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가끔은 쉬어 가도 돼。
http://blog.yes24.com/bohemian75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Aslan
하루하루 이겨나가기 버거운 세상 니가 슬퍼질 때 무너질 때. 내가 너의 쉴 곳이 될게.ㄴ내가 곁에 있을게.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7·10·11·12·13·14·15·16·17기

1·2·3·4·5기 영화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14,788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함
전체보기
샤론의 꽃 영화 이야기
본질 카테고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my saviour God to THEE
에브리 프레이즈
예블 Don't try so hard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
We welcome you here Lord
내가 나 된 것은
walk On water
나의 리뷰
Basic
영화가 왔네
나의 메모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태그
99.9 형사전문변호사 1세기 42 로빈슨 채드윅 봉테일 햇볕아 반가워 단순한
2014 / 0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영화 파워문화블로거
최근 댓글
시즌 1,2를 정말 재미..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아무런 사전 정보나 .. 
저도 이 소식을 접하.. 
우와. 진짜 제대로 벽.. 
새로운 글
오늘 204 | 전체 908143
2010-06-10 개설

2014-01 의 전체보기
대중 영화의 교과서적인 영화 [ 수상한 그녀] 황동혁 감독 | 영화가 왔네 2014-01-28 23:21
http://blog.yes24.com/document/757146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영화]수상한 그녀(디지털)

황동혁
한국 | 2014년 01월

영화     구매하기

 

기대했고, 보았고, 감탄했다. 역시 심은경 양의 연기는 만족스러웠고 실망시키지 않았다. 

 

주인공이 갑자기 젊어지고 어려지는 '마법' 설정이 처음엔 어색할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헐리웃에 이미 이런 소재가 많았다. 그리고 흥행하고 즐거움을 준 작품도 있었으니 <빅>이나 좀 다른 설정이지만 <왓 위민 원트>같은 영화도 그러하다.

 

그래서 대중적인 영화의 화법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고,  가슴 찡하기도 한 무난한 영화, <수상한 그녀>이다.

 

-no 스포일러-

 

70대의 할머니이자 어머니인 오말순(나문희) 여사는 노원 실버 문화센터에서 알바를 하며 평범한 노년 생활을 보내는 중. 며느리와 소소한 트러블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며느리가 스트레스성 기절을 하면서 사이가 더욱 안 좋아졌다. 아들(성동일)은 그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어느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 '반지하'(실명)를 홍대 앞에서 만나러 가다 영정사진을 찍으러 '청춘 사진관'에 들어갔다 촬영하고 나왔는데, 자신의 몸이 바뀌어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란다. 스무살의 꽃다운, 팔팔한 젊음으로 돌아가 있던 것!

 

집에는 '나 없이 살아 보거라'란 쪽지만 남긴채, 잃어버린 젊은 시절을 되찾아 밴드에 들어가 가수 오디션도 보고, 훈남 방송국 PD와도 러브 라인을 만들며, 신나게 살아가게 되는데-.

 

 

젊었을 때 '몸매, 노래, 얼굴' 삼박자를 갖춰서 가수 스카웃 제의도 받았고, 오드리 헵번을 좋아라 했던 오 여사. 젊어진 그녀, 이름을 '오 두리'로 바꾸고 손자가 리더로 있는 인디 밴드에 합세해 가수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예전에 김병욱의 시트콤에서 재밌었던 코드 중에 노년의 배우들의 완숙하면서도 깨알같은 연기, 노인 분들과 가족, 주변과 빚는 갈등에서 빚어지는 독톡한 웃음 코드가 떠오른다.

연기 되는 심은경, 최고의 연기자 나문희가 빚어내는 연기가, 할머니가 아가씨가 되었을 때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했다.

 

신체적으로 변화된 것에서 오는 소소한 웃음과, 제스쳐, 표정, 말투에서 20대와 70대의 간극에서 빚어지는 특유한 웃음 코드는, 영화 전체가 마치 개그콘서트의 잘 만들어진 한 코너를 확장한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얄팍한 웃음에 기댔다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 속에서,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달려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진욱은 <미녀는 괴로워>의 주진모가 살짝 연상되긴 하지만, 달달한 연기를 잘 하고, 아이돌이라는 손자의 연기도 우려와 달리 괜찮았다.^^

 

박인환씨가 안 나왔다면 <수상한 그녀>의 재미와 감동이 분명 덜 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좋아한 중년 연기자신데 다시 건재하게 나와서 넘 반갑다~!

