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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그림 책 《저기요, 잠깐만요​》김고은 | Basic 2017-03-30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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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저기요, 잠깐만요

김고은 저
RSG(레디셋고)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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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기분을 촉촉히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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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쁜 책을 만났어.소한 이름인 김고은 작가의 《저기요, 잠깐만요​》.

그림 작가의 그림 책이라 해야겠지.

 

여백이 많은 그림 책이야.

작년에 굉장히 유행했던 컬러링 북이라고 할 수도 있어.

그런데 컬러링를 포함하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성이야.

책 종이를 접고, 오리기도 해.

유치할 거 같아? 음 그렇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무척 좋았어. :D

어른 아이가 책을 만지고 활용하면서 잔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거든.

정말 좋게 읽었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서 표현할 재간이 부족함을 느끼네.

그만큼 이러한 종류의 그림 책에는 많이 낯설었나 봐. 이질적이고 생경하다는 쪽이 전혀 아니라 신선하고 유쾌하다는 방향으로 낯설어.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어. 갸벼우면서도 성찰이 담겨 있어.

이렇게 정서와 톤이 최상으로 조율되고 조화를 이룬 그림 책을 만나서 정말 좋다. ^_^

 

 

일반적인 책처럼 넘겨보다가 어느 순간에는 책을 돌려서 세로로 보라고 해. 그

렇게 하면 이런 피크닉 도시락이 짜잔 하고 등장하지.

택배 아저씨를 기다리는 설레임은 나만 그런게 역시 아니었어.

작가는 택배 기사와 주인공을 이렇게 후다닥 만나게도 해.

 


 

작가가 시키는 대로 접고 이어 붙이고 돌려보고 색칠하고 하다보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뭔가 나의 뇌 구조와는 완연히 다른 그림 작가의 재치에서는 감탄을 하게 되.

기발하다 를 연속으로 내뱉게 되지.

어느 심심한 날 혼자 영화를 보러 간 주인공. 그는 문득 쓸쓸해져서 주위를 돌아보는데 아니 글쎄 바로 옆에 아는 친구가 있었어. 그 사람도 혼영을 하러 왔어.

책을 접으면 이렇게 두 친구가 만나게 되.

 


 

그림 그리고 형식의 기발함을 이야기했지만

작가의 글들도 비범하더라. 글 좀 써 본 사람인 거지.

모르면 손해일 거 같은 작가를 알게 되어 감사하고 행복했어.

책은 봄날처럼 산뜻하고 무게가 가볍고 재질도 부드러워.

 

그런데 책의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서 주는 감동은 쉽사리 꺼지지를 않네.

유일한 아쉬움은 책이 금방 파손되는 일이었어. ㅠ 특별히 파지인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서는 책이 제작 형태가 조금 부실하다는 느낌이야.

이거 서평당첨 받은 처지에 해도 되는 얘기일려나 모르지만.^^;

 

그만큼 작가의 작품을 아끼는 마음으로 쓴소리 해 봐.

아무렇든지 간에 이렇게 받아보지 않았으면 아마 전혀 몰랐을 작가를 만날 수 있게 해준 출판사에 쌩유!

 


 

김고은 작가님.

정말 반했습니다.

앞으로 덕후 예약 할게요.

p.s

리뷰의 문체는 책에서 받은 심상을 표현하기 적합해서 이렇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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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샹떼》영화 인문서 | Basic 2017-03-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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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씨네샹떼

강신주,이상용 공저
민음사 | 2015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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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와 영화학자이자 평론가 이상용이 공저한 책이다.

《 씨네샹떼》는 두 작가가 6개월동안 영화 토크에서 나눈 대화에서 시작했다.

영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거장 감독들의 대표작 25편이 소스가 되었다.

 

무척 탄탄한 준비를 거쳐서 완성한 느낌이 물씬 난다.

 

초창기 영화인 프랑스영화들에서 시작하여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거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독일 표현주의 작품 <메트로폴리스>는 독일의 사회상을 은유하는 최초의 SF였다. 음울하면서도 시대를 고민하는 감독의 사상이 느껴진다.

 

채플린은 자타가 공인하는 코미디의 천재 감독이다.

지금 봐도 웃음 포인트가 있는 정말 멋진 고전들을 만들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은 역시 명언이다.

