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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들의 궁금한 이야기, 루나레나의 비밀편지 | 도서 2020-08-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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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루나레나의 비밀편지

안명옥,황미나 글
책과이음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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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가 있잖아. 인간은 신이 창조했지만, 한 명 한 명 다 보살필 수가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고..." (p.49)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지 않은 것은 없지만, 특히나 어려웠던 영역이 성교육의 영역이었다. 아들만 있어서 아이들의 성교육은 아빠한테 미뤄뒀었는데, 여자아이만 두고 있는 동생이 아이가 초경을 시작했다며 이모도 축하선물을 해주라는 협박아닌 협박에 축하선물과 함께 읽어보기로 한다.

 

어릴적 나의 경험을 더듬어 보면,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가슴이 단단해지고 아프기 시작했을 때도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런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곤조곤 알려주시는 것보다는 준비물을 챙겨주시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셨는지도 모르겠다. 엄청 당황스러운 경험이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친절한 도움없이 헤쳐나가야했던 어릴적 내가 안쓰럽다. 비단 나의 경험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친구들이 ? 언니가 있었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 비슷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여고시절 좋아하던 만화작가 황미나와 의학박사 안명옥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성교육을 전문지식과 함께 만화로 ?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에 놀란건 안비밀이다 ?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재미있는 교재로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엄마와 아빠가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나 또한 이미 다 알고 있는 지식이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를 읽다가 나의 무지함에 깜짝 놀라버렸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의 공주님들이 겪음직한 두려움에 대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듯 주고받는 e-메일은 아이들의 두려움을 가라앉히는 한편,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하는지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돕고 있다. 사실적은 그림이 처음에는 민망함으로 다가왔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왜곡된 그림이었다면 큰일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생리대 사용법과 뒤처리 방법에 대한 만화는, 특히나 무서워서 탐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 같은 어른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자칫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기 쉬운 성관계와 임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피임방법 등에 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미에 있는 Q & A 35선은 공주님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있음 직한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친구들도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는 동질감도 느끼게 해준다. 갈수록 빨라지는 아이들의 2차 성징과 경험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지식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만화가 결합된 성교육서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유용한 지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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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알 수 없다, 그 환자 | 기본 카테고리 2020-08-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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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환자

재스퍼 드윗 저/서은원 역
시월이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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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신이 가스라이팅*을 한 거라면..." (p.101)
* Gas-lighting, 정신적 학대의 한 유형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진실을 알 수 없다. 아니 소름이 돋는다는 표현이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정신과 의사의 정신착란이었는지, 아니면 인간을 가장한 괴물이었는지... 어쩌면 오늘 밤은 악몽에 시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그 환자의 가스라이팅이 시작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의 공포 게시판에 공개된 후 소설 추간에 이어 20세기 폭스사 영화화까지 확정된 작품이다. 저자 재스퍼 두윗은 필명으로 본명과 신원은 알려진 바 없다. 정신과 의사로 본인이 겪은 일을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지, 아니면 작가의 여담이 실제로 존재했던 정신과 병동의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 건지 베일에 쌓여진 작가 덕분에 긴장감은 한층 더 높아진다.


어릴 적 망상형 조현병으로 엄마를 잃은 파커. 그는 엄마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정신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잘나가는 엘리트 의사가 되어서도 좋은 병원이 아닌 의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그렇게 선택한 병원에서 파커는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입원 후 30년이 넘게 감금되다시피한 그 환자 조를 만나게 된다.


이상하리만치 꽁꽁 감춰진 조.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조는 병원의 거의 모든 치료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허락된 사람만이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를 치료하기 위해 만났던 거의 모든 의료진들이 미치거나 자살에 이른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는 철저히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


