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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18-03-30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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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유치환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자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1960.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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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탁 [ 곰탕] 1 | Basic 2018-03-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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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곰탕 1

김영탁 저
arte(아르테)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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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고스트>를 유쾌하게 봤었다. 영혼을 보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상투적이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재밌었다. 이후에 다시 차태현을 주연으로 한 슬로우 비디오. 이 작품은 전작보다 한결 세련된 화법으로 장애인을 그려서 가슴 따뜻함을 선사했다.
충무로에는 '요새 뭐하나' 궁금한 감독들이 늘 있다. 그중에 한분인 김영탁 감독. 그의 신작을 만났는데 뜻밖에 장편소설이다. <곰탕 1>.

서기 2064년. 까마득한 미래에는 끔찍한 바이러스로 가축들이 사라졌다. 그래서 멸종한 소를 대신해서 대체 동물을 만들은 인류.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처럼 그 맛은 원조 소에 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곰탕의 비법을 알아내기로 한다.
미래에는 시간여행 기술이 있었다.

시간여행 설정 역시 완전히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김영탁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면 이 소재를 갖고 흥미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게 했다. <곰탕> 1권은 궁금증과 기대감을 층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디스토피아같은 곳의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이우환. 어느날 주방장이 아롱사태라는 것을 아냐며 그림을 그려줬다.

처음에는 무슨 사태가 벌어진 줄 안 이우환. 곧 그것이 곰탕의 주재료임을 알았고 과거로 여행가는 제안을 받는다. 시간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 주방장은 우환에게 아롱사태를 가져와 돌아오기만 한다면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했다. 목숨값으로는 소박한 댓가이지만 별다른 소망없이 살아가던 우환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시간여행을 하는 이유가 곰탕의 아롱사태라니. <곰탕 1>은 첫 이야기부터 실소를 머금게 한다. 그렇지만 마냥 순박하고 말랑말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환이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2019년.
부산에서는 엽기적인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형사들은 그 일을 추적하고 있다. 이는 결국 우환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는 일들이 된다.

우환이 미래에서 소개를 받고 찾아간 부산곰탕. 신기하게도 그 곳에는 자기 친아빠의 이름과 같은 청소년인 이순희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다. 주인집 이종인의 외아들이다. 순희에게는 강희라는 여친이 있다. 순희는 학교에서 짱인 그룹에 속하고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뿅카라고 부르는 오토바이를 모는 강희라는 애도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

부산의 조직들은 고등학교를 돌면서 한주먹하는 일진애들을 섭외하기에 바쁘다. 스카우터의 매의 눈은 순희를 주시한다. 순희가 비록 짱이긴 하지만 그다지 조직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반항아 이긴 해도, 매일 늦게 집에 들어가긴 해도 외박을 한 적은 한번도 없는 순희다.

설마 이 사람들이 나의 친아빠이고 엄마, 할아버지인 걸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부산곰탕에서 기술을 배우는 이우환은 고민한다. 몰래 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빼내서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놓았다.

주먹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이들. 통나무 사업을 저지르는 살벌한 조직들. 우환의 곰탕 기술 전수. 이런 것들이 <곰탕 1>에서 쉴새 없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뒤로 향하면서 서로 연결점을 갖고 흥미를 점진적으로 높여 간다.

우환은 여행사에서 약속한 날 귀환을 위한 배에 탑승한다. 그런데 안전벨트를 차고 파란알을 손에 쥔 순간에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어느새 자기를 살갑게 받아들여 준 지금, 이 곳의 사람들을 떠나야 할까?

극적인 반전을 던져주고 1권이 끝이 났다. 이제 우환은 스스로의 결정으로 행복한 길을 택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자기를 죽여야만 하게 된 상황은 모른다.
2권이 몹시 궁금하다.

읽을수록 김영탁 감독의 스타일을 가깝게 느꼈다. 향기를 짙게 맡았다.
분명 소설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읽는 것 같은 작품이었다. 주인공 중 한명에게서는 차태현이 왠지 모르게 오버랩 된다. ^^

터미네이터의 존 코너를 떠올리게 하는 이우환~.
그의 활약을 다음 편에서 또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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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작가라고 낙인 찍혔던 작가 | 영화가 왔네 2018-03-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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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트럼보

제이 로치
미국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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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카시즘을 아는가. 1950~60년대에 미국의 한 국회의원이 주도한 반공주의를 일컫는다.
<로마의 휴일>을 아는가. 질문이 어리석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고전 명작이다.
그렇다면 달튼 트럼보는?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로마의 휴일>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인 로버트 리치. 그 가명을 사용한 실제 시나리오 작가가 바로 달튼 트럼보였다. 그가 필명을 쓴 것은 멋부리거나 문학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바로 매카시즘 때문이었다.