 

내가 정말 좋았던 감독은 버스터 키튼이었다. 언제나 기회 되면 탐구해보고 싶은 감독이었는데 자료에의 접근성이 수월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씨네샹떼>의 셜록 주니어 라는 작품 소개와 작가들의 토론으로 갈증을 해갈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셜록 주니어 라는 작품은 1924년 작품이다. 무척 단순하고 명쾌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런 점들이 오히려 초심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해 오히려 좋았다.

오래전 영화이니만큼 지금처럼 현란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고전 영화들에 참신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상을 현실로 옮길 기술력은 부족하지만 그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열정 만큼은 지금 감독들에 못지 않은 감독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멋드러지게 표현해 감탄했는지는 모르지만 셜록 주니어를 꼭 보고 싶어 진다. 아니 분명 실제 영화는 영화 소개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 기대가 간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알프레드 히치콕,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그들의 작품을 다 좋아하고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들의 소신과 예술관에는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어록들은 영화에 대해서 촌철살인으로 정확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정말 많은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어느 한 사람의 말을 들으면 편향되어 있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장들의 말들을 모아 놓고 보니 그 말들만으로 영화를 정의한다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해 통찰로 꿰뚫고 있었고 재치도 넘쳤다.

 

언제 다시 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는 작품이 또 있는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마지막으로 본 지가 오래되어 기억도 희미했는데 소개를 읽으면서 정말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로, 어린이 배우들 그것도 아마추어들로 만든 영화가 수십개의 영화들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있다니. 게다가  헐리웃에 익숙한 우리의 시선에서 이란의 소박한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이토록 마음을 움직이다니.

 천국에 들어가려면 어린 아이의 작은 마음을 닮아야 한다는 성경의 말을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용 평론가의 소회로 시작하는 <노스탤지어> 편은 러시아 감독 타르콥스키의 영화이다. 보긴 했는데 좀 난해하고 지루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글로 읽어도 어렵다는 느낌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한번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상용이 한달간 유럽여행을 하던 중에 체코 프라하에서 경험했다는 향수병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굉장히 알 수 있었다.

 

마무리하면서 강신주는 영화가 가진 성찰적인 성격의 힘을 말하고 있었다. 영화보다는 철학을 더 애정하는 그가 어떻게 6개월동안 영화에서 통찰력을 얻었는지 기쁘게 서술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취향에 맞거나 흥행하는 영화만 골라보던 내게도 커다란 도전과 자극을 주는 말이었다.

신선한 자극을 얻을 수 있어 좋은 독서였다.

 

 

주먹을 날리려면

뒤로 물러나야 해.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평범한 영화를 만든다면 아무도 안 볼 것이다.

 _ 조지 로메로

 

영화의 길이가 방광의 한계를 시험해서는 안 된다.

 _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는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던 것을 드러내야 한다.

 _ 로베르 브레송

 

나는 비관론자가 아니라 악을 인식하려는 낙관론자다.

 _ 로베르토 로셀리니

 

영화는 24프레임 (1초) 마다 진실을 말한다.

 _ 장 뤽 고다르

 

별 볼 일 없는 건 유행을 따르고, 중대한 일은 도덕을 따르며,

예술에 있어서는 오직 내 결정을 따른다. _ 오즈 야스지로

 

커피 한 잔이면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다. 이것이 감독의 일이다.

 _ 장 르누아르

 

우리는 오로지 하나만 생각했다.

 _ 뤼미에르 형제

 

침묵은 신의 것이다. 원숭이들만 떠들 뿐이다.

 _ 버스터 키튼

 

1895년! 이 해에 세계와 자신을 이해하는 새로운 혁명적 매체, 영화가 탄생한다.

이때 우리는 영화를 보아 버렸다. 이다지도 관능적이고 이다지도 충격적인 매체를 보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과거의 감성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백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자신이 영화 때문에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영화를 기약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지금 우리는 영화를 다시 읽어야 한다. _ 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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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은 소설들 | Basic 2017-03-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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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의 역사

남미영 저
김영사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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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남미영의 <사랑의 역사>는 내용과 형식, 시대까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뜨거운 사랑을 했던 이들의 인생사를 엮은 서른 네 편의 텍스트를 펼쳐보인다.

사랑 소설에 대한 가장 공공연한 선입견은 그 작품들이 남녀의 열애에 집중함으로 시대 정신과 사회상과 동떨어진 세계를 그리고 있으리란 것이다.
나도 일면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랑의 역사>가 선별한 명작들을 만나며 절대 그렇지 않음을 깨달아갔다. 여류소설가라는 애매한 존칭으로 불리기도 한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대표적이다.

