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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천경의 니체 읽기 | 기본 카테고리 2020-10-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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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천경 저
북코리아(Bookorea) | 202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언젠가 날기를 배우려는 사람은 우선 서고, 걷고, 달리고, 오르고, 춤추는 것을 배워야 한다. 사람은 곧 바로 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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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독자 입장에서 이름을 처음 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머릿속에 내재돼 온 철학자다. 아마 철학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철학의 시조'라는 소크라테스 다음으로 이름을 많이 들었고, 아직도 독자의 머릿속에 안개처럼 뿌옇게 깔려 있는 인물이다. 철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사회 생활하면서도 니체의 이름은 자주 듣고, 인용하는 학자도 많아 머릿속에 깊게 각인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 먹고 책을 읽으려 해도 너무 어려워(철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독자 입장에서는 더욱) 중도에 포기한 적도 많다.

사회 생할도 니체나 철학과는 거리가 먼 직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자주 접하기는 어려웠다. 철학이나 니체를 읽기에는 생각 자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자성하고 있다. 이 책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제목부터 니체를 본격 해석한 글이 아니라 옆길(그를 볼 수 있어 본격 해석은 못해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도 삶에 연결할 수 있는 길이기에 가능한 단어가 아닌가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 천경이 지난 2017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국내 한 신문사에 〈천경의 니체 읽기 칼럼〉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게재한 내용을 엮어서 출간한 것이라는 소개글을 읽고 독자의 생각은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문의 칼럼에 연재된 것이면 우리 삶 중에서 시사성 있는 칼럼을 쓴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볍고 재미있으며 깊은 울림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에 독자에게는 읽기로 결심하기에 큰 힘이 됐다.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예상대로 저자가 니체 철학의 여러 가지 개념들을 생활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재미있게 풀어 썼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또 '옆길'이란 표현도 '오류'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니체에 대한 존경심과 우리 일상의 연결 지점에 난 길이라는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가벼운 스케치로 시작되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매 편마다 매우 쉽게 읽히지만, 니체 철학의 깊이를 땀 흘려 담아낸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비유와 상징의 문체로 쓰인 난해한 니체의 저서를, 일상생활에 적용해서 한 편 한 편 담아낸 이야기들이라 설득력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저자의 삶의 통찰과 오래 닦아온 문장의 힘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의 문장 중에는 유머 코드가 행간마다 숨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쉽고 평이한 문장들과 일상생활에서 길어올린 에피소드로 구성된 각 장마다 영원회귀 사유, 힘에의 의지, 주인도덕과 노예도덕, 위버멘쉬(초인)와 인간 말종, 신의 죽음과 보편진리의 유무, 그리스도교의 폐해와 가치의 전도, 아모르파티(운명애) 등 니체 철학의 핵심 개념들이 소상히 소개되고 있어 니체 철학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자에게도 니체에게 가는 길 옆에 옆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직접 알려준 책이기도 하다.




난해하지 않게 니체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면 재미있게 니체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까지 독자가 읽었던 책 중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쓰인 철학적 해설서이며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으면 본격적으로 니체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닌 한 니체에 접근하는 방법을 깨닫거나 최소한 영감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쓰인 '아름답고 멋진 책'이다.

기존의 철학 해설서가 지닌 난해하고 복잡한 문장과 문맥들이 깨끗이 정리되어 산뜻하고 선명하게 니체 철학의 개념을 소개하는 솜씨는 저자가 니체에 대해 웬만한 철학자쯤 되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가끔 배꼽 잡는 유머까지 행간에 숨어있으니 니체의 철학에 대해 통찰력도 갖춘 건 같다. 니체의 책을 한 번만이라도 눈여겨 읽어본 사람이라면 니체의 독설도 대개 유머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재미와 인식의 ‘벼랑에서 한발을 더 내딛는 자’의 희열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독자도 저자에 대한 신뢰감이 크다. 철학이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평소 철학에의 입문을 꺼렸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도전해 볼 만하다. 니체 철학을 이해하고 싶지만 어려워서 엄두를 못 낸 사람들에게도 유용하지만, 이미 니체의 저서를 접한 독자들이라면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책 속의 메시지들을 소화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철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지만 어렵다고 포기한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애써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철학을 웃으면서 배우기를 희망하시는 독자들에게도 기꺼이 이 책을 권한다. 독자와 니체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간극이 있지만 저자가 중간에서 모두 연결해주고, 어떤 점에서 우리의 삶과 연계해야 할지 잘 지적해주기 때문에 그냥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독자에게 그랬듯이 현재와는 다른 삶과 사유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니체는 큰 울림과 만만찮은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를 읽고 나서 큰 충격을 경험했다. 자신이 그동안 지켜온 소신들이 해일처럼 부서지는 경험. 그것은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을 내고 지금까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위험과 놀람의 세계다. 니체는 그만큼 위험하고 충격적인 '망치'와 '도끼'였다.

저자는 “니체는 나의 안일한 내면의 평화를 깨트렸고, 믿었던 가치관과 존경했던 금언들이나 좋아했던 취향마저 나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회의, 세상에 대한 핑크빛 감흥과 삶에 대한 판타지를 일순간 뒤흔들었다”고 말한다.




또 니체를 만나고부터 세상은 다른 색깔과 다른 질감으로, 다른 관점과 다른 경쾌감과 명랑함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니체를 만나 울고 웃으며 굿판을 벌이듯 글을 썼다고 술회했다.

