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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 나의리뷰 2017-07-2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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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저/이영미 역
은행나무 | 2017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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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는 그저 그런 일상들. 주간지  뉴스에 잠깐 나왔다가 그야말로 75일 만에 사라지는 사건들. 그런 일상들로 이어진다. 그런 일상들은 또 다른 사건이 생겨나면 잊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부조리한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덮혀지기를 기다리며  또 다른 특종감들이 일어나기만을 고대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를 시킨다.
아쓰코의 남편인 도의원 히로키의 부적절한 발언과 부정청탁도 그렇게 유야무야되고,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겐이치로의 약혼자 살인 문제 역시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다.
화가 아사히나 다스지의 실력을 알아주지 못했던 아유미의 안목도 약간의 후회로 매듭지어진다.
ips 재생의료 연구(혈액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기도 한 한 아이가 만들어진다)를  하고 있는 사마야 교수의 실적도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다. 노벨상 수상자 말랄라 이야기도 역시 그렇게 슬쩍 지나가 버린다.
그나마 각자의 이야기는 서로의 연관성도 거의 없는 듯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1장, 2장, 3장을 읽으면서 사실은 지루함을 느꼈다.

 

 

그러나 4장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반전이 시작되며 내려오던 눈꺼풀이 활짝 열린다.
앞의 3장까지의 문장들 틈에 숨어있던  이해 못할 말들이 속속 그 의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유미 모녀가 들어갔던 “불감의 탕“에도 예고된 의미가 숨어있었고, 아유미의 집 현관 앞에 누군가 가져다 놓았던 쌀과  술. 슈퍼마켓  카트에 넣어져 있던 통조림들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린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던 사람과 사건들이 모두 연관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가 잘못됐다고 알아챈 순간, 그걸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잘못되지 않은 게 될까. 어떻게 하면 자기가 옳은 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104p)
하지만  나에게는 잘못된 내가 옳아 보이는 거야(358p)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491p)

 

4장은 70년을 지난 2085년으로 가면서 드디어 작가의 놀라운 SF 적 상상력으로 미래를 그린다.
사마야 교수가 연구했던 ips 재생 의료 연구 결과로 태어난 사인과 로봇과 일반인간들이 공존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고도의 망막 스캔 기능이 있는 헌병 로봇. 집안일을 맡아서 해 주는 로봇. 군인 로봇들의 세상.
자력 방식 부유(浮遊) 도시가 존재하고,
쉰 살이 안 넘으면 좀처럼 아이 낳을 생각을 하지 않고, 난자 동결 준비는 기본으로 해 놓는 시대가 된다.
개인마다 귓불에 id 칩을 장착하고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id가 읽히는 시대
에어로 버스, 에어로 모빌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시대.
로봇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tv와 cc tv는  홀로그래피로 언제 어디서나 불러올 수 있고,
과거와 현대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시간여행이 가능한, 그런 환상의 시대를 그린다.
그러면 과연 그런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세계 전체가 곳곳에서 사막화되고 있고, 전국적으로 70만 명이나 되는 사인들은  다만 일반인을 위한 존재이며 언젠가는 일반인과 같이 동반 자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인들은 일반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다.  로봇과는 다른 또 다른 로봇일 수밖에 없다. 해서, 사인들은 자유를 찾아 다른 시대로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결혼 생활이란 어느 쪽인가가 인내해야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현대 인간에게는 인내가 가장 서투르니 가능할 리가 없을 테고,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인내할 수 있는 사인이 상대로 선택되지만, 앞으로 로봇의 성능이 좀 더 좋아지면 그 역할도 로봇이 맡게 될지 모르지... (485-486p)

 

이 책에서는 유토피아를 꿈꾸던 우리의 미래는  삭막하다 못해 섬뜩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그때, 아니 지금 바꿔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손을 써야 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현재가 어떠한 미래로  이어질  것인가?
자기 가치관에 대한  정당화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화끈하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한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자루의 펜으로도 세계를 바꿀 수 있다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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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 나의리뷰 2017-07-0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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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군함도 1,2 세트