 

몇 년 전에 이 사실을 처음 접하고 대경실색했었다. 로마의 휴일은 정말 사랑하는 영화이고 그 작품을 쓴 사람이 매카시즘의 희생양인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달튼 트롬보는 1940년대에 커뮤니스트로 낙인이 찍혀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 사이에 가명으로 로마의 휴일을 써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물론 로버트 리치라는 엉뚱한 대타를 내세워서 수상을 했다. 그리고 이후에 <브레이브 원>을 (역시) 가명으로 써서 다시 한번 오스카 상을 수상했다. 아주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들도 아카데미에서 2회 수상이란 결코 아무나 하지 못한다. 그런만큼 달튼 트럼보의 실력은 굉장한 것이었다.

그를 주제로 한 일종의 전기 영화인 <트럼보>. 이 작품이 나왔다고 몇 년 전에 들었는데 이제 감상할 수 있었다. 정말 감명 깊었고 실존 인물 달톤 트럼보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매카시즘으로 인해서 헐리웃의 영화인들과 시나리오 작가들 수백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들은 영화 제작에 참여하지 못하고 직, 간접적인 핍박을 받아야 했다.
그 중 시나리오 작가 트럼보는 작가들 중에 대표적으로 박해를 받은 분이었다.
하지만 그 분의 극작 실력은 당대 베스트 10에 드는 것이었다.

헐리웃은 절실히 그의 글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몰래 로버트 리치라는 가상의 작가를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작가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수입을 벌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것이 어디냐 싶었다. 그렇지만 로마의 휴일로 정점을 찍으며 그 작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트럼보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했다.

트럼보를 이렇게 만든 ‘반미활동위원회’는 눈엣가시같은 트럼보를 색출해 쫒아냈다고 의기양양해 있었다. 다른 작가들처럼 블랙리스트로 찍혀서 영화판에 얼씬도 못하게 된 사람보다야 처지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피같은 작품을 자신의 글이라고 말할 수 없는 트럼보의 모습에 점점 이입할 수 있었다. 그런 모순된 감정은 얼마나 슬픈 것일까.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가족에 눈길이 많이 갔다. 트럼보의 아내, 딸과 아들. 그들은 트럼보처럼 글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빨갱이 작가’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용히 숨죽이이고 살아야 했다.

나중에 1957년에 <브레이브 원>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를 탄 직후에 달톤 트럼보는 용기를 내어서 언론에 자신을 드러냈다. 사실은 내가 브레이브 원을 쓴 로버트 리치라고. 세상은 깜짝 놀란다. 그렇다면 로마의 휴일도 당신이 쓴 거였다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저 단순히 한 잘 나가는 작가의 미학적인 제스쳐가 아니었다. 그는 정부와 반미위원회의 매카시즘을 정면으로 맞선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더 피눈물 흘리며 살은 시나리오 작가들이 수백명 있다고 고발했다.

나중에 떳떳이 ‘커밍 아웃’을 하고 자신의 새 영화 <스파르타쿠스> 시사회를 보고 온 날.
오랜 세월 묵묵히 참으며 내조한 트롬보의 아내는 집에서 귀걸이를 빼다가 오열한다.
그 뒷 모습에 나도 같이 눈물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실제 트럼보의 방송 인터뷰가 나왔다.
거기서 자기 딸이 12년간 겪은 일을 담담한 듯이 자세히 트럼보가 말하는데 또 뭉클했다.

딸 니콜라가 세 살이었을 때 작가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매장당했고 트럼보는 로마의 휴일 등 수작들을 계속 썼다. 딸 니콜라는 그 작품들 제목을 다 알았다. 그러나 마치 군인처럼 비밀을 지켜야 했다. 10대 소녀가 본의 아니게 비밀 에이전트로 살아야 했다.

작가의 가족, 그리고 트롬보를 뒤에서 혹은 전면에서 지지한 많은 영화인도 나온다. 트롬보는 외롭게 싸웠지만 결코 혼자인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배우 커크 더글라스의 모습은 처음 들었는데 정말 용감해서 그를 다시 봤다.