사실 읽을 때는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엘리자베스, 제인 에어와 다아시, 로체스터의 로맨틱함에 탄성을 지르며 읽었었다. 그런데 빅토리아 시대와 19세기에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었음은 물론 직업을 가질 권리가 없었으며, 심지어 상속권도 없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충격적이었다.
여자는 태어나 조신하게 부모 밑에 있다가 적당한 혼처를 찾아 남편을 잘 만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러한 모든 배경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니 리지 모친이 왜 그렇게 주책스럽게 딸들의 신랑감에 목을 매는지, 가난한 고아 제인이 신문에 구직 광고를 내어 가정교사로 당당히 살아가는 게 얼마나 용기있는 행동인지 새삼 알게 된다.

엘리자베스와 제인 둘 다 당대에 여자가 연애하는 것 자체가 독립적인 행위인 시절에 그것을 선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연애가 주는 해방감과 달콤함에 도취되지도 않았다.

거만함의 상징으로 오해하던 다아시씨의 실체를 알고 깊이 뉘우치고 청혼을 거절한 후에도 호의를 받았지만 섣불리 다아시의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 한 엘리자베스. 미친 아내의 존재를 결혼식 당일에 안 제인은 로체스터의 변함없는 구애를 확인하고도 죄를 지을 순 없다며 그를 떠나 교사로서의 고된 삶을 택했다.

<오만과 편견>, <제인 에어>의 해피엔딩이 어설프거나 비현실적 판타지같은 결말이 아님을 <사랑의 역사>를 통해서 확신했다. 어떤 제도와 계급으로도 막을 수 없는 진실한 사랑의 힘을 알려주는 소설들이다.

한편 사랑이 혁명만큼이나 고결하고, 불합리에 대한 투쟁이며, 창작의 근원이라는 가치를 일깨운 소설들도 있다. 러시아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프랑스 작가 뒤라스의 <연인>, 그리고 칠레에서 1985년 발표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이다.

한국전쟁을 치른 우리나라도 경험했지만 인간의 삶을 가장 뒤흔들고 변하게 하는 것은 역시 전쟁인 듯 하다.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의 거대한 흐름속에서 치열하게 사랑하고, 이념을 위해 싸운 주인공들인 지바고와 라라, 파샤는 얄궂은 운명속에서 엇갈린 사랑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죽음을 늘 준비하는 전장터에서 지바고가 미망인인 줄 알고 라라를 만나 사랑을 하고, 그러나 조국을 위한 전쟁 때문에 라라를 지켜주지 못하는 이야기가 애절했다. 라라 또한 죽은 줄 알았던 남편 파샤와 재회하지만 이미 지바고의 아이를 갖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조직의 배신을 겪은 파샤가 지바고와 만난 이후 권총으로 자살하는 일도 안타깝다.

아무리 숭고한 명분일지라도 국가가 나라인가 연인/가족인가 하나를 선택할 걸 강요하는 사회는 비극적이다.

<연인>은 장 자끄 아노의 영화와 많이 다르게 다가왔는데 알고보니 작가도 원작을 훼손했다고 항의했던 소설이라 한다. 마르그리뜨 뒤라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베트남에 살고 있는 10대 프랑스 소녀가 서른 두 살의 부유한 중국인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이 열다섯살이라는 데에서 파격적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진정성이 느껴진 작품이었다. 소녀가 어머니의 냉대를 받고 있었으며 주위의 안 좋은 소문에도 남자가 재벌임을 알고 꿍꿍이를 갖고 있다는 묘사가 참 서글펐다. 그에 더해 아들을 편애해서 마약하며 뒹굴거리고 있음에도 딸에게 애인으로부터 돈을 받아오라고 부추기는 대목에 경악했다. 제대로 콩가루 가족인 이 모녀를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소녀가 별다른 반항없이 계속 남자를 만나면서 어떤 걸 느꼈을지 알기 힘들었다.

성인이 되어 그녀가 고국 프랑스로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과 헤어지고 한참 후 2차 대전을 보내고 난 어느 해, 여인에게 옛 남자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을 듣는다. 여자는 이때 막 작가가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고 베트남에서의 일도 창작에 포함되어 있었다.

평범한 이들이 평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고통스런 체험을 예민한 십대 한 시절에 폭풍처럼 마주했던 사람. 그녀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녀와 그의 사랑이 과연 진짜 사랑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과연 사랑을 우리가 함부로 분류할 수 있을까 라는.

