍질 안에 도사리고 있는 빈 공간을 들쑤셔낸다. 현금의 가정도, 영빈의 가정도, 영빈의 동생의 가정도, 영빈과 그의 어머니가 만든 가정도, 모든 가정이 껍질이다. 그런데도 ‘집밥’의 관념은 꿋꿋하게 남아 있다. ―Ⅲ 옛 음식과 새 음식/집밥_284~287p

‘불타지 않는 원고’는 ‘불타는 레스토랑’의 이미지와 극명하게 대립함으로써 그 의미가 한층 더 강화된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리보예도프의 집’ 레스토랑은 지옥의 복사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의 복사판답게 화염에 휩싸인 채 사라진다. 악마의 수행원들은 지상을 영원히 떠나기 전에 식료품 가게에 들러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마지막으로 이 레스토랑에 찾아온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작가의 집’에서 문학과 작가에 관한 대화가 ‘처음으로’ 오간다! 그것도 작가가 아닌 악당의 입을 통해서. 불가코프가 삼류 작가와 어설픈 문인들을 조롱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작가의 삶에서 우러나온 것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남긴다. 이것은 그냥 소설의 메시지가 아니라 세상에 대고 외치는 작가의 절규다. 그가 고독과 빈곤과 박해 속에서 살아가면서 붙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끈은 ‘원고는 불타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그는 소비에트 시대를 살았던 문학의 순교자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 ―Ⅲ 옛 음식과 새 음식/불타는 레스토랑_336~339p

소설 속의 모든 등장인물 중에서 오로지 개와 교수만이 미각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개는 개일 때도, 사람이 되고 나서도 엄청난 식욕을 보인다. 개 샤릭과 사람 샤리코프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식욕이다. 그리고 그 끈은 개와 교수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프레오브라젠스키 교수의 이름이 내포하는 ‘변모’는 교수가 개를 사람으로 변모시킨다는 의미뿐 아니라 교수 자신의 변모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즉 개를 사람으로 변모시킨 교수는 사람에서 개로 변모한다. 이쯤 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동물인지 아리송해진다. 불가코프는 1920년대 러시아 사회에서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대단히 신랄한 코드를 선택한 것이다. ―Ⅲ 옛 음식과 새 음식/개밥과 사람 밥_349~350p

■차례

저자의 말_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프롤로그_ 음식의 코드

I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
과식에서 미식으로
푸슈킨의 부엌
‘남의 문학’과 ‘나의 문학’
탈롱의 레스토랑
로스트비프, 트뤼플, 러시아 파이
패러디와 남의 음식
지루한 음식과 지루한 삶
소박한 음식, 소박한 문학
로알드 달의 ‘맛’
러시아 국수와 마카로니
검은 빵과 흰 빵
먹다가 죽은 남자
‘정결한 여신’ vs. 고기 파이
잃어버린 맛을 찾아서
에픽(epic), 혹은 에피큐리언(epicurean)
죽음에 이르는 요리
투르게네프와 ‘마이너스 식사’
프랑스어, 프랑스 음식, 프랑스 여자

Ⅱ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
영혼의 양식과 육체의 양식
“내 뱃속의 악마”
게걸쟁이와 공밥
맛없는 거짓말
먹기와 쓰기
‘옛 기질의 지주’
범속한 음식
체호프의 사워크림
체호프의 수박
체호프의 철갑상어
육식과 채식
완덕에 이르는 식사
특별 요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식성
입에서 나오는 것과 입으로 들어가는 것
생명의 양식

Ⅲ 옛 음식과 새 음식
굶주림
음식에 관해 쓰기, 혹은 음식으로써 쓰기
공동 식당
대체 음식
미래의 식사
집밥
닥터 지바고의 오리고기
폐허 속의 파티
시인을 위한 가정식 백반 I
시인을 위한 가정식 백반 Ⅱ
달콤한 마가목 나무 열매
오래된 ‘새 음식’
지옥의 만찬
불타는 레스토랑
신의 음식
개밥과 사람 밥
수술과 요리
이반 데니소비치의 진수성찬
위대한 식사

에필로그_ 미식 예찬

참고문헌
미주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0        
1 2 3 4 5 6 7 8 9 1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