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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의 전체보기
[무등산에 묻다] 민주, 정상과 비정상을 무등산에 묻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6-0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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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등산에 묻다

이주숙 저
지식과감성# | 2020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눈에 익은 아라베스크 문양이 들어온다. 순간 깨달았다. 여긴 이세상과 저세상의 경계가 아닌 명백히 내가 살던 곳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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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소설 쓰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만났다.

한때 소설 쓰기에 열중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라 말 그대로 '그냥 쓰고 싶어서' 썼다.

지금 생각하면 소설을 무협지 정도로 생각했던 문학에의 졸렬한 접근이 창피해 깊숙이 숨겨놓은 비밀이다.

단편소설 한 편 제대로 써보지도, 문예지에 응모해본 적도 없이 '그냥 쓰였다 사라진' 소설에의 갈급한 마음은 스러졌다.

그때 소설에의 무한한 동경과 멋진 작품을 써보겠다는 의욕만큼은 사라진 소설 속에서도 가슴에 남겨졌다.

이주숙 작가의 『무등산에 묻다』는 굳이 장르를 분류하자면 미스테리 소설이다.

'장애'가 주는 한 사람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변모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꿔가는가를 바로 옆에서 들여다보는 듯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그런 경험도 없는데 바로 내 옆에서 일어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작가의 문체가 흡인력이 있어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다.





사실 제목부터 끌림이 있었다. 한라산, 설악산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이 아닌 '무등산'은 어쩌면 5.18 광주민중항쟁 때문에 널리 알려진 산이다.

거기에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5월'은 상징성이 충분해 독자로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모른다.

아무튼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준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지금처럼 꽃잎이 흩날리는 5월에도 어울리지만 가을의 스산한 바람에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어딘가 외롭고 특이하다. 약간은 스산하고 차가운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로 자꾸 헛헛해지는 마음에도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는 밝지 않다. 그렇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려는 치열한 의지가 보인다.

이 소설을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작가의 필력 외의 힘에 흥미도 있다.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는 묘한 힘에 이끌리는 데다 삶에의 의지가 곳곳에 스며나와 쉽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무등산에 묻다』은 큰 범죄를 조사하고 터뜨리는 데 협조하면 나의 뒤에 도사린 더 큰 어둠이 가려지고, 사랑하는 그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굉장히 미스터리하다.

무등산 한 자락에서 펼쳐지는 그 어느 날의 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주'라는 주인공이 아버지가 고모의 집에 주인공을 맡기게 되고 어렸을 때 고모의 집에서 지내면서 거의 20년 이상을 지내게 된다.

어렸을 때 말을 못하면서 정신병원에 갔지만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자라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면서 자신의 말을 서서히 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절친한 친구를 사귀게 되고 대학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모에게 사정을 말해달라고 하지만 고모는 아버지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좋지 않은 표정을 가져서 아버지의 말을 꺼내지 못한다.

대학교에 진학해 비로소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알게 되는데 아버지는 군사정권에 대항해서 민주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알게 된다.

점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반전이 계속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보면 다소 불편한 사람들 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무등산에 묻다』란 소설이 독자를 끌어들인 이유는 '간결한 문제'가 첫번째 요인이다.

간결하고 짧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문체. 이러한 문체로 탄생한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

소설이 추구하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강력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스토리의 전개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소설 캐릭터를 담는 분위기도 탁월하다. 약간은 몽롱하고 비현실적이며 아스라한 느낌.

흔하게 볼 수 없는 사람들 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작가의 문체는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쉽게 흘러가는 단서들이 산발해지며 증발하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빠르게 중심으로 모여들며, 주제로 설명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형준'에 대한 비밀이 처음 밝혀지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다.

다만 이에 관해 처음 듣게된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따라 작가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작가의 사고력에 맡기고 진행시킨다.





무등산(해발 1186m)은 광주광역시 북구뿐만 아니라, 광주 동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때문에 광주 전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산이다. 책의 제목은 '무등산에 묻다'이다.

무등산 외에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실제 배경이 존재한다. 스릴러라는 정보 하나만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표지에는 삽이 땅 속에 꽂혀 있는게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땅에 '묻다'라는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무등산'이 주는 의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아마도 나는 '묻다'가 주는 중의적인 표현에 집중한다.

한자로는 '無等'이다. 이는 '평등'이 크게 이루어져 '평등'이란 말조차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무등산은 5.18 광주민중항쟁과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한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 내용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점도 있다고 본다.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민주'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여자 아이의 이름이지만 무등산이라는 배경과 민주라는 이름으로 더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민주'의 아버지가 그녀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은 아버지가 갖고 있는 시대적 배경이 있어서였다. 5.18 광주민중항쟁.

그러나 작가는 명확히 그 연장선을 일치시키지 않은 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이 사진은 책 속의 사진이 아니라 독자들의 읽기를 위해 무등산 홍보책자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깨끗한 싱크대 보울 안에서 산골의 집과는 달리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서 씻어 내는 느낌이 좋았다. 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가 한 손으로 나의 허리를 감쌌다. 처음에는 나의 귓볼을 간지럽히더니기나긴 키스를 했다. 나는 온몸으로 그의 키스를 받았다."

- p. 83

"서둘러야 했다. 내게 늘 꽂히는 혐오의 눈길은 그냥 참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날, 내게 등만 보였던 남자가 산으로 흭 사라지자 아버지라는 것을 확신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를 아버지라고 확신한 이유는 경멸에 찬 고모부의 그를 향한 책망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는 혐오를 담고 있어 흡사 내게 하는 욕 같았다. 그의 등이 깜깜한 산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도하고 나도 모르게 그에 대해 연민이 생겼다. 동질감이었다. (중략) 곧 분노의 대상이 엎드려 밭일하는 고모부에게 옮겨 갔다." - p. 166




"결론적으로 그녀는 타인뿐만 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의 감정조차 읽지 못했다. 읽었다면 질투가 동경으로 변할 수도 있었는데, 이것도 역시 인간의 한계인 것 같아 절망했다. 타인이 멀리서 보는 무등산이 한없이 찬란하게 보이는 것처럼 그녀가 나를 보는 방식도 결국은 그와 같은 것이었다. 그녀도 결국은 타인이었다."

- p. 200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고 또 다른 상처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주며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진리를 이미 깨달았지만 나는 아직도 상처 속에서 살고 있다."

- p. 207

작가 : 이주숙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집 벽장 속에 책들이 한가득한 분위기에서 자람. 어릴 때부터 스릴러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경희대를 졸업한 후 바쁜 생활인으로 살다 보니 그런 꿈이 있었는지조차 잊혀져 갈 무렵 우연히 떠오른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첫 소설 『바이올린 켜는 소녀』에서 조금이지만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했다. 저서로는 『바이올린 켜는 소녀』, 『시선끝의 검은덩이』, 『무등산에 묻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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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 샘터에서 출간되었다. 신작 『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문화교양지 월간 샘터에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흔히 엽편(葉篇)소설이라 불리는 초단편소설은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뜻으로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 형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손바닥 크기 분량의 소설을 뜻하는 장편(掌篇) 혹은 미니픽션(minifiction)이라고도 불리며 꽁트(conte)라는 용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내 생애 가장 큰 축복』는 이렇듯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기존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형식의 제한이 덜한 초단편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단면을 드러내 보이며,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익살맞고 의뭉스럽기까지 한 인물의 행동 하나, 짧은 대화 한 마디만으로도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성석제 작가 특유의 해학과 익살, 풍자와 과장의 문장이 살아 숨 쉬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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