이는 곧장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로 이어졌다.

프라하의 봄 직전의 체코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는 의사이며 프리섹스를 주장하는 토마스, 그의 숱한 애인 중 한명이지만 토마스 못지않게 자유분방한 화가 사비나, 토마스 앞에 갑자기 나타나 한 사람과의 사랑에 올인하는 스무살 여자 테레사가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고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고수하려는 고집들도 있었다. 사비나를 좋아하는 대학교수 프란츠의 적극적인 구애에 감격하지만 한번도 그런 관계에 투신해보지 않은 사비나는 그를 거절한다. 프란츠는 반전운동가가 되어 활동하다 캄보디아로 가서 테러를 당해 죽음을 맞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결론은 일면 씁쓸하고 놀랍긴 하지만 토마스의 최후를 들은 사비나가 미소를 지었다는 문장에 왠지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우리가 사랑을 재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랑이, 영혼이 가볍냐 무겁냐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이고 진심인가가 본질이 아닐까 난 생각한다. 존재란 결국 자유를 소유하길 원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필요하지만 그걸 얻었을 때 우린 무한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1960년대 실존했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끌어들여 아름답고 감명적인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망명하기 전 칠레의 시골 마을로 은신하러 온 대시인 네루다에게는 전세계로부터 매일 수많은 편지가 도착하고, 촌부의 아들 마리오가 그의 전속 우편배달부로 취직한다. 시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나 견문이 넓은 도시인의 전유물로 여기던 마리오는 시인이 도대체 뭐길래 그것도 여자들에게 이토록 인기가 있는가 궁금해졌다.

어느날 네루다에게서 메타포란 말을 들은 마리오가 시인에게 그것이 무엇이냐 묻고, 네루다가 쉽게 설명해주자 마리오는 사랑에 빠진 여인의 환심을 사려는 순진한 의도로 메타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진실된 마음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시인에게 배운 최고급 메타포로 고백하는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마리오가 결혼을 하고 얼마후 칠레 정치가 급변하여 쿠데타가 일어나 네루다의 신변이 위험에 처한다. 시인의 마지막을 함께 한 마리오는 군인들에게 체포되고 이후의 행적을 알 수 없다고 마무리하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막을 내렸다.

일제 시대 일본 당국이 윤동주 시인을 불량선인으로 잡아간 이유 중에 ‘한국어로 시를 쓰며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죄목이 있었다고 한다. 소설 속 시인이 간직한 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실,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는 주인공에게 사랑을 이루게 했을 뿐 아니라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게 하는 사상까지 심어준 촉매제였다.

20대에 남자 여자 사이에 친구 사이가 가능할까가 관심사였는데, 지금은 새로운 화두가 불쑥 생겨났다. 사랑에 안정과 모험중에 무엇이 더 당사자들을 행복하게 할까라는 주제가 그것.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며 드넓은 대륙을 비행하는 남자에 대한 로망만 생긴 줄 알았는데, 정착과 유랑이란 테마를 고민해보게 한 소설임을 알았다.
<사랑의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마지막 소설, 덴마크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일탈을 저지르면 평범으로 돌아가고 싶고, 반대로 안정된 생활을 계속 하면 모험적인 삶을 동경하는 게 본능적인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사랑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변덕중 하나였다. 위험하지만 신비한 매혹의 땅, 아프리카에서 카렌과 데니스가 서로 신뢰를 쌓는 가운데 정열적인 연애를 지속하면서도 유일하게 답을 찾지 못한 고민거리였다.

릴케는, 사랑이란 ‘외로운 두 영혼이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라 했고, 강신주는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단언했다.
청춘의 불꽃같은 사랑은 황홀하고 달달하다.
운명적인 만남은 시련을 헤치고 결실을 맺게 하고, 너무 짙은 사랑은 집착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을 때도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주지만 반면에 아픔과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읽는 자들에게 감동이나 쓸쓸함, 교훈과 영감을 주는 소설들이 그리는 사랑들은 아무래도 평면적이기보단 극적이고 파란만장하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어쩐지 좋아지고 그것이 겉잡을 수 없는 사랑으로 자리잡은 사람들.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사랑이란 관념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삶이 개인들에게 곧 역사임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사람들에게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역사임을 이 책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력한 힘이라는 진리에 대해서도 다시 깊이 기도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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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그녀를 만났을 때 | Basic 2017-03-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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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헤르만 헤세 저/송영택 역
문예출판사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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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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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겪는다. 그러나 우리가 헌신적으로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15)

 

 

독일이 낳은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중단편 작품집이다. 소설과 에세이들로 열 여덟편을 수록했다.