지난 정권에서 영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송강호씨가 존경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태블릿 사건이 있기 전에 <1984>의 이한열 열사 역을 자청했던 강동원씨도 그러했다.
<트럼보>의 주인공 배우는 낯선 배우였지만 연기가 훌륭해서 무리없이 트럼보 작가를 소화했다.

글을 쓰는 것이 불의한 세상과 싸우는 강력하고 가치있는 무기임을 정말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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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장군이 된 꼬마 장승 | Basic 2018-03-27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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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하대장군이 된 꼬마 장승

노경실 글/김세현 그림
두레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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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마을 한 곳에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푯말이 있었다.

오래되고 방치가 되어서 쇠락하고 허름하긴 했지만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대장군들이 전혀 무섭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처음 이 책을 접하고 그림들을 봤을 때도 어쩐지 정겨웠던 것은.

 

꼬마 장승이는 아빠 천하대장군, 엄마 지하여장군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장난끼가 심해져서 밤이면 마을로 가서 동물들을 짓궂게 괴롭혔다. 장승이에게는 위압적인 외모가 있었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재주가 있었는데 그걸 애꿎은 가축들에게 쓴 것.

 

밤마다 동네가 시끌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대장군 부부를 찾아가서 항의했다. 사람들에게 굽실굽실하며 사죄를 하는 부모님을 멀리서 본 장군이. 죄송함에 죄책감에 집을 뛰쳐나왔다.

 

이렇게 가출을 했다가 며칠 후에 무사히 돌아갈 마음도 있던 꼬마 장승이. 그런데 그만 나쁜 사람들 무리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깊은 산 속에서 숨어 살면서 약탈을 저지르던 산적떼였다.

산적들은 장승이가 쓸 만한 능력이 있음을 알아서 머슴으로 부리기로 한다. 곱게만 자랐던 장승이는 고아처럼 되어서 청소하고, 불 피우고, 나무를 해야 했다. 산적들이 시키는 온갖 일을 했고 밤에는 돼지우리에서 자야 했다.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했지만 장승이는 도망나갈 엄두도 못 냈다. 그러다가 어느밤에 산적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은 장승이. 산적들이 다음 거사를 치를 것인데 그 공격대상이 흰돌마을이라고 한다. 흰돌마을은 장승이가 살던 마을이었다.

 

장승이는 산적떼가 마을로 가서 마을 사람들을 때리고, 음식과 옷감을 훔칠 것을 떠올리며 무서움에 떨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리고 하늘을 보면서 기원했다.

   천둥이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며 마음으로 외쳤어.

   ‘엄마 아빠, 제가 용감한 장승이 되게 도와주세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엄마 아빠,

 장승 친구들,

 장승들을 사랑해 주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자기가 괴롭혔던 아기 동물들을

 생각하고 생각할 때마다 마음 가득 용기가 생겼어.

      ( p.24)


천둥이는 보름달이 뜨는 날 돼지우리를 나와서 소동을 일으켰다.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소란에 산적들은 혼비백산했다.

이 틈을 타서 천둥이는 재빠르고 날쌔게 그곳을 빠져나왔다.

뛰고,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뛰었다.

그 사이에 훌쩍 자란 장승이는 자신의 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엄마 아빠를 보았고 산적들이 몰려온다고 알렸다.

천하대장군 커플은 자기들의 소임을 다해서 산적들에게 눈을 부릅뜨고 겁을 주었다.

크게 호통을 치며 못된 산적들아 물러가라고 외쳤다. 신난 장승이도 산적들은 썩 꺼지라고 외쳤다.

 

산적들은 놀라서 달아났고 마을 사람들이 뛰어왔다.

 

마을 사람들은 이전엔 심술쟁이, 고얀 녀석이라고 욕했던 장승이가 의젓해진 걸 보았다.

그리고 칭찬하면서 돌아온 걸 환영해주었다.

장승이는 더 이상의 마을의 말썽쟁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복덩어리가 되었다.

 

엔딩에서 장승이는 청년이 되어서 여친과 결혼했다.

여친 이름도 귀여웠다. 장실이.

 

 

 

 

 

  동화작가 노경실이 쓰고 동양화 작가 김세현이 그림을 그렸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그림도 너무 멋있었다.

 

김세현 작가는 장승을 서양식으로 변형하지 않고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재현했다.

