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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배우연구소에서 펴낸 <NEXT 액터 박정민>.

책에서 제일 아끼는 글인데 그대로 옮겨본다.

좋은 것은 나누라고 배웠습니다ㅎㅎ
46~47page
*
바야흐로 6년 전. 한 청년은 여느 때와 같이 한 여자와 이별을 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고야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고야의 태양은 선동열이고 바람의 아들은 이종범이니, 그곳의 자연이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포근한 느낌? 도시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자연이 부르는 대로 이끌려 가던 청년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젠장, 비는 한국인이 아니었는지 갑자기 자연의 배신 또한 시작되는 와중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던 청년은 돈을 끌어 모아 료칸 하나를 잡는 데 이른다.

기모노를 입은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 이불을 깔아주었고, 마치 무릎으로 걷는 듯 뒷걸음질해 방을 나갔다. 멍하니 있던 청년은 그래도 나고야에 왔으니 나고야성이라도 보고와야겠다는 일념으로 우산 하나를 사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종범은 바람의 아들일 뿐, 바람은 아니었구나. 비와 바람의 특급 콜라보레이션으로 우산은 산산조각 났고 배낭은 다 젖었고 청년은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는' 김응용 감독의 마음으로 나고야성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집 밖에 나와 꽃에 물을 주는 이상한 할아버지를 지나쳐 청년은 료칸으로 돌아왔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이라곤 대한항공 기내식뿐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남겨야 했다. 추억을 쌓고 싶었다.

지나간 연인을 생각하며 눈물이라도 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틀었다. 비트가 흘렀다. 두둠칫 두둠칫.
비트에 몸을 맡기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열 여섯마디의 랩 가사가 나오고야 말았다.

제목은 물망초. 나를 잊지 말라는 꽃말의 그 물망초. 눈물이 섞여 번진 잉크와 예쁜 물망초. 그렇게 물망초와 함께 신인 괴물 래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켜켜이 묻은 감정을 폐부에서 뱉어내는' 역동적인 래핑과 '꽃밭에 물을 주는 노신사'로 대변되는 메타포와 정박으로 끊어버리는 신랄한 라임과 플로우.
머리가 하얗게 샌 청년은 생각했다. 내년 <쇼 미 더 머니> 우승은 어차피 나라고.

그로부터 5년 뒤, 그 래퍼는 변산이라는 영화를 찍는다.

그리고 그렇게 꿈을 접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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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액터 박정민

<백은하>,<박정민> 공저
백은하배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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