헤세가 남긴 어록이나 작가에 대한 책은 왕왕 읽었어도 헤세가 직접 쓴 글은 오랜만이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신선했다. 고전이어도 생생하고 새로웠다.

 

빙판 위에서가 제일 처음 실려있는데 무척 좋았다. 헤세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담백하게 전달되었다.

 

저녁에 시인은 무엇을 보았는가에서 화자인 젊은 남자는 앳띤 여인과 유럽 남쪽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소설의 말미에서는 과거완료형의 문장으로 사랑이 끝났음을 담담히 토로한다. 연인이 화사한 햇살 속에서 밀어를 나누고 있을 때 어여쁜 꼬마들이 그들을 순수하게 응시한 일화가 나온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청춘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헤세의 표현력이 정말 아름다웠다.

 

붓꽃 사랑에서는 헤세가 식물과 꽃을 사랑하고 있음을 잘 느낄 수 있다. 꽃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럽게 여인에 대한 사랑과 연결된다. 주인공 안제름은 일리스라는 여자에게 흠모의 감정을 느낀다. 일리스는 푸른 붓꽃을 의미하는 명칭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하는 첫 고백이 청혼인 것은 예스러우나 젊은 남자의 애틋함 자체는 절실하게 느껴졌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둘 사이에 무슨 싸움이나 장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두 남녀는 영혼의 간극을 느끼고 처절히 헤어진다. 상징적이고 절제된 표현이지만 추상적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안젤름의 진심은 표출된다.

일리스가 죽음을 앞두고 있어서 찾아가서 임종을 지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절정에 이른다마지막은 판타지 처럼 마무리하고 있다.

 

그 여름날 저녁에는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어느 여름날들을 회고한다. 나는 스물 세 살이었고 사무실에서 회사원으로 일했고 어느날 많이 아파 앓아 누웠다. 그리고 한 여인에게 연모를 느꼈다.

지인인 한 명사의 초청으로 파티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과 잠시 대화를 나눈 주인공. 남자는 자신의 신분과 외모가 초라함을 느끼며 열등감 같은 것에 시달린다.

일주일 정도 끙끙 앓아서 구빈원에서 치료받고 나오는 날 남자는 뜬금없이 파티의 여자가 생각났다. 불안한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면서 그 상류층의 여인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에 쓸쓸해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지금의 청춘 누군가도 겪고 있을 이야기처럼 사실감 있게 다가오는 단편이었다.

 

회상은 남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네 페이지 분량이다.

짧은 글 속에서도 설레이는 문장을 건질 수 있었다.

 

지나버린 일이다! 그러나 가장 멋졌던 일은 키스가 아니고, 저녁때 함께 산책했던 일도 아니고, 비밀스런 행동도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에 의해 나에게 흐르던 힘이었다. 아주 기쁨에 찬 힘, 그녀를 위해 살고 그녀를 위해 투쟁하며 불 속이나 물 속이라도 함께 갈 수 있을 듯 싶던 힘이었다.

 

한 여인의 미소를 위해 몇 년을 희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 잃은 것이 아니다.             (110 page에서)

 

 

헤르만 헤세의 열여덟가지 작품은 사랑의 속성을 고찰하고 있다.

읽는 이들에게 옛 추억과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미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런 글들에 어찌 마음이 촉촉해지지 않을 수 있으랴.

 

어떻게보면 헤세의 이야기와 사랑에 대한 발언들은 사랑에 대한 건강검진과도 같았다.

노희경 작가가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라고 말해서 여러 사람 범죄자로 만들었다면^^

헤세는 사랑하지 않는 건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과 영혼의 건강 말이다.

 

평소에 갖고 있던 무질서한 사랑에 대한 생각들이 헤세의 글로 체계적인 질서를 이루었다.

사랑은 기습과 점령이라고 평소 생각했는데 헤세의 생각 아니 신념이 정확히 그랬다.

하지만 사랑도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변모되며 극단에는 잔인하고 끔찍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런 속성까지 빠짐없이 이야기 했다.

아니.

세상 이런 사랑꾼 소설가가 계셨다니.

 

헤르만 헤세님 그동안 몰라 뵀습니다.

