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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직이 시 읽어주는 사람 | Basic 2020-07-2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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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한희철 저
겨자나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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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직이 시 읽어주는 목사님 

 

목사이면서 여러권의 책을 낸 작가인 한희철 저자.

그가 애송하고 아끼는 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왼쪽에 시 본문을 소개하고 다음 페이지에서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자유롭게 썼다.


나에게는 일석이조 같은 책이었다.

꽤 오랫동안 (본의 아니게) 멀게 느꼈던 '시'들을 가깝게 느끼게 되고

저자가 목회자셔서 신앙 묵상도 내표되어 있어서 묵상을 할 수 있었다.

 

알고 있는 작품이나 시인들도 있었지만 60프로 이상이 처음 들어보는 시들.

그 중에 진한 여운과 감동, 신선한 충격을 준 시들이 많아서 뭉클했다. ㅠ


거친 들에 씨뿌린 자는

 

거친 들에 씨뿌린 자는

들을 잊기 어렵나니

어찌 견딜 수 있는 곳을 가려 아직

너의 집이라 하랴

 -황동규, <悲歌 제5가> 중에서

 

여기에 저자는 시편 126편 한절을 떠올린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누가 거친 들에 씨를 뿌리겠는가. 땀이라면 모를까 누가 눈물을 흘리며, 울며 씨를 뿌리겠는가.

무엇보다도 외면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워야 한다. 왜 굳이 거친 들에 씨를 뿌려야 하는가, 이왕이면 기름진 밭을 찾아야지. 관심 갖는 이 따로 없고 어떤 결과도 보장하지 못하는 땅을 택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

거름은 천생 흘린 땀이며, 한 줌 결실을 손에 쥐며 흘리는 눈물은 누구도 헤아리지 못한다.

거친 들에 씨 뿌린 자는 따뜻하고 편안한 곳을 집으로 삼지 않는다. 안락한 곳을 집으로 삼는 자는 거친 들에 씨를 뿌리지 못한다.  (25쪽)


머슴이나 살아주고 싶은


가서 한 삼년

머슴이나 살아주고 싶은 사람들

 -백무산, <가방 하나> 중에서


마리안네와 마가레트 수녀 자매. 이들은 오래전 소록도에 와서 이름없이 빛도 없이 섬기고  떠날 때도 조용하게 돌아가셨다. 시인 백무산은 이들을 떠올리며 '가방 하나'라는 시를 썼고 한희철이 이를 소환했다.

젊을 때 한국에 와서, 한국어는 물론 전라도 사투리까지 능숙하게 익히고는 일흔에 모국으로 갔다는 수녀님들. 시의 저 구절이 숙연하면서도 따뜻하다.


다음은 정현종 시인의 시다. '오늘의 성서였습니다'


등에 지고 다니던 제 집을 

벗어버린 달팽이가

오솔길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엎드려 그걸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주 좁은 그 길을

달팽이는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그런 천천히는 처음 볼 만큼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성서였습니다.

 -정현종, <어떤 성서>


와. 이 시를 읽고는 신선한 충격감에 사로잡혔다. 가수 이적의 노래 이후에 달팽이를 다룬 창작물에서 처음으로 전율했다.

 걸음을 멈추고 경이와 설렘으로 엎드려 들여다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때 보이는 것은 모두가 오늘의 성서이다.  (53쪽)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라는 시는 노르웨이의 국민시인이라는 올라브 하우게를 처음 알게 했다.

처음에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는데,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1일 1암송 했는데 와 음미할수록 참 멋지다.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나의 갈증에 바다를 주지 마세요,

 빛을 청할 때 하늘을 주지 마세요,

 다만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하나를,

 목욕 마친 새에 매달린 물방울같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같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처럼, 내 목마름을 알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 된다는 것은 싱거운 국그릇에 한 줌의 소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무미건조한 세상을 향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알같이 그렇게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73쪽)


좋아했던 나희덕 시인의 시를 만났을 때 반가웠고,

참으로 오랫만에 기형도의 시를 접했을 때도 놀라웠다.

아주 유명한 작품은 아닌데 저러한 시도 썼구나 알아서 참 좋았다.


시에서는 아주 많은 계층의 화자를 만날 수 있었다.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꼬맹이, 이제 막 한글을 떼고 시를 신나게 지으신 섬마을 할머니,

아내를 잃은 조선시대 선비 등.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마음을 열면, 음미하면

시는 소설 문학과는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다.

그렇다는 걸 이 책으로 처음 느꼈다.


순수하디 순수하고, 곱디 고운 마음들. 그 표현들.

그 마음을 담은 시들을 읽을 때 끝내 울컥하기도 했다.

이 시가 그랬다.