“니체는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모든 것들에게 '아니야,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망치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이 현실의 온갖 가치와 덕목과 칭송되던 행위들과 사랑스러운 가족의 얼굴, 평화롭게 지내던 이웃의 친절한 말들, 즉 나의 ‘환영’(幻影)을 되비추어주던 모든 것에 사형선고를 내리듯이 그것들의 민낯을 까발렸다. 그것들은 나의 민낯이기도 했다. 나의 평화와 안전을 지탱해준 얄팍한 지지대, 혹은 의지처 같은 것들, 나와 동류의 이데올로기를 지닌 그 무엇에 대한 안도와 그 안도에 복을 빌며 제사 지내고 경배하는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에 대한 경배, 그것은 그러니까 호모사피엔스종(種)인 내가 이 삶을 버텨내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허위의식들, 허구들, 가짜들, 오류들의 집합이며, 이 삶을 참아내기 위해 꼭 필요한 거짓 덩어리들이었다고 니체는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단호함에 놀라고 예리한 통찰과 용기에 놀라, 살아온 생 전부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니체에 몰입하면서 유머를 배운 것처럼 문체도 다른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삽하기는 하다. 그것도 니체와 닮은 것 같다.





그리고 독자들을 달래는 데 유감없이 글솜씨를 발휘한다. "이처럼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니체의 문장들은 너무나 가볍고 경쾌하고 명랑해서 다시 놀랐다. 특히 니체는 웃음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망치는 망치로되 웃음과 유머가 넘치며 춤추는 망치, 니체. 특히 저자는 자신이 많이 웃지 않은 성격적인 특성을 감안해 니체를 읽고부터는 많이 웃으며 살 것을 자신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많이 웃고 울었다고 말한다.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은 한마디로 재미있고 웃기기도 한다. 철학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웃어도 될까? 답은 웃어도 된다! 아니, 웃어야 한다. 니체는 ‘웃음은 웃음의 미래’라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진지한 철학을 논하면서 배꼽 빠지게 웃는 역설, 글이 저희끼리 웃고, 글을 쓰는 동안 나도 글과 함께 웃었다”며 책이 재미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행간의 재미를 찾아내고 웃음의 코드를 발견해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약간 당황하지만 '옆길'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즈음이다.

저자에 따르면 웃음은 의미들을 희화하는 힘이 있으며 웃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이데올로기와 담론을 허무는 힘이기도 하다. 물론 한바탕의 큰 웃음만이 책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니체 철학이 그렇게 단일한 맥락으로 쉽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책을 쓰는 동안 “니체의 친구가 되어 웃으며 놀았다”면서도, 또 니체는 재미있다면서도 니체에게로 가면 갈수록 위험하고, 위험한 만큼 후련하고, 더 많이 니체를 알고 싶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알고 싶지 않고, 차라리 모르고 싶어진다고 술회한다. 니체, 그 숱한 비밀의 문들의 은밀한 내부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 니체를 정면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니체를 직면하고 감당할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그것은 지금의 내 삶을 통째로 망치질을 해야 하는 순간과 대면하는 사태로 나를 데려갔다. 이만하면 괜찮아, 하고 자신을 위무하며 조용조용 이 삶의 얼룩진 흔적들과 상처들에 연고를 발라주고 자신을 다독이며, 간신히 웃으며, 용감한 척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나약한 실존에 메스를 가한다. 그 망치와 메스가 실은 명랑한 웃음이며 경쾌한 춤이더라도 웃음과 춤과 명랑함은 무서운 망치이며 칼이며 도끼가 되어 지금 나의 욕망의 화로에 내리꽂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도끼와 망치는 한바탕의 큰 웃음이었다. 웃음은 가볍되 다른 차원과 다른 평면으로 나를 데려가는 웃음이었다.”





“지금 우울하다면 ‘아름답고 숭고한 행동’을 한 가지 해보시기 바란다. 위험한 행동을 단 한 가지라도 해보시기 바란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떤 행동을 해보시라. 평소 해보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것을 해보시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빼고 내가 뿌듯함을 느끼는 무엇을. 역설적일지 모르나 이것이 나를 치유해줄 것이다.”

「무기력과 권태 돌파하기」 중에서


“타인과 차이나는 나의 고유성을 발견할 때 기쁨보다는 이거 뭐지? 당황하게 되고 깊이 밀어 넣어버리고 싶다. 좋은 가치로 칭송되는 것이라면 모르되 이곳에서 배척될 만한 어떤 특성이거나 욕망일 때 특히 그렇다. 이제 겨우 중학생인 딸이 한복모델 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 당황했다. 공부할 나이에, 이십 대도 아니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 할까, 아나운서, 비행기 승무원 등등 기라성 같은 미인들이 나오는 잔치에 중1년생이 망신당하려고 등등. ‘너 자신이 되려는’ 아이를 주저앉히고 너 자신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수없이 나열하며 가로막는 사람이 바로 엄마인 나 자신이다.”