 

잔잔하고 담백하다가도 격정적이고 냉철한 이야기들.

가슴을 두근두근 설레게 하고 흑역사에 치욕을 느끼게 하는 사랑들.

죽음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사랑.

 

청춘의 사랑은 미숙하고 위험하며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찬란하다는 믿음까지.

이러한 전부를 헤세의 이야기들은 일깨우고 있다.

 

어떤 것이 에세이이고 어떤 것이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많았다.

능수능란한 작가의 문장력 덕분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뭣이 중한가. 그런 기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전체 작품에서 헤세의 독창적인 표현과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헤세의 작품을 읽고 싶어하는 이들 문학 애호자들 모두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집

<헤세, 사랑이 지나간 순간들> 이다.

 

마술에 걸린 듯한 긴 시간을 체험하고, 수많은 흥분과 떨리는 몸짓으로 오늘날까지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 모든 일이 실제로는 단지 몇 분 동안 일어났다.    (269 page) 

 

 무언중에 정열을 쏟은 애정보다 고귀하고 행복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243 쪽)

 

내가 사랑했던 여인에 대해서 여러분은 아무것도 아실 필요가 없겠지요. 어쩌면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거나 귀여웠겠지요. 또는 천재거나 천재가 아니었을 수도 있죠.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녀는 나에게 있어 깊이 떨어지는 나락이자, 나의 의미 없는 삶을 잡아주던 신의 손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삶은 위대하고 품위가 있었습니다.   (202 page)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당신의 존재 덕분에 깊고 달콤한 충만을 맛보았다오.

     (173 쪽)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9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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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사를 담은 탁월한 책《 하나일 수 없는 역사》 | Basic 2017-03-1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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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나일 수 없는 역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저
휴머니스트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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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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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 하나일 수 없는 역사를 읽었다. 본서는 저명한 국제 시사잡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기획해 펴냈다.

1830년대에서 출발해서 현대의 세계 역사를 일별하고 돌아보게 해 준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예전에 읽은 서양 미술사 책처럼 커다란 판형이었다. 가로 세로 길이가 보통 도서보다 기다랗다. 재질이 광택지에 가까운 종이라서 무게도 더 나간다.

도전적인 제목, 르몽드 라는 타이틀과 책의 무게까지.

겉모습만 보면 내용이 어렵겠단 선입견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펼쳐보면 그런 부담감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진다.

 

19세기는 전세계적으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나라 간 교역의 자유가 증대했다. 더불어서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확보되었다.

그렇지만 서구 유럽 선진국들은 노예제를 합리화하면서 자국의 경제와 생산을 촉진하게 되었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서양 국가들의 국력이 수탈과 무한 경쟁으로 시작했음을 그대로 지적하면서 서술을 시작한다.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1인인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페이지가 크고 넓직한 만큼 다양한 도표와 지도, 사진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이같은 형식이 전혀 복잡하지 않을 뿐더러 산만하지도 않았다. 글 텍스트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구성을 안 읽어 본 게 아닌데 신기할 만큼 이해가 쏙쏙 되었다. 이해가 되니 재미도 있었고 그러니 책의 저자들과 원활하게 대화를 나누며 읽어갈 수 있었다.

 

여러 예술가들과 화가들의 그림, 풍자화, 캐리커처, 사진을 다채롭게 수록했다. 익숙하게 들어본 사람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들도 많았다.

우선적으로는 책이 재료로 삼은 사진과 그림들이 생생하고 최신 버전이어서 보기에 좋았다.

어떤 역사서 들에서 너무 오래된 사진과 자료들을 싣고 있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은 적이 더러 있다.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들은 역사를 박제된 것으로 느끼게 했던 것도 사실.

 

책이 수록한 자료들이 참신하다고 해서 공감과 설득력 전달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가 수록한 자료들은 저자들의 글과 어우러져서 역사를 살펴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현대 역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데에 최상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처음에는 멋진 책의 모양새에 1차 감탄을 했다가 독서해 나가면서 역사를 서술하는 화법에 감탄하였다.

 

전반에 걸쳐서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여러 나라의 교과서의 기술을 살펴본다. 이러한 방식은 세계사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프랑스 고등학교 2학년 교과서는 산업혁명을 기계를 도입해 공장에 노동자들을 집중시킨, 19세기에 일어난 생산 방식의 급격한 변화라고 정의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서구 각국의 산업화 과정은 혁명처럼 갑작스런 변화라기 보다는 계단식으로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교과서와 비교하면서 저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쳐 나간다.

