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다 보면 ‘이건 인물의 입장에 따라서 서브 장르가 달라지네’하는 우스개 섞인 감상을 느낄 때가 있다. BL 같은 경우엔 특히 공수 입장에 따라 공에겐 상황이 로맨스 물인데 수에겐 피폐라든가, 아니면 로맨스와 개그가 섞이기도 한다. 이런 비틀린 상황은 독자에게 기본 서사 외에도 꽤 큰 재미를 준다. 404호 호러맨스는 오해와 착각에서 빚어진 이런 상황 자체를 아예 주요 소재로 삼았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호러와 로맨스, 거기에 개그까지 더한 글이다. 이벤트 게시판을 보던 도중 착상이 좋다고 생각해서 구매했다.
귀신이 나오는 기숙사의 룸메이트가 된 공과 수. 공은 귀신을 보지 못하고 또한 큰 의미도 두지 않는 성격인데 반해, 수는 귀신을 수시로 보며 빙의도 되는 생활에 매우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수의 공포심을 번번이 연애감정이나 성욕으로 오해하는 공이 수에게 빠지게 되고 수는 두려운 와중에 공의 애정과 보살핌 때문에 둘이 사귀게 되는 내용이다.
소재가 개성적이고 상황들도 코믹하고 재미있는 글이었다. 풋풋한 대학생 캐릭터들도 귀여웠다. 다만 둘의 감정이나 행동이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묘사되어 책장을 대충 넘긴 경우가 다소 있었다. 표현이나 문장이 좀 더 능숙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