의욕에 넘치는 젊은 정신과 의사 파커는 베일에 싸인 조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마침내 원장 로즈로부터 그를 치료할 수 있는 허락을 얻는다. 파커는 조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인가... 긴장감 넘치는 치료가 시작되고, 조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파커는 조의 치료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병원의 욕심과 부모의 방치 욕구에 따라 너무나도 정상적인 조가 30년이 넘게 불합리하게 감금되어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베일에 싸인 그 환자 조는 마치 파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다. 마치 파커인 것처럼 그의 생각을 읽어내고 있다. 파커 또한 조를 먼저 만났던 의료진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닌지,,,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연옥으로 들어가는 길로 묘사한 것처럼 알 수 없는 지옥으로 딸려들어가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한편의 공포영화를 본듯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였다. 앞으로 제작될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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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을 뿐,,,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 도서 2020-08-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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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코붱(김연정) 저
SISO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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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낫습니다." (p.44)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길치인 내가 운전하면서 쉼 없이 듣는 말이다. 내비게이션님께서 알려주시는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라도 하면 예쁜 언니께서는 상냥한 듯 앙칼진 목소리로 말한다.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경로를 재탐색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밀려오는 긴장감에 조바심을 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어서 다른 길을 안내하거라~' 하는 심정으로 다음 안내를 기다린다. 길은 세상 어디로든 통하게 마련임에도 정해진 길이 아니라는 것에 왜 이렇게 조바심을 내곤 했는지 모르겠다.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일에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다. 나 또한 이제 막 성년이 된 아이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탐색할 시간을 주지도 안은 채 빨리 자리를 잡으라고 다그친다. 내가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데 이제 경우 자유의 맛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는 이야기만 전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힘든 곳이라는 숨 막히는 말과 함께 말이다.

퇴사 후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백수라는 타이틀을 갖지 않은 사람도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는 삶에서 잠시라도 떨어져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행복하자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열심히 산다는 이유만으로 소소한 행복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열심만을 외치며 나를 다독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달리기만 하다가 어느 한순간 주저앉아버려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린다.

스스로 선택한 백수의 삶을 공유하면서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언제였는지조차 알지 못하겠다. 철이 들었다고 여겨지는 그 순간부터 '나'로 살고 있기보다는 부모님의 자식으로, 회사의 직원으로 이제는 아내, 엄마라는 자리까지 더해서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월급루팡이 되지 않기 위해, 현모 양처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나의 행복은 저 멀리 뒤로 밀어둔 채 말이다. 지금껏 자랑스러운 자식이 아니어도 일 잘하는 직원이 아니어도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아니에도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완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준다. 지금껏 잊고 있던 내가 행복하고 스스로 단단해져야 내가 있는 곳곳이 행복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해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딱 하나다. 바로 다른 사람의 삶을 욕망하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다. 이것만 있다면 백수의 삶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사표를 던질 용기는 없지만, 가끔은 경로를 이탈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정해진 삶이 항상 옳은 삶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비록,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꿈꾸는 삶을 살아보고 싶게 해주는 글이었다.


#경로를이탈하셨습니다, #코뷩, #siso, #부엉이상담소, #책과콩나무, #서평단, #백수, #김연정, #백수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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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잘 지내고 있어?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8-2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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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저/심연희 역
다산책방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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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온기를 네게 줄게. 내 사랑을 네게 줄께." (p.161)

어느날 내게 말하는 고양이가 생긴다면, 심지어 그 고양이가 무심한 듯 나를 위로하고 있다면... 힘들고 치쳤을때 나를 무조건 위로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생명체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항상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는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라에게 나타난 말한는 고양이 시빌. 마흔을 앞두고 런던의 치열한 삶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사라는 가슴이 뛰지 않는 일에 점점 더 흥미를 잃어 가고 있는데다가 급기야 10년이 넘게 함께 살았던 남자친구는 소원해지는 것을 넘어 그녀를 속이기까지 한다. 불행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듯 아빠의 서점은 폐점직전이고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 남아있는 집을 팔아야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다.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그녀앞에 금빛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 창문을 두드리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사라에게 자신이 기꺼이 그녀를 입양해 주겠다고 전하며 우을해하고 있는 사라에게 온기를 나눠준다. 말하는 고양이의 존재에 혼란스러워 하는 사라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천천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치유법을 전한다.
"나 좀 들여보내줄래?" (p.11)

사라는 말하는 고양이 시빌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느끼고, 하루쯤은 몸을 위해 기꺼이 음식을 멀리하기도 하고, 과일이 주는 행복한 맛에 심취해 보기도 한다. 항상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기쁘게 에너지를 쏟아 넣을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선다. 시빌은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대신 친구도 미각도 여유도 잃어버린 채, 치열한 삶에 파묻혀 불행 속에 잠식되어가는 사라의 일상을 뒤돌아 보게 한다.
"인간의 삶은 복잡하지.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야겠지." (p.53)

