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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둔중한 울림, 묵직한 메시지 | Basic 2015-02-1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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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년이 온다

한강 저
창비 | 2014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응시하는 것에는 힘이 있음을 일깨워줬다. 묵묵히, 끝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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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건 다음 날 아침 헌혈하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서 있던 병원들의 입구, 피 묻은 흰 가운에 들것을 들고 폐허 같은 거리를 빠르게 걷던 의사와 간호사들, 내가 탄 트럭 위로 김에 싼 주먹밥과 물과 딸기를 올려주던 여자들, 함께 목청껏 부르던 애국가와 아리랑뿐입니다.

(p.115 중에서) 

 

묵묵히, 끝까지 기억하기 위하여-

 

대학에서 국문학을 배웠을 때 현대 소설 과목에서 한 강의는 ‘518 소설이란 것이었다. 쟝르광주 후일담 소설이라고 명명되면서 주로 대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와 광주항쟁의 트라우마를 되돌아보는 내용이었다. 5. 18은 내게 한 학기 과목의 리포트 제출이란 기억만을 남긴 채 서서히 사라져갔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니 죄스럽다. 임철우의 작품이었던가, 분명 광주 5월의 잔혹한 사건을 세세하게 그렸던 소설의 단락을 읽었었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생각이 더 나아가지 못했을까. 훗날 MBC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란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번 광주의 학살을 복기했지만, 이십대 중반이었던 나는 쉽게 또 잊어버렸다. 장선우의 영화 꽃잎을 마지막으로 그렇게 예술작품에서의 광주는 막을 내렸다.

 

몇 년 전 강풀 원작의 <26>을 보고 지금 비로소 이 작품을 읽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광주 5월의 도청과, 시신들을 안치하던 상무관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하며 시작했다. 소설가는 여러 광주의 시민들과 자료집, 다큐멘터리를 조사하여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19805월 광주에는 계엄령 해제를 외치는 시민들의 물결이 일었다. 그러다 계엄군이 들이닥쳤고, 열다섯 동호는 친구와 함께 시위 대열에 있다가 친구가 총격에 쓰러지는 걸 눈앞에서 목격한다. 건물에 잠복해 있던 저격수의 일격을 맞은 것이다. 동호에겐 선택권이 계속 있었다. 행방불명된 친구를 찾아 나서지 않았을 선택, 형들과 대학생 누나들을 따라 도청에 가지 않았을 선택, 마지막으로 학살의 전날밤 도청에서 나왔을 선택. 그렇지만 동호는, 그 소년은 모두 다른 선택을 했고 결국 차디찬 주검으로 가족들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동호와 관련되었던 은숙, 선주, 성희, 진수,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동호를 간접적으로 알았던 주인공 화자까지 <소년이 온다>는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1980년 도청의 마지막 사수대는, 광주의 시민들은 현재의 나와도 무관한 존재들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존엄에 대한 믿음으로 무자비한 공권력에 저항한 그들의 죽음. 그들이 대항하지 않았다면 내가 해야했을 그런 일이었다.

학살 이후에도 수십년간 자행된 고문과 수배자 감시의 일들까지 소설을 통해 내 마음으로, 머리로 각인하게 되었다.

 

20091월의 용산 참사를 지켜보며 주인공이 내뱉은 말 저건 광주잖아에서 서늘하고 둔중한 감정을 느꼈다. 이제는 책을 덮고 <두 개의 문> 다큐멘터리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원되어 마땅한 기억들을 증언해주신 분들과, 한강 작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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