 

그리고 심은경. 단언컨대 심은경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 아니었을까. 가장 좋은 건 그녀의 연기에는 쓸 데 없는 '힘'이 전혀 안 들어 있다는 것이다. 역시 그녀를 알아본 장진, 강형철 감독들의 안목은 정확하였다.

 

 

얼마전 다시 본 <써니>에서 나미(심은경 역)의 이 대사에서 빵 터졌었다. "너희 엄마랑 내가 고향이 같다고 해서 나를 싫어하는 건 부조리한 일이야."

ㅎㅎ

 

<광해> 이후 유학 갔다고 들어서, 당분간 스크린에서 볼 수 없나 섭섭했는데 그녀의 모습을, 그 진심 넘치는 연기를 보아서 팬이 되었다.

스펙트럼 넓고, 연기력 있으면서, 겸손하기까지 한 20대 여배우를 우리는 한 명 가지게 되었다.

한국 영화계, 배우계의 축복이다.

 

-Pilgrim 은령써니

yes24블로그

 

 

http://blog.yes24.com/bohemian75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1)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내게는 실망스러웠던 [ 겨울 왕국] | 영화가 왔네 2014-01-28 17:36
http://blog.yes24.com/document/757117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영화]겨울왕국(3D디지털-우리말녹음)

크리스 벅
미국 | 2014년 01월

영화     구매하기

 

몇 주 전에 <겨울 왕국> (Frozen) 을 보았다.

오랫만에 3D로 봤는데 환상적인 겨울 풍경,

특히 눈의 결정체가 눈 앞으로 날아올 때 입체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영화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원작으로 하여, 거의 충실하게 애니메이션화 한 것 같다.  가족간의 사랑, 특히 자매간의 갈등과 화합, 희생정신을 보여 준 부분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러브 라인이나, 전형적인 북유럽의 동화, 이야기를 별다른 재해석 없이 내러티브화 한 점은 그저 그랬다.

 

 

다소 시니컬한 뉘앙스로 글을 쓰는 이유는, 북미에서 굉장한 호평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함양할 수 있을까? 분명 볼만한 작품이었고, 삼삼오오 아이들과 보기에 나쁘지 않은,  주류적인 이야기지만,  역시나 월트 디즈니 스러운 면면들만 보고 나온 기분이다.

 

서른중후반이 넘어서 그림동화, 안데르센 동화를 그 너머의 이면의 잔혹한 동화로 재구성한 작품을 많이 봐서 인지, 그냥 교훈적인 느낌과, 지극히 서구적인(western) 면들이, 이렇게 극찬하고 호들갑을 떠는 게 약간 심드렁한 것 같다.^^

 

고수와 선수들이 뭉쳐 만든, 기술력 퀄리티 만큼은 최상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7)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간단한 문제가 아닌 이야기 [ 에피 브리스트 ] 테어도어 폰타네 작품 | Basic 2014-01-25 16:39
http://blog.yes24.com/document/756746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에피 브리스트

테오도어 폰타네 저/한미희 역
문학동네 | 201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800년대 후반 독일 귀족 사회와, 그 속의 남녀를 통해 느끼게 되는 것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간단한 문제가 아닌 이야기 <에피 브리스트>

 


1895년 작 <에피 브리스트>는 당시의 프로이센을 배경으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어느 부부의 결혼과 파경을 그린 작품이다. 독일 북부와 동부의 프로이센 시절을 담은 테오도어 폰타네의 소설은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고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서를 공식대로 밟으며 완급조절이 뛰어나서 읽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120년전의 작품이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담론이 요즘 세태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작가가 원숙한 시기에 이른 77세에 집필한 <에피 브리스트>는 사실적이고 마음을 건드리는 소설이었다.

 

여러번 영화화되기도 한 <에피 브리스트>를 읽어나가며 요즘 말로 웰메이드 ‘독일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스피디하고 드라마틱힌 이야기에 익숙한 필자다 보니 처음에는 뭐가 이렇게 느리지 하면서 읽기도 했다. 그러다 점차 자꾸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열일곱의 에피 브리스트와 서른 여덟의 인슈테텐 남작이 무난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한 이후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음장을 계속 넘기고 있었다.