「너 자신이 되어라」 중에서





“진리란 무엇일까? 진리란 것이 정말 있긴 한 걸까? 나의 진리와 너의 진리는 동일한 것일까? 상식적으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플라톤을 따라서 지금 이곳에 도달한, 서양 형이상학의 전통에 기반하고 있는 우리들 삶 아닌가? 그런데 정말 보편 진리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지금 그걸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 그렇다면 지금 이곳의 진리와 바다 건너, 시간을 거슬러 중세의 어느 시점의 진리는 동일한가? 미래의 진리는 지금 이곳의 진리와 동일할까? 이 지구별과 저 화성의 진리는 동일할까? 진리는 변하는 것일까? 우리는 불변의 진리를 신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리라는 번개」 중에서


저자 : 천경(천미경)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기자 및 편집장으로 일했다. “피로 써라. 그러면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좋아한다. 현재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대안연구공동체에서 미셀 푸코, 질 들뢰즈, 프리드리히 니체, 레비스트로스 등의 저서를 읽고 공부하는 〈잡종의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브런치 사이트의 니체 철학 추천작가이기도 하다.저서로 《고독 혹은 빨강색에 대하여》(시집)와 《키스해도 돼요?》(산문집), 《내 안에는 작은 아이가 산다》(산문집), 《주부 재취업 처방전: 내 안의 천재와 접속하기》(산문집)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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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 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의 기회와 미래 | 기본 카테고리 2020-10-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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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힘의 역전 2

정혜승,문정인,다니엘 튜더,김세연,유명희,김동환,민금채,이원재 저
메디치미디어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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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와 과제는 무엇일까. 제2회 메디치 포럼서 발표된 포스트 코로나 대한민국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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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모든 것이 그 이전과는 다른,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달라진 세계'에 대한 전망과 담론장이 폭발하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도, 이에 대응해 G2로서 미국과 함께 세계 패권의 양대 축으로 올라선 중국도 이 달라진 세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와 당사국들의 정치 사회적 내부 혼란을 겪고 있어 예전의 다른 어떤 문제도 해결하는 국제 사회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대한민국과 싱가포르, 베트남 등 팬데믹 상황에 적극적이고 선제적 방역으로 팬데믹 대처 모범국의 위치로 올라서는 국가 대부분이 동양 국가여서 세계 질서의 축이 동양으로 흐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 이른바 '힘의 역전'이 이루어지고 진단하는 학자들도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담론의 범람 속에서 고민의 ‘방향’을 함께 질문하려는 시도가 드문 것이 사실이다.

메디치미디어는 2020년 6월 제2회 '메디치포럼-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를 개최하여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지에 대한 고민을 뛰어넘어, 팬데믹을 어떤 분기점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를 던진 바 있다. 바야흐로 변화를 향한 의지의 방향을 찾으려는 것이다.

완전히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와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각 분야의 '힘의 역전'을 위해 필요한 태도와 전략을 제안하는 문정인, 다니엘 튜더, 김세연, 유명희, 김동환, 민금채, 이원재의 포럼 발표와 인터뷰를 담은 책이 『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가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메디치미디어의 과학 기술의 변화로 생겨난 ‘힘의 역전’을 주제로 했다. 포럼과 그 포럼을 담은 책은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모색하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 첫 번째 포럼 이후 6개월. 예상하지 못했던 대격변이 세계를 휩쓸었고 한국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뒤집혔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생각지 못했던 위치에서 극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메디치미디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스스로 내일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두 번째 '메디치포럼'을 통해 한층 더 불안정하고 불확실해진 세상만사 속의 변수를 점검하고,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2020년 6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명례방에서 열린 제2회 ‘메디치포럼’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방역수칙을 지켜 원래 예정보다 3분의 1로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발표자들의 문제의식은 심도 깊었고, 참가자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7가지의 주제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을 넘어서는 본질적인 문제를 물었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패권의 역전 그리고 아시아의 역전은 가능할지, 거대 여당으로 21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보수의 역전은 일어날 것인지,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인 대한민국이 반세계화의 위기를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 수 있고 또 이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무너진 생태계와 기후 위기를 겪는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지구의 미래와 공존할 수 있는지, 뉴노멀의 시대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단 25분이라는 발표에 압축하여,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힘의 역전'에 대해 이야기 했다.

'국제질서의 역전'을 주장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특보와 최근 WTO 사무총장에 출마해 결선까지 올라 있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연구 발표를 중심으로 게재한다. 두 분은 최근 국제질서와 미중 무역전쟁 가운데 WTO 사무총장에 출마해 국민들의 관심이 커 선택 게재한다. 모든 분들의 귀중한 주장과 연구결과를 전부 싣지 못함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미리 구한다.




'메디치포럼'의 프로그래머는 1회에 이어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맡았으며, 제2회 메디치포럼을 빛내 준 7인의 발표자는 바로 문정인, 다니엘 튜더, 김세연, 유명희, 김동환, 민금채, 이원재이다(포럼 발표 순).

