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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0 의 전체보기
[카프카식 이별] 시인의 실존적 의지를 밝힌 진정성의 고백록 | 기본 카테고리 2020-06-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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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프카식 이별

김경미 저
문학판 | 2020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갑자기 떠오른 카프카에 대한 단상의 실존적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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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FM 〈김미숙의 가정음악〉 오프닝 시로 낭송되어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애청자들을 라디오에 묶어두던 ‘시’와 경쾌한 에스프리로 엮은 ‘시-이야기’ 시집, 『카프카식 이별』이 어느 날 불쑥 내게로 왔다. 뮤즈의 목소리로 아침마다 시를 읽어주는 배우 김미숙 진행자를 좋아하는데 품격 있는 시 낭송은 애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아침을 선물한다. 김경미 시인의 시와 조화되며 아름다운 공감을 불러내는 방송이다.

제목의 『카프카식 이별』은 이 시작품집에서 두 번의 시로 나타난다.


카프카식 이별 1


그만두자고 일방적으로 상처 주고 떠나온 여행

누워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 것 같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3등석 2층 침대 윗칸에서

이별이 고통스럽기는 왜 내가 더 고통스러운지





시인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타고서 왜 카프카를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시인이 시 곁에 쓴 시작 노트에 따르면 혼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적이 있다. 기차 차창 밖으로 눈 쌓인 자작나무숲을 보고 싶었지만 겨울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한여름에 떠났다. "3등석 2층 침대의 윗칸은 상반신을 다 일으키는 게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중략) 벌 받는 것 같은 그 공간에서 카프카를 떠올렸습니다. 카프카는 생전에 한 여인에게 두 번, 또 다른 여인에게 한 번, 두 명의 여인에게 모두 세 번 파혼을 통고했습니다. 세 번째 파혼은 결혼식 이틀 전의 통고였죠. 여인들도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이별을 통고한 카프카 자신도 자신의 예민함과 누군가와의 공동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고독한 기질에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시인은 이어 "카프카식 예민함은 온 세상과 늘 혼자 절연했다가 혼자 상처받고 혼자 화해하고 본인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까지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게 '카프카'가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크게 키우고 싶습니다"고 고백한다.

카프카식 이별은 서로에게 고통이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면 '승화된 이별'이다. 당시 카프카는 중증 폐결핵에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한 도라 디만트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비로소 일찍이 맛보지 못한 삶의 애착과 행복을 경험한다. 도라는 그의 곁을 밤낮으로 지키며 간호했지만 1924년, 병약하고 내향적이었던 그는 자신에게 부과되는 출세,결혼 등의 중압감에 쫓기며 글을 쓰다가 폐결핵에 영양부족까지 겹쳐 4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에 이른다.

카프카식 이별은 결국 좋아하는 글을 쓰며 자신의 불행을 남에게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이별하는 것을 뜻한 것은 아닐지.





'카프카식 이별'은 제목 그대로 이별에 관한 시로 이별이 아주 고통스럽다고 한다.

소설가로 알려진 카프카의 사랑은 이별과 고통이었다. 어쩌면 그 고통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런 고통에서 나와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2년 전에도, 지금도 아침 방송마다 쓴 시가 낭송 된다는 건 시인에게 거대한 고통이고 라디오 청취자에겐 삶을 감사하게 만드는 기쁨이다.

시인은 많지만 시를 매일 쓰는 시인은 없다. 시인이 시를 매일 쓰지 못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는 이데아 저 편에 있는 신의 영혼을 훔쳐오고 해와 별과 달과 꽃의 마음도 담아야 하고 사람들 정신에 가끔 벼락도 비춰주어야 하고

생의 쓸쓸함과 비애와 깊은 고독도 맛보아야 하기에 그렇다.





김경미 시인이 아침마다 전해주는 그녀의 시 주머니에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언어의 천둥과 낡은 추억을 꿰매 조각보를 만드는 투명한 바늘, 잃어버린 기억을 찾게 하는 나침반, 희미한 사랑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 이별마저 사랑이라고 부르는 따뜻한 패러독스, 수첩과 공책의 줄무늬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력, 삶이라는 지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짜릿한 일탈, 사소한 것에 이름 붙여주는 애련미, 창가에 불을 밝혀두는 그리움……

아침마다 그녀의 시를 듣기 위해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녀의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달나라까지 갈 만큼 많다고.





시 '장갑이라는 새'는 이십대 시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십대에 많은 것을 이룬 사람도 있지만 연애도 실패, 시험도 실패, 직장도 실패인 경험만 했다. 자신의 몸 하나 누일 공간 없이 다섯 번째 이사를 한다.

이삿짐을 싸던 중 발견한 장갑 한쪽. 이 장갑을 집으면 힘을 내고 다시 인생이 날아오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이런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 '나를 용서하는 기도'에서는 게으르고 의지가 약한, 가끔은 이기적이면서 계산적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는 내용이다.

다른 누군가만 용서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을 먼저 용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카프카식 이별』은 시집이지만 시를 설명해 주는 시인의 글이 있어 더욱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김경미의 시집 『카프카식 이별』은 시인 스스로의 존재론과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감각의 결실로 다가온다. 또한 그것은 아프게 통과해온 시간에 대한 재현과 치유의 기록이자 지상의 존재자를 향한 지극한 슬픔과 사랑과 그리움을 토로하고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실존적 의지를 밝힌 더없는 진정성의 고백록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김경미의 ‘시’와 ‘시적 후화’를 함께 읽음으로써 시를 ‘듣는 것’과 시를 ‘읽는 것’이 다른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하나의 일임을 깨닫게 된다. 김경미 시의 기원이 된 삶과 함께, 삶의 기록이 된 그녀의 시를 한 꺼번에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녀의 시는 따뜻하고 투명한 목소리의 파동으로 모든 이들의 아침을 쑥쑥 일으켜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녀 스스로에게도, 삶의 새로운 오프닝을 위하여 열어가는 아름답고 눈부신 아침이 되어줄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저자 : 김경미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실천문학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창비),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 비), 『밤의 입국심사』(문학과지성사)가 있으며, 에세이집으로 『바다, 내게 로 오다』, 『행복한 심리학』, 『심리학의 위안』, 『그 한마디에 물들다』, 『너 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등이 있고, 노작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 참여 작가로 선 정되어 활동했으며, 한국참여작가로는 처음으로 IWP 발행 웹진 〈92ST MERIDIAN〉지에 영역 시 2편이 수록되었다. 한라대학, 경희사이버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방송작가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명작의 고향〉 〈양희경의 가요응접실〉 〈전기현의 음악풍경〉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다수의 라 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썼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을 수상 (2007)했다. 현재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 오프닝에 소개되는 ‘가정음악을 위한 시’ 를 통해 애청자들에게 행복의 전율을 전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 들은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청취자들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게 하던 바로 그 심미적 언어의 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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