 

호엔크레멘에서 나고 자란 발랄하고 감성 풍부한 ‘소녀’ 에피는 케신의 군수인 노총각 인슈테텐의 갑작스런 청혼을 받고 곧장 결혼에 이른다. 흔히 말하는 1등 신랑감인 인슈테텐과의 결합은 19세기 후반의 중매결혼 시절에 별로 이상할 것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러움을 살만한 혼사이긴 했다. 모태 솔로였던 에피 브리스트가 미남이고, 부유하며, 권력까지 가진 삼십대 남자와 결혼하면서 처음엔 새파란 젊은 여성다운 허영과 허세도 보이고, 작가 또한 가감없이 이를 드러낸다. 하지만 에피 브리스트는 결혼 후 인슈테텐 남작 부인으로서 더디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차차 안정된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가족과 지인은 축복했고, 그녀 자신부터 뿌듯하고 새로웠겠지만, 독자인 내게도 그 급격하고 편차가 큰 발전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

소설에서 신혼 때 인슈테텐 남작이 부인 에피의 교양을 채워주려 하는 대목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천진난만함이 사랑스러움의 한 요소라고 진심으로 여기는 듯도 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에피는 지극히 보편적인 교육을 받은 순박하고 예쁜 아가씨였어서 점점 인슈테텐의 계급 의식에서 비롯된 습관이란 걸 알았다. 어쨌든 학식의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었고 에피 또한 흔쾌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결혼 초기부터 내내 남편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했으므로, 부부 간에 문제될 것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고귀하고 유서깊은 신분의 인슈테텐 남작의 부인으로서 사교계에 발을 디딘 에피에게 에티켓으로서의 깍듯함으로 ‘숭배’를 보내는 남자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결혼하고 아기도 낳은 유부녀이지만 그녀의 외모적인 매력은 더해 갔고, 사랑스러운 성품도 여전했기에 궁정 귀족과 친교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1870~80년대 프로이센은 인접 국가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통일을 이룬 후 급속하게 산업과 문화가 발전하고 있었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도 전보다 상대적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혼이란 부분에서 관습적 제약이 있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여성의 자유가 신장해가는 징후들을 조연과 여러 여자 캐릭터들을 통해 폰타네는 세심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단지 그러한 여성의 행복은 어디까지나 선을 넘지 않은, 결국은 인습적인 사회 통념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에피 브리스트>를 통해 뼈저리게 절감하게 되었다.

 

#

사실주의 소설답게 중반부까지 에피-인슈테텐 커플의 결혼생활의 세세한 면들을 촘촘히 그려나가다 중반부를 본격적으로 넘어서자, 작가는 독자를 기겁하게 할 사건을 마침내 드러낸다. 에피가 남편의 넘치는 애정과 배려를 받으며 상류 계급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었으나 물론 남편의 성격에 대해 불만도 품고 있었다. 그건 딱히 과거에만 있는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고, 현대에도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겪기에 충분한 트러블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나이에 남작부인이 되어 낯선 도시에 살면서 정서가 불안정한 에피의 ‘빈 틈’이, 인슈테텐의 동료였던 크람파스 소령의 매의 눈에 발각되면서 에피의 평탄한 생활에 파문이 일게 된다. 고위 관리의 집으로 단체로 나들이를 갔다 귀가하던 길, 썰매 문제로 공교롭게 한 마차에 앉아 몇십분을 크람파스 소령과 동행하게 된 에피는 애틋하게 그녀를 부르는 그의 격렬한 키스를 받고야 만 것이다.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소설이 이렇다하게 서술하지 않으며, 돌연 문장들이 인슈테텐의 시점으로 이동해 에피의 뭔가 모르게 불안한 일상만을 덤덤하게 묘사할 뿐이었다. 몇 챕터가 흘러가서 전혀 뜻밖의 계기로 전모를 드러낸 에피와 크람파스의 외도 사실은, 그래서 예상 못한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파국으로 치다른 결말을 다 읽고, 하나씩 되짚어 보니 미심쩍은 모든 게 아귀가 들어맞으면서 에피의 비밀과 애처로왔던 모습이 이해가 될 수 있었다….

 

하필 인슈테텐의 결함있는 성격을 예리하게 비판하며 호감을 자아낸 마성의 남자 크람파스에게 에피는 대책없이 흔들렸고 무슨 일인가가, 얼마동안 둘 사이에 있었다.

 

그러나 6년 반이 지났을 때 인슈테텐이 이 사실을 극적으로 알게 되고 이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들은 꽤나 경악을 자아내게 했다. 나는 에피의 불장난같은 ‘과거’의 외도에 비난의 심정이 들면서도, 당장 크람파스를 찾아가 결투를 하고, 그가 총에 맞아 죽고, 다 ‘해결’한 이후에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는 인슈테텐의 민첩하고, 깔끔하며 원칙적인 대응에도 무서운 감정이 생겨났다.

