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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룬드베리 《도리스의 빨간 수첩》 | Basic 2018-12-3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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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리스의 빨간 수첩

소피아 룬드베리 저/이순영 역
문예출판사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Amazing Dor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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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도리스 _도리스의 빨간수첩
The red address book

소피아 룬드베리의 2017년 장편 작품이다.

스톡홀름에 사는 도리스는 96세로 간병인이 필요한 노인이다. 거동에 불편함이 많지만 집에 방문하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아직은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
도리스 할머니의 최대 즐거움은 컴퓨터로 스카이프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증손녀와 통화를 나누는 일이다.

통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무척 사이좋고 친밀한 손녀-할머니 사이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손녀의 이름은 제니. 할머니 곁에서 살면서 자주 찾아 뵙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늘 아쉬워한다. 자신도 남편과 세 자녀가 있고 막내는 아직 3살이 안되었기에 양육으로 분주하다.

<도리스의 빨간수첩>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도리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평범한 주부로 사는 제니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한편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면서 진행된다. 과거 이야기는 도리스가 제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이다.

현재 도리스의 유일한 가족이자 혈육은 제니와 제니의 아이들이다. 도리스는 배우자나 자녀가 없다.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919년에 태어나서 프랑스 파리, 미국 동부에서 살았던 그녀의 삶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고 집중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작가의 글은 편안하면서도 묘사력이 섬세하고 또한 치밀했다.
과거와 현재, 편지체, 스웨덴과 미국을 종횡무진으로 오가는데 구성이 전혀 복잡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20세기 초반에 스웨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도리스 엘름. 그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떨어져서 귀족의 하녀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우연처럼, 때로는 운명처럼 새로운 일을 만나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게 된다.
전쟁 중에는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도리스는 7살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살아가게 된다.

삶이 막막했지만 도리스 자매는 유럽의 전쟁을 피해서 미국으로 혈혈단신 가게 된다.
둘은 서로만을 의지하면서 미국에서의 낯설고 험난한 삶을 헤쳐간다.

그 속에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동생 앙네스는 출산을 하다가 그만 죽고 만다.
도리스는 동생의 자식 엘리스를 정성스레 키우고, 그 엘리스의 딸이 제니였다.

수십년 동안에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는 운명과 사랑, 회한과 슬픔, 사랑의 기쁨까지 담겨져 있다.
소설은 결국은 ‘사랑’의 이야기였다.

엘런 스미스. 도리스 엘름이 그를 만난 이후로 일평생 사랑했던 남자였다.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도리스의 신체 상황이 안 좋아지고, 의사는 언제 사망할지 모르겠다고 제니에게 말한다.

그러면서 제니는 어린 딸 타이라를 데리고 무작정 스웨덴으로 날아간다.
이제 도리스의 삶이 하루가 남았을지, 몇 개월이 남았을지 알 수 없는 상황.
제니는 도리스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앨런 스미스를 찾는 일을 하기로 한다.
지금은 비록 노쇠하고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도리스 엘름. 그런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역사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온 마음을 바쳤던 사랑이 있었다.
작가는 제니의 눈을 빌려서 도리스라는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보낸다.

스웨덴은 다른 곳에 비해 2차대전의 참화는 피했지만 도리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사랑하는 앨런이 참전을 했고, 도리스 자신도 어떤 계기로 목숨을 잃을 뻔 한다.

사랑 이야기도 애잔했지만, 내게는 제니와 도리스의 관계가 가장 인상깊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주부로 사는 30대의 제니, 스웨덴에서 삶을 정리하며 살아가는 도리스.

할머니와 증손녀,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극진한 모습이 무척 감명 깊었다.

도리스의 일상에 대한 묘사가 어찌나 디테일하고 사려 깊던지.
간병인을 필요로 하는 삶. 회한과 슬픔을 품은 과거를 회상하는 90대 할머니의 목소리에 쫑끗 귀를 기울이게 한다.

소설은 모두가 해피엔딩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동화같고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충분히 애틋하고, 현실성 있게 따뜻했다.

이런 느낌이 스웨덴의 웰메이드 소설의 장점인 거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름을 수첩에 적어야겠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 보도록.

사랑 이야기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살짝 아쉬운 바는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이야기들, 전쟁기의 유럽의 이야기, 미국으로 피난을 간 스웨덴 자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혔다.