 

154쪽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이성선, <다리> 


와…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이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나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안(못) 해 본 것 같은데.

 

'순수하고 곱다'는 건 그저 순진하다거나 약하다는 게 아니다.

이 책에서 만난 시들을 통해, 그 시를 깊이, 천천히 음미하는 작가를 통해

나는 시인의 순수함이 '강함의 결정체'라는 걸 느꼈다.


인터넷이나 방송, 대중적인 매체에서 영어가 난무하고

언어 파괴도 자주 있는 요즘

시를 읽는 건 분명 '트렌디'한 행위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2주전에 처음 읽은 이 책과

2주 후 지금 다시 읽은 '시 작품'들이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거였다.


어떤 '정보'도 빠르게 흡수해야 하고, 그걸 평가해야 할 것 만 같은 '조급증'이 있는 요즘

시는 단지 느리게 읽어서 일 뿐 아니라,

마음을 차분하게 정돈해 주는 멋진 예술이다.


앞으로 더욱 시들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정한 내적 동기를 얻은 이 책과 작가에 감사한 읽기 였다~. :D


  시원하고 고운 사람  126쪽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마종기, <우화의 강> 중에서


할아버지  90쪽

"할아버지 할아버지 어디 가셔요?"

"오오냐, 순인 집에 있나 보더라."

"아아뇨, 어디 가시냐구요?"

"글쎄 가 보아라, 공부하나 보더라."

  -한인현, <귀머거리 할아버지>


엄마 성  146쪽

우리 식구 성이 모두 이가인데도

 엄마 혼자 박씨인 줄 첨 알던 날,

 난 엄마 아빠 몰래 몰래

 참 많이 울었어요.

   -이종택, <엄마 성> 중에서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  106쪽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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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었던 투 샷 | 샤론의 꽃 영화 이야기 2020-07-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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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한국 / 범죄,액션 / 15세이상관람가
2020제작 / 20200805 개봉
출연 :

 

 반가워요 브라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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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한국 / 범죄,액션 / 15세이상관람가
2020제작 / 20200805 개봉
출연 : 황정민,이정재,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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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 Basic 2020-07-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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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일 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전강수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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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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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작성하려는 지금 가벼운 떨림과 흥분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내내도 저자의 기분을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었다.

 

저자 전강수 교수는 한국경제사라는 전공을  연구했다.

이후 대학에서는 다른 쪽에 집중하여 왔는데, 어떤 계기가 다시 예전의 전공을 살리는 일을 만들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한 권의 책의 발간이었다.

 

20197. 뜬금없으면서도 충격적인 일본의 경제조치 발표 후 우리나라는 정부부터 시민들까지 똘똘 뭉쳐서 사태에 대응하고 있었다.

이 때 갑분싸를 일으키는 책이 하나 나왔다. 제목도 수상쩍은 반일 종족주의’.

반일까지는 그러려니 넘어가겠는데 응? 종족? 무슨 주의?

 

이후에 언론을 통해서 그 책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대표로 황당한 주장을 폄을 알았다.

지금이 일제 강점기 말인 줄 착각할 뻔~. ‘식민지 근대화, 일제 강제 동원은 없었고 위안부는 매춘제도 였다 등등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쳤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뉴스는 또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다 말려니 했다.

그러다가 이후에 호사카 유지 등의 비판서를 통해서 이영훈 등 필자들의 집필과 강연이 무척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이들은 책을 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소를 차려서 자신들의 논리를 만들고 있었고

유튜브로 추종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강수 교수는 기존에 나온 비판서들과 차별점을 두었다.

 ‘경제학’ ‘일제 시대 경제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서 반일 종족주의라는 해괴한 책을 비판한다.

 

 

사실 이영훈의 헛소리들을 또 되새기기는 싫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어떻게 이렇게 주장을 펼치는지, 그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건 대체 뭔지 아는 건 중요하겠다 싶었다.

전강수는 다섯 가지 테마로 좁혀서 구체적으로 논박하였다.

반일 종족주의론, 토지 수탈, 쌀 수탈, 한일 청구권 협정,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이다.

    

독도는 호사카 유지 등에서 상세히 나와서 이번 책에서는 다루지 않으셨다고 한다.

 

이 비판서가 유효하고 시의적절한 이유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영훈, 주익종, 김낙년 이 세 사람을 포함한 5인이 경제학 전공자였고, 그에 바탕해 이론을 펼쳤기에 이는 매우 적실했다.

 

경제, 특히 일제 강점기의 경제사는 처음 접하기는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의 전공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만나는 이야기들이 대단히 유익했다.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면서 읽었고 앞으로 이해하기 위해 몇 번 더 읽으려고 한다.

 

전강수는 그저 분노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인 정교함으로 반일 종족주의에 접근한다.