1. 문정인 - 국제질서의 역전, 소프트파워의 부상

2. 다니엘 튜더 - 서양 우월주의, 이번엔 뒤집힐까

3. 김세연 - 보수의 새로운 역전은 가능할까

4. 유명희 - 포스트 코로나, 달라지는 통상질서의 길을 뚫다

5. 김동환 - 자산 인플레이션의 시대, 개인의 역전은 가능한가

6. 민금채 -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밥상의 역전

7. 이원재 - 가장 큰 정부가 가장 자유로운 시민을 만날 때




제2회 메디치포럼에 참가한 7명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문제의식. 이들의 공통점은 “힘의 역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 역전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이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 역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1. 국제질서의 역전, 소프트파워의 부상 - 문정인

변화된 국제 정세에 대한 시나리오가 여럿 등장했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어떤 것이 대한민국의 상황에 유리한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주어진 상황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당위론’적인 방향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즉 국제질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옳은지를 제대로 알고, 그 방향으로 세계의 질서가 이동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코로나 19 이후 대한민국의 스마트파워가 급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라는 국제적인 위기를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나아가 한국이 국제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서양우월주의, 이번엔 뒤집힐까 - 다니엘 튜더

한국은 이미 좋은 점이 많은 나라이며, 코로나 정국에 잘 대처하고 있는 나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한국의 인지도가 국제적으로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많은 것에서 ‘글로벌 표준’이나 ‘선진국 기준’을 거론한다. 내재되어 있는 서양 우월주의나 사대주의가 더 문제인 것이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국면은 서양이 동양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인데, 한국 또한 이 계기를 이용해 스스로를 보는 관점을 바꿔 나갈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서양 선진국’의 칭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3. 보수의 새로운 역전은 가능할까 - 김세연

2020년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패배한 것은, 민주당의 선전에서만이 아니라 보수가 잘해내지 못했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상에서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다만 그 속도의 변화가 문제일 뿐이다. 보수는 사회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담아내는 정치 세력이어야 한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담아내기에는 현재의 보수 정당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기본소득은 물론, 주 20시간 근무 시대에 대비해야 하며, 기본자산제나 기계세,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결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그런 현실이 일상화되었을 때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4. POST코로나 통상정책 방향 - 달라지는 통상질서, 길을 뚫는다 - 유명희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통상 위기는 복합적인 요인, 복합적인 영향을 가진다. 각국의 국경이 닫히면서 세계화 시대는 자연스레 막을 내린 것이 아닌가. 통상을 위해 각국 정부가 나서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 시대가 본격화될 테지만, 대한민국은 다자무역 질서, 다자 중심주의가 자리 잡도록 중견국가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강대국 중심으로 힘의 경쟁 체제가 자리 잡을 경우, 당연히 그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이 이런 변화의 방향을 직시하고 장기적인 전략과 단기적인 전략, 대외적인 정책과 대내적인 정책을 함께 실행해 나가야 한다.




5. 자산 인플레이션의 시대, 개인의 역전은 가능한가 - 김동환

코로나로 인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쪽에서 부동산과 주식 시작은 유례가 없는 유동성의 영향으로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 ‘개인은 기관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당연시되었던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2020년. 과연 팬데믹은 부와 가난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정보로 무장한 개인 투자자들의 뒤에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있다. 주식에 대한 투자가 위험한 투기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도 한동안 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는 유동성의 혼란 속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6.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밥상의 역전 - 민금채

코로나 19가 인류에게 대재난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팬데믹은 인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인류는 지구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살아나는 자연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인류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가면서, 식생활에 대한 반성도 당연히 이어졌다. 전세계적으로 지나친 육류 중심의 식단의 문제점이 지적받고 있으며, 채식지향 식이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팬데믹으로 육류 공급 망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 역시 이런 추세를 가속화시킨다. 재고 곡물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시작한 대체육 개발로 해외 시장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가 대체육 시장의 미래를 말한다.






7. 가장 큰 정부가 가장 자유로운 시민을 만났을 때 - 이원재

지금까지 국가가 작아진 것은 없었다. 세계적으로 정부의 크기는 계속 커져왔다. 다만 정부의 역할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있었을 뿐이다. 정부가 국민들을 얼마나 규제하느냐, 국민 개인을 얼마나 보호하느냐를 기준으로 국가의 역할을 살펴야 한다. 강대국이나 부자 나라에 대한 개념을 다시 규정해야 할 때가 왔다. 나라의 GDP가 큰데 국민 개인에 대한 복지가 부족한 나라라면 이 나라를 부자 나라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기술 발전이 현실로 다가오고 양극화 추세가 더욱 커질 미래,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 국가에서 개인을 보호하고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으면 개인의 존속은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는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움직이기 위해 다시 모였다. 2회 포럼은 1회에 비해 훨씬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사적 분기점에서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져 보는 기회가 되었다. 왜 그런지 확인하는 동시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함께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 내일을 만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생각을 나누는 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문정인 - 국제질서의 역전, 소프트파워의 부상

뛰어난 통찰력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코로나 이후 세계 질서의 5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하며 현재 우리 사회가 가진 가치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코로나가 빠른 시일 내에 극복된다면 '기존의 중국과 미국의 전략 경쟁 체제인 국제질서도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봅니다. 서구와 아시아 국제 정세를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바라보면서 동북아 경제 공동체,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체 등의 아시아 연대 필요성을 설명합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무형의 힘인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코로나19를 계기 삼아 한국형 방역 모델이 국제표준으로 거론될 정도로 소프트파워의 반전을 이뤘다고 합니다. 게다가 개인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존재했고 정부가 효율적으로 정책 조율을 해 나간 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잘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더 공헌할 수 있는 국제공헌 국가로 거듭나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인터뷰를 읽는 내내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성적이고 전략적이며 상당한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서구 문명이 기준점이라 생각했던 편협한 사고를 가진 제 자신을 반성하게 했습니다. 힘의 역전은 발상의 전환에서 온다는 그의 말처럼 선진국 담론을 벗어나 앞으로 시대를 주축 하는 한 국가로서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겠습니다.