연말연시에 읽기에 적합한,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
<도리스의 빨간 수첩> 이다.

p.s.
책의 표지의 겉 종이를 펼쳐 보았다. 그러면 가로로 길게 그림이 나온다.
미국 뉴욕의 전망이 촤르륵 펼쳐진다.
센스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표지였다. ^^ (아래 사진)

ps 2.
리뷰를 쓰면서 내내 이승철의 『시련이 와도』를 들으면서 글을 썼다.
소설의 도리스의 마지막 모습에 적절하게 오버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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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Dankerque | Basic 2018-12-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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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미국, 영국, 프랑스 | 2017년 07월

영화     구매하기

2차 세계대전의 한 작전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놀란 감독 작품에는 출연진이 화려했는데 덩케르크는 단출하다.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젊은 군인들도 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간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덩케르크에서는 결국 눈시울을 적신 순간들이 있었다.

의문의 1승 같은 두 씨퀀스 속의 감동.
그것만으로 충분히 좋고 맘에 새기게 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아, 톰 하디 는 역시 제 몫을 해낸다.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에서 발견한 배우
마크 라이런스 의
섬세함과 강인함도 굳 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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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 Basic 2018-12-2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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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저/노수경 역
사계절 | 2017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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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의 참 스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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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으로부터의 시고토학 仕事學


강상중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원제와는 의미의 결이 다르다.
원제는 『역경으로부터의 시고토학 仕事學』이다.
仕事 し-ごと는 일, 직업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직업을 물을 때 쓰고, 이밖에 공적인 일을 의미한다.

강상중은 Occupation, 혹은 Vocation 으로써의 仕事 를 살펴보고 있다.
본 책은 일본 NHK에서 직장인, 비즈니스맨을 주대상으로 직업의 의미를 강연한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일이란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강상중은 이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그 의미 이상을 찾기 위해서 왔을 거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면 고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강상중은 이 책을,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 자신의 일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직장인이 모두 읽기를 권한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지 건설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책을 썼다고 밝힌다.

강상중은 일을 이렇게 정의내린다.
일은 개인의 인격 형성이나 정신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매우 섬세한 것이다.
‘사는 보람’, ‘개성의 창조’, 그리고 ‘나다움의 표현’이 일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사회를 대하는 태도와 일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한편 이 책은 ‘하우투 how to’에 관한 책은 아니라고 미리 밝힌다. 직장에서의 처세술이나 성공학 같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지, 하고 있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하는 책이다.

강상중은 자신이 젊었을 때 첫 직업을 찾기 위해 분투했던 경험,
그리고 현재 자신의 전공인 정치경제학, 인문학을 통하여서 논지를 전개해 나간다.
(일본의 입장에서) 오늘날에는 성장이 계속되던 버블경제는 붕괴되었다. 기업은 냉엄한 자본의 논리에 따라 유지되고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계약직, 파견 노동같은 비정규 고용이 늘어났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종신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른바 고용의 유연화라는 명목으로다.

버블의 붕괴이후로 학력 사회 모델은 무너졌다. 예전에는 일의 의미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학력을 취득하고 좋은 기업에 취직하면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이며 ‘개인 경력 모델’로 바뀌었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한 학력이 아니라 경력이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어떤 상황에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재이다.

강상중은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는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일과 마주하면 좋을지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일의 의미를 생각해볼 것’, ‘다양한 시점을 가질 것’, ‘인문학을 배울 것’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출판계에서도 철학이나 종교, 사상 분야가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의 일본 경제가 너무나 복잡기괴하여 이해하기 힘들고, 또 세상이 급격히 변화했기에 많은 이들이 가능한 한 예전과는 다른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려 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어쩌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사회 현상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건 편견 없이 대상을 본다는 뜻이다.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뜻이다.
강상중은 인문학을 배우는 것이 복잡한 경제 너머로 색다른 시선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경기가 지속되어 고용의 유연화가 진행되는 이 시대에서 우리에게는 거시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멀리 보는 눈과 복안(複眼)이 없으면, 우리는 과하게 비관적이 되거나 단편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시대를 읽는 눈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강상중은 단언한다.
인문학은 고전이나 역사가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에는 지금의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유용한 힌트와 교훈이 많이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고전과 역사를 보면 궁극적으로 ‘이 사회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알게 된다.

인문학은 판단력과 구상하는 힘 構想力 같은 창조성과 관련된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인문학을 통해 탄탄한 지식과 지혜를 얻는다면,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적확하게 분석하여 앞으로의 행동에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가장 큰 효용이라 생각합니다.』


강상중은 【일하는 이유】 장에서 자신이 일하는 이유를 어떻게 찾았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답변부터 말하면 ‘나를 잃지 않기 위하여’가 강상중이 일을 찾고 해온 이유였다.