 

10대에 교실에서 배웠던 세계사가 대부분 기존의 역사였기에 나 또한 이번 독서로써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처 몰랐던 역사는 들어서 앎으로써 경악을 던져주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파라과이는 19세기의 초반부터 수십년간 이례적인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었다. 1814년에 정권을 잡은 지도자 호세 로드리게스 데 프란시아의 통치 덕분이었다. 한편 당시 영국은 파라과이의 부흥을 불편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영국이 추진하던 자유무역의 노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가 연합을 하는 삼국 동맹 조약을 지원했다고 한다. 삼국은 파라과이와 전쟁을 일으켰고 파라과이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파라과이는 인구는 물론 산업시설이 초토화되는 비극을 맞았다.

파라과이의 붕괴는 영국의 이익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역사란 참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교과서에서는 먼로 독트린(1823)을 유럽의 식민지화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을 보호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적혀 있다. 미국 교과서는 독트린을 보호수단이라고 명시했으나 남아메리카의 니카라과는 사뭇 달랐다.

 

‘1890년대에 먼로 독트린이 다시 등장했다. 먼로 독트린에는 신이 미국인들에게 문명 전파라는 사명을 실천하도록 특별한 능력을 부여했다는 사상이 담겨 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이 자신의 세력권이라고 자칭하는 범위에 라틴 아메리카가 속해 있음을 전세계에 공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니카라과 교과서에서)

 

히틀러가 장악한 나치스 치하에서 책과 예술 작품이 불태워진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유익하게 읽었다. 실제로 불태워진 작품을 많이 그린 오토 딕스의 그림을 생생하게 바라보면서 전율이 일었다.

 

20세기에 벌어진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2 페이지에 걸쳐 도표로 수록했다. 복잡한 역사를 단 두 페이지로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이런 도표는 정말 처음 봤다.

물론 알고 나니 더 충격과 공포가 오기도 했지만.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는 제2차 세계대전의 6,000만명 이상 숫자였다. 기다란 사각형, 정사각형 등 다양한 사각형의 형태로 사망자 수가 뚜렷이 각인되게 했다. 정사각형에 가까워지며 사각형이 넓어질수록 오랜 기간 많은 사망자가 나온 전쟁이다.

 

매스미디어와 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룬 전쟁들과 비교할 때 생각보다 더 비참한 결과가 있는 분쟁이 많음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옆으로 긴 사각형을 이룬 아프가니스탄 전쟁, 남수단 내전, 라이베리아 내전이 대표적이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의 사각형이 두터워서 왠지 가슴이 아팠다.

 

 

교과서에서 기술하는 역사가 다 허구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었고 그 속에는 역사를 서술하는 권력 계층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요즈음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우리나라를 옥죄는 일을 뉴스로 접하며 놀랐다.

그런데 중국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어떤 서술을 보면 왠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중국 교과서에서 중국을 방어전만 펼쳤던 평화적인 국가라고 서술하고 있다고 한다. 2004년도 때 그랬다는데 지금 혹시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여전할 것 같다.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국가일지라도 치열하게 열강에 저항한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과거의 그러한 투쟁을 교과서에 빠짐없이 기술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간디가 행한 시민 불복종 운동은 인도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독립운동이다. 중동의 시리아는 1920년대에 프랑스의 위임 통치를 받았는데 혁명군과 시민들의 항쟁을 통해서 점령 지배를 몰아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서구 국가들의 경제는 서비스 경제로 전환하게 되었다. 제조업 공장들은 인력의 임금이 낮은 곳으로 이전하기 시작하여 대다수가 지구의 남반구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나는 학창시절에 미국 시각의 세계사를 배웠나 보다.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프랑스 매체인 르몽드 답게 <하나일 수 없는 역사>에서는 미국 대공황때의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후버 대통령과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행한 뉴딜 정책은 철저하게 미국의 자국 경제만을 구하려는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영국 교과서에도 뉴딜 정책이 완벽하지 않았음을 서술하는 문장이 있다고 한다.

 

사진 예술은 확실히 역사의 중요한 기록이었다.

이 가운데에 몽타쥬와 합성 기술도 있음을 알았다. 필름을 편집하고 원본에 조작을 가한 작품들이다.