한수산 저
창비 | 2016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의 역사 누구나 한번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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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김두영은 친일파다. 춘천에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김두영은 발 빠르게 앞 두루에 정미소를 차리며 자리를 잡는다. 싸전에 건어물까지 다루는 가게를 내면서 기반을 다진다. 거기에 금광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그 역시 친일파라는 손가락질과 곁눈질과 눈흘김 속에 살아간다는 자신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징용이란 올무는 비켜갈 수 없었다. 두 아들 중에 맏 아들을 대신해서 작은 아들을 징용에 내 보낸다. 그가 지상이다.
지상은 갓 결혼하고 아내의 뱃속에 아이가 생긴다. 그런 아내를 두고 지상은 징용에 동원된다.
드디어 군함도에 이르고 많은 조선인들과 함께 지옥의 생활이 시작된다.
지상과 그 동료들의 지옥 생활을 통해서, 작가는  27년간  발로 뛰어서 조사하고 연구한 내용을 고증하고 재현한다.
 

 

1925~1945년까지 20년간 일본 군함도는 지옥의 섬이다.
일본의 항구도시 나가사끼는 거대 군수기업 미쯔비시의 자본 아래 놓여있는 항구도시다. 거기로부터 18.5킬로미터 떨어진 섬 타까시마에서는 일본 최대의 해저 탄광으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미쯔비시 타까시마 탄광이 있고 다시 이 섬에서 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하시마라는 무인도이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군함과 같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부른다.
거기에는 일본인들이 모자라는 광부들을 조선인으로 보충한다.
강제징용이다.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훑어가 탄광에 처넣는 횡포를 감행한다. 심지어는 나이 어린 소년까지 강제로 끌고 간다.
그들은 죽음보다도 더 처절한 해저 탄광의 생활이 시작된다. 열악한 작업환경, 물마저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식생활, 아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하 갱도, 매일처럼 이어지는 사고, 폭발, 질병, 죽음, 심지어는 견디지 힘든 사람들이 선택하는 자살.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한 자들의 죽음, 고문, 처형........ 그야말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지옥의 섬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만행. 그에 따른 조선인들의 나라를 뺏김으로 인한 굴욕과 서러움, 마치 짐승인듯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노예 같은 삶.  그리고 전쟁의 불합리성, 지옥과 같은 비참함, 파리보다도 하찮게 취급되는 조선인들의 목숨,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 살아남기 위해 친일을 해야만 했던 조선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도 싹트는 사랑과 우정, 민족애. 그것들을 이 책은 고스란히 담아낸다.
결국  패일의 현장, 피폭의 현장은 처절했다. 그 처참한 현장까지 작가는 여과 없이 그려낸다.
2015년 8월 원폭 사몰자는 16만 8,767명으로 조사 되어있다. 이 숫자는 해를 거듭하며 늘어날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수면 위로 보이는 ‘얼음덩어리’일 뿐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세 3세의 문제까지 수면 아래 도사린 얼음덩어리에는 단순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점들이 난마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 배경에 국제질서와 강대국의 논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 복원’을 위한 제 작업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 기록과 진실의 주춧돌 위에 상상력으로 세우는 서사적 건축으로 후세의 기억을 위하여,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역사를 위하여,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의 적확한 자리매김을 위하여, 과거사를 그리는 이 작업은 이어질 것이다.
 