저자가 20대와 30대를 보낸 1970년대와 80년대. 이 시기는 자이니치에 차별이 노골적으로 극심하던 때였다. 강상중을 비롯해서 이 때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은 재일 2세들은 모두 다 똑같은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공직이나 버젓한 기업에 자이니치는 진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이니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직종은 음식점, 유흥업소, 같은 동포가 운영하는 소규모 회사들 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가 대학원이었고 그래서 강상중은 어쩔 수 없이 대학원으로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같은 학력의 일본인들과 달리 30대 중반까지 강사직을 얻을 수가 없었다. 학계 역시 차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의 부당한 형편을 안타깝게 여기고 도운 은사의 도움을 통해서 간신히 서른일곱에 교원이 될 수 있었다. 정규 교수가 된 것은 그로부터도 또 한참 후에야 가능했다.

강상중은 자신이 자이니치여서 겪었던 피치 못할 장벽을 통해서 보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고생을 말하는 것은 자이니치만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20대를 통과하면서 구직을 하는 일본의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이러한 특수한 경험은, 불확실한 경제의 현 일본에 절묘하게 적용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었고 커다란 교훈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일본 독자라면 강상중의 조언이 특수한 게 아니라 공감대가 있음을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이 글을 읽는 한국의 독자인 나로서는, 짠함의 연속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 일본이 초고속 성장을 하던 때 강상중처럼 와세다대학을 나왔다면 다른 이들은 평탄하게 살았을 것을, 그렇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작가의 초상이 그려졌다.
구구절절히 그 설움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다른 이야기를 접한 리뷰어로서는 글의 이면에서 슬픔과 투쟁의 흔적을 느꼈다.

그리고 존경심이 한층 더해졌다. 자이니치로서의 특수한 차별과 설움이 지금은 승화되어서, 불안한 시대에 직업의 의미를 묻는 일본인에게 지혜를 전해줄 수 있게 하였다.

독일어에는 ‘Beruf’라는 말이 있는데 ‘천직’이라고 번역된다. 영어 calling 과 유사한 단어이다. 이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을 행함’이란 뜻으로, 일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영어와 독일어에서처럼 일은 생계를 위함을 넘어, 그 일을 수행하여 어떤 미션을 성취한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일에는 어느 정도의 윤리 의식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상중은 정치학자가 된 것이 처음에는 떠밀리듯이 시작했지만, 차츰 사명으로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파견직 노동자 청년이 무차별 살인사건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강상중은 이 사건을 단순히 흉악범이나 일탈 행위로 여기지 않고 사회적인 병리 현상으로 진단한다.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살던 20대가 얼만큼 소외감을 느꼈는지를 정치와 사회문제의 범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

부의 편중, 불안정한 고용, 「위험의 외주화」 이런 것들은 단순한 경제의 관점만으로 볼 게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 속에 놓인 당사자들에게는 정신을 무기력하게 하고, 결국에는 황폐화시킬 수 있음을 저자는 경고한다.

강상중은 이어서 이러한 제안을 한다. ‘하나에 전부를 바치지 말라.’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분야에서도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
자신이 역점을 두는 대상을 몇 가지로 분산시켜 두면 좋다. 이러면 일의 위기를 맞았을 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일을 하면서 받은 상처 또한 일이 아닌 다른 종류의 보람으로 치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예전의 일본에서라면 회사형 인간이 칭송을 받았다. 대부분 종신 고용이었기에 한 직장에서, 한 업무를 하고 은퇴한다는 것은 자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그런 시기는 아니라고 작가는 단언한다.
기업을 위해 억척스럽게 자신을 희생하며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아니라고 한다.
이제는 일 이외의 시간에 얼마나 다른 가치를 발견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살아가기 힘든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내 안에 몇 가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채널을 갖는 것이 어떨지 한번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리해 본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구애받지 않고 나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여, 내면에서 솟아나는 동기와 사명감이 이끄는 일과 마주하는 것.
이것이 이 책에서 강상중이 일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작가의 표현들은 일본어 특유의 정갈함과 보편적인 주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편안하게 이해된다. 보편적이라고 해서 뻔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 (시고토)의 의미와 가치를 말하기에 철학적이고 윤리적이다.
동시에 정치와 경제를 아울러서 사회적인 해석도 담고 있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지만, 강상중의 말이기에 내게는 특별했다.

가끔은 진짜 ‘어른’이 건네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깨달음을 배우는 것이 내게는 필요했다. 그래서 유익하게 감사하게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구체적으로 권하는 책들과 작가들,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들을 통해서 교훈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혀 몰랐던 일본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롭게 읽을 수 있었다.