장승의 특징을 잘 잡아서 생생하게 살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며 언틋 기괴해 보이는 장승의 표정도 전혀 배제함 없이 그렸다.

 

자꾸 볼수록 정겨운 자태였다. 반가웠다.

내가 알기로는 장승이 다 나무재질로 알았는데 쇠로 된 장승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마다 동네마다 장승의 모습이 미묘하게 다 달랐다고 한다.

 

지금은 현대화되었기에 장승을 마을에 세울 수는 없을 거다.

그렇지만 전통 가운데 하나였던 장승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쉬운 것 같다없앨 때 없애더래도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기록으로 남겼다면 좋았을 것 같다.

꼬마 장승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기억에서 잊은 장승에 대해서 환기해 볼 수 있었다.

그림체가 역동적이고 색감이 한국적이어서 아름답다.

어린이가 보기에도 충분히 흥미를 줄 수 있다. 특히 노경실 작가님의 고운 문장들이 순수 한국어의 묘미를 탁월하게 살리고 있다.

 

요즘 동화책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도 꽤 있는데 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한국의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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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가 브라이스를 만났을 때 | 영화가 왔네 2018-03-2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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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플립

로브 라이너
미국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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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그에게 빠졌다.

이 때 flipped 라는 단어를 쓴다.

 

미국 영어 속어라고 하는데 영화 플립10대 소녀가 한 아이에게 푹 빠진 이야기다.

 

어제 이 영화를 보고는 뜻밖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너무도 건전하고^^ 순수하고 틴에이저들의 이야기여서 굳이 글로 감상을 남길 생각은 안 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참이 흘렀는데 뇌리에서 자꾸 이 영화가 맴도는 거다. 맛있는 걸 먹고, 흥미로운 TV쇼를 보고,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심야라디오를 듣는데도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노트북을 켜고 워드파일을 열었다.

 

사랑에 대해서 불(fire)의 비유가 많이 쓰인다. 불꽃같은 사랑, 그 불꽃이 식어버린 허탈함. 같은 식으로.

 

줄리는 다섯 살 때 이 동네로 이사를 왔다. 앞집에는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인 자기 또래의 남자아이가 살았다. 줄리는 수줍어하는 듯한 그 아이가 좋아졌다. 그냥 앞집 아이로 둘은 서로를 처음 알았다.

 

사랑의 불꽃은 언제 일어나는걸까. 그 불꽃의 이유가 뭔지, 왜 그때 스파크가 일은건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줄리가 11살이 되었을 때 그 불꽃이 일어났다.

배경도 평소 같은 집 앞. 햇살이 비치고 미풍이 살살 불던 보통같은 날. 어떤 일로 집안에서 분주하게 일을 하다가 돌발적으로 브라이스가 줄리의 손을 잡게 되었다. 로맨틱한 것이 전혀 아니고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줄리는 브라이스가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전에도 푸른 눈에 shy하고 늘상 동네서 마주치는 건 똑같았다. 지금도 외모나 성격, 둘 사이의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줄리에게서 브라이스가 달라졌다.

그의 눈이 깊고 아름답게 느껴진 것이다. 보면 당황스러워지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이다.

 

줄리는 기쁘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첫...

그런데 황홀함도 잠시 줄리에게는 애달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서 스파크가 일어났으니 브라이스에게서도 어서 스파크가 일어나서 자기를 좋아해줘야 했다.

그 동안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특별히 잘해준 것은 없지만, 서로 몇 년 동안 이웃으로 산 사이니까 자기의 마음을 받아줄 듯 했다.

 

눈빛으로 레이저를 쏜다. 적극적으로 선물을 주는 행동을 한다. 늘 매의 눈으로 주시하는 모습으로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꼭 말을 해야 알겠는가. 줄리도 브라이스도 이제 어엿한 10대인 것이다.

 

브라이스는 처음에는 전혀 모르다가 어느 시점부터 줄리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예사롭지 않음을 알았다. 그렇지만 당혹스럽다. 특별하게 미워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으나 꼬마 때 알은 줄리는 그냥 앞집 애일 뿐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먼저 대쉬한 것도 아닌데. 왈가닥도 아닌 조용조용한 줄리가 갑자기 자기에게 표현하는 무언의 감정들.

부담스럽다.

