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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편석환 저
시루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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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 클럽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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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이 책의 작가는 어느날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과 주변에 알리고 묵언 43일에 들어간다.

 

언틋 무모한 듯도 보이는 묵언을 수행한 이는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가르치고 있는 편석환 교수라는 사람.

 

우리는 공기를 호흡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듯이, 말을 하며 사는 것에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다. 사실 저자도 그러했고 그의 직업이 광고라는 말이 중요한 일을 가르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했을 거다. 어느날 병원에서 성대종양이란 진단을 받은 후 되도록 말을 아끼라는 처방을 받은 편석환씨는 그렇게 타의 반으로 묵언(黙言)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도 어색하고 주변에서도 불편해했지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 10여일이 지나자 작가 자신부터 적응해갔다.

책은 묵언 1, 묵언 2일 이러한 식으로 챕터가 이루어지며 마치 독자인 내가 작가의 지인이 된 듯 지켜보는 재미(?)가 느껴진다.

 

그동안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산 건 아닐까?

진짜 말을 하기 위해서라도

말을 그만해야겠다.’

 

남들은 하지 않는 유별난 수행을 하고 있는 만큼 작가는 진지하고, 묵언을 통해 날마다 느끼는 것들을 과장하지 않지만 날카로운 정신 속에 펼쳐놓는다.

그러나 진지한 글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 인해 작가가 겪는 실제적인 일들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속 묵언 삼일째 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났는데 휴지가 없어 난감해 하는 일,

음식을 하다 뜨거운 것에 데였는데 저도 모르게 아 뜨거워할뻔 했던 일

같은 것.

 

그렇게 원초적인(!) 그리고 소소한 일들을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펼쳐놓는 글들에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말을 하지 않다보니 저절로 슬로우 라이프를 보내게 되는 편석환 작가.

짤막 짤막하지만 때로 촌철살인이고, 때로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혼탁한 현대인을 꿰뚫어보는 글편들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변화는 발전이고 진보이며, 정체는 퇴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오늘 같지 않는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여전하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여전하게 살아도 좋다.’ (p. 38)

 

편석환 교수가 가르치는 커뮤니케이션은 소통과 관계의 학문이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관계의 출발은 자기 자신이라고. 자기와의 대화에 소홀한 채 타인과의 대화에만 몰입하면 말로 인한 관계의 어그러짐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다보면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레 생각이 정리되며 행동하는 힘이 생긴다.’ (p.46)

 

말을 신중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말을 해야 할 때와 안 해야 할 때의 타이밍도 중요함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세상에 말은 넘쳐나는데 정작 말해야 할 때 말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상의 부조리함을 보면서도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무시하거나 피하기 바쁘다.’ (p.56)

 

묵언을 하신지 보름을 훨씬 넘기면서 가족과 소통하는 데 말이 굳이 필요없음을 작가는 알게 되었다. 몸짓과 표정이면 충분하다는 것도.

심지어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가도 적어가거나 바디 랭귀지로 했는데 불이익은커녕 친절한 응대를 받았다는 대목들은 훈훈하게까지 느껴졌다.

 

말이란 건 이쪽과 저쪽이 의사소통을 하는 하나의 도구이고 가장 편리한 건 분명하지만

사람의 관계는 표정과 몸짓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묵언은 대화 이전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말에 둘러싸이면 묵은 생각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p.151)

 

그래서일까. 저자의 묵언 수행은 마치 자신의 마음을,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는 어떤 행위로 느껴졌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한 묵언은 개강을 하며 자연스레 종료되었는데, 43일이란 시간은 어떻게보면 길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도 뭐 그렇게 획기적으로 확 변한 것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느낀 깨달음들은 나에게 잔잔한 반향을 남겨 주었다.

어디 산으로 가거나 특별히 칩거한 것도 아닌, 일상을 영위하면서 묵묵하게 목표를 이룬 작가의 뚝심도 굉장하고, 가족과 지인들도 대단해 보였다.^^

 

 

대화는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일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싶으면

내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나부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면

상대방도 그 마음에 화답할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묵언 39)

 

짧지만 임팩트있는 글들, 즉 아포리즘으로 이루어진 책들을 종종 읽는다.

이어령의 <길을 묻다>,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같은 책들이 그러했는데

이 책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도 그러한 감동을 전달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생각을 정돈시키며 정신을 맑게 하는 글이었다.

캘리그라피와 일러스트들이 중간 중간에 들어가 있어서 눈도 평안해지는 독서였다.

정제된 문장들은 소위 파워 논객이라는 SNS의 글들을 읽는 것 못지 않은

깊이와 따뜻함을 담고 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 책이었다.

 

말과 생각이 끊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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