 

고전 소설들을 보면 후반부로 가면서 이렇게 사람 마음을 에이게 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에피 브리스트>도 그랬던 것이다. 그때 그랬지만 않았다면, 서로 좀 더 이해하려고 했다면, 순간의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했더라면 등등의 온갖 가정법을 동원하며 안타깝고 답답했다.

 

한편으로 폰타네는 아직 에피가 이혼을 맞닥트리기 전 브리스트 부부(에피의 부모)가 길게 대화하는 대목을 의미심장하게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미처 모든 진실을 알기 전에 그들 부부가 에피의 성격과 인슈테텐의 애정표현에 대해 진지하게 언쟁을 벌이는 이 씬이 무얼 의미할까 싶었다. 요양을 하러 왔다가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는 에피의 잔혹한 인생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도 브리스트 부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짚으며 끝맺는 <에피 브리스트>는 확실히 구식 화법이란 인상을 주는 건 맞다. 지나치게 친절한 방식이지만, 어떤 점에서 보면 복선으로 여겨졌다.
역시나 남은 사람들에게 에피가 살았던 기구하고 짧은 생이 남긴 과제는 책의 마지막 구절대로 ‘간단치 않은 문제’일 것이기에 <에피 브리스트>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정부(情夫)의 존재라는 사실과 별개로 주인공들의 결혼의 문제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작품답게 인물들의 심리를 감추면서 절제되어 있는 이야기였지만, 압축적인 묘사속에서 충분히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비단 연애 단계를 거치지 않은 정략적인 결혼의 출발이 문제였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이 차이나, 비스마르크 수상의 총애를 받는 인슈테텐 남작의 상당히 높은 신분과의 격차 때문만도 아니었다. 대화로 나오듯 처음부터 에피는 그를 사랑의 대상이라기보다 존경과 경외심으로 바라봤고, 그것은 딸을 낳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애쓰면서 내조했음에도 완전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아닐까. 인슈테텐도 6년만에 아내의 부정을 알고는 명예를 지킨단 명분으로 현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에피를 가차없이 버림으로써 냉혹한 일면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냈다.

 

 

 

에피가 남편에, 결혼 생활에 적응해간다는 표현이 수시로 나오는데, 사랑이란 적응하는 것이 아닌 거였다. 에피가 근엄한 남편에 적응하는 것도, 인슈테텐이 연약한 아내를 가르치는 것도 양쪽이 다 사랑이라 착각했던 허상이었을지 모른다. 테오도어 폰타네가 <에피 브리스트>의 처절한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이었다. 결혼이란 허울로 가장한 위선이 아닌 진짜 러브 스토리를 써야 하는 일은 책장을 덮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긴 채.


예스24 bohemian75

은령써니~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단호함과 유연함, 무관심과 오지랖 사이 _ [ 설득 ] Jane Austen | Basic 2014-01-11 16:54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754958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설득

제인 오스틴 저/원영선,전신화 공역
문학동네 | 201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제인 오스틴의 유작에 가까운 작품. 오스틴의 삶과 문학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번역이 완벽에 가까웠던 것 같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제게 애정이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온갖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또 모든 의무를 저버리는 일일 거예요.” (p.324)

 

 

 

1816년에 탄생한 <설득>을 읽는 것은 한편으로는 어려웠고, 한편으로는 편안한 그 모두를 제공했다. 200년전 과거는 현대와 많이 다른 구시대가 당연하지만, 그렇게 많이 멀게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영국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어서 구성이 뛰어나고 문체도 훌륭하기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으리라.

 

1800년대 영국에서 여성이 사랑을 선택할 자유에 제한이 있었고, 중산층 신분인 귀족 계급에 속한 이들도 그랬다. 오스틴의 전작(全作)들에서 구속적인 사회 속에서도 당당한 자의식을 갖고 실제로 자기의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설득>에선 ‘앤 엘리엇’이 주인공이다. 예전에는 오스틴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사랑 감정에 좌충우돌하는 게 로맨틱 코미디로 다가왔는데, 그렇지 않고 엘리엇 양이 인연을 만나는 과정이 사회적 차별에 맞서는 투쟁이기도 함을 새롭게 느꼈다.