결국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스마트 파워이고, 스마트 파워는 정부 혼자만 잘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 시민사회, 미디어를 비롯한모든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단합해서 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거기에는 대승적 전제가 있죠.

공동체 이익이 우선이라고 하는 우리 국민적 합의 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희 - 포스트 코로나, 달라지는 통상질서의 길을 뚫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 WTO의 사무총장 후보로 지지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통상 리더로서 그의 진솔하고 대범한 인터뷰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다자 국제공조를 중견국으로서 주도해야 하며 디지털라이제이션의 공통 규범을 마련하고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성장한 국가이기 때문에 강대국의 각자도생, 보호무역주의가 큰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무역 단절의 손실을 크게 경험했습니다.

중국이나 미국은 내수시장이 커서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국가로써 무역의 길이 막히게 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는 상황입니다. 다자간 규범이 최소한의 보루가 되어 회원국이 각자도생 방식으로 가지 못하도록 작동해야 하며 이러한 룰을 만드는데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을 통해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중견국의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통상 관련 국제공조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락다운 조치로 어려움에 처한 민간기업을 대신해 정부가 나서서 정부 대 정부로 국제공조에 힘쓰고 있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국제통상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힘쓰는 정부와 유명희 본부장의 노고에 응원을 보냅니다.

우리에게는 기회인 상황입니다. 한국이 중간자로서, 강대국은 아니지만 '미들 파워'로서 지금과 같은 조건을 잘 활용하면, 다른 나라들도 호의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메디치포럼'의 프로그래머는 1회에 이어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맡았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썼다.

정혜승 전 센터장은 이날 "세상만사는 한층 더 불안정하고 실행까지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그대로 선택지는 변함이 없다. 흐름을 알고 준비할 것인가, 흐름에 휩쓸려 도태될 것인가. 다시 한 번 머리를 맞댈 시간이다"고 역설했다.

정 전 센터장은 LAB2050의 대표이자 경제평론가다. 연구, 칼럼, 방송, 강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설파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이원재의 5분 경영학》, 《MIT MBA 강의노트》, 《소득의 미래》 등이 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중 유학을 떠나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에 독립적인 싱크탱크를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귀국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한겨레경제연구소를 설립해 5년 반 동안 소장을 지냈다. 이후 희망제작소 소장, 여시재 기획이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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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호텔리어의 진솔한 고백을 통한 세상의 엄마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 | 기본 카테고리 2020-10-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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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김은희 저
젤리판다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15년차 호텔리어로, 워킹맘으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저자가 쓴 솔직하고 투명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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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읽을 시간조차 내기 쉽지 않은 상태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어떻게 엄마들의 귀에 꽂힌 공감의 언어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오로지 실력과 노력, 남다른 열정이 요구되는 사회 시스템 아래서 엄마로 일하고 사랑하고 돈 벌고 견디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독자는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한 부분보다 그 점이 더 궁금하다. 또 이런 시스템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서른아홉, 뒤늦은 사춘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치열하게 보낸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에는 대기발령도, 인수인계도 없는 육아, 이른바 ‘독박육아’에서 ‘함께 성장하는 육아’로 거듭나기까지 울고 부딪치며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가득하다. 나아가 육아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일상에 감사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까지 그려낸 데 대해 독자로서 감복한다.

오랫동안 헤맸어도, 지금 길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끝내 새로운 길을 찾아낼 단단하고 용기 있는 이 시대 워킹맘, 전업맘,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독자의 뜻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사랑하되, 너무 애쓰지 말기를' 독자도 따라 해본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은 제목처럼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표지와 제목만 얼핏 보아서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맞히기 어렵다.

책을 들춰보거나 책 소개글을 접하고 나서야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 즉 양육의 이야기다. 호텔리어로 15년간 일을 한 김은희 저자는 워킹맘과 전업주부로서의 육아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모두 경험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워킹맘과 전업맘을 동시에 살아본 저자가 아이 양육에 대한 경험담을 솔직하게 쓴 에세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육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척, 육아전문가인 척 허세를 부리진 않는다. 스스로 ‘육아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오히려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만들어 자신만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워킹맘들은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것은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가리지 않고 체험을 통해 알 것이고, 심지어는 남성들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것이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서로 다른 성격의 일을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이게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여성가족부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 뒷받침도 하고 있다지만 모든 워킹맘에게 혜택이 다 돌아가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이 같은 정책 시행은 몇 년 전부터의 일이어서 아직 정착되진 않았을 테니 일부 혜택만 받아도 다행이지만.




'쉬어가더라도 멈추지는 말자'는 소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엄마가 체질이 아닌 자신을 타인(곧 아이)을 위해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나 자신을 아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져야 할 숙제다. 우리는 늘 타인을 관찰하고 판단하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 맞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 자신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일에 과연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까? 그래본 적은 있을까? 독자는 자성하게 된다.

독자는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의 필요한 부분을 최선을 다해 채워주려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사람이다. 그러나 이른바 '자아성찰'엔 그다지 힘을 쏟지 않았다. '그냥 생긴 대로 산다'가 잘 통해서일 게다. 독자가 학교 생활 이후 읽은 책들도 문학, 인문학, 대인관계 분야의 책이 주류를 이룬다. 그것도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철학서나 정신분석학, 심리학 분야의 책은 피했다기보다 '어렵다'는 이유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를 알고, 또 인정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어려운 문제지만 삶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 삶에서만큼은 내가 중심이고 나답게 살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것 같다. 독자로서 저자에게 한 수 배운다.