매우 냉철한 이러한 견지가 책의 전문성을 더 높이고 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어디선가 분명 토착 왜구가 꿈틀대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충격적이었다.

 

최근에 강철비 2’ 개봉을 앞두고 유튜브 등 SNS에서 상당히 무서운 댓글들이 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영화의 내용이 일본이 북한 쿠데타 세력을 조력해서 한국을 무너트린다는 설정인데 그것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이 목하 진행중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을 맡은 정우성에 대해서 무자비한 악플이 달리는 걸 보면서 어제는 눈물까지 나왔다.

 

일개 대중영화를 둘러싸고도 일본에 대해서 상당히 뒤틀리고, 위험한 사상을 피력하는 이들이 있다.

반일 종족주의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여겨진다.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책에서

 

이영훈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론은 일본 제국주의자들도 감히 펼치지 못한 극단적인 자학사관입니다. 한국사회는 원시종족과도 같고, 한국인은 거짓말을 일삼으며 돈과 지위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반일 종족주의를 개탄하지만, 실은 자신이 혐한 종족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298)

 

일본은 한국을 병탄하자마자 토지조사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무력으로 조선 농민의 농경지를 빼앗을 의도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일까요?

일본은 조선을 영구 병합하려면 일본인들을 조선으로 이주시켜서 영구히 거주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조선의 토지제도는 이 과정에 가장 커다란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인들이 마음 놓고 토지를 매집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고차원의 수탈 전략이 아닙니까?

1920년대 산미증산계획 실시 이후 조선인 토지 소유자들이 소유 토지를 상실하고 몰락하였고, 한편 일본인 대지주들은 토지를 집중해 가게 됩니다  (94)

 

반일 종족주의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은 한국에서 때때로 출현했던 친일 행각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명백히 친일적이고 자학적인 책입니다.

바라건대 저의 이 책에 대해서 반일 종족주의필진 측으로부터 진지한 학문적 반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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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성곽 | 에브리 프레이즈 2020-07-2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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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오랫만에 근처 와서 촬영했는데

흐려도 사진 잘 나오는구나
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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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쓰는 [변산] | 샤론의 꽃 영화 이야기 2020-07-2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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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참여
백은하배우연구소에서 펴낸 <NEXT 액터 박정민>.

책에서 제일 아끼는 글인데 그대로 옮겨본다.

좋은 것은 나누라고 배웠습니다ㅎㅎ
46~47page
*
바야흐로 6년 전. 한 청년은 여느 때와 같이 한 여자와 이별을 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고야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고야의 태양은 선동열이고 바람의 아들은 이종범이니, 그곳의 자연이 한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포근한 느낌? 도시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자연이 부르는 대로 이끌려 가던 청년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심지어는 젠장, 비는 한국인이 아니었는지 갑자기 자연의 배신 또한 시작되는 와중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던 청년은 돈을 끌어 모아 료칸 하나를 잡는 데 이른다.

기모노를 입은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 이불을 깔아주었고, 마치 무릎으로 걷는 듯 뒷걸음질해 방을 나갔다. 멍하니 있던 청년은 그래도 나고야에 왔으니 나고야성이라도 보고와야겠다는 일념으로 우산 하나를 사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종범은 바람의 아들일 뿐, 바람은 아니었구나. 비와 바람의 특급 콜라보레이션으로 우산은 산산조각 났고 배낭은 다 젖었고 청년은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는' 김응용 감독의 마음으로 나고야성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집 밖에 나와 꽃에 물을 주는 이상한 할아버지를 지나쳐 청년은 료칸으로 돌아왔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것이라곤 대한항공 기내식뿐이라고 생각했다. 뭔가 남겨야 했다. 추억을 쌓고 싶었다.

지나간 연인을 생각하며 눈물이라도 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틀었다. 비트가 흘렀다. 두둠칫 두둠칫.
비트에 몸을 맡기는 청년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열 여섯마디의 랩 가사가 나오고야 말았다.

제목은 물망초. 나를 잊지 말라는 꽃말의 그 물망초. 눈물이 섞여 번진 잉크와 예쁜 물망초. 그렇게 물망초와 함께 신인 괴물 래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켜켜이 묻은 감정을 폐부에서 뱉어내는' 역동적인 래핑과 '꽃밭에 물을 주는 노신사'로 대변되는 메타포와 정박으로 끊어버리는 신랄한 라임과 플로우.
머리가 하얗게 샌 청년은 생각했다. 내년 <쇼 미 더 머니> 우승은 어차피 나라고.

그로부터 5년 뒤, 그 래퍼는 변산이라는 영화를 찍는다.

그리고 그렇게 꿈을 접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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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액터 박정민

<백은하>,<박정민> 공저
백은하배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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