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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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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모순과 편향을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쌓는 공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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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은 아주 잘 짜여진 기계 같단다."

  <지구 끝의 온실>은 '식물'이 주요 소재가 되는 SF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라는 책을 보면, 인류의 농업 혁명시기 '밀'이 증식되는 현상을 보고 '사람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사람을 길들였다'는 표현이 있다. 인간과 동물 뿐 아니라, 밀과 같은 식물도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고 확산하려는 전략과 계획을 가질 수 있는 발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으면서, 인간에게 휴식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식물. 식물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이동하지 않더라도 지구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마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혼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의 주요 소재는 세발잔털갈고리덩굴, '모스바나' 라는 식물이다. 근미래 21세기의 인류는 '더스트 폴' 이라는 재앙을 맞아 돔에서 생존하는 시대를 지나왔다는 설정이 나온다. 더스트를 피하기 위한 미래 인류는 거대 돔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더스트 시대 이후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다양한 생물종이 등장하게 된다. 이후 더스트 적응종들이 생태계의 풍경을 바꾸게 되는데, 더스트 생태학자 아영에게 어느 날 모스바나라는 미지의 식물이 나타나게 되고, 아영은 그 식물의 기원을 추적한다.

  모스바나는 더스트와 흡사한 특성을 가진 확산력이 강한 식물로 나온다. 모스바나는 더스트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지만, 모스바나의 확산은 다른 생태계의 존재를 막는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아영은 더스트가 자연 발생적으로 태어난게 아니라, 누군가의 인위적인 계획에 의해 만들어졌고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모스바나의 기원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더스트'를 막아주지만 마을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스바나, 그리고 더스트에 안전하면서도 또한 그것 때문에 존재 자체가 위험한 '프림 빌리지'. 그리고 프림 빌리지 내에 모스바나 식물과 방어용 로봇과 드론을 연구하는 온실. 이들의 존재는 모두가 양면의 딜레마를 안고 있다. 모스바나는 기회이자 위협이고, 프림 빌리지는 안전하지만 불안하고, 온실은 식물과 로봇을 동시에 연구한다. 모순적인 존재가 만들어낸 모순적인 상황. 김초엽 작가가 말한 '온실'의 존재 자체가 말하는,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이 결합된 모순은 프림 빌리지를 영원히 지속시키지 못한다.

  모스바나는 성장 중에 푸른 빛을 내뿜는 특성을 가진다. 모스바나는 숲을 지키는 것과 파괴하는 것을 동시에 이루는 모순적인 존재이면서, 인간들에게도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하는 존재다. <지구 끝의 온실>의 배경이 되는 21세기의 미래는, 자연 재해와 기술의 폐해가 더욱 인간을 모순적인 상황으로 이끈다.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이 가상의 미래에도 인류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기대한다. 솔루션만 있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솔루션은 계속된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고, 거듭되는 솔루션을 이어간다. 솔루션이라는 우산 안에서 인류가 그렇게 명맥을 이어가는 동안, 지수와 레이첼은 자신들만의 온실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프림 빌리지에서 거래를 통해 서로의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가면서 살아간다. 서로가 필요한 '기능'으로.

  기능으로서의 관계란 서로간의 거래가 기반이 되지만, 기능을 넘어 애착의 감정이 들어가면 미묘한 애정과 갈등의 모순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스바나와 프림 빌리지, 온실이 만들어낸 딜레마는 레이첼과 지수의 관계에서도 모순을 만들어낸다. 거래와 애착 사이의 감정. 그리고 기능의 관계를 넘어 이들은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은 감정을 내비친다.

  모스바나도, 프림빌리지도, 온실도, 이들의 관계도 딜레마를 딛어야 하고, 모순을 견뎌야 하는 상황은 계속된다. 대립하는 가치 속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순의 끝은 어떤 식으로든 종말이 되고, 종국에는 진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남는다. 그것이 서로에게 공통된 감정만은 아닐 수 있다. 어떤 이에게는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마음을 움직였던 감정이 될 수도 있다. 이 또한 영원히 겹칠 수는 없는 것이 딜레마의 끝이기도 하다.

  모순성으로 가득할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대안을 제시한다. 문제의 끝을 따라가보면 인간의 '편향'이 있으며, 그 편향은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되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도 깊이있는 시선으로 좋은 SF작품을 쓰실 것 같은)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개입해 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그것을 재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모순과 편향을 마주하지만, 그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

  식물이 식물로 존재하는 식물인지 편향을 극복하고,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스바나와 인간 모두 존재하는 이유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이 세계는 모순과 딜레마가 아니라, 공진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세계였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대상을 얼마나 모순이 아닌 공진화의 관점에서 보았던가.

  함께 공존하는 마음이 없이는, 문제와 솔루션은 끝이 나지 않고, 이야기가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도 우리는 수많은 문제와 솔루션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의 점으로 살고 있다. 인간이 문제와 솔루션을 만들고 해체하고 다시 만드는 동안, 우리는 다른 것을 돌아보는 마음을 얼마만큼 유지하고 있었을까.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지구 안에서는 인간이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모두가 함께 존재하지만, 잘못되고 모순된 것들을, 우리의 마음으로 채울 수 있다면. 그리고 함께 어울려 진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오래오래 기억될 이야기들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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