저자는 자녀가 두 명이라고 한다. 첫째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책에서 많이 보인다. 아마 워킹맘으로서 양육에 대해 몰라서 그랬을 것 같다. 엄마라는 것을 처음 해본 사람은 누구나 서툴 것이다. 자신의 엄마에게 배우고, 또 책이나 미디어 영상, 친구나 동료로부터 배운다 하더라도 막상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 땐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배운 대로 들은 대로 해서 잘한다면 대화나 가르침의 대상이 안될지도 모른는 일이다. 누구나 주변에서 "나는 나쁜 엄마"라는 말을 한 사람을 많이 봤을 것이다. 대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표현이다. 독자는 남성이지만 그런 표현을 한 사람을 많이 봐왔다. 듣다보면 대개 '나쁜 엄마'라는 표현은 '나는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한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세상에 '나쁜 엄마', '좋은 엄마'가 따로 있을까. 저자는 이를 슈퍼맘 콤플렉스에 걸린 거라고 말한다.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슈퍼맘 콤플렉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엄마라면 이미 충분히 훌륭한 엄마 아닌가? 그저 아이 탓만 하거나 자기반성이 없는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진심은 충분히 이 세상의 엄마들에게 충분히 공감된다.






책에서는 숨통 트이기라는 번외 부분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공감되는 것이 많다. 독자가 요즘 가장 많은 생각하고 또 직장 동료들에게 많이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에 많이 있어보니 비로소 가족이 보이더라'는 말이다. 아이와 배우자가 비로소 자세히 보임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일상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이르러서야 느꼈다는 게 부끄럽지만 그만큼 집에의 부재를 증명하는 명백한 고백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백성사 하는 마음으로 이 얘기를 많이 꺼냈더니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철들어 가나?'는 비아냥 섞인 농담도 건네 왔다. 또 '때가 이미 늦은 거라네, 이젠 집에 자네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상태라는 반중이라네'라는 말도 들었다. 내 삶의 울타리 안에 있는 식구들이 그동안 안 보였던 것은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기 성찰과 반성, 새삶에 대한 각오도 생긴다. 이 책을 읽다 느낀 엄청난 수확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사실 모르는 게 아니라 더 큰 관심이 늘 '밖'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되돌아본다. 분명 잘못된 점을 발견하다. 새롭게 살 것을 다짐한다. 새로운 삶은 원래 나다운 삶이다. 결국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는 생각을 깊은 사색 끝에 찾아냈다. 이 책의 덕분이다. 저자의 솔직한 얘기에 공감하고, 독자 스스로를 돌아본 계기다.

지금도 직장에선 관리자의 위치에 있지만 덕분에 코로나 상태로 유급 상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족에 대해 그토록 치열한 사색을 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이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의 행복이 내 삶의 행복이란 평범한 진리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즐거운 집콕 생활을 하는 중이다.




저자는 요즘 떠오르는 '미니멀리즘'을 육아에 적용해 보라고 조언한다. 미니멀리즘의 첫 번째가 비워내기인 것처럼 심플 육아의 첫 단계도 '마음 비워내기'이다. 완벽한 나도, 완벽한 아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마음 비워내기의 시작이다.

비워내는 것이 끝났다면 두 번째 단계, 지금 나에게 집중하기를 실천해보자. 내 삶에 있어서 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에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적용해보자. 희생하지 말고 함께해보자.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는 나의 한계 설정하기이다. '엄마에게 대기발령이 없다'와 일맥상통하는 얘기이다. 심플 육아의 핵심은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여 나의 휴식 또는 충전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멋진 말이지만 말보다 행동이 더 멋지다. 독자는 '나는 나를 위해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는가'를 자문해본다. 잘 생각나지 않지만24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직 사색의 단계로 들어가지 못한 화두를 꺼낸 말에 그쳤다. 올 가을엔 이 점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참이다.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되돌아보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밖에도 업글 맘이 되기 위한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바로 홈짐, 경제공부, 독서이다. 책읽기는 관심도 많고 실제 조금 읽는 편이다. 절대 시간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조금'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 부문에 쓰는 시간보다는 많다. 매일... 운동도 좋아했지만 나이 먹어가면서 자연 운동보다는 책 읽는 게 더 좋아진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삶에 변화를 일으킨 7가지 지혜에 관해 얘기한다. 간단 명료한 7가지가 가슴에 속속 들어와 새겨진다. 저자가 깨달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핵심 포인트만 독자에게 주려는 것 같다.