NHK방송 강좌의 형식에 알맞은 입말의 글도, 편안하게 읽으며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다.

요즘 새로 나오는 저자의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_^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적 동기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고들 하니 학습하는 모방 단계를 넘어 (그 일이) 나만의 동기와 사명감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목적의식과 뜻이 바탕에 없다면 아무리 다방면에 재능이 있다 해도 일을 통해 진정한 만족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또 진정한 의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지도 못할 것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부족함을 안다’, ‘자족한다’는 말과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스러움을 알고 그에 꼭 맞는 삶의 방식이나 일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이 역경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일에 정진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나다운’ 인생을 누리기 위한 제 나름의 작은 시나리오입니다.
부자연스러운 자아실현 따위에 신경을 갉아 먹히는 일 없이 좋은 모습으로 일을 지속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바로 자연스러움입니다.』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것과 무익한 것. 유해한 것과 무해한 것. 낡아도 가치가 있는 것과 낡으면 쓸모없어지는 것. 그리고 일회용과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
그런 것들로 가득한 현실이 언젠가부터 제 안에 새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는 너무 눈부시고 또 너무 떠들썩했으며, 그런 도쿄에 저는 주눅 들기 일쑤였습니다.』

『일본으로 돌아온 저는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한국 이름 ‘강상중’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연스러움’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고 싶었습니다.
이로써 저는 이른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심을 때가 있고, 태어날 때가 있으며, 죽을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웃을 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더욱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카는 역사의 본질은 현대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대라는 시대에 대한 통절한 문제의식과 질문이 없다면 역사는 단순한 기록의 집적에 지나지 않으며, 암기해야 할 사건들의 연대기일 뿐이지요.

그저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여 하루하루의 일과에 매몰되거나 반대로 현재 상황에 불만을 품는 것만으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역사든, 개인과 기업 혹은 조직의 역사든 배우는 이의 자세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양과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비즈니스 퍼슨이 더욱 실천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고전’ 읽기입니다.
즉 막스 베버나 마르크스, 루소, 케인스, 슘페터, 문학에서라면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괴테 같은, 그러니까 오랫동안 살아남아 계속해서 널리 읽히는 책을 읽는 것이지요.

저는 이러한 것들을 ‘말린 것’이라 부르고, 사람들에게 ‘말린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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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와와나시강 처럼. | Basic 2018-12-2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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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녀와 여자들의 삶

앨리스 먼로 저/정연희 역
문학동네 | 2018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처음 만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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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따분하고 단순하고 놀라우며 가늠할 수 없었다.』
(책에서)


앨리스 먼로의 장편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소녀와 여자들의 삶》.
먼로가 발표한 작품은 대개가 단편이고 장편은 드물다고 한다.

1930년대 캐나다의 평범한 시골 마을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델라 라는 10대 소녀이다.
2차대전의 참화가 있었지만 이 동네는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었다.
소설은 델라, 애칭으로 델이라고 불리는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가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의 이야기, 학창생활과 절친과의 추억, 황홀하고 날카로웠던 첫사랑. 그런 보편적인 스토리들이다.

전통적인 성장 소설의 구조를 따라가는 작품이었다.
평이하긴 하지만 앨리스 먼로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묘사로 인해서 진부하지 않은 소설로 완성됐다.

1930년대에서 시작해서 전쟁이 끝나고 델이 사회로 진출하기까지의 시기를 그렸다.
처음에는 캐나다의 이 낯선 시골 마을이 많이 생소했는데, 책을 덮을 즈음에는 뭔가 알 듯 느껴졌다.

소설의 발표년도가 1970년대이고, 작품의 배경은 70년~80년전이다 보니 아무래도 올드 패션했다. 종교적인 권위가 아직 한 마을을 주도하던 시절이었고, 여성 특히 10대 여성에 대한 억압이 팽배하던 때였다.

그 속에서 델은, 튀지는 않지만 자기 나름의 반항을 하고 독립된 자아를 만들려고 고군분투한다.

캐나다의, 아주 오래전의, 낯선 동네의 이야기라서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앨리스 먼로의 편안한 문장들, 재치있는 표현,
수려한 묘사력을 통해서 한 시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엔딩이 열린 결말이고 잔잔한 여운을 주면서 끝이 났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한 시즌을 본 것처럼 뭔가 읽다 만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과 함께 단편집도 새로 나왔던데 그 소설집도 읽어보고 싶다.