 

이 사진들은 재치있거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하고 있었다. 1930년대에 베를린의 거리에 히틀러를 등장시키는 사진, 얄타 회담의 사진에 스타워즈 다스베이더를 넣은 사진 같은 작품들이 그랬다.

 

커다란 댓가를 치룬 전쟁이 종식되어도 전쟁의 여파는 남아있음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2차 대전이 진작에 끝났음에도 1990년대까지 발칸 반도에 이어진 민족주의가 대표적이다.

1989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도 곧 붕괴했다. 그렇다면 냉전 시대라는 말도 없어져야 하지만 20132014년의 크림반도의 반환은 여전히 러시아와 서구의 해묵은 갈등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세계 지도를 통해 밝히는 여러 역사적 사실들은 일목요연하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그 중에도 압권은 20세기에 미국이 군사나 CIA를 통해서 내정에 개입한 국가 표시였다. 대륙별로 분포가 엄청나서 기가 막혔다.

베트남과 이란 이라크는 비교적 널리 알려졌겠다만 중미와 남미에 수두룩히 개입한 사실에는 다시금 혀를 내둘렀다.

생소한 사실은 가나,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미국이 깊숙이 간섭했다는 거였다.

 

이쯤되면 한국에 대한 사실도 궁금해진다. 사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깨알같은 정보들이 빼곡이 자리하고 있는데 쉬어가기 코너도 놓칠 수 없었다.

본문보다는 덜 진지한 문체로 나오는데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2011년 프랑스의 마냐르 출판사가 펴낸 고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는 이런 글이 있다.

냉전 종식 후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진정한 평화군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다르게 봤다. 북대서양 조약기구 군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지에서 군사 개입을 통해서 해당 지역에 평화를 확립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는데 일조했다고 보았다.

 

언제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 심도깊은 책을 읽고 싶다고 다짐만 했는데 <하나일 수 없는 역사>의 부분을 통해서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었다. 베트남전 현지의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면 꽤 검색할 수는 있다. 그런데 쉽게 유통되는 사진은 대부분 서방 작가들이 찍은 것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게다가 미국의 입장과 눈높이로 촬영한 사진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그 사진도 역사가 맞지만 베트남인들이 직접 찍은 사진도 같이 놓고 봐야 진실에 더 가까울 거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역사에 대해 취향이 있다고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으로 내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동유럽 국가들이 항거하거나 투쟁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에 답이 있었다. 무언가 가슴이 뜨거워지게 하는 역사였다.

체코 프라하의 봄에 대한 사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탱크 위에 올라가서 헝가리 국기를 흔드는 시위대 사진같은 거였다. 논리적인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사진들이 증명하는 역사에 유독 가슴이 뛰었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의 글에서 제일 좋았던 면은 저자의 관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거였다.

흔히 역사나 뉴스는 객관적인 팩트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러면 역사 책은 그저 일어났던 과거의 사실들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편을 들라는 건 아니다. 그러면 인문학이 아니라 선전 선동 구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분명 책을 읽고 있는데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주얼 이미지를 섞어서 다큐멘터리 같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흐르면서 역사에 대한 관점은 수시로 변화한다. 그렇지만 팩트 정확히는 진실에 대한 태도는 동서고금에 걸쳐서 불변한다.

진실을 밝히는 열정은 동일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겪은 귀중한 깨달음을 통해서 현재를 돌아보는 것.

과거의 교훈을 통해 현재를 반추하기.

바로 이것이, 역사를 알아야 하고 올바르게 배워야 하고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라는 것.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일깨워 주었다.

 

대한민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를 적발하고 탄핵시키는 지난 시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나는 머리에 담았었나 보다. 정밀하게 논리적으로 계산해서 한 지적 활동이 전혀 아니었는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단히 만감이 교차했다.

 

관심사의 하나가 언론이었다. 신기하게 <하나일 수 없는 역사>의 마지막 채프터는 언론과 인터넷에 대해 할애하고 있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언론사여서 인지도 모르지만.

매우 유익하고 알차고 영감을 주는 도서였다.

읽으면서 나의 신념과는 상관없이 재미있고 경이롭게 읽는 데에 주력했다.

 

방대한 역사를 담았는데 혹시 오류가 없는지 모두 알아보지는 못했다.

다만 저자들이 얼마나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했고, 검증의 절차를 거쳤는지는 십분 느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은 인터넷이나 다른 책들을 통해 앞으로 재확인해 보려고 한다.

 

이런 동기 부여를 얻어서 흡족하고 지적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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