  

 

나가사끼는 나에게 조국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잊지 않으리라. 나가사끼는 나에게,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가르쳤다. 나가사끼에서의 날들이 없었다면 나는 그걸 이처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 거다. 이제 돌아가서, 젊은 아이들을 가르치자, 내 나라 글, 내 나라말, 내 나라 풍습과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에게도 잃어버린 나라가 있음을, 아니 되찾아야 할 조국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겪은 고난을 가르치고 기억하게 할 거다. 어제를 잊은 자에게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어제의. 고난과 상처를 잊지 않고 담금질할 때만이 내일을 위한 창과 방패가 된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2부 468 p)

 

그렇다.  그들이 그토록 크나큰 대가를 치르고 깨달았던 “조국”이라는 단어. “나라가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그 어마 무시한 화두를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이 책 한 권을  읽음으로써 깨달을 수가 있었다. 행운이라고 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나 송구하고 마음이 시리다.
은폐의 바다에 떠 있던 폐허의 섬 군함도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하시마탄광의 유구'라는 이름으로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의 하나로 등재되었다는데 대해서는 정말 분노할 일이다. 일본은 그 영광 뒤에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눈물과 분노와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꼭 명기해야 마땅할 것이다.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조선의 후예라면  마땅히  기억 해야할 어제이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이들이 한번쯤 꼭 읽어야 될 책이라고 생각된다.
사실적인 역사라서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생각외로 너무나 술술 읽혀졌다. 또 거의 5 페이지 정도 마다 나오는  재미있는 속담들은 마치 속담 사전을 보는듯 했다. 또 지역 사투리와, 고통중에서도  위트를 발휘하는 대화체들이   여유있는 우리 민족성을  느끼게 했고 가독성과 재미를 더하게 했다.

 

산다는 것, 사랑하는 것들과 곁에 있는 것,
정겨운 것들과 기쁨도 단란함도 함께 하는 것,
햇살이 비껴드는 방과 맨드라미가 자라는 뜨락이 있고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 것,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었던가. -중략-
 이제 나는 그 소중함을 안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과 사랑이다.
이제 안다.
 마지막까지 기대고 부둥켜안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4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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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나의리뷰 2017-07-02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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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저/이은선 역
다산책방 | 2017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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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작아지는 기억의 광장에서 노인은 사랑했던 모든 것들과 이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안타까워하는 손자와 아들의 사랑이, 위로가,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짧은 소설이다. 또 그로 인해서 인간의 삶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광장이 하룻밤 새 또 작아졌구나.“(15)

 

노인의 ‘기억의 광장’이 자꾸자꾸 작아진다. 그럴 때마다 노인은 좌절감에 미간을 톡톡 두드린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엔 지도도 나침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문득문득  기억의 단편들이 두서없이  등장할 뿐이다. 열쇠처럼, 깨진 유리조각처럼. 
  

 

그 둥근 광장 한가운데는 초록색 텐트가 있고 벤치가 있다. 그 벤치 밑에는 히아신스들이 피어있다. 아내가 좋아하던 꽃이다. 노인과 손자는 벤치에 앉아있다.  노인은 손자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제 손을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 할아버지?(80P)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81P)

 

수학과 손자에 대한 믿음은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노인은   손자를 ‘노아 노아’라고 반복해서 부른다.  그것은 노아를 다른 사람보다 두 배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노아에게 물고기를 낚는 법과,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우주에 대해 가르쳐 준다.
그러나 아내와의 아름답던 추억, 티격태격하던 추억,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아내와의 광장에서는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히 실토한다.

 

내가 무슨 밧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켜쥐고 그래요
두 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아서,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83P)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85P)

 

노인의  뒤죽 박죽인 기억의 광장은 점점 더 아득한 우주를 떠돌고 있다.

 

우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매일 아침마다 점점 길어진단다. 할아버지는 지금 넓고 잔잔한 호수를 떠다니고 있어 노아노아야.(107P)

 

아내를, 아들을, 손자를 잊어버릴 가봐 두려워하는 노인에게 손자 노아는 말한다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중략-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134P)

 

우리가  할아버지를 어떻게 도와드리면 돼요?
아빠의 눈물이 소년의 면 스웨터 위에서 마른다.
할아버지랑 같이 길을 걸어드리면 되지.
같이 있어드리면 되지.(150-151p)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한노인의 두려움은, 요즘 나이 들면서  나역시도 문득문득 느끼게 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다가오는것일까?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라는 조병화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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