 

준남작 아버지 슬하의 둘째 딸인 앤은 열아홉에 웬트워스와 사랑에 빠져 약혼하려 했으나, 멘토인 레이디 러셀의 강력한 반대로 설득당해 남자에 이별을 고한다. 언니 엘리자베스는 아빠와 마찬가지로 알량한 귀족 지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동생 메리는 결혼했지만 끊임없는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서 앤은 가족의 사랑은 거의 받지 못한다. 현명한 러셀 부인의 조언을 따른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그녀는 7년이 흘러 스물 일곱의 나이가 되었고, 웬트워스는 전도유망한 해군이 되어 앤과 그녀의 사교 커뮤니티에 갑자기 출현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후반부까지 앤의 시선에서 웬트워스 대령과의 사이가 묘사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엔딩 무렵에 웬트워스가 폭풍 고백하는 대목은 숨가쁘지만, 앤이 오해한 그의 모든 무심함과 무례함이 해결되는 지극히 고전적인 수법이 역시 제 역할을 다한다.


여러 번 읽고 영화로 수없이 본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와 달리 앤 엘리엇이 가족에게 대놓고 무시받고 사는 모습이 무척 충격적이었다. 더욱이 앤이 그것을 체념하다시피 하고, 묵묵히 받아들인 채 사는 태도는 가슴 아프게 했고, 현실 환경 속에서 그대로 존재했을 사람으로 여겨져 분개심도 들었다.

하지만 오스틴의 화법은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앤이 겉모습은 초라하지만 내면이 얼마나 선량한지를 잘 드러내었고, 점점 지혜로워지며 강인해지는 성장을 감동적으로 표현해 낸다.

 

연애가 성사되지 않고, 약혼을 되돌리고, 구애에 대해 오판을 하는 모든 고난의 시작점은 물론 첫 사랑 웬트워스와의 결합을 선배의 조언으로 포기한 사건에서부터 였다. 가족의 정서적인 지원이 전무하고 의지할 데 없던 앤이, 자기를 아끼는 절친의 설득을 묵살할 수만도 없었다. 첫 연애의 실패와 이후 시행착오를 거쳐, 앤 엘리엇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차츰 만들어 가게 된다.

 

오늘날의 로맨스 장르에서 화려한 선남선녀의 연애가 종횡무진 펼쳐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인 오스틴이 살던 시대에는 여성의 결혼에 제약이 많았고, 법적으로야 자유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정략 결혼이 더 보편적이었던 것 같았다.

 

<설득>의 줄거리를 서술하자면
‘앤이 웬트워스와 통념 때문에 헤어졌다가 7년후 만나서 다시 만남을 갖고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는
짧은 분량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까지 무수한 난관, 예상치 못한 커플의 형성, 재산에 목적을 두고 접근하는 남녀의 은밀한 계략이 복잡하고 버라이어티하게 들어있다. 그렇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고, 나중에 밝혀지는 스포일러급 비밀의 폭로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야기였다.

 

앤 엘리엇을 비롯해 <설득>의 캐릭터들이 한,둘 빼고 전부 해피엔딩을 맞는데, 그것 때문에 좋았던 건 아니었다.

선입견과 교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조건에 맞춰 결혼하는 게 최상의 행복이라 믿는 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지만, 앤의 통찰을 통해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상을 풍자적이고 성숙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오스틴은 그려낸다. 아직 제인 오스틴 작품을 전부 읽은 건 아니지만, <비커밍 제인>에서 알게된 작가의 전기로 더욱 친근하고 애틋한 생각을 품게 됐다.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서 보면, 오스틴의 여섯 작품을 대상으로 독서모임 회원들이 한 달에 한 편씩 감상을 나누는 일이 나온다. 최후의 작품인 <설득>을 먼저 읽었지만, 연대기 순으로 나도 앞으로 그녀의 책을 차근히 읽어가도 좋을 듯 싶다.
대중적으로, 영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들과 스타일이 다르지만 제인 오스틴을 처음 읽고 싶어하는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설득>이었다.

2014.1. 11.(sat)

 

예스24 bohemian75

 

 은령써니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4)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초기 기독교 순교자들의 영화 [ 쿼바디스 Quo vadis ] _bohemian75 | 영화가 왔네 2014-01-04 17:43
http://blog.yes24.com/document/754011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DVD]쿼바디스 Quo Vadis

머빈 르로이
기타 제작사 | 2004년 05월

작품     디자인/구성     구매하기

쿠오 바디스 도미네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란 뜻. 1955년작, 1986년 국내 개봉~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새해 들어 영화 리뷰를 쓰는 것이 처음이다. 폭풍우 몰아치듯 했던 연말연시를 보내고 모처럼 조용하고 여유롭게 책상,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느낌이 좋다. 크리스마스에 본 작품인데 이제서 평을 남긴다~.

