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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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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는 한편의 순정만화 같은, 한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회상이다. 얼핏 주요섭의「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떠오른다. R은 러시아와 만주를 무대로 사상투쟁에 참여하였다가 7년 징역 살고 용정의 투옥중인 동지집을 방문한다. 모친과 동지 아내 계순이 사는 집에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서 거주하게 된다. R은 계순에게 이성의 감정과 애욕이 끓어 오른다. 생과부 계순에게 느끼는 연민과 갈등이 절정에 이르는 심리적 묘사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사실주의에 입각한 계급 문제를 주로 다룬 강경애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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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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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세례」는 어느 지식인 부부의 농촌 생활 적응기이다. 평생 손에 흙을 묻혀 본 일이 없는 명호와 혜정은 봄날 밭갈이를 묵혀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우유부단한 남편을 타박하는 혜정과 이를 계기로 밭갈이에 나서는 명호. 명호는 의지박약한 자신을 탓하면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현실 부정에 빠진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둘은 한나절 밭을 갈고 봄날 같은 행복을 맛보게 된다. 이상을 찾아 헤멘 현실 부적응자가 노동의 순수한 가치를 맛본 행복이었다. 늦깍이 초보 농부의 꿈과 감상에도 불구하고 본능적 명예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부는 고적과 침묵에 빠진다. 부조리를 비판하는 지식인의 사상과 의지의 부조화와 자기모순, 그리고 현실부정에서 오는 부적응과 무능력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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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9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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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전은 채소밭이다. 수방은 의붓엄마와 동생과 산다. 차별과 험한 집안일로 혹사 당하며 설움으로 늘 눈물겨운 삶을 산다. 강경애의 수필집에서 의붓아버지와 남동생에게 차별 받으며 자란 어린 시절을 읽었다. 이 짧은 소설은 바로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다. 바바와 마마는 놀고 먹으면서 좋은 옷 입는데, 채전 일꾼 맹서방과 일꾼들은 고된 노동으로 감자를 수확한다. 고된 노동으로 천대받는 어린 수방의 마음과 눈에 비췬 부조리와 탐욕스런 인간사가 잘 녹아 있다. 비극적 결말에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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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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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는 유다의 멸망을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했다. 스구디아인의 침략에서 벗어났고, 일차 바벨론의 공격에서도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그의 예언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됐고 수치의 대상이 됐다. 예레미야는 더이상 선지자로서 의지를 상실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아를 강제하시기보다는 오히려 자의적 결단을 촉구하셨다.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말씀에만 의지해서 돌아가 예언 사역을 감당해야 했다. 갈그미스 전투 이후 바벨론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도권을 가졌다. 유다의 운명이 걸린 2차 바벨론 침공을 앞두고 예레미야는 신앙적 시험과 검증을 통과해야 했다. 시대적 분별과 역사적 사명을 감당하는 신앙인에게 예레미야는 얼마나 좋은 모범이 되는지 보여준다. 야나이하라 다가오와 우치무라 간조 같은 인물이 이차대전 전후 일본에서 벌인 활동의 근원적 힘이 무엇인지, 그 열매와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내용이다.  | 개혁자들 <야나이하라 다다오> 저/<홍순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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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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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하라 다다오는 글을 단순하고 평이하며 쉽게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예레미야서의 배경과 구조,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예레미야서를 여러번 읽은 나로서도 전혀 새로운 내용과 배경을 알게 된 것이 여럿 있다. 특별히 고향 아나돗과 예레미야의 집안 배경과 요시야 왕의 신명기 종교개혁 사건과의 관계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가 개인적이고 공적으로 겪은 고통과 절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특별히 야나이하라 다다오가 예레미야에게서 개인적으로 큰 영감을 받은 것 같다.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전쟁 체제에서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예레미야 처럼 하나님의 메시지를 주장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의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레미야의 사역과 삶과 메시지가 어느 정도로 큰 힘과 도전을 주었을지 읽는 내내 이해할 수 있었다. | 개혁자들 야나이하라 다다오 저/홍순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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