저자 : 김은희


대한민국 최초 워킹맘 컨설턴트, 워킹맘 디렉터 멘토. 척박한 가정환경 덕분에, 별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유롭게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전 이르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학력차별을 실감하고 대학진학을 결심한다. 이후,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동 소재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서의 두 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엄마로 산 지 7년, 좌충우돌하다 보니 서른아홉이었고 뒤늦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들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그 때, 불쑥불쑥 찾아드는 질문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게 주어졌던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 거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군분투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겁 없이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 공동저서를 시작으로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그녀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담아 일, 육아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이번 책을 준비했다. 2년간의 고민을 담은 이 책을 계기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버(giver)로서 대한민국 최초 워킹맘 컨설턴트를 자처한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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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알고 싶니 마음, 심리툰 : 사람 마음이 약으로만 치료 되나요?』 | 기본 카테고리 2020-10-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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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등산가]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기본 카테고리 2020-10-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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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재의 등산가

김영도 저
리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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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멀어진 뒤 서재에서 새롭게 오르기 시작한 산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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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어릴 때부터 '산악인' '등반가'라는 말을 동경했다. 고향이 산악 지역이어서가 아니다. 우연히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했다는 우리나라 등반가가 TV에 소개되면서부터다. 그때는 '알피니스트'란 말도 몰랐고,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쯤으로 알던 때다.

그리고 세계적 알피니스트로 힐러리경밖에 모르던 시절이다. 에베레스트에 우리 나라 사람이 오르자 차츰 우리나라 산악인들도 세계적 등반가 반열에 오르고 명성은 대단했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도전을 카메라에 담아 TV로 방영한 프로그램을 볼 때는 마치 독자가 간 것처럼 기쁘기도 했다. 다음날 직장에서 하루 종일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반면 외국의 등반가에 대한 호기심은 점점 줄어갔다. 나이가 들면서 산에 대한 욕심과 그리움은 여전했지만 직접 가기는 어려워졌다. 대신 산악인에 대한 책은 가끔씩 읽고 대리만족을 얻기도 했다. 그들의 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한마디로 '세계 최고'임에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독자는 그렇게 산과 친해졌다. 그리고 한참 때는 일주일마다 근처 가까운 곳에 등산을 갔다.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유명한 알피니스트가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답했다고 해서 그 말을 올라간 산에서 하루 종일 곱씹으며 등산가의 깊은 생각도 알게 됐다. 그러나 일주일마다 가던 산도 나이가 40대 이후로 넘어가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2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가다가 이젠 조금 유명한 산엔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건강 관리를 제대로 못해 병원 신세를 한 번 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산에 가지 못했다. 호흡기 질환이었으니 근처까지 갔다 해도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을 터다. 가끔 TV에 방영되는 '산'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등산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 때 『서재의 등산가』가 눈에 띄었다. 왜 제목을 등산가가 서재에 있다고 할까? 궁금했다.



등산가가 나이 들어 산을 오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살아갈까? 산에 갈 수 없으니 더는 등산가가 아닐까? 이제 오를 수 없어도 산을 떠나고 싶지 않은 등산가들에게 한국 등산의 역사를 써내려간 노(老)등산가는 산서(山書)와 함께 걷는 삶을 추천한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도 사랑하는 산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갖고 있구나 하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산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산서(山書)는 산과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란 말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는 "등산은 산이 높을수록 오르기 힘들수록 매력이 있다"고 한다. 산에 가기 힘든 때에는 평소 미뤄두었던 산악 명저를 탐독해봄을 추천한다. 한국 최초의 에베레스트 원정을 이끈 노등산가가 회상하는 한국 등산계의 지난 역사, 그리고 지금 등산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산악 에세이를 썼다.



우리는 왜 산에 오를까? 산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저자는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은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가 산이라는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며 안타까워한다. 산에 미친 인생을 살면서 먼저 이 고민에 빠진 사람들은 산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을 내놓는다.


책에 따르면 발터 보나티는 알프스를 오랫동안 떠났다가 마음의 고향을 잊지 못해 몽블랑으로 돌아오는데, 그때 산록을 덮은 야생화 군락을 보고 넋을 잃는다. 『내 생애의 산들』 끝에 나오는 장면으로, 그때 그는 등반하려고 몽블랑에 온 것이 아니고 옛 고향이 그리워 다시 찾아왔다며 이렇게 써 나간다.

“나는 수년래 여름, 가을, 겨울을 혼자 생각나는 대로 아무런 뉘우침도 없이, 언제나 새로운 즐거움으로 알프스를 돌아다니고 있다.”

근대화와 때를 같이해 알피니즘이 생기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등산가는 알피니즘을 고향으로 여기고 언제나 거기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것이 250년에 걸친 등산 역사가 아닐까. 이렇게 인류 역사에 나타난 등산 세계는 오늘날 그 독특한 지평선을 넓히고 있다. 이 엄청난 동기는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가? “등산가는 누구나 산속에 자기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선구자가 있다. 사람이 산에 가는 것은 가지 않을 수 없어 간다는 이야기다. 거기가 자기 고향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간의 귀소본능인 셈이며, 등산가가 사서 고생하는 까닭이다.(p. 179)



전문 등산가가 남긴 도전의 과정과 소회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개인적인 체험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등반기를 쓰는 등산가가 많고 그중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산악 명저도 있으며 국내에서도 거듭 읽히는 것이다. 그런 산서들의 의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산악인으로 사는 동안 내게 등산 세계는 바로 사색의 장이었다. 집에서는 산에 대한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며, 밖에서는 언제나 간편한 등산 차림으로 산친구들과 만나 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등산이 생활의 연장인 셈이었다. … 물론 고산 등산만 등산으로 본 것은 아니다. 표고가 낮은 설악산 같은 데서도 등산다운 체험을 맛볼 수 있다. 산에서의 사색과 체험은 산을 가는 사람의 자세에 달려 있으며, 엄동의 설악산은 그 좋은 무대다."(p. 144)


등산이 곧 인생이라는 근거는 필경 선구자들의 생의 궤적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산악계에는 산에서 위험과 싸우다 사그라져 간 산악인은 많다.