몇 년전 언젠가 ‘쿠오 바디스’ 소설이 읽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버전이 해원출판사 건데 작고 오래된 글씨체, 좁은 여백 등으로 인하여 쉬 피로해져 얼마후 반납했던 도서였다. 헐리우드 클래식인 영화도 감상해보고 싶었지만 그야말로 ‘언젠간’이라며 미루다 이번에 인연이 닿았다.

 

 

생각보다 훨씬 웅장한 스케일이어서 우선 놀랐다. 감독과 주요 배우들은 낯설지만 여 주인공 ‘데보라 커’는 익숙한 인물이었다. 말로만 들었는데 미모가 화려해서 역시나 놀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벤허’보단 못하지만, ‘십계’에 필적하는 기독교 영화이자, 역사를 꼼꼼히 재현한 서사 드라마였다!
다만 예전 영화답게 스토리라인이 단순하고 악역인 ‘네로’의 묘사, 특히 전형적인 듯한 배우의 연기가 다소 아쉬웠다.

 

(포탈 네이버에 유일하게 있는 스틸 컷^^)

 

예수의 열두 사도가 곳곳에 퍼져 신앙을 전파하던 시절, 민중들 사이에선 급속히 기독교가 퍼져갔고 데보라 커와 그녀의 가족도 ‘크리스쳔’이 되었다. 때는 네로가 학정을 펼치던 엄혹한 때였고, 황제이자 신神인 네로가 도시를 재건설하겠다며 로마를 통째로 불에 태운 후 사건이 벌어진다.

 

 

성난 민심이 네로의 궁전으로 몰려들자 네로는 신하들에게 해결책을 주문하고 한 간신이 크리스쳔은 황제를 거부하는 자들이라고 해서, 로마를 불태운 주범을 기독교인들로 몰아세운 것.

 

 

콜로세움에서 맹수들의 먹이감으로 네로는 그들을 지목해서 많은 크리스쳔들이 수만 군중의 야만적인 구경거리로 희생되어 간다. 기독교도들이 사자에게 먹히면서, 화형에 처해지면서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심지어 경건한 합창까지 부르는 장면이 영화에서 등장한다. 네로가 의아하고 휘둥그래하며 ‘어째서 저들이 저렇게 태연한가’ 벌컥 화까지 내는 씬은 웃음이 나면서도 섬뜩했다.

 

 

당시의 대중 상업영화이던 <쿼바디스>에선 여주인공과 훈남 주인공의 러브라인도 빠짐없이 나온다. 남자는 네로의 오른팔이었기 때문에 그가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단순한 연애를 넘어, 왕을 배신하고 종교에 귀의까지 하게 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남자배우를 처음 보지만 옛날 기준에서는 지금의 조지 클루니같은 호방한 매력의 소유자였을 것 같다.

 

 

제작 당시에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큰 활약을 하던 시대였고 <클레오파트라>같은, 고대 스토리들이 대작의 형태로 영화화됐는데, 그 속에 <쿠오 바디스>도 있었다. 지금같으면 손쉽게 CG로 처리했을 텐데, 수백명, 수천명, 어쩌면 그 이상이 넘을 거대한 군중 씬들을 일일이 엑스트라가 직접 나오는 걸 보면서, 감탄스러웠다.^^ 촬영지 또한 이탈리아 현지의 로케이션 제휴로 했다고 하니, 시대극을 정말 제대로 만든 장인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하다.

 

종교, 시대를 떠나 정의를 위해 황제를 거부하고, 불의에 굴복하지 않은, 무명(無名)의 사람들의 실화에 감동도 하고 다시금 숙연해지는 <쿠오 바디스>였다.

 

화면에는 깨알같이 보이고, 단 몇분간 잠깐 등장하는데도 왠지 연기를 충실하고, 절실하게 하는 듯 했던 여러 보조 출연자의 연기가 어찌보면 주요 배역들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잘 훈련받은 연기자도 많고, 특수효과가 넘쳐나는 요즘의 영화가 꼭 예전 클래식 시네마 시절보다 더 진보했는가, 돌아봐야 한단 생각도 든다.

 

영화블로거

은령써니

http://blog.yes24.com/bohemian75

 

 

2014년 첫 리뷰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2)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1 2 3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