    

 

 

 

<플립>은 줄리의 무려 7년간의 짝사랑을 소소하면서 아기자기에게 전개해 간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둘은 서로의 계층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줄리네 집은 전세였다. 마당과 정원은 동네의 다른 집들에 비해서는 형편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브라이스네 집은 중산층의 잘 사는 가정이었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예전부터 앞집 줄리네를 은근히 무시해왔다. 단지 동네에서 제일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꼬투리를 잡았다.

 

줄리는 7년째 외사랑중이지만 여전히 씩씩하게 브라이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 초월하고 달관해서 브라이스가 자기를 좋아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라이스를 다른 남자애들처럼 무심하게 보려고 애써도 봤다. 그런데 절대 그게 안된다. 굳게 마음을 먹어도 그와 마주하고 눈을 바라보며 한참을 얘기하면. 또 정신이 혼미해진다. 상사병인 것 같다.

 

보는 제3자 관객인 내 마음은 타들어간다. 하이고야 줄리아나. 얘를 어째야 해. 이사를 가거나 전학을 갈 수도 없고.

 

그런데 정말 뜻밖에 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줄리는 집에서 닭을 키웠다. 닭들이 달걀을 무진장하게 많이 낳아서 처치 곤란했다. 그러자 이웃의 아주머니들이 친절하게도 달걀을 사겠다고 해주셔서 팔기 시작했다. 그래도 양이 충분하게 남았다.

줄리는 브라이스네 어머니가 생각났다. 늘 마주치면 밝게 인사하시고 가끔 도움도 주셨다. 짝사랑남 브라이스가 중간에 걸려 있는게 조금 찜찜하지만 그래도 아주머니한테 달걀을 안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계란을 한 꾸러미 바리바리 싸들고 브라이스 집 초인종을 눌렀다. 브라이스가 문을 열었다. 계란을 대신 전해주었다.

 

<플립>은 줄리의 시선, 브라이스의 시선 이렇게 두 가지가 대등하게 교차되며 진행된다.

같은 일, 동일한 사건을 두고 소녀와 소년의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계란 사건은 안타까운 일의 시작이었다. 브라이스의 아빠가 줄리가 마구잡이로 사육한 닭의 알을 받아오면 어쩌냐고 호통을 친 것이다. 줄리네 집 앞 마당 더러운 거 못 봤냐며. 달걀에 살모넬라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브라이스는 어느날 몰래 줄리의 사육장으로 가서 울타리 구멍으로 줄리가 닭 키우는 걸 몰래 살펴봤다. 특별히 비위생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질색했다. 그래서 어느날부터 줄리가 선물하며 건네주는 한 움큼의 달걀을 버리기 시작했다. 아빠가 말한 내용에는 줄리네는 가난뱅이여서 마당이 더럽다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브라이스는 이 사실을 숨긴다. 줄리가 알면 상처를 받을까봐.

 

그러던 어느날 줄리가 돌아간 줄 알고 브라이스는 분리수거 쓰레기 봉투에 달걀을 담아서 문을 벌컥 열었다. 어우 그런데 줄리가 잠시 머물러 있다가 브라이스와 딱 마주쳤다.

줄리가 왜 달걀을 버리냐고 하자 실수로 떨어트렸다고 브라이스가 말했다. 그런데 봉투 위에 놓인 달걀은 멀쩡하다. 줄리는 사태를 파악했다.

 

줄리는 속상하다. 그래도 부모님에게 말하면 속상하실까봐 말 안 했다. 그러다가 밥 먹을 때 엄마가 왜 시무룩하냐고 물어서 얘기를 하다가 얘기가 나왔다. 엄마는 딸을 이해하면서 남편에게 가난의 불편함을 토로하면서 울컥했다. 우리도 남들처럼 정원도 가꾸고 고장난 세탁기도 바꿨으면 좋겠다고.

줄리 아빠가 집에 돈을 많이 못 벌어주는 이유가 있었다. 줄리 아빠의 동생, 그러니까 줄리의 삼촌이 정신지체 장애자였다. 그래서 시설에 가 있는데 그곳이 회비가 비싼 사설이어서 줄리 아빠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동생을 부양하는데 쓰고 있었다.

<플립>을 보면서 남편과 아빠의 헌신을 이해하고 견뎌주는 줄리와 가족들이 참 따뜻했다.

 

 

이후에 줄리와 브라이스 사이에 극적인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무엇보다도 어느 시점부터인가 브라이스도 줄리를 다른 눈으로 보면서 이야기가 돌변했다.