소설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심리치유 에세이를 읽은 듯하다. 시빌의 온기와 꾹꾹이로 사라는 다시 세상과 맞설 용기를 얻게되고, 설레이는 일과 사랑을 찾아 나선다. 우리집에도 시빌 못지 않게 따뜻한 강쥐가 함께 살고 있다. 가끔 여기저기 실례를 하고, 아무거나 물어뜯어서 나를 화나게 하지만 퇴근하는 나를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고, 행여나 우울하게 쳐져 있으면 어느틈엔가 나의 다리에 올라 앉아 물끄러미 바라봐 주고 있다. 내 등을 내어줄테니 쓰담쓰담하면서 걱정을 잊으라는 듯 말이다. 사라의 금빛 고양이 시빌의 말처럼 어쩌면 내가 우리집 강쥐에게 입양된 건지도 모르겠다.

책읽는 시간이 몽글몽글한 커다란 고양이에게 폭 안겼던것 같은 편안한 선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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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구미호 식당 | 도서 2020-08-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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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미호 식당

박현숙 저
특별한서재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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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붙잡아 매어 내 옆에 두려고 하는 사랑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존재에게 자유를 주었을 때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p209)

제목, 청소년 소설을 보강한 글이라는 소개 글 그리고 초승달 끝에 걸린 여우를 보여주고 있는 표지를 보고 여우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쯤으로 여기고 가볍게 읽기 시작한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애달픈 사연을 짐작하지도 못한 채 가볍게 읽기 시작한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묵직한 글이다.

이승과 저승 중간계의 여우 서호로부터 따뜻한 피 한 모금의 대가로 생과 사의 경계,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상태로 이승에서의 49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제안받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세상을 등지는 사람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데 하물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져야 하는 사람에게 남은 미련이야 말해 무엇할까 싶다. 물론, 세상을 빨리 떠나고 싶은 도영과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죽음을 맞은 사춘기 소년 왕도영과 호텔 셰프 이민석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만난 구미호 서호의 제안으로 49일의 시간을 얻게 된다. 사랑과 집착의 그 어디쯤에 있던 사람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은 이민석은 서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지만, 가족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도영은 49일의 시간이 마뜩지 않다. 그저 빨리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뿐이었다. 선물처럼 주어진 49일의 시간을 살아보기 전까지 말이다.

도영과 민석은 이승에서 주어진 49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구미호 식당'을 열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잊기 전 꼭 한번 더 만나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며 따뜻한 음식으로 정에 굶주리고, 세상의 풍파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로한다. 어느새 그곳의 핫플이 된 구미호 식당. 아직은 세상에 미련이 남은 도영과 민석은 미련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런지...

산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기도 하고 영혼의 안식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음식 '크림 말랑'이 곳곳에 등장해서 얽힌 실타래를 풀듯이 서로가 이어진 사람의 마음을 풀어준다.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고, 아픔을 달래기도 한다. 오해로 가득 찬 미련을 남기고 세상을 등질뻔한 순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본 모습은 뒤틀린 마음으로 인한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형이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그때 보고야 말았다. 형 눈에 그렁그렁 차오르는 눈물을. 십오 년 동안 형제로 살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서로 통하는 줄 하나를 엮고 살았을 수도 있다. 서로 미워하면서도 말이다. 나는 형 눈을 보고 그걸 알았다." (p.220)

동양에서는 사후 49일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한다. 인간이 사는 동안 저지른 죄에 대한 심판을 받기도 하고, 영혼이 되어 삶을 정리하기도 하는 등 49일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되기도 하고, 사망 후 49일째 되는 날 사십구제를 지내고 영혼과 이별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아마도 산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에게 이별을 위한 시간을 주고 싶은 무의식이 만들어 놓은 의식이 아닐까 싶다. 우연처럼, 지인의 장례식에 가는 길에 읽게 된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결코 가볍지 않은 관계에 대한 무게가 묵직한 상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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