여기 등산가의 숙명적인 인생이 있으며, 그들에게 등산은 바로 인생이었다. 등산가는 산과 만나면서 그 인생을 시작한다. 알피니즘 250년의 역사는 이렇게 산과 사람이 만난 역사다. 등산이 곧 인생임을 이 이상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따로 있을까.(P. 176)



저자에 따르면 알피니즘 세계에는 ‘8,000미터 고소의 윤리’라는 불문율이 있다. 죽음의 지대에서는 남을 돕거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듯하지만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자의 자세는 그래야 한다는 당위론이다. 히말라야 자이언트 완등을 눈앞에 두고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사망한 아나톨리 부크레예프는 “남의 도움을 기대하는 자는 에베레스트에 오를 자격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한 히말라야와 알프스 등 세계에 이름난 등산 명소에 상업주의 원정이 유행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노등산가는 “지난날 존 헌트가 에베레스트 초등을 노리고 항공사진을 보다 힐러리 스텝 부근의 모습을 판독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데, 오늘날에는 거기에 사람이 몰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수백 명이 운집해 장터를 방불케 하며, 로체 사면에 깔린 고정 자일에 사람들이 개미 떼처럼 매달리고 있다.”고 한탄한다. “릭 리지웨이의 ‘터무니없는 몽상’이 사어(死語)가 된 지도 오래다.” (213p) 그러나 산은 아직 거기에 있다. 한국의 산에서도 도전과 극복이라는 멋진 체험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한여름 덕유산에 간다. "사람이 없었다. 모두 바다로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무주 구천동을 거쳐 백련사에서 시작하는 오름길은 끝이 없는 듯했다. 가도 가도 전망은 열리지 않았고, 가파른 돌길이 이어져 걷기가 매우 힘들었다. 준비한 물은 동난 지 오래였으며, 확확 달아오르는 지열에 숨이 꽉 막혔다. 덕유산의 여름은 원추리 꽃으로 유명한데, 그 많던 야생화가 한 송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타죽은 모양이었다.

나는 덕유산을 오를 때마다 히말라야를 연상한다. 에베레스트의 아이스폴을 지나 6,000미터 고소부터 로체 사면 밑까지 펼쳐지는 대설원을 걸었을 때 흰 눈의 복사열이 어찌나 심했던지 잊히지 않는다. 한여름 덕유산을 오르며 그 생각이 떠올랐다."(115p)라고 술회한다.

저자는 서재에 앉아 산악 명저와 함께 산을 오르면서 등산이 곧 인생과 같다는 깨달음을 다시금 얻었노라 거듭 말하고 있다. 등반기에는 사람이 담겨 있어야 마음에 스며드는 글이 되고 아직도 그런 글이 나오고 있음에 기뻐한다.



등산은 직업이 아니다. 생계 유지 수단이 아니며, 취미나 여가 선용이나 심지어 건강 관리 수단도 아니다. 산악인들은 조 심슨이라는 알피니스트를 잘 안다. 지난날 남미 고산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고도 살아 돌아와 『허공으로 떨어지다』라는 불후의 등반기를 남겼지만, 그 뒤 그는 『고요가 부른다』를 썼다. 그저 산이 그립다는 이야기다. 산에 가는 행위에는 동기가 있으며, 그 동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나는 본다. 생활에 지치고 마음에 공허를 느낄 때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인가. 리카르도 캐신은 『등반 50년』에 산과 처음 만난 순간을 털어놓았다. 에드워드 윔퍼는 잡지사의 청탁으로 산의 목판화를 그리러 갔다가 그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헤르만 불은 고향 인스부르크에서 카르벤델(2,749m)이라는 멋진 산을 보며 자랐다. 이런 이야기는 끝도 없다. 우리 마음에는 문명보다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잠재의식이 있다.(p. 180)



산은 행동의 장이면서 사색의 장이다. 누구나 산이 좋아 산에 가겠지만 그저 그렇게 끝나기에는 너무나 깊고 넓고 높은 곳이 산이다. 산에 담긴 자연성을 그대로 느끼고 알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산의 매력과 등산의 의미란 그런 것에 있다고 본다. 산에 가 서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러고도 우리는 또 산으로 간다. … 그 옛날 머메리가 “정당한 방법으로”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취할 정신과 태도 역시 ‘정당한 방법으로’다. 지구상의 모든 산이 알려질 대로 알려졌지만 오늘날 알피니스트가 갈 곳은 그래도 산밖에 없다. 그 삼십 대 젊은이가 외로이 오른 한여름의 덕유산은 바로 그런 세계였다.(p. 118)


저자 : 김영도


서울대학교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1977년에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 대장을, 1978년에 한국북극탐험대 대장을 맡았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회장과 제9대 국회의원과 한국등산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산서회 고문을 맡고 있다. 《우리는 산에 오르고 있는가》,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 등을 집필했으며 《검은 고독 흰 고독》, 《제7급》, 《8000미터 위와 아래》, 《죽음의 지대》, 《내 생애의 산들》, 《세로 토레》, 《무상의 정복자》, 《나의 인생 나의 철학》, 《산의 비밀》 등 다수의 산악 명저를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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