 

줄리는 브라이스를 향한 마음을 서서히 접기 시작하는데, 브라이스는 반대로 줄리를 애틋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뒤에 있는 두, 세 가지의 굵직한 사건들은 계기가 되기에 스포일러 일 수 있어서 생략한다.^^

    

 

 

 

둘 사이에 오해가 싹트기 시작하고, 진짜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서 줄리는 브라이스를 완전히 놓아주게 되었다. 그러다가 학교의 행사로 남학생 낙찰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1963년인데 지금 보면 조금 유치한데 그때는 고등학교에서 저런 행사를 열었나 보다.

 

브라이스가 바스켓 맨으로 뽑혀서 강당에서 소녀들의 낙찰을 기다렸다. 학교에는 퀸카이지만 싸가지가 없는 여자애가 있었다. 그애가 최근에 남친을 뻥 차더니 돌연 브라이스에게 관심을 보였다. 줄리에게는 숙적이었다.

 

낙찰에서 그 여자애가 브라이스를 선택했다. 줄리는 원래 그럴려던 게 아닌데 브라이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엉뚱한 남자애를 선택했다.

학교의 식당 휴게실에서 그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이 데이트를 하면서 점심 식사를 했다.

 

줄리는 줄리가 고른 남자애와, 브라이스는 자기를 고른 여자애와 각각 식탁에 앉았다.

하필 자리 배치는 바로 옆 테이블. 줄리의 눈에는 브라이스가 보이고, 브라이스의 시선에도 줄리가 훤히 보인다.

 

그 이전의 한 사건을 통해서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에 다행히 심각한 오해는 풀었지만, 브라이스는 줄리의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

늘 자기를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이 아니라 냉랭하게 식은 남남의 눈빛이었다.

 

브라이스의 앞에는 학교 최고의 퀸카애가 있었지만 그애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앞쪽의 줄리를 바라봤다.

 

줄리는 처음에만 브라이스를 의식했다가 깡그리 무시하면서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이 일도 소녀와 소년의 시선으로 각각 두 번 사건을 재현한다. 어찌나 흥미롭고 짜릿하던지.^^

 

브라이스가 갑자기 벌컥 일어났다. 휴게실 아이들이 전부 그를 쳐다봤다.

브라이스의 속 마음 대사가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줄리. 왜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거야.

나 아닌 다른 남자애 앞에서 왜 그렇게 예쁘게 웃고 있냐고.

 

갑자기 다가온 브라이스에 줄리는 깜짝 놀랐다. 좀 보자고 해서 일단 일어나기는 했는데 브라이스가 갑자기 성큼 다가왔다. 무작정 키스를 하려고 했다.

줄리는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학교 주차장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온 사력을 다해서 페달을 밟아서 집에 왔다.

 

엄마는 딸이 학교 시간에 갑자기 울면서 들어와서 놀랐다. 왜 그러냐고 묻자 줄리는 침대에서 울면서 브라이스 얘기를 했다.

 

브라이스도 그 길로 학교를 나왔다. 줄리네 집을 문을 두드렸고 엄마가 문을 열었지만 미안하구나 줄리가 나오고 싶어하질 않아 해.’라고만 전해들었다.

이틀을 꼬박 전화를 하고, 집 대문을 부서져라 두들겼다. 줄리는 외면했다.

 

삼일 째 되던 날에 줄리도 충격과 슬픔이 잦아들었다. 그 날은 브라이스가 찾아 오지 않았다.

줄리는 안도하면서도 계속 바깥을 살펴보게 되었다.

 

, 그리고 엔딩의 장면.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 설정에 나는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역시 예기치않게 눈물을 쏟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

줄리와 브라이스. 1963년의 수줍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아이들을 보면서 한참 영화를 따라갔었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하나의 설정이 엔딩과 연결되면서 반전이 되었다.

그 반전은 사랑의 연결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의미로 기능하는 거였지만, 그럼에도 참신했다.

 

별 것 아니라면 정말 별 것 아닌 10대의 사랑 이야기.

그렇지만 내게는 재미있고 새롭고 의미가 있게 다가왔다.

 

그동안 10대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대만 영화들이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국 영화로 보니까 꽤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

 

주인공 아이들, 그들의 부모, 장애인 친척, 인자하신 브라이스의 외할아버지.

그리고 줄리네의 형편을 알아서 먼저 다가와 달걀을 샀던 이웃들까지.

 

지극히 평범한 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이 훈훈했다.

 

미소를 지으며 본 <플립>이었다.

 

 by Asla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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