많은 작품 중에 장편 한 편을 읽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앨리스 먼로의 작품 세계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호감과 궁금함을 갖고 다른 책을 읽고 싶은 계기는 얻을 수 있었던 독서였다.


【책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게 뭘까? 그건 유제품 공장 사무실에서 취직한 여자들의 삶을 의미했다.
결혼과 출산 때의 선물 파티, 리넨과 냄비와 팬과 은제 포크, 그런 복잡한 여성적인 질서를 의미했다.
( 349쪽)

세상은 원래의 자연스럽고 냉정한 중요성을 되찾았다. 사랑의 삶과는 무관하고 사랑 때문에 제 색깔을 잃지도 않은 세상으로. 이 느낌은 처음에는 충격이었지만 곧 묘한 위안으로 다가왔다. ( 431쪽)

미래는 사랑과 장학금 없이도 채워질 수 있었다. 나는 마침내 지난날의 실수와 혼란을 끊어내고 마침내 환상이나 자기기만 없이, 비장하고 단순하게, 집을 떠나고 수녀원을 떠나고 애인을 떠나는 영화 속 여자들처럼 작은 짐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라타면서, 내 진정한 삶이 시작되려 한다고 생각했다.
( 434쪽)


나는 또한 엄마의 말이 여자들, 처녀들에게 건네는 다른 모든 충고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여자가 피해를 입기 쉬운 존재임을 가정하고 건네는 충고. 남자는 바깥세상으로 나가 온갖 경험을 다 해보고 원하지 않는 것은 훌훌 털어낸 뒤 자랑스럽게 돌아올 수 있지만 여자라면 어느 정도 조심성 있게 행동하고 엄숙하게 호들갑을 떨고 자기보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충고.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해보기 전에 이미 남자들과 똑같이 할 거라고 결심했다.
( 319쪽)

아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에게 성공적으로 잘 감췄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를 자신에게 맞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재편성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취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
( p.397)

훗날 나는 목록을 만들어보려 했다. 중심가를 따라 늘어서 있던 가게와 업체와 그 주인들의 목록, 가족의 성과 묘석에 적힌 이름과 그 밑에 새겨진 묘비명의 목록.
라이시엄극장에서 1938년에서 1950년까지 상영했던 영화의 대략적인 목록.
전몰장병기념비에 적힌 이름(2차대전 때보다 1차대전 때가 더 많았다).
거리의 이름과 거리가 배열된 형태.
우리가 그런 작업에서 정확성을 바란다면 그건 고통스럽고 미친 일이다.
어떤 목록도 내가 원한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다.

그때의 나는 사람들의 소망이나 그들이 내게 드러내는 다른 모습을 자연스럽고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런 것이 내게 마땅히 주어지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듯.
( 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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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빠 생각》 | 영화가 왔네 2018-12-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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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오빠생각

이한
한국 | 2016년 01월

영화     구매하기

임시완, 고아성 주연
(오빠 생각)

한국전쟁 한가운데 실제로 군 소속의 어린이 위문 합창단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를 바탕으로 극화했다.

냉혹한 전쟁 가운데도 존재했던 음악이란 점에서 <피아니스트>가
전쟁 직후 혼란함을 이겨내는 어린이 합창에서 <코러스>란 작품이 생각났다.

전쟁씬이 나오지만 피아니스트처럼 잔인하지 않고,
동심을 그렸는데 코러스처럼 깊이 들어가진 않았다.

거론한 영화들이 예술영화에 속하지만
<오빠생각>은 완전히 대중 영화여서 조율이 오히려 잘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반듯하고 진중한 임시완은 그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오는데 어색하지 않고 적역이었다.
배두나 이후로 본인이 가장 밀고 있는^^ 고아성이 나와 좋았다. 연기와 역할도 훌륭했고.

이레 양의 전쟁 고아 연기는 뭉클함의 결정체였다. (T_T)
부모를 잃고 오빠와 함께 굳세게 살아가다가 합창단을 만나 웃음을 찾은 소녀가 감동을 주었다.

전쟁을 통해 지켜야 할 것은 결국
이러한 작은 아이들의 웃음과 노래라는 걸
깨닫고 느끼게 한 작품이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이 동요가 여러번 나오는데 새삼 좋았구
2절도 있는지 처음 알아서^^ 새롭게 들렸다.

전쟁임에도, 수십년이 흘렀는데도
아이들의
곱고 티없이 울려퍼지는 순수의 메세지란…!

합창과 화음은 언어를 뛰어넘어
참으로 가슴을 